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 노동자가 안전하고 행복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시간들

[르포] 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자들의 2022년 임단협 투쟁 이야기

11월 8일 저녁, 대구 남구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성모상이 있는 스텔라관 앞. 이 병원에서 간호, 간호조무, 청소, 경비, 행정, 임상병리 등의 업무를 마친 노동자들이 모인다. 노동자들이 “의료 공공성 강화 – 환자와 직원이 안전한 병원”이 적혀있는 조끼를 입고 깔판 위에 앉는다.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의 총파업 전야제가 있는 날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원하청 노동조합인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간호사·간호조무사·영상의학과 노동자 등)와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민들레분회(미화·주차·경비노동자 등)는 같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으로, 공동 파업을 준비해왔다. 두 원·하청 노동조합은 ‘투명경영 촉구·실질임금 인상·안전한 노동환경·비정규직 정규직화·하청노동자 처우개선’ 등을 병원 측에 요구하며 교섭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병원 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11월 초에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95.3%와 83.3%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한다.

4년 만에 다시 모인 성모상 앞

“선창할 테니까 같이 따라 불러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자, 둘 셋.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둘 셋.”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총파업 전야제를 시작하기 전에 ‘파업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 배우기가 진행된다.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 조합원들이 노랫말이 쓰여 있는 유인물을 보며 노래를 부른다.

“지키련다, 동지의 약속. 해골 두 쪽 나도 지킨다! 노조 깃발 아래 뭉친 우리. 구사대 폭력 물리친 우리.”

‘해골이 두 쪽’ 나고, 구사대 폭력과 맞서 싸울 각오로 임해야 하는 파업이라니. 처음 듣는 이들에게는 섬뜩하다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 파업을 하루 앞둔 노동자들에게서 진지함을 넘어 비장함이 느껴진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온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메뚜기 근무, 환자 수에 따른 근무 스케줄로 24시간 근무대기, ‘시차근무(평일 근무 시간을 한 시간씩 빼서 토요일 4시간을 근무하게 함)’라는 이름으로 강요하는 공짜 노동, 부서장 갑질, 불법파견…. 오랜 기간 산적한 문제들을 참아가며 일해 온 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것은 2017년 12월이다. 의료수익 전국 9위에도 불구하고 대구지역 대학병원 중 최하위 임금으로, 10년 이상 경력 간호사의 퇴사가 줄을 잇고 있을 때였다. 순식간에 600명이 넘는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이후 7개월간의 긴 교섭을 했지만, 병원 사측의 교섭 해태로 노동조합은 2018년 7월 총파업에 들어간다. 무더운 여름, 39일간의 총파업으로 기본급 5.5% 인상, 갑질 전수조사, 시차근무 폐지를 통한 15년 만의 주 5일제 실시를 쟁취했다. 뿐만 아니라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10명~12명을 고정해 안정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발판을 닦았고, 불법파견 간호조무사 79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에 합의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아름다운 가을밤입니다. 단체협약 요구안은 1년을 준비한 조합원 여러분들의 소중한 요구안입니다. 조정회의 후 축조교섭과 실무교섭을 시행했지만, 조합원들은 병원의 수용안에 만족할 수 없기에 2018년도에 뜨거웠던 파업 투쟁 의지와 절실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의료원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지금부터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 파업 전야제를 여러분의 힘찬 박수와 함성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오 맑은 태양 너 참 아름답다 폭풍우
지난 후 너 더욱 찬란해
시원한 바람 솔솔 불어올 때 하늘의
밝은 해는 비치인다


  11월 8일 총파업 전야제 문화공연이 시작되자 휴대폰 램프를 켜고 함께 하는 대구가톨릭대병원 노동자들 [출처: 연정 작가]

같은 공공운수노조 소속 경산시립예술단지회 조합원들이 무대에 올라 ‘오 나의 태양(O Sole Mio)’을 부른다. 누가 지시를 한 것도 아닌데, 순식간에 600개의 휴대폰이 뿜어내는 불빛이 노랫가락에 맞추어 흔들린다. 11월 8일, 이날은 달이 지구 그림자에 의해 완전히 가려진다는 개기월식이 있는 날. 무대 위쪽 하늘에 붉은 달이 떠오르고 있다.

