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피해자 지원 끝까지 하겠다"

정부에 이태원 참사 유족 요구 관련 조속 답변 촉구…피해자에 대한 대대적 지원 나서

22일 10.29 이태원참사 유족들이 정부에 6가지 요구를 밝힌 가운데, 162개 재난∙산재 참사 피해단체, 종교∙시민사회∙노동단체가 이에 대한 정부의 조속한 답변을 촉구하며 유가족·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등 단체들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피해자들의 요구에 기반한 지원체계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유가족·피해자의 참여 아래 재난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독립적인 조사가 이뤄지도록 피해자들의 권리를 옹호하겠다고 했다. 언론보도, 온라인 댓글, 유튜브 등에서 진행되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함께 모니터링 활동을 벌이는 한편, 심각한 가해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전날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처음으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나서 이번 참사의 책임이 이태원을 방문한 시민이 아닌, 정부∙지자체∙경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엄격한,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의 마련 등 6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정부, 유족에게 정보 제공 전혀 없었다

23일 기자회견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유족들에게 현재까지 이태원 참사 관련 진척 상황을 분명하게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참사 발생 이후 현재까지 유가족·피해자들에게 참사 발생 경위, 수사 진행 상황 등에 대한 정보제공 등을 전혀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견을 개진하거나 소통할 방법도 마련하지 않았다.

피해자 지원체계 마련과 관련해 하주희 민변 사무총장은 "헌법에는 생명권이 있고 국가의 보호 의무가 명확히 규정돼 있다. 그리고 재난안전기본법에도 지원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피해자에게 설명하고 얘기하는 과정은 필수적일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장례비를 신속하게 마련했다는 것을 자랑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해자 중심의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데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이는 매우 인도적이고 참여∙소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어제(22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이) 오전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일괄 국가배상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가 오후에는 그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런 식의 태도를 보고 정말 인도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정부는 앞서 유가족들이 발표한 요구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가족들이 어려워하는 점에 대해서 잘 살피고 얘기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진상∙책임 규명은 형사적 책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또한 단체들은 경찰 특수본이 최근 행정안전부 등 이른바 '윗선'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지만, 경찰의 인사권을 가진 행안부와 행안부 장관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구심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경찰 등의 사전 안전관리 대책이 왜 없었는지, 참사 당일 재난 상황 보고 체계와 관련 기관 간 협조체계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인파 통제를 위한 인력배치 등은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를 통해 참사 당일 경찰의 인력 운용 계획과 지시 등 정책 결정의 책임 소재를 밝히고, 참사 이전부터 위험신호가 있었음에도 국가가 왜 위기로 인식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구조적 배경∙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참사 당일과 그 이후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적 조치가 이뤄졌는지, 은폐∙축소를 위한 시도는 없었는지 등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 규명이 특수본의 수사와 형사적 책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상은 플랫폼C 활동가는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의 원칙을 제언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의 책임 규명은 생명과 안전에 대한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라며 △피해자를 폭넓게 인정(희생자, 희생자의 가족, 생존자, 구조과정에서 피해 입은 사람, 참사 목격자 등) △피해자들의 진술로부터 출발하는 이태원 참사의 책임 규명 △책임 규명의 범위에 참사 이후 주요 공직자들의 발언∙행위∙공백 축소 의혹 등 포괄 등이 필요하다며, 이태원 참사의 책임 규명은 피해자 중심성을 견지하며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도 진짜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정쟁이 아닌, 진정성 있는 국정조사 등이 필요한데, 이것으로는 형사처벌만 이뤄질 수가 있다"라며 "재발방지책, 사회적 치유 과정의 실천을 위해서는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의논해 피해자 유족들이 희망한다면 국민조사위원회 구성까지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위사실 유포 등 2차 가해, 고발할 것"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중단을 위한 모니터링도 진행된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취재 보도 준칙과 윤리 규정에 위배될 경우 게시 중지를 촉구하고 심각한 사안이면 법적 대응까지 나서겠다고 했다. 온라인게시판, SNS, 유튜브 등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신고를 통해 감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신미희 사무처장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에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사례를 제보할 수 있는 신고 센터를 마련했다"라며 "시민들이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언론 미디어 모니터링에 함께해주실 것을 부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모니터링은 참사 피해자 가족에게 언론, 미디어가 2차 가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하고, 재난 사고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사회에 만들어지는 허위 주장, 허위사실 유포를 고발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생존자, 지역주민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촉구됐다. 관련해 자캐오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원장 사제는 생존 피해자와 이태원 거리가 일터인 이들에게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것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이어 "뒤늦은 거리 통제와 구조 활동으로 살아남았더라도 몸과 마음, 영혼까지 깊이 가중된 죄책감과 표현하기 어려운 아픔이 반복되는 후유증으로부터 힘겨워하는 생존 피해자들은 그날 그곳에서 참사를 겪을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회와 국가를 신뢰하기에, 이 땅에 사는 동안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사회와 국가 시스템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제대로 작동한다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정부 여당은 하루빨리 생존 피해자들에 적절한 심리적∙물적∙사회적 지원 체계를 작동시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단체들은 참사 관련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용산구는 그동안 공개해온 이태원 관련 문건을 갑작스럽게 비공개 전환하고, 중대본은 시민단체들이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정보공개 청구한 회의자료에 비공개 결정을 통보해왔다. 용산서 정보과에서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 축제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한 정보보고서는 이미 삭제된 상황"이라며 "참사를 전후해 모든 국가기관이 생산한 참사 관련 기록의 보존과 공개는 성역 없는 진상규명, 책임규명을 위해 필수다. 10.29 이태원참사 관련 기록들이 의도적으로 생산되지 않거나, 삭제∙은폐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라고 했다.

현재 단체들은 피해자 지원에 대한 상담 및 대책협의, 피해자 법률지원∙유가족 모임 문의 접수 및 지원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참여연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10.29 이태원참사에 대한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이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공개하는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종합페이지를 공개했다. 종합페이지는 ‘정부 생산 정보’를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시민들은 종합페이지에 직접 질문을 남기거나, 이메일을 통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시민으로부터 제공받은 10.29 이태원참사와 관련한 정보는 종합페이지에 다시 공개하고 있다. 수집⋅공유한 정보는 진상규명을 위한 기초자료로 삼을 예정이다.

추가적로, 단체들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모니터링한 언론의 주요 보도, 특별수사본부 등의 수사 경과를 정리해 공개할 예정이다. 향후 국정조사와 같은 국회의 대응과 조사기구의 조사도 모니터링해 기록∙공개할 예정이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종합페이지(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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