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노동자 투쟁, 웬만큼 싸워서 이길 수 없다”

[좌담회] ‘기업 편’ 윤석열 정부 맞선 올해 노동자 투쟁 방향은?

윤석열 정부가 임기를 시작하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부터 최근 화물노동자들까지 강도 높은 파업 투쟁이 이어졌다.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의 투쟁에도 파업을 이기적인 행동, 노조를 기득권 집단으로 보는 정부의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경제위기 속 노동자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임금, 노동시간 개악과 함께 민주노총을 타깃으로 한 노조 탄압이 예상된다. 노동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워커스》는 지난 12월 23일, 올해 노동자 투쟁을 이끌었던 노조 임원들과 함께 내년도 노동자 투쟁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를 가졌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남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부위원장,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다솔 기자, 김동성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 [출처: 은혜진 기자]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인 좌담회 참석자들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장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먼저 타격이 온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럴수록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각 영역의 노동자 투쟁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십 년 전부터 작동된, 국가 권력과 자본이 짜놓은 ‘노조 혐오’ 프레임에 갇힐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노동자를 포괄한다는 노조의 원칙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모였다. 내년도 상반기부터 격화될 윤석열 정권에 맞선 노동계 싸움, 내년의 투쟁은 올해 진행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투쟁을 넘어서는 연대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회
박다솔 《워커스》 편집장
패널
김동성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
오남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부위원장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
정리·사진
은혜진 기자


박다솔 올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와 화물연대가 벌인 큰 투쟁이 두 차례 있었다. 투쟁을 촉발한 상황들이 매듭지어지지 않았지만, 정부의 강경한 대응 속에 일단락됐다. 보수 언론은 정부의 쟁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것이 노동 개혁 등 정부의 정책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두 투쟁을 중심으로 올해 일어난 노동자 투쟁,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 조직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동성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쟁의권을 얻어 올해 6월 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일주일이 경과하니, 생산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고 원청에서 구사대를 동원해 사업장 내 7~8개의 파업 거점을 침탈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노동자 간의 충돌을 예방하고 투쟁 수위를 높여갈 전술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유최안 거통고지회 부지회장이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 안 철 구조물에 들어갔다. 그리고 6명의 노동자는 그 위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사실 거통고지회가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싸움을 진행했고, 금속노조는 쫓아다니기 바빴다.

그럼에도 금속노조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즉각적으로 거제에서 결의대회를 배치했다. 거통고지회의 점거 농성 돌입 후엔 거의 매주 대규모 집회가 개최됐다.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하지만, 투쟁의 결과는 아쉬움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거통고지회가 요구한 임금 30% 인상, 노조할 권리 등은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했다. 오직 1독 안의 7명 동지가 안전하게 복귀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고 요구사항 관철은 이후 과제로 넘겼다. 한편 금속노조 중앙에서 다른 전술을 갖고 대응했어야 한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이러한 주장도 쉽지 않다. 3천 명~4천 명의 조합원이 옥포조선소 담을 넘자는 제안도 있었는데 역공에 대한 우려도 배제할 수 없었다.

거통고지회 투쟁은 대우조선 하청 개별 노사 간의 싸움이 아니라, 국가 권력에 맞선 싸움이었다. 국가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뿐만 아니라, 노조 활동을 인정해야만 싸움을 노동자 승리로 가져올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거통고지회 내지 금속노조만의 싸움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국가 권력과의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화물연대 투쟁과도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오남준 화물연대의 투쟁으로 국민이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를 지속·연장해야 한다는 데 74%가 동의하는 등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노동자 투쟁에 대한 자본의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강경 대응을 예상했고, 경제가 어렵다 보니, 투쟁에 대한 여론도 마냥 긍정적일 수 없는 국면이었다. 노조가 투쟁을 벌일 때 이런 조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종료됐지만, 아직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래서 화물연대 투쟁을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다만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에게 먼저 타격이 오는 만큼, 안전운임제와 같은 가장 아래쪽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투쟁의 정당성을 제대로 설명하고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파업 종료 때 눈물을 보인 조합원들이 있었다. 이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 서러움, 그리고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탄압에 맞서 또다시 싸워나가자는 의미였다.