임상병리사 100%, 간호조무사 50%가 비정규직

“5년 전 우리는 막막하고 두려운 심정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근로기준법도 어기고 갑질 문화가 성행하는 의료원을 바꾸겠다고 모였습니다. 그때보다 지금 많이 좋아졌습니까? 대답이 적은 것을 보니까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5년 전에 힘들게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아 우리는 또다시 투쟁의 마음을 부여잡고, 이 자리에 앉았습니다.”(의료연대본부 이향춘 본부장)

노동조합 설립 후, 마치 노동조합을 와해할 적임자를 찾기라도 하듯 지난 5년 동안 대구가톨릭대병원의 의료원장은 세 번이나 교체됐고, 이에 따라 병원 운영과 관련한 정책 · 행정 · 인사 등이 일관성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 노사가 합의한 사항도 이행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병원 측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를 합의사항 최대치인 12명 또는 그 이상을 담당하게 했다. ‘환자 수가 증가 또는 감소되어도 당일 근무 인원을 변경하지 않는다’는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고, 환자 수 증감에 따라 근무표가 매일 바뀌면서 불안정한 근무로 인해 연차나 오프 사용마저 제한됐다. (한국은 간호인력기준을 법제화하지 않아 간호사 1명이 적게는 15명 많게는 40명이 넘는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간호인력기준이 법적으로 정해져있는 나라들(일본 3명, 미국 5명, 호주 7명)보다 최대 10배가 넘는 수치(간호인력인권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 선전물, 의료연대본부, 2022.8.)다.

또한, 대구가톨릭대병원은 환자의 안전을 담당하는 곳임에도 전체 노동자의 15%에 해당하는 상시지속 업무에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다. 진단검사의학과 채혈팀 임상병리사는 100%, 병동의 간호조무사는 절반이 계약직인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병원 측은 법적인 직접고용 의무를 피하고자 1년 10개월 고용 후 계약을 해지하고, 2개월 뒤에 같은 사람을 다시 채용하는 편법도 사용하고 있다. 계약직 노동자의 계약만료가 다가와 퇴사자가 발생할 때마다 인력 공백은 지속해서 발생했다. 나간 인력을 바로 충원하지 않아 1년 내내 인력 공백 상태를 유지할 때도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남은 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 휴가도 사용하지 못하면서 일해야 한다. 그나마 간호사 이외 정규직을 채용하는 직종은 1년 6개월 계약을 한 후에 일정 평가를 거쳐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 경영진 앞에서 PPT 발표(업무와 무관한 가톨릭에 관한 내용)를 하는 등의 평가가 이뤄지는데,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어도 이 발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재계약이 어렵다. 환자이송을 전담하는 환자이송팀 간호보조 노동자들 역시 100% 계약직 비정규직이다.

“수십 킬로그램이 넘는 그 무거운 침상을 간호조무사 한 명이 이송하는 게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근골격계 질환이 많이 발생하죠. 간호조무사 혼자 이송하다가 환자 쇼크가 발생하거나 낙상 같은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배호경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 분회장)

노동조합은 환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2인 1조 시행을 위해 사측과 환자이송팀을 운영한다는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병원 측은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와 환자이송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에게 허리보호대와 손목보호대 같은 물품조차 개인적으로 사서 쓰라며 지급하지 않았다.

병원노동자들의 인력충원은 노동자들의 안전과 노동권뿐 아니라,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과도 직결돼 있다. 병원 인력 충원이 실제 7%의 환자를 살린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현실은 이처럼 암울하다. 외래환자와 병실이 늘고 병원 건물이 확장되거나 최신 의료기기가 도입되면 그에 따른 인력 충원을 하는 게 상식이지만, 병원 경영진은 있는 노동자들로 돌려막기하거나 있던 노동자들마저 줄이고 ‘좀 더 저렴한’ 불안정한 노동으로 대체하기에 급급하다. 그 결과는 3분 이하로 축소되는 진료시간, 병원 검사·진료를 위해 하루 휴가를 내야하는 등 환자들이 받는 피해로 이어진다(의료연대본부 2차 총파업 보도자료, 2022.11.20.). 심지어 지난 7월 29일,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국립대병원들을 상대로도 인력감축을 강요하고 있다.

3년 임금 동결 요구받은 ‘코로나 영웅’

코로나19로 소진된 병원노동자들(일명 ‘코로나 영웅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대구가톨릭대병원은 2019년~2021년 3년 동안 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그나마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2% 인상을 이뤄냈다. 코로나19 초기,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됐지만, 노동자들은 병원 측으로부터 교육을 받지도 병원 내부 감염 현황을 공유받지도 못했다. 또 접촉자 분리도 되지 않고 보호장구 지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업무에 투입됐다. 결국 2021년 여름, 병원 내 집단감염 상황에까지 직면하기도 했었다.

