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원로 "화물연대 요구는 입법사항…국회, 해결에 나서야"

파업 13일째, 화물노동자 가족에 대한 협박 등 탄압 심화 중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13일째를 맞은 가운데, 사회 원로와 각계 대표자들이 정부·국회가 앞선 화물연대의 파업 이후 5개월여의 시간을 허비했다고 비판하며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와 관련한 신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6일 오전 275명의 연명으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된 사회원로와 각계 대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현재 고유가·고물가·고금리 상황 때문에 화물노동자를 비롯한 많은 서민이 고통받고, 자칫 정부의 강경일변도의 대응책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우리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대안 없이 화물노동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기만 하는 정부 당국의 대응 방식이 더욱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어 절박한 마음으로 신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자 오늘 이 자리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화물연대의 요구인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품목 확대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이뤄지는 입법사항이라고 강조하며 입법기관인 국회가 적극적인 입법 활동에 나서 신속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화물연대의 파업 이후 국회에서 원구성이 완료되면 최우선 과제로 안전운임제를 제도화하겠다는 약속이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민생을 특별히 살피기 위해 구성한 국회 민생특별위원회는 3개월간 겨우 5번 열리고 종료됐다"면서 "안전운임제는 9월 29일 마지막 안건으로 다뤄지고 국토교통위원회로 회부된 후 제대로 된 심의 절차를 거치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를 향해서는 업무개시명령,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무리한 조사, 경찰력을 동원한 인신구속 협박 등 강경일변도의 무리한 태도를 바꾸길 바란다며 "화물노동자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로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정부 향해 탄압 중단하라고 다그친 사회원로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에 화물연대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다그쳤다. 문정현 원로 신부는 여는 발언에서 "업무개시명령. 유신정권, 군사 정권에서만 듣던 소리를 지금 들었다. 이걸 검찰 독재라고 하는구나 싶었다"라며 "정부가 뭔데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가. 노동자를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존재로, 노예로 보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분통이 터져서 참을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국민 여러분,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화물노동자를 살려 달라"라고 호소했다. 이어 권 전 대표는 "법치주의를 외치는 윤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박정희 정권에서 오늘에 이르는 모든 정권, 대통령, 장관 등은 노동자를 탄압하고 누를 때마다 법치주의를 얘기했다. 노동자들은 대통령의 법치주의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민주노총의 노동자들에게 엄혹한 세월을 뚫고 오늘에 이르면서 외친 말이 있다. 서서 싸우다 죽을지언정 무릎 꿇고 살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조합원들이, 깨어 있는 노동자들이, 화물노동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노총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화물노동자들이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윤 정부가 권력을 통해 노동자들을 지배하려 한다면서 국민의 자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화물노동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반인도주의적, 반법치적, 반민주적인 조치다. 심지어 없는 제도까지 만들어 강경히 대응하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일개 장관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뛰어넘어 스스로 입법자의 역할을 자처하고, 대한민국 국회를 능멸하고 있다"라며 "법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법을 빙자한 권력에 의한 지배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호하는 헌법 원칙에 충실한, 문자 그대로의 헌법 주의자의 자리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정부·국회가 약속한 대로 화물연대와의 논의를 진행하기를 바란다"라며 "사회원로와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오길 바란다며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사회적 압력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또 하주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비본질적으로 화물노동자들의 인간의 존엄성을 폄훼하는 발언들을 정부가 나서서 하는 것은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그 사람들이 얼마를 버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할 것"이라며 특히 "노동자들이 파업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자신들의 생존과 가정에서의 안정과 일상을 포기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하고 예의와 존엄을 갖춰서 이를 대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법에 의한 정의라는 것이 일방을 무력화하고 무시하는 방식으로 세워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현재 정부의 화물연대에 대한 탄압 상황을 설명하며, 투쟁을 묵묵히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 위원장은 "재벌의 담합을 막아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가 노동조합 사무실을 침탈하고, 날마다 화물노동자들의 개인 정보를 요구한다. 노조의 활동 내역을 달라고 겁박하고 있다. 게다가 화물노동자들의 가족들한테까지 압력을 행사해 면허를 취소하겠다,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며 이 때문에 "우리는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공공운수노조, 45만 화물노동자의 생존권은 곧 국민의 안전이라고 생각한다. 죽을 각오를 하고 싸우겠다. 우리의 투쟁을 지지하고, 엄호해주길 바란다"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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