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 총파업으로 정치에 책임을 물을 터"

[대담]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위원장

일시: 2023년 5월 3일 사파기금 사무실
대담: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2022년 화물연대는 11월 24일부터 12월 9일까지 16일간 전국 파업을 감행했다. 윤석열 정권이 노조탄압을 공식적인 노동정책으로 천명하고 온갖 흑색선전, 공권력 투입 협박등으로 몰아붙이면서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대우조선 파업이 끝난 후 연이어 터진 파업이었다. 화물연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한달내에 첫 파업을 감행했던 노조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권은 민주노총 내에서 싸울 의지가 있고 싸움에서 물러나지 않는 노조를 공격하고 있다. 그리고 화물연대노조 파업 다음으로 집중탄압의 표적이 된 건설노조에서 지난 5월 1일 메이 데이에 양회동 노동자가 분신 자결했다. 정권과 자본에 맞서 싸울 의지가 있는 노조들이 함께 뭉치길 바란다. 화물연대 노조가 윤석열 정권에게 노동자답게 하는 ‘제대로 된 복수’는 새로운 총파업일 것이다. 이 대담은 양회동의 분신 이틀 후인 5월 3일 진행하였다. 대담은 화물연대 파업의 전과정에 대한 복기와 함께 일몰제 논쟁을 넘어서 품목 제한 완전철폐, 완전한 노동자성 쟁취등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호칭은 각각 대담자 권영숙 대표는 “권”, 이봉주 위원장은 “이”라고 줄여 사용하기로 한다)

권영숙 사회적파업연대기금 대표 (이하 권): 먼저 3월 25일 민주주의와노동 연구소 창립식에서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신 축사가 무거워서 이 요청에 어떻게 부응할까 생각도 했는데 차차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년 12월 파업종료 이후 시간이 꽤 지났고 파업기간 동안 인터뷰를 했다면 진행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도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연대자들에게 알리면서 함께 할 기회일 수도 있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지금 몇 달 지나서 그때 16일간의 파업, 파업 전후와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정과 현 정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업은 윤석열 정권의 역공으로 더 가열되어 진행됐지만, 그래서 오히려 다시 찍고 가야 할 지점과 짚어봐야할 화물업종 관련 쟁점들도 있다고 보고요. 해서 이 두 가지를 다 볼 수 있는 지금이 오히려 토론의 적기일 수도 있다 싶습니다. 이 인터뷰는 평이한 인터뷰라기보다는 저와 하는 직격 인터뷰 혹은 대담처럼 생각하시고 저도 쟁점을 끌어내기 위해 이야기를 좀 직접적으로 하겠습니다. 멈추지 마시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그리고 생각하고 있는 바를 조금 더 끌어내서 말씀해 주시면 더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요.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위원장 [출처: <사파동행> 8호]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위원장 (이하 이): 네. 좋습니다. 연구소 창립 다시 축하합니다.

권: 벌써 이틀 전이네요. 5월 1일 메이 데이 세계노동절 현장에서 건설노동자의 분신 소식을 들으면서, 그리고 집회장에서 잠시 뵙기도 했지만, 복잡한 심경을 서로 나누기도 했는데요. 작년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 속에서 파업을 감행했던 화물연대 위원장으로서 그날 현장에 있던 그 누구보다 더 착잡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의례적인 이야기는 빼고 먼저 이 질문을 드릴게요. 그 소식을 듣고 어떤 심정이었나요? 지금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에 정권의 탄압이 집중되고 있고 또 분신 소식을 들었는데요.