  11월 10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진행된 의료민영화 저지 노동개악 저지 인력감축 저지 의료연대본부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 [출처: 연정 작가]

“코로나 상황에서 다들 힘들게 코로나 병동을 운영하며 견뎌왔는데, 여기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병원 측은 직원들에게 업무적인 것만 요구해 왔어요. 노동자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병원이 직원들의 수고나 노고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작년부터 파업하는 한이 있더라도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병원을 바꿔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의지가 아주 높았어요.”(배호경 분회장)

노동조합은 2021년 말에 실시한 부서별 간담회를 시작으로, 올해 3월 전 직원 설문조사, 조합원 하루교육, 근무지 수시 순회, 부서별 현장 문제 요구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체 조합원과 소통했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 전체 요구와 부서별 현안을 파악해 2022년 임단협 요구안을 만들었다.

“의료원의 주먹구구식 경영 근절, 투명하고 체계적인 병원 운영, 환자들에게 부당하고 불편한 선수납제도 폐지, 그리고 물가인상을 고려한 실질 임금 인상, 환자 안전을 위한 필수 인력 확보와 안전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요구, 직원 복지를 위한 요구들을 만들었습니다. 여러 부서 현장 곳곳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업무적인 어려움을 개선하고, 의료 공공성을 강화해 환자와 직원이 안전하고 행복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요구들이었습니다.”(배호경 분회장)

꾹 눌러 참은 울분, 파업 결의까지 이어져

하지만 병원 측은 ‘비용이 많이 든다, 매출이 타병원보다 적다, 이걸 들어주면 다른 것들도 다 요구할 것이다’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노동조합의 요구안에 대해 불수용으로 일관했다. 8월 24일 교섭단 상견례로 시작된 2022년 임단협 교섭은 난항을 겪었다. 결국 노동조합은 6차 본교섭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준비한다. 그러자 병원 측은 마지못해 성탄수당 1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인력 증원과 감정노동 휴가, 육아휴직 연장 등 대부분의 노동조합 요구를 거부한 안이었다. 이날, 조합원 카톡방 알림은 쉴 새 없이 울렸다. “사측의 수용안을 절대로 못 받는다”는 조합원들의 글이 계속 올라왔다. 환자의 치유와 안전을 위해 묵묵히 참고 일해 온 노동자들의 울분이 폭발한 것이다.

  11월 8일 교섭에서 나온 사측 수용안에 대해 각 부서별로 토론하고 있는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 조합원들 [출처: 연정 작가]

“주말 내내 간부 대의원들과 우리의 핵심 요구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했고, 조합원들, 간부 대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토론했습니다. 그 결과 파업을 하더라도 반드시 쟁취해야 할 임금 인상안과 핵심 요구안을 만들게 된 거죠.”(배호경 분회장)

노동조합은 임금인상을 포함해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같은 특수부서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간호조무사의 정규직화, 1일 이상의 감정노동 휴가, 육아휴직 기간 확대, 야간 근무자 보호를 위한 휴가, 환자 선수납제 폐지 등의 요구안을 쟁취하기 위해 본격적인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파업전야제 전날인 11월 7일까지 13차례의 교섭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파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야간순회도 같이 다니고, 대의원 회의도 참석하고, 중식 피켓팅도 같이 했어요. 일반 조합원들이 이래 많이 나오나? 중식 피켓팅에 한 60명 나왔더라고요. 조합원들의 투쟁 열기를 보면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교섭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자성어가 생각났습니다. ‘필사즉생’.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반드시 살고, 이길 수 있구나.”