“경제위기 상황, 안전운임제와 같은 가장 아래쪽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투쟁이 필요하다.”

이태의 민주노총의 올해 사업의 큰 방향은 불평등한 세상을 깨는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본의 위기 시기, 특히 윤석열 대통령으로 정권이 바뀌는 시기에 노동자가 역할을 하고 사회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큰 의제에 집중하다 보니 거통고지회나 화물연대처럼 기획된 투쟁을 모아 하나의 힘 있는 투쟁으로 주도하지 못했다. 이러한 현장 투쟁이 있을 때 민주노총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민주노총은 거통고지회 투쟁에서 공권력이 탄압하면 즉각적인 정권 퇴진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화물연대 투쟁에서는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하면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동맹 파업 얘기가 나왔다. 이를 통해 건설 노동자들이 동조 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결정 과정 속에서 투쟁을 함께 묶어 나가려고 했다.

공권력을 통한 폭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용인됐던 투쟁 방식이 이젠 다른 분위기 속에서 위축되고 있다. 이미 정부 차원의 큰 그림 속에서 민주노총을 아예 지워버리려는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거통고지회, 화물연대 투쟁을 현재까지 평가하고 끝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차원에서는 이 두 투쟁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투쟁과 결합해 있는 등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김동성 두 투쟁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이 즉각적, 공세적이었다는 것에 공감한다. 민주노총이 특히 거통고지회 투쟁에서 적극적이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공권력의 파업 거점 침탈 시 대응이 아니라, 준비가 좀 더 적극적이고 세밀하게 돼 있었다면 당장 집결하라는 지침이 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내부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는 상황에서는 침탈 시 대응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다솔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 진압을 동력 삼아 노동 개혁 등 3대 개혁에 나서고 있다. 특히나 최근 노조에 대한 재정 감시를 포함해 회계 자료 공개까지 압박하고 있다. 노조에 대한 전방위적 탄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각 조직에서는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오남준 공정거래위원회가 화물연대를 조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지 아니면, 다시 조사에 나설 것인지를 12월 28일 결정하겠다고 했다. 검찰을 통해 압수수색을 진행할 가능성도 높은 것 같다. 화물연대라는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는 화물연대에 대해 무엇을 조사하겠다는 지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러면서 화물연대 조합원 탈퇴자 명단 등 신상 정보가 포함된 문서를 요구했다. 이로 인해 공정위 조사를 거부한 상태다. 이후 상황을 통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태의 재정과 관련해 만약 민주노총 내부에 비리 등 도덕적 결함이 있다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조가 유지되는 가장 기본적 원칙이다. 한편에서는 정부가 노조를 흠집 내고, 통제하려고 하는 것인데 이는 당연하게 거부해야 한다. 가장 앞선 행위들이 공정위를 통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화물연대 탄압이었다. 특히 한국 정부는 이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을 비준해 결사의 자유가 작동 중인 시점에 민주노총이 노조가 아니라고 접근하고 있다.

한 측면에서는 우리의 원칙대로 ILO 제소 등 국제적 심판을 받기 위한 행동을 지속해야 한다. 다른 측면에서는 노조 내부에 재정과 관련한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바로잡고, 민주노총을 길들이려는 시도가 있다면 전 조직이 사활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계속 민주노총 전 조직의 회계를 들여다보겠다고 나선다면, 경찰의 침탈이 우려될 수도 있다. 이러한 폭력적 행위가 진행된다면 이 사건 자체를 헌법과 노동자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행위로 규정할 수밖에 없고, 이는 2023년 투쟁을 시작하는 결정적 도화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성 노조의 회계를 들여다보고 감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노동자의 단결권을 당연히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건강한 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은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회계는 조합원에게 투명해야 할 일이지, 정부에 투명할 이유는 없다. 물론 노조가 항상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부의 방침 때문에 노조가 더 조심해야 할 문제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다솔 정부는 올해 일어난 노동자 투쟁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조직된 노동자를 ‘기득권 집단’으로 몰아갔다. 노동자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반복되고 있는데, 이 ‘기득권·귀족노조 프레임’을 노동계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이태의 화물연대가 소속된 공공운수노조의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의 40% 이상이다. 민주노총도 30%를 넘었다. 그리고 최근 윤석열 정부와 부딪히는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였다. 가장 열악한 노동자가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을 두고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윤석열 정부가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저의를 생각해보면 결국 기업들이 저임금 노동자들을 더 이상 쥐어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노동시장이 이원화된 가운데, 기업이 쥐어짜기 유리한 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확보해오던 조직된 노동자였고, 대규모 공장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을 가장 열악한 수준으로 끌어내리자는 것이 정부 정책이다.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나마 투쟁을 통해 권리를 확보한 노동자들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민주노총이 언론과 사회와 소통하는 역할을 해야겠지만, 윤석열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인지가 중요하다. 예전에는 경영계가 정권이 바뀌면 자신들의 요구안을 관철하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자리에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앉히는 등 이 둘의 결합도가 더 높아졌다. 귀족노조라는 프레임 앞에 모두 최저인생으로 살 것이냐고 거꾸로 되묻고 싶다.

