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권력 질서와 무도덕주의amoralismus

[INTERNATIONAL2]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석적 맥락에 대하여

역사적으로 구성된 제 문제들이지만, 실증적 측면에서 일련의 과정을 짧게 살펴보면, 미-러 안전보장협정안과 러시아-나토 안전보장협정안 등의 러시아 정부의 문서 전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두 차례의 정상회담(21.12.7, 21.12.30) 및 러-나토(NATO)(22.1.13), 유럽안보협력기구(OSCE)(22.1.13) 간 협상 등은 그저 또 다른 과정의 결과일 뿐이고, 지금 사태의 과정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내전 관리와 러-서방 간 안전보장 확약으로 요약되는 일련의 과정은 미국과 나토의 답변(22.1.26)에서 드러나듯,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후 이어진 준비된 시나리오와 같이 러-벨라루스 연합군사훈련, 돈바스 지역 내 교전과 러시아의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에 대한 공식 승인(22.2.21) 및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체결이 순차적으로 이행됐고, 그로부터 3일 뒤, 그것이 러시아의 침공 혹은 제한전(limited war) 또는 특별군사작전(special military operation)이든, 혹은 우크라이나 전쟁 내지 사태든, 러시아의 군사행동에 의해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그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1)

사건을 시간순으로 나열해 분석하는 과정은 사건의 인과성과 상관성으로 맥락화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인과성과 상관성의 추적은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맥락화함으로써 이에 대한 정당성을 구축해 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현실 정치에서는 중요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본고는 현실 분석 혹은 전망이 아니다. 사건의 개요와 권력의 변화, 전쟁의 양상, 분석 나아가 해석은 이미 충분한 연구가 돼 왔다. 분명 전쟁이 끝나고 투명한 방법으로 증명하면 될 문제들의 중요성도 동의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런 연구들과는 달리, 문제에 대한 해석적 접근, 일련의 사건에 대한 규범적,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미비하다. 특히, 이 부분들은 전쟁 중의 정의의 관점에서만 검토될 뿐이다. 현재 이번 전쟁이 갖는 규범적 본질에 대한 연구는 부재하다.

다시 말해, 본고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갖는 다양한 논의 중 규범적 논의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윤리(non-moral)-윤리(moral)-부도덕적(im-moral) 층위 차원에서 검토하며, 무윤리/도덕(a-moral)적 관점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는 규범의 논의이지만, 권력의 논의이기도 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메타이론적 혹은 철학적 시론의 형태가 될 것이다.


전쟁의 윤리성, 비윤리성, 그리고 부도덕성

전쟁의 윤리적 고찰은 크게 평화주의, 현실주의 그리고 정의전쟁론으로 나눠진다. 이는 각각 비폭력주의, 비윤리성, 윤리성으로 각각 대별되는데, 우선 평화주의는 자연법적 관점에 입각해, 의도적-비의도적 상황과 무관하게 인적 피해를 동반한 참혹한 결과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전쟁(폭력) 그 자체를 부도덕한 것으로 규정한다(Cahill 2006). 전쟁 과정에서 동반되는 다양한 폭력들, 예컨대 살인 및 학살로 간주되는 등 비인간적 폭력 행위들, 성폭행, 고문과 거짓말(propaganda) 등의 난무는 평화주의가 윤리적으로 전쟁 그 자체를 반대하는 강한 근거다(Cady 2010; Miller 1991). 즉, 일체의 폭력을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는 점에서 평화주의는 완벽하게 인도주의적이다.