대구가톨릭의료원분회 교섭에 참여했던 김영희 지부장(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은 이번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 임단협 투쟁에 함께 하는 내내 행복하고 감사했다고 했다. 파업 투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한 신규 조합원만 60명이다. 용역업체 현대TMS 소속으로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민들레분회 미화 현장대표 정경화 씨도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의 투쟁을 응원하며,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현실과 진행 중인 투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2021년 노사 교섭을 하면서 임금 인상이 아닌 각 현장에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미화 현장은 출퇴근 시간을 현실화해 매일 반복되는 1시간 이상의 무료 노동을 없앨 수 있었고, 주차 현장은 각자의 고유 업무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경비 현장은 근로기준법 적용조차 받지 못하는 감시단속적 노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성과를 거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개선돼야 할 것들을 바로 세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경화 대표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10년 이상 동결된 설·추석 명절비와 식대수당·위험수당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민들레분회 조합원들 역시 청소업무 중에 주사바늘에 찔리거나 주차장에서 차량에 치이는 사고 등 일상적인 안전문제에 노출돼 있다. 민들레분회는 11월 10일 총파업 돌입을 앞두고 있다.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며 만들어진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 몸짓패 [출처: 연정 작가]

투쟁하고 또 투쟁하고, 쟁취하고 또 쟁취합시다

“오늘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축조교섭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다시 교섭을 한 결과, 임금인상 3%와 12월 성탄수당 30만 원 신설 외에 네 가지를 모두 쟁취했습니다. 아직 부족하다는 조합원들 많이 계시겠지만, 의료원이 우리 투쟁 의지에 많이 놀라 수용안을 많이 제시했습니다.”

“와아~~!!”

배호경 분회장의 교섭 결과 보고에 조합원들이 함성을 지른다. 총파업 전야제 1부가 마무리되고, 조합원들은 각자의 부서 간부 · 대의원들에게 자세한 교섭 결과를 공유받고 사측의 수용안을 받을 것인지 토론을 한 후에 다시 스텔라관 앞에 모이기로 한다.

“개기월식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하다가 뒤늦게 밤하늘을 본 조합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탄성을 지르며 사진 촬영을 한다. 개기식이 최대를 이루고 있다.

30분 후, 부서별 토론을 마친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 조합원들이 다시 성모상 앞에 모인다. 총파업 전야제 2부가 시작되고, 파업을 준비하며 외래병동 조합원들이 만든 몸짓패 ‘아싸(아웃사이더)’의 열정적인 데뷔 무대로 전야제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진다.

“조합원 토론 결과를 수합했습니다. 몇몇 부서의 조합원들께서 오늘의 사측 수용안을 받을 수 없다고 하셨고, 조합원 대부분께서 오늘의 사측 안을 수용하겠다 하셨습니다. 다소 부족할 수도 있고,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왜 이거를 못 했느냐 질책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파업 투쟁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이 요구안도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원 여러분, 올해가 끝이 아닙니다. 2018년 39일 파업을 마칠 때도 우리가 얘기했습니다. 오늘이 끝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노동조합은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노동조합을 믿고 옆에 있는 동지를 믿고 진행한 임단협 투쟁을 오늘 마무리하겠지만, 또 내년을 기약하고 또 내년을 기약하며, 투쟁하고 또 투쟁합시다. 쟁취하고 또 쟁취합시다. 그래서 분회장이 선포하겠습니다. 2022년 임금 인상안 및 단체협약안을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동지 여러분 동의하십니까?”

“투쟁!”

총파업 전야제 2부가 끝나고 귀가하는 노동자들의 발걸음이 처음 모일 때보다 가볍다. ‘최선을 다한’ 이들의 당당함과 자긍심이 묻어있는 발걸음이다. 파업하고 싶어 파업하는 노동자는 없다. 물론, 다음날 파업 출정식부터 취재와 인터뷰를 할 꿈에 부풀어있던 필자의 아쉬움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말이다. 그사이 개기식이 끝나고, 부분식이 시작됐다.

내일 아침, 피곤한 몸을 일으켜 환자들의 안전하고 편안한 진료를 위해 출근 준비를 시작할 대구가톨릭대병원분회 조합원들을 응원한다.

[덧붙이는 말]

11월 8일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는 병원 사측과 ‘기본급 3% 인상, 성탄수당 30만 원 신설, 중환자실과 영상의학과 등 특수부서 비정규직 16명 2년 내 정규직화, 환자이송 2인 1조를 위한 인력증원, 환자 선수납제도 폐지와 개선, 감정노동 휴가 1일, 야간근무 30개당 유급휴가 1일 부여, 환자 수 증감에 따른 근무 간호사 수 변경 금지, 콜대기수당 신설 등’에 관한 잠정합의를 했다. 이 합의안은 조합원 토론과 찬반투표에서 82.4%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11월 22일 조인식을 진행해 대구가톨릭대의료원분회의 공식적인 2022년 임단협 투쟁이 마무리됐다. (민들레분회 역시 의견접근과 합의를 이뤄내 총파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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