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 기후정의파업 핵심 요구안, 일부 수정…“에너지 감축 경로 차이 확인”

‘시민들의 필수적 전기/가스 요금 인상 철회’ 대신 '에너지 공공성 확대' 넣어 문구 조정

이견과 비판이 뒤따른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의 대정부 요구안이 일부 수정됐다. 6대 핵심 요구 중 시민들의 필수적 전기/가스 요금 인상 철회를 요구한 부분이 삭제된 것인데, 여전히 기후정의운동 내 에너지 수요 감축 및 전환의 경로와 방법에 대해 이견이 존재하는 상태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414 조직위)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대정부 ‘6대 핵심 요구’를 일부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필수적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철회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라’라는 요구는 ‘에너지 공공성 강화로 전체 에너지 수요를 대폭 감축하고, 시민들의 필수적 에너지를 탈상품화해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라’로 최종 수정됐다.

해당 요구안은 2월 28일 첫 발표가 되기 전에도 414 조직위 내에서 여러 이견들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414 조직위는 3월 7일 내부 토론, 3월 9일 ‘공공요금 인상 쟁점 토론회’를 진행하며 요구안 조율을 시도했다. 414 조직위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기후위기에 맞서 함께 싸워온 우리가 공동으로 발딛고 목표하는 바가 ‘에너지 수요감축과 전환’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하지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과 경로의 차이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414 조직위는 요구안은 수정됐지만 “결국 에너지 수요감축을 위해서는 자본/기업에 대한 사회적, 공공적 통제가 핵심”이라며 “자본의 에너지 사용에 대한 사회공공적 통제를 통한 에너지 수요감축과 시민들의 필수적 에너지 탈상품화를 통한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의 보장이 바로 에너지 사회공공성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28일 진행된 414 조직위의 대정부 요구 발표 기자회견 [출처: 414 조직위]

요금과 관련한 부분은 6대 핵심 요구안에서 삭제됐지만, ‘13개 영역별 구체 투쟁 요구’에 남았다. 13개 영역별 구체 투쟁 요구 중 첫 번째 요구인 “시민들의 필수적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철회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라”가 “대기업들의 에너지 요금을 충분히 인상하며 시민들의 필수적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철회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라”로 바뀌었다. 에너지 요금과 관련한 특혜를 받는 대기업에 더 큰 기후위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13개 영역별 구체 투쟁 요구 중 두 번째는 “대기업 전력요금 특혜 중단, 에너지 기업 횡재세 부과” 등이다.

414 조직위는 입장문을 통해 기후위기의 책임이 자본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며 “고삐 풀린 자본에 재갈을 물리고 통제하지 않으면 에너지 수요감축은 어불성설”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30년 동안 탄소세, 배출권거래제, 요금 인상 등 온갖 가격 기반 정책이 실패한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직위 한 관계자는 “지금 논쟁은 요금 문제로 드러났지만 사실 에너지라는 파괴적이고 한정된 재화를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는가의 문제”라며 “기후위기-에너지 위기의 원인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의 차이와 에너지 전환의 경로와 방법의 차이 등 주류환경운동과 최근 확산하고 있는 급진적 기후정의운동 사이의 간극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류 기후운동단체들은 발전원가에 환경비용을 반영하는 제도인 탄소세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에너지 요금과 관련해서도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저렴한 에너지 가격이 에너지 낭비를 유발하고 있다’라며 일괄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기존 기후운동에서 ‘정의’를 강조하며 체제 전환을 목표로 활동하는 기후정의운동 활동가들은 배출권 거래제나 탄소세 같은 시장주의 정책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연간 1% 내외로 미비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시장주의 정책은 실패했다”라며 “이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체제의 실패이며, 이에 따라 체제를 바꿔야 문제가 해결된다”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업 권력을 직접 제어하고, 노동자와 시민의 손으로 경제체제를 민주화하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414 기후정의파업 대정부 요구

함께 살기 위해 멈춰!

<2대 방향>
1. 기후정의를 향한 사회공공성 강화로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라!
2. 자본의 이윤축적을 위해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생태학살을 멈춰라!

<6대 핵심 요구>
하나, 에너지 공공성 강화로 전체 에너지 수요를 대폭 감축하고, 시민들의 필수적 에너지를 탈상품화해 에너지 주거권을 보장하라!
하나, 에너지기업들의 초과이윤을 환수하고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탈석탄·탈핵을 추진하라.
하나, 모두를 위한 공공교통 확충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라!
하나, 노동자, 농민, 지역주민, 사회적 소수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시작하라!
하나, 광범위한 환경파괴와 생태학살, 신공항, 케이블카, 산악열차 건설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
하나. 자본과 결탁한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 그린벨트 해제 권한 지자체 이양 시도를 철회하라!

<13개 영역별 구체 투쟁요구>
① 대기업들의 에너지 요금을 충분히 인상하며 시민들의 필수적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철회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라
② 대기업에 대한 전력요금 특혜를 중단하고 에너지기업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하라
③ 농어촌파괴‧민영화로 추진되는 재생에너지가 아닌 지역주민 참여 아래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실현하라
④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당장 중단하라
⑤ 신규 핵발전소 건설, 수명연장, 핵발전소 내 핵폐기장 건설 당장 중단하고 주민 이주 대책 마련하라
⑥ 교통요금 인상 전면철회, 대중교통 공영화하고 공공교통을 대폭 확충하라
⑦ 가덕도, 제주2공항, 새만금, 흑산도 신공항 등 모든 신공항 추진계획을 폐기하고, 건설 예산을 공공교통 확충 예산으로 전환하라
⑧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만 부추기는 그린벨트해제 권한 지자체 이양시도를 당장 철회하라
⑨ 농지와 농촌을 파괴하는 기후대책을 중단하고 식량주권 실현과 농민 생존권 보장을 위한 공공농업을 실현하라
⑩ 동물학살을 초래하는 대규모 공장식 축산 생산/소비에 대한 사회적 통제 방안을 마련하라
⑪ 기후위기 가속화하고 생물다양성 훼손하는 개발사업 중단하고, 모든 개발사업에 기후영향평가 실시 및 지역주민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라
⑫ 발전소 폐쇄에 따른 발전 원‧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 후퇴 없는 고용을 보장하고, 산업전환으로 피해를 보는 모든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라
⑬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장애인, 이주민, 빈곤층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시혜나 보호가 아닌 존엄한 삶의 권리를 보장하고, 정의로운 전환 주체로서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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