반면, 전쟁을 인간 의지이자 인간의 역사로 이해하는 관점이 있다. 신학적 관점에서도 전쟁은 신의 의지이자 신(구약)의 역사였던 적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평화주의는 추구돼야 할 ‘이상’이자, 전쟁을 멈출 ‘근거’로만 존재할 뿐, 전쟁 그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보는 관점이 있다. 따라서 오히려 전쟁을 둘러싼 다양한 의지가 어떤 연유로 발현되었는지를 일정한 목적들에 대한 평가, 즉 비윤리성적 합리성(현실주의)의 목적인지, 규범의 실현(정의전쟁론)인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실주의자들은 국가 간 관계는 권력과 이익, 생존(자구)이 전쟁의 주요한 동인이기 때문에 전쟁에는 도덕적 판단이 있을 수 없다고 바라본다(Morgenthau 1993: 10; Waltz 1979: 111; Walzer 1977: 3). 여기에는 홉스에 근거한 18-19세기의 전쟁론, 즉 전쟁권과 주권 국가들의 본래적 특권이며, 일국의 법률적 혹은 개인의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는 국가 이성적 존재론에 근거하고 있다(Hegel 2012 [1821]; Hobbes 1960 [1668]). 이들에게 전쟁은 힘의 균형상태에서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패권국가와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고자 하는 수정주의 국가 사이의 갈등에 불과한 것이다(Gilpin 1983: 11-15; 1988; Waltz 1979: 88-118). 즉, 전쟁과 윤리 자체를 관계 지을 수 없기에, 전쟁을 비윤리적(non-moral)인 것으로 보고, 오히려 전쟁에 대한 냉정한 대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정의전쟁론은 전쟁은 도덕적(moral)으로(도) 정당화(legitimate)될 수 있다고 본다(Marrin 1971; Ramsey 1961; Walzer 1977). 전쟁의 윤리성에 대한 긍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실주의는 도덕적 상식에 반하는 비실제적 이론일 뿐이다. 전쟁의 필연성은 인간 의지적 결정 과정을 도외시하는 위장된 것에 불과한 것이다(Walzer 1977: 9). 즉, 의지의 산물로서의 전쟁과 그 개시의 정의(jus ad bellum), 혹은 그 수행과정에서의 정의(jus in bello)가 정의롭거나 정의롭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Walzer 1977: 21). 따라서 이들에게는 현실주의의 국가 이성적 이론이 전쟁을 개개인의 도덕적 삶과 분리하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Walzer 1977: 63). 오히려 이들에게는 현실에서 죽고 죽이는 것에 대한 도덕적 의미는 구분되고,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Walzer 1977: 64, 301). 그리고 여기에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가진 국가일수록 도덕적 책임이 크다고 바라본다(Walzer 1977: 301). 그런 점에서 이들에게 국제법 수립과 조약은 민주적 주권국가들의 합의된 합리적인 윤리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로티우스(Hugo Grotious)의 규범의 제도화가 상호 불가침을 위한 권력의 제한을 강조하는 한편, 주권 침해 시의 권력 행사도 허용했던 점은 합리주의라는 근대성을 대변한다(Grotius 1962 [1631]). 30년 전쟁을 통한 규범의 제도화는 두 번의 세계대전 이후 국제기구 수립과 유엔헌장 등의 법률적 구상을 통해 구체화해 발전해 온 것이다.

그러나 전쟁을 막기 위한 정의로운 전쟁은 평화에 대한 기만행위이기도 하다(Schmitt 2008: 49). 정전론은 오히려 적을 도덕적으로 “악의 축”으로 만들어 전쟁을 더욱 잔혹하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Schmitt 2006: ch3; 2008: 36). 전쟁의 규범화는 상대방을 정당하지 못한 전쟁을 수행하는 범죄적인 적으로 규정, 즉 전쟁의 규범정치는 이런 식으로 물러설 수 없는 악과의 성전(聖戦)을 낳는 것이다(Habermas 2006: 24-25; Schmitt 2006, 2011). 그런 점에서 폭력에 대한 윤리적 정당화가 수반하는 잔인한 폭력성은 오히려 비윤리적 현실주의를 자연스럽게 만든다. 폭력에 대한 윤리적 비난보다, 그것의 불가피성을 인정함으로써 그것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물론, 전쟁 없는 상태 및 불가피성, 이를 통칭하는 전쟁의 비윤리성이 전쟁의 옹호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전쟁은 합리적 국가들 사이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비극적 사건이자, 자연스러운 사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주의는 역설적으로 정의전쟁론 또한 현대 국제사회에서의 권력 중심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전쟁은 언제나 사후적 혹은 사전에 이미 법률적으로 도덕화하고, 그 과정은 현실주의적 맥락이 작동하는 규범을 보여준다(Claude 1980: 84). 국제법 결국, 정의전쟁론은 스스로를 전쟁의 부도덕성을 강조하는 평화주의와 비도덕성의 현실주의, 양극단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을 뿐이다(Fotion 2000: 23-24).

그런 점에서 주목할 점은 국가의 이데올로기로 윤리적 수단이 된 제도로서의 국제법이다. 소위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내에서 사건이 존재하는가의 논의이다. 근대 이후, 특히 양차대전 이후 등장한 자연법에 기반한 실정법적 국제법과 그 확대는 제도화된 규범에 해석의 여지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런 해석의 여지는 권력관계로만 채워진다. 국제법과 권력 간 상호 관계는 국제질서 안정과 관리로서의 평화를 상정하고, 이를 위한 주요한 근거로 수단화했기 때문이다. 즉, 국제질서의 관리 및 유지와 평화를 동일시함으로써 권력화된 국제법의 속성이 드러난다. 이는 양차대전과 탈냉전 시대에 이르러 더욱 노골화했다. 그럼에도 현재 체제를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국제법 체제가 갖는 주권과 주권국으로서의 배타적 권리가 갖는 자조적 역할이라는 전통적 규범이 최소한의 평화를 보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권력적 규범에 대한 재규범화

