공동파업 경고한 공공운수노조, "안전 위한 국정기조 대전환 필요"

공공운수노조, '작은 정부' 비판…안전 관련 대정부 요구안 발표

이태원 참사 이후 공공부문, 운수 산업, 사회서비스 노동자들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483건 일어났고, 510명이 사망했다. 지난 5일 오봉역 화물기지 철도노동자 사망사건을 비롯해 올해 들어 한국철도공사에서 네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공공부문에서도 사망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참사·중대 산업재해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를 촉구했다. 국가 책임을 포기한 '작은 정부'가 노동자와 시민을 위험에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시장주의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적 삶과 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로 국정 기조가 대 전환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노조는 국민 안전 관련 국가 책임 강화를 위한 긴급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했다. △사회적 참사와 중대 재해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근본적 대책 수립 △생명과 안전 위한 법 제・개정 및 규제 강화 △공공부문 구조조정 중단・안전 인력 충원 △공공부문 민영화 중단・공공성 강화와 국가 재정 책임 확대 등이 주요 요구다.

노조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는 국무총리 사퇴와 정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진상조사기구는 정부에서 독립된 형태를 제시했으며, 해당 기구에는 피해자·시민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법·제도 및 규제와 관련해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중대재해처벌법 개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 철도안전법 개정, 원청의 안전 책임 강화 등이 제시됐다. 위험 업무에 대한 2인 1조, 3인 1조 근무 등 인력 충원이 필요한 곳으로는 한국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국립대병원, 인천공항공사 자회사, 지역난방공사 자회사, 학교, 우체국 등이 언급됐다. 공공기관과 공공기관 자회사에 대한 정원 축소와 인력 감축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다.

오봉역 사망사건, 이태원 참사 정부의 후속 대응에
인력충원 호소하는 노동자들


최근 오봉역 청년 철도노동자 사망사건의 원인에서도 인력 부족이 꼽힌다. 박인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노사간의 합의로 진행한 4조 2교대 전환은 한 명의 안전 인력 충원 없이 진행됐다. 사고 당시 3명으로도 부족한 작업을 2명이 하고 있었다. 만약 3인 1조 작업이었다면 이 같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인력감축은 철도 현장을 핏빛으로 물들일 것이다. 기재부가 혁신 가이드라인이라며 내놓는 인력감축은 철도노동자들을 사지로 몰 것이며, 철도 안전을 파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지난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와 서울시가 출퇴근 시간, 지하철역에 안전 요원을 투입하는 것이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노동자들이 새로운 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정부 등이 15개 역에 하루 200명씩 현장 인력을 빼 쓰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업무를 멈추고 투입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항의하니, 2개월 정도만 이대로 버텨본다고 한다"라며 이는 "평상시 이만큼의 안전 인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 노동자들도 코로나19 7차 대유행을 우려하며 인력 충원 요구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는 10일 파업을 벌이는 의료연대본부의 이향춘 본부장은 "숙련된 훈련을 통해 환자를 봐야 하는데, 그 기간을 단축하다 보니 노동자들은 환자를 사망에 이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직하고 있다"라고 파업의 이유를 전했다.

지역난방 열 배관 점검 노동자도 인력 부족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 지역난방 열 배관 점검 노동자인 방두봉 지역난방안전지부 지부장은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7월 경비 절감을 위해 우리 열배관 점검 업무 계약 금액을 축소해, 점검 횟수를 줄이고 점검 인력을 20% 축소했다"면서 "(지난 2018년) 백석역 사고가 터지고 나서 지역 주민들은 열 배관을 '발밑 지뢰'라고 한다. 이 위에 사는 시민들에게도 배관 점검인력을 줄여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 지부장은 지난 5월 백석역 인근 고양 지역 노후배관에서 100도에 달하는 고온의 물이 도로 위로 솟구쳐 있는 사진, 지난 6월 도로 위 맨홀 시설물 점검 중 작업자가 달려오는 차에 치인 사진 등을 보여주며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과 '도로'라는 사업장을 공유한다는 화물노동자 대부분은 화물차 운행 중 교통사고를 걱정하고 있다. 최근 화물연대본부 조사 결과 99%의 노동자는 교통사고 위험을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5%는 12시간 이상 일하며 16시간 이상 초장시간 노동을 한다는 노동자도 9%나 됐다. 박재석 화물연대본부 사무처장은 "화물노동자가 일하는 매 순간 사고를 걱정해야 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도로를 이용하는 국민 모두의 일상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불안하고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면서 "적정운임을 보장하는 것만이 화물노동자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대정부 요구안이 "일터와 일상에서 끊일 줄 모르는 재난과 참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 위원장은 "공공운수노조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공공-운수-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 25만 명이 함께 하는 노조"라며 "만일 윤석열 정부가 이런 공공운수노조의 요구와 경고를 무시한 채, 지금과 같은 민영화-시장주의에 터 잡은 ‘작은 정부’를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의 공공성-노동권 파괴에 맞서 11월 말~12월 초 국가책임 확대와 안전 사회 실현을 위한 대정부 공동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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