“조직된 노동자, 대규모 공장 노동자를 가장 열악한 수준으로 끌어내리자는 것이 정부 정책이다.”
“정부가 비정규직 등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를 걱정해서 민주노총을 귀족노조라고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김동성 금속노조의 경우에는 대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실제 내부 노동자 간에 격차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부에서 귀족노조라는 비판도 받는다. 그런데 정부가 비정규직 등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를 걱정해서 민주노총을 귀족노조라고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정부가 정말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걱정된다면 미조직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이들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했다.

이와 별개로, 대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금속노조는 정책을 집행하는 데도 이 비중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금속노조가 조금 더 미조직 사업, 사회의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도 취약계층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겠다고 내세우는 만큼, 이에 대한 사업을 조금 더 배치해야 할 것이다.

박다솔 노조혐오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노조에 대한 악의적인 선동이 문제되고 있지만 여전히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노조에서도 대중과의 접점 확대를 위해 노력있지만 효과는 미약해 보인다. 이에 대한 어떤 고민과 방안을 갖고 있나?

이태의 각 영역의 노동자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 공공성과 안전, 지향하는 세상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부족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그러나 그 역할을 모두 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인정할 수가 없다. 노동자는 자신이 담당하는 영역의 최고 전문가다. 이 때문에 화물노동자들이 도로 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향을 말하고, 건설노동자들이 건설 현장에서 매년 600명이 사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정부도 건강보험료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하기 전에, 연금 개악을 추진하기 전에, 건강보험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연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이 사회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물어야 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가장 앞장서 싸웠던 것은 정부 정책이 아니라, 의료인들이었다. 국가가 공권력과 행정력을 모두 가진 공정하지 않은 싸움 구조 속에서 민주노총이 언론 프레임에 졌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노동자, 사회 약자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정신이다.

김동성 노조 혐오 시각은 몇 년 전부터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꾸준히 존재해왔다. 국가는 불과 30년 전만 해도 폭력적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해왔다. 지금도 국가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노사 간의 분쟁을 조율하고 노동3권을 부여하기보다는 자본 쪽에 철저히 기울어져 노조를 탄압하는 역할만 계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연구기관을 설립해 논리와 통계를 바탕으로 노동계의 입장을 설명한다 해서 여론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노조가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정규직 위주의 활동을 해왔다면, 이제는 권리가 배제된 비정규직 위주의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권리가 배제된 비정규직 위주의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박다솔 경제지표들이 안 좋다. 정부는 민주노총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집단으로 몰면서 노동개악과 여러 가지 시장주의 정책들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동계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이태의 한국 정부가 세계 경제위기 때문에 수출을 주도하는 한국이 더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대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노동자들의 삶은 지금 얘기되는 경제위기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부닥쳤다. 고물가, 고금리 속에 임금 상승마저 억제되는 가운데 노동자의 삶은 궁지에 몰리고 있다. 가장 위기에 내몰린 노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가장 기본적인 생명을 지키는 투쟁이 앞으로 전면에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조직된 노동자, 미조직 노동자,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이 싸움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회보장제도다. 건강보험과 연금 개악이 구체화하고 있어 이대로면 ‘다 죽는다’는 것이 노동계의 판단이다. 민주노총이라는 조직된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조직된 힘으로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파업이 필요하면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사회적 대안을 만드는 등의 국민적 설득이 필요하다. 그동안 건강보험과 연금의 경우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운동했던 역사가 있다. 우리의 대안을 만들고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제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역할은 경제위기를 틈타 자본에 퍼주기만 하는 정책을 막고, 사회적 목소리를 강화하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김동성 경제위기의 본질이 바로 신자유주의 정책인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신자유주의 정책 강화로 해결하겠다고 하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 규제 완화는 집값을 더 높여 경기를 유지하겠다는 발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의 폐해에 대한 이해가 공통으로 이뤄져 있고, 정책 방향을 틀려는 분위기들이 충분히 있는데 한국만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때문에 올해는 정부와 노동계가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오남준 정부는 경제위기에서 노동자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계속해서 사용한다. 그럴수록 사회 전체에 대한 시야를 갖고 의제를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논리를 잘 만들고, 전문가를 키워내는 방식으로만 가능하지 않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연대 조합원뿐만 아니라, 전체 화물노동자 42만 명의 생존권과 관련돼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자본들의 탄압과 착취는 거세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존권 위협에 따른 투쟁은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대기업 자본들은 경제가 어렵다면서도 사내유보금을 쌓아놓지 않았나.