그러나 앞선 최소한의 평화를 위해 제도화된 규범으로서의 국제법 모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다. 범서방과 비서방, 러시아 사이에서의 규범적 대립이다. 우선 논해져야 할 부분은 “불가침 원칙”과 나토 동진의 인과성이 될 것이다. 유엔헌장 제2조 4항은 주권국가 간 불가침을 정하고 있다.(2)

푸틴은 불가침 원칙을 나토 동진의 인과성으로 설명한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이익, 나아가 국가 존속과 주권에 대한 거대한 위협”이기 때문에, 러시아의 군사행동은 자위권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자위권이 실질적 무력 침탈 없이 성립하기 쉽지 않다. 이전 이라크 전쟁에서 비상상황론, “예상 가능한 위협”에 근거한 자위권 성립(Walzer 1977: 253) 사례가 있지만, 지배적 서구 규범 권력은 나토의 동진을 자위권 행사 근거로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다. 러시아 군사작전이 DPR과 LPR에서의 일어나는 학살에 대한 인도주의적 행동이며, 위기에 처한 해당 지역 거주 자국민 보호를 위한 행동으로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주장이다.(3)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유엔헌장 51조와 관습국제법상의 권리를 인정해 왔다(ICJ 1986: para 193). 내용인즉슨 신생국의 주권국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집단적자위권 조항 및 자위권 발동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푸틴의 군사행동이 합법적 자위권 행사라는 결론에 이른다.

흥미로운 부분은 지난 2020년 국제 법학자 위원회(Commission internationale de juristes)와 함께 국제 적십자 위원회(ICRC,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가 함께 제작한 제네바 제3협약 해설서에서의 설명이다. 이미 영토 전체 혹은 일부를 사실상의 점령 및 통제하는 경우, 점령국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서술한다(ICRC 2020: para. 363).(4) 따라서 모든 통제권을 지닌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인도주의적, 윤리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구제적 분리(remedial secession)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통해 해당 지역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안정된 상황을 깨뜨리는 행위가 오히려 “비인도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민족자결주의”다. 자결권(self-determination)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의 군사행동에 대한 불법화 근거인 최상위 국제법(강행규범jus cogens)인 불가침 원칙과 같다는 점에서 상호 긴장을 형성한다(ICJ 1995; UNOLA 1945: 24 Oct.). 따라서 이들 모두 국가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대세적 의무Erga Omnes이기에 무엇을 우선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양 신생 공화국들의 자결권은 국제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선언된 주권국가는 그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이미 고종이 대한제국의 주권국가 선언에서 경험한바, 이는 야만국의 문명화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승인이라는 권력 간의 국제질서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일본이 주권국 대한제국을 조선이라 호명한 것은 그러한 의미를 내포한다. 즉, 신생 공화국들은 스스로 주권국가를 선언했지만, 그것이 정상국가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국제사회, 더 정확히는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강대국 간의 합의라는 것이다. 즉, 이렇듯 저렇듯 힘의 논리일 뿐이다.

단, 조선의 경험과 다른 것은 푸틴이 이들 신생국의 주권국 지위를 승인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따라서 앞선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법적으로 성립된다. 이미 국제사회는 종전과 함께 인권침해 지역 거주민들에 대한 분리독립지위를 자결권에 근거해 허용한 바 있다(UNOLA 1945: 24 Oct.). 물론, 여기에는 반대의견도 있다. 즉, 관습법적으로 확립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감도 없지 않아 있다(Cass 1992).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 강제규범으로서의 민족자결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실제 이와 같은 국제법에 근거한 푸틴의 전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 그루지야와 영토분쟁은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승인하고, 1991년 러시아의 귀속을 원한 몰도바의 일부이자, 당시 러시아군이 주둔하던 트랜스니트리아와 합병하는 과정이 있다. 합병 후 친러시아 국가들인 시리아,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은 차례로 주권국을 승인한다. 또 다른 예는 2014년 크리미아 전쟁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리된 독립국 수립 형태가 아닌, 지역민의 투표를 통해 추진한다. 이는 돈바스 지역 사례와 유사하게 자결권의 형태를 갖추면서 동시에 러시아 영토의 확장을 이룩해 낸 것이다. 이는 최상위 강행규범이자 대세 이전까지 냉전 당시 혹은 탈냉전 이후에 나타난 가장 참신한 점령단계일 것이다.

