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삼각지역서 천막농성 돌입…“장애인권리 예산으로 보장하라”

23년도 정부예산 확정 앞두고 정부 상대 투쟁 필요…“비용 거론하는 기재부 상대로 싸우는 것”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정부와 국민의힘에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21일 오후 삼각지역 역사 안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전장연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장애인권리예산이 반영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며,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국민의힘,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장연은 특히 기획재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민의힘 동의 없이는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정부예산보다 증액된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은 불가능”하다며 “지금까지 기획재정부는 ‘비용’의 문제로 ‘장애인으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라고 규탄했다.


국회 예결위는 지난 17일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열고 639조 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한 세부 심의에 돌입했다. 전장연은 예산소위 심사가 끝날 때까지 농성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전장연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국회 각 상임위에서 장애인권리 예산을 일부 반영했지만, 남은 예산소위 심사에서 정부와 여당의 동의가 매우 중요하고, 특히 행정부 기재부의 동의 없이 각 상임위에서 반영된 ‘장애인권리 예산’ 통과는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주간 국회 각 상임위원회 예산결산기금소위원회가 진행한 2023년 예산안 심사에선 장애계의 요구가 일부 반영된 예산안이 통과됐다. 특히 보건복지위가 장애인권리예산을 일정 부분 반영해 전장연은 '제 47회 출근길 지하철탑니다’를 유보하기도 했다. 보건복지위는 ‘장애인 자립지원(탈시설) 시범사업’ 예산으로 정부 원안 48억 3400만 원에서 179억 원을 증액한 227억 3400만 원을 의결했고, ‘장애인 활동지원’ 예산은 정부안보다 5490억 3900만 원 증액된 2조5409억1800만 원을 의결했다. 이밖에 ‘장애인자립생활센터지원’, ‘주간활동서비스’에서도 정부 원안보다 증액된 예산이 의결됐다.

하지만 전장연은 “상임위에서 통과된 내용은 ‘예선’에 불과하다”라며 “이제 본선이 남았다”라고 밝히고 있다. 예산소위에서 각 상임위의 예비심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도 예산안의 최종 증감액을 조정하게 되는데, 국민의힘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어떤 응답도 하지 않으면서 정부 원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천막농성 시작하는 활동가들 “권리는 반드시 예산 반영으로 보장돼야”

2일 오후 2시 삼각지역에서 진행된 ‘삼각지역 천막농성 선포 결의대회’에선 다시 원점에 놓인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지난해 12월 3일부터 지금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230차례 지하철 선전전을 했고, 46차례 출근길 지하철을 탔다. 시민들에게 욕도 먹어가면서 1년 가까이 선전전과 지하철 타기를 했음에도 아직까지 우리가 이야기한 장애인권리예산을 윤석열 정부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라며 “상임위에서 관련 예산을 예결위로 올렸지만, 그것은 임시 방편일 뿐, 기획재정부가 확실한 답변을 주지 않으면 국회는 어떠한 예산도 추가적으로 만들 수 없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이어 “1년 동안 우리들이 목소리를 낼 때 누가 와서 들었고, 누가 와서 논의했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우리의 요구에 이제 정치가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라며 “국민의힘과 기획재정부는 약자들이 울지 않고, 서민들이 웃을 수 있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예산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활동가는 2001년 오이도역리프트추락참사 이후 21년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커져왔지만, 여전히 시설 중심 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정성철 활동가는 “21년 전에 비해 국가예산은 100조 원에서 500조 원이나 더 늘었다. 주거복지예산이라고 하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공공임대주택이나 주거급여 같은 주거정책을 대표적으로 이야기하는데, 정부에서 집 사라고 하면서 6억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때 이자를 지원해주는 것 역시 주거복지다. 그래서 이미 집이 있고 돈이 있는 사람들의 몫으로 엄청난 돈이 돌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들을 시설에 감추고, 밀어내도 장애인들은 폭력에 맞서 싸웠다. 징글징글하고 끈질기게 싸워서 주거 활동 서비스, 장애인 연금 같은 것들을 만들었다”라며 “앞으로도 이 걸음을, 이 싸움을 막진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영희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회장 직무대행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복지예산, 장애인예산은 동정과 시혜에서 비롯한, 떨어지는 떡고물이나 받아 먹으라는 듯한 만만한 예산 취급을 받는다. 가장 최저의 예산을 책정하면서 장애인의 삶, 사회적 약자의 삶을 보장해야 하는 정부가 예산에 맞춘 한정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지역 사회 안에서 장애인이 사람답게 권리를 행사하면서, 교육받고, 노동하고, 이동할 수 있겠나”라고 물으며 “당당하게 권리 예산을 쟁취하는 그날까지 투쟁해나갈 것이다. 장애인 모두가 지역사회 안에서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함깨 투쟁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모 언론에서 우리의 현실을 뼈저리게 알려줬다. 국회 상임위에서 아무리 예산을 증액하더라도 예결위에서 한번도 증액한 예산이 통과된 적이 없다고 저희를 일깨워줬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지난 1년의 외침이 무모하고 헛되지 않도록 이 자리에서 농성을 시작한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모든 시민이, 정치인이 장애인들이 떼를 써서 예산을 요구한다고 모욕하지만, 우리는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권리는 반드시 예산 반영으로 보장돼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욕설과 폭력 동원된 천막농성 설치 현장



한편,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천막농성장을 설치하려다 이를 제지하는 서울교통공사 직원, 경찰과 충돌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날 오후 2시 45분께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활동가들이 삼각지역에서 천막을 들고 하차하는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 소속 지하철 보안관과 경찰이 이를 막으며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천막 이동부터 충돌이 생기면서 승강장은 금세 아수라장이 됐다. 천막을 농성 자리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보안관들이 활동가들의 몸을 세게 밀어, 두 집단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이를 말리려던 경찰마저 활동가들을 무력으로 제압하려해 더욱 큰 혼란을 만들었다. 이에 전장연은 SNS를 통해 “이태원 참사가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경찰은 휠체어 탄 장애인을 둘러싸고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라고 경찰을 규탄하기도 했다.

전장연은 예결위 예산 반영을 기다리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는 다음달 1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삭발식과 지하철 선전전은 그대로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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