이태의 앞서 밝혔듯 민주노총이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어떠한가. 철저하게 기업들의 편에 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자문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노동을 시장으로 보고, 근로 시간과 임금 제도를 자본에 유리한 방식으로 구성하기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래도 이전 정권들은 사회적으로 검증된 정책 혹은 검증을 위한 장을 만들어서 추진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모아 만든 정책을 사회적 대안인 것처럼 만들었다.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고 진정한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정부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도 마찬가지다. 로드맵은 자본이 자율적으로 안전 체계를 세우는 방식에 초점을 뒀다. 이미 사회적 공감대는 ‘산업재해는 기업의 살인’이라는 요구 속에 경영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리고, 근본 대책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는데, 이를 정부가 무시한 것이다. 이를 막아내는 투쟁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화물연대의 투쟁은 개별 사업장을 넘어 윤석열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지표를 던져줬다.”

박다솔 그렇다면, 올해와 이어지는 내년 투쟁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김동성 정부의 노동 개악 저지 투쟁과 노조법 2·3조 개정 요구가 맞물리면서 진행될 것 같다. 노동 개악을 저지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노조법 2·3조 개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금속노조는 2020년부터 얘기해온 ‘노동 중심의 산업전환’ 요구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올해 진행된 거통고지회 투쟁은 전체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전라남도 영암군의 현대삼호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이 4대보험 보장, 퇴직금 지급, 안전 문제 개선 등의 요구를 하며 싸우고 있다. 이를 요구하며 12일째(12월 23일 기준) 파업 투쟁을 벌이는 이들은 지난 12월 15일 해고 통보를 받고도 여전히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다. 거통고지회 투쟁이 조선소 하청 문제를 일거에 폭로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 투쟁은 노동자가 싸워서 작은 부분이라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투쟁이 될 것이다. 내년에 영암, 거제, 울산 등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연대해 투쟁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오남준 전선은 명확해졌다고 생각한다. 화물연대가 노동운동의 최선봉에서 투쟁했지만, 윤석열 정부에게 비참하게 짓밟혔다. 이는 민주노조 전체에 대한 탄압이었다고 생각한다. 화물연대 투쟁은 민주노총의 투쟁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내년에는 민주노총을 비롯해 모든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 국민이 앞장서서 불평등한 한국 사회를 바꿔내야 한다.

이태의 화물연대 파업이 끝났다고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화물연대 투쟁은 웬만큼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줬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을 비롯해 이후 투쟁을 조직하는 단위는 화물연대 투쟁을 넘어서는 연대를 결의해야 할 것이다. 화물연대의 투쟁은 개별 사업장을 넘어 윤석열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지표를 던져줬다. 정권과의 싸움을 내년도 상반기에 진행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 때 민주노총이 조직된 노동자로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드는 역할을 한 바 있다. 앞으로 사회적 참사와 관련해 국가에 책임을 묻는 활동들에 앞길을 트는 역할도 민주노총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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