권위주의적(서구적) 윤리성의 해체와 초월적 윤리의 수립을 위하여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렇게 자연스레, 권력의 규범 지향적 논의로 이어진다. 바이든의 미국과 범서방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외치며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등을 ‘권위주의 국가’로 규정,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추구하는 범서방과 전쟁을 일으킨 반인도적 권위주의 국가의 대립구도를 만들어, 선과 악의 대결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정한다. 이런 선악의 구도는 주류담론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신좌파 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는 “전쟁의 윤리적 분노와 별개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의로운 전쟁으로 규정하고 연대”해야 함을 강조한다. 또 다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도 큰 맥락에서 동의하고 있음을 여러 글에서 밝히고 있다. 물론, 유럽의 경험과 맥락은 권력적 맥락과는 상이하게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선악의 구별은 폭력이라는 인간적 죄책감으로부터의 해방, 그 이상은 아닐 것이다(Owens 2010: 72-73). 그렇다고 권력의 이념을 통해 그려진 현실은 폭력의 일상을 그대로 수용하는 현실주의를 수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Hegel 2012 [1821]: 320; Kunz 1951: 528). 폭력과 전쟁이라는 비극을 불가피성은 끝나지 않는 전쟁의 수용과 다르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 무도덕성(amorality)은 전쟁과 폭력의 윤리성을 관통해서 설명할 수 있는 주요한 개념이 될 수 있다. 무도덕주의(amoralismus)는 권력으로 독점된 이념으로서의 ‘기성의 윤리’를 상정한다. 다시 말해 선악의 구분은 보편성을 담지하고, 그 보편성은 결국 사회에서 일원화된 기준, 무정부적 국제사회에서 권력적 윤리로의 일원화를 의미하는 것일 뿐이다(Nietzsche 1994, 2009 [1908]). 그런 점에서 선악의 보편적 윤리에 대한 ‘해체’와 이에 대한 ‘초월의 윤리’ 수립은 하나의 탈출구인 동시에 대안이다(Nietzsche 1900: Vol. XIV, 389). 그러나 파편화된 윤리는 각각의 삶에 의해 자신만의 맥락으로 그 윤리를 정의하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이 무정부적 국제사회 내에서는 지배 권력의 맥락으로 수렴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따라서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지배 윤리에서 자유와 초월의 윤리로 전회(turn)하기 위한 ‘정치’를 호명해야 한다는 점이다(Arendt 1966 [1951], 2013 [1958]). 여기에서의 정치는 ‘기성 윤리’를 세운 ‘지배의 정치’가 아니라, ‘초월의 윤리’를 위한 ‘해방과 공공성의 정치’일 것이다.

그리고 초월의 윤리에 대한 단초는 역사적으로 구성된 탈식민국가들, 즉 비서구성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서구성의 보편적 기준이 지배의 윤리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체하는, 새로운 보편성의 실마리는 비서구성일 수밖에 없다. 이는 서구를 중심으로 왜곡된 역사에 대한 규범적 재배치일 뿐이다. 그동안 지배의 정치로 규정된 기성 윤리에 의해 억압·왜곡된 그들의 역사가 바로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현됐다는 것을 주지한다면, 더욱이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평화 담론을 키워나가는 것은 앞으로의 위기들, 양안 관계, 한반도 위기가 지금의 대전환기 불안정한 패권적 국제질서의 틈을 벌리고, 균열을 키워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그러나 분명한 건 지배적 권력의 속성은 국제질서의 유지 및 관리일 것이고, 지배적 권력의 국익과 충돌하는 국가의 등장은 반드시 수정주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위기 속 이익은 공유되기보다 제로섬의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결 공간에서 우리의 자율성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여전히 진보엔 외교와 규범을 구분할 능력이 없는 건 아닐까? 아니면 대안이 있는가? 적어도 지금은 적극적으로 폭로하고, 조금 더 비서구적으로 대안을 이끌어내야 할 때이다.

<각주>
(1) 본고는 이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통일한다. ‘개념어’가 지닌 기표-기의의 기능을 주지하는 바, 그러나 이미 앞선 표현이 대중화돼 있음을 간과하기 어렵다. 본고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표현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특정 지역’을 지칭하는 것 이상 의미하지 않다는 점을 미리 언급해 둔다.
(2) “모든 회원국은 그 국제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 (유엔헌장 제 2조 4항).”
(3)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국제연합회원국에 대하여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자위권을 행사함에 있어 회원국이 취한 조치는 즉시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된다. 또한 이 조치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조치를 언제든지 취한다는, 이 헌장에 의한 안전보장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 (유엔헌장 제 51조).”
(4) Under humanitarian law, effective control over all or parts of a foreign territory may be exercised through surrogate armed forces as long as they are subject to the overall control of the foreign State. Thus, a State could be considered as an Occupying Power when it exercises overall control over de facto local authorities or other local organized groups that are themselves in effective control of all or part of a territory (para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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