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딛고 있는 마룻바닥, 이렇게 시공합니다

[워커스 상담소]

마루 시공노동자들의 하루

새벽 4시 30분, 이제 막 버스 첫차가 운행되는 그 시간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침밥 대신 아침잠을 선택해서 30분이라도 더 체력을 충전하고, 6시까지 현장에 출근해 커피 한 잔으로 허기와 졸음을 달래는 사람들. 마루 시공노동자들의 삶을 소개한다.

새벽을 깨우는 청소노동자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마루 시공노동자의 이야기는 제대로 드러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어디에나 빼곡히 늘어서 있는 아파트에는 전부 마루가 깔린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필자가, 그리고 우리가 딛고 있는 바닥을 빈틈없이 시공하는 사람들이 바로 마루 노동자다.

마루 노동자들의 하루는 아침 6시에 시작된다. 조회와 체조, TBM1을 마치고 대충 삼각김밥을 입에 밀어 넣고 작업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때가 된다. 그러나 마루 노동자들에게는 정해진 휴게 시간도, 점심시간도 없기에 알아서 밥을 먹고 다시 마루 작업을 하러 간다. 어떤 사람은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고 한 손에 김밥을 든 채 작업을 이어 나가기도 한다. 성실해서? 아니, 마루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도, 그리고 하루 일당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마루 노동자들은 온전히 작업량에 따라서 임금을 받는다). 그렇게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작업을 이어 나가면 저녁이 되고, 오후 7시가 돼야 겨우 퇴근할 수 있다.

  지난 11월 12일 2022전국노동자대회에서 한국마루노동조합. [출처: 권리찾기유니온]

마루 노동자들의 노동권

이처럼 마루 노동자들은 하루 13시간과 주 70~80시간의 중노동에 그대로 노출돼있다. 건설 현장에도 주 52시간제도가 도입됐지만,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 마루 노동자들에겐 주 52시간이란 다른 나라 이야기이다. 심지어 주휴수당을 받아본 적도, 유급으로 하루를 쉬어본 적도 없다. 안타깝게도, 얼마 전 대통령 선거가 있었지만, 마루 노동자들은 선거일에도 종일 일을 하므로 투표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러나 더 문제인 것은, 마루 노동자들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긴 노동시간과 적은 임금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루 노동자들의 급여는 작업량(작업 평수)에 따라 정해진다. 그런데 사측은 시공 마감 후에야 실제 작업한 평수를 알려준다. 자기들이 계산한 평수에 단가를 곱해 급여를 지급하는데, 이 과정에서 칼질(작업 평수를 의도적으로 낮춰 임금을 떼먹는 것)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렇게 잘라 먹히는 마루 노동자들의 평당 단가는 1만 원이다. 10년 전, 20년 전에도 똑같이 1만 원이었다.

노동시간과 임금이 열악한데, 작업환경이 문제없을 리가 없다. 화장실은 용변이 넘칠 정도로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건설사 직원 화장실은 막아두고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마루 시공은 마지막 단계의 작업이라 그나마 그 전 공정에서 있던 간이 화장실도 철거돼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화장실에 자주 못 가 변비에 걸리는 노동자들도 많다.

마루를 깔기 위해서는 바닥에 이물질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건설 현장에 만연한 화장실 문제로 앞선 단계의 현장 노동자들이 작업 현장에 용변을 보기도 한다. 그러면 마지막 단계의 작업을 하는 마루 노동자들이 현장 인분 등 쓰레기와 오물 등을 모두 청소한다. 마루 노동자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고 싶어도, 작업량에 비례해서 임금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치우고 작업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마루 노동자들은 무급 노동에 노출된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마루를 시공한다는 것은 하루 13시간과 주 80시간 노동, 칼질(임금 깎기), 인분과 오물이 난무하는 불쾌한 작업장 등 각종 수모를 감당해낸다는 것이다.

마룻바닥이 이렇게 만들어지는 이유

  마루 회사가 마루 시공노동자와의 고용관계를 위장하는 구조. [출처: 한국마루노동조합]

우리가 매일 딛고 생활하는 마루가 최악의 작업환경에서 깔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마루 시공 현장에는 취약한 노동자를 보호할 근로기준법이 없기 때문이다. 마루를 생산·시공하는 기업체 대다수는 마루 시공노동자들을 “3.3% 사업소득세 원천징수하는 사업소득자”로 둔갑시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막는다. 근로기준법이 사라진 작업장은 근로 시간, 임금, 안전한 작업환경 등 최소한의 근로기준조차 없다. 이 밑바닥 노동이 오늘 우리가 딛고 있는 바닥을 만들어왔다.

마루 노동자는 노동자다. 그러나 마루 회사는 근로소득세 대신 사업소득세를 신고한다. 관리자(소장) 또는 수장·내장 업체가 마루 노동자를 사업소득자로 신고하고 마루 회사(제조·시공업체)가 사업소득세를 직접 원천징수(3.3%)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마루 회사가 산하의 타 업체 명의로 사업소득세를 원천 징수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당사자도 모르는 사업체 명의로 급여를 지급한다. 사업소득세 원천징수는 또 다른 업체 명의를 사용하기도 한다.

  마루 시공 노동자 근로자지위 확인 공동진정 접수 기자회견. [출처: 권리찾기유니온]

빼앗긴 근로기준법을 되찾자

2022년 6월 13일, 한국마루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반격의 시작이다. 그동안 마루 노동자들이 취약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던 것은 근로조건의 기준이 되는 근로기준법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빼앗긴 근로기준법을 되찾고, 노동자의 이름과 자신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2022년 10월 13일, 한국마루노동조합은 권리찾기유니온과 근로자 지위확인 공동진정을 제기했다.

우리가 딛는 마룻바닥을 시공하는 노동자들이, 제시간에 퇴근해서 마룻바닥을 딛고 저녁 식사를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각주>
1. tool box meeting의 약자로, 원래 공구 상자 위에 앉아서 그날의 작업 사항이나 주의 사항에 대하여 토의하고 전달한다는 뜻인데, 건설 현장에서 아침에 작업하러 나가기 전에 몸을 풀고 주의사항을 전 달하는 시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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