이: 어떤 선택이라기보다는 그렇게 절박한 상황에 내몰려져서 나온 행동,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내몰려 내쳐져 내린 결단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이 정부가 그의 목숨을,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생각을 합니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얼마나 억울했으면 목숨을 끊었을까. 그래서 동시에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투쟁을 좀 더 힘있게 만들어가야 하지않나 합니다. 돌아가신 분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요. 분신하신 동지가 진짜 억울하게 생각했던 거잖아요. 우리 노동자들이 그 노동자가 돌아가셔야 했던 억울함과 사연들을 풀어주는 것, 그래서 투쟁에서 승리하는 것이야말로 유서를 보면 쓰여있는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건설노조가 돌아가신 분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투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단지 건설노조뿐만 아니라 전체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퇴진을 비롯한 모든 투쟁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 그 점에서 소감을 묻고 싶었던 것인데요. 화물연대 파업과정, 화물연대 노동조건과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및 노조의 성격에 대해 이 정권이 악의적으로 문제삼고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 일단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이 지금 상당한 수준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실제 내면을 들여다보면 정부에서 하는 이야기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요. 왜냐하면, 건설노동자들은 불법 하도급등을 통해서 저희와 똑같이 다단계로 일을 받으면서 최하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에요. 그래서 모든 이익은 우리에게서 다 가져가고 건설노동자들은 변변히 제대로 된 적정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진짜 일이 있을 때 일을 해야 먹고 사는 거니까. 그런 경쟁, 노동자끼리 일을 하기 위한 경쟁에 내몰려진 거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안전 문제가 있는 거죠. 건설현장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노동자를 부리는 자들이 투자해야 하는데요. 자기들이 더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 노동자들의 안전은 점점 더 등한시해온 것이죠. 그러다 보니까 전에는 일용직 노동자로 서로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건설노동자들이 이제 노동조합을 만들어 자기 안전을 지키기 시작하고, 자기 임금을 보전받기 시작하고, 사용자 측을 상대로 잘못된 하도급 관행등을 바꿔 나가는 투쟁, 그리고 안전을 지켜나가는 투쟁도 배치해왔던 거잖아요.

그런데 정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그런 건설 현장의 사정을 뻔히 알고 있을 텐데, 마치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굉장히 안 좋은 행위를 한 것처럼 오도하고 왜곡해서 언론에 퍼뜨리고, 국민 대다수는 또 그 말이 맞는 줄 알고 현 정부의 편을 들어준다든가 이런 상황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거예요. 그 속에서 그 건설노동자들의 억울함은 얼마나 클까 헤아리죠. 저희도 당해봤으니까요. 분신하신 그 동지의 마음은 얼마나 절박했을까요. 이건 정말 아닌데 라는 그런 생각이었겠죠.

권: 마지막 말씀 저도 매우 공감합니다. 유서 내용은 우리가 대체로 짐작하고 있고, 그 노동자의 수모와 억울함 이런 것이 막 느껴지는 말씀이었잖아요. "집시법도 아니고 공갈 혐의라니"라는 그 말에 모든 게 다 함축돼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의 구도가 단지 건설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노동과 업종에 다가올 수 있는 협박이고 위협인데요. 그런데 현 정권이 표적으로 삼은 대상들을 보면 특징들이 모두 저항하는 노조예요. 가만히 있지 않았던 노조들, 싸우려고 하는 자세가 돼 있었던 노조들, 투쟁을 피하지 않았던 노조들부터, 가장 강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노조부터 꺾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봅니다. 이 점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민주노총 모두에게 올 수 있다고 표현을 하지만 사실은 숨죽이고 가만히 있고 비겁하게 입 다물고 있으면 건드리지 않을 수도 있는데, 먼저 나서는 그리고 싸우겠다는 태도가 되어 있고 자세가 돼 있고 전투적인 노조의 예봉을 꺾는 것에서부터 출발한 게 아닌가 싶거든요. 그게 취임 후 두 달 안에 터진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대우조선 파업이었고, 이어 화물연대였고 또 화물연대를 건드려도 나올 게 없자 건설노조로 또 타겟이 옮겨졌죠. 그러니 그 타겟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거 아니냐는 거죠. 이 분신을 개인적 행동으로 만들지 말고 모든 노동자, 그리고 민주노총 전체의 문제로 만들어내지 않는 한 이 광풍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이 분이 유서에서 말했던 것처럼, 더 몰려서 나아갈 데가 없다면, 그 후퇴를 멈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윤석열 정부가 사실은 지난 몇 년 취임 이후로 계속 노동에 엄청난 포화를 퍼부었잖아요. 그 점에서 화물연대 파업의 종료 과정이 아쉽기도 합니다만.

이: 저희 조합원들은 최선을 다해서 투쟁했습니다. 찬반 투표를 통해서 파업을 끝냈지만, 여전히 조합원들의 불만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너무 센 건지 모르겠으나 저희가 요구했던 것에 대해서 성과를 내지 못했어요. 지도부가 제대로 길을 터주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성과라면 조합원들이 힘있게 싸웠다는 것, 그리고 그 이후 관련 법률안이 쭉 상정되고 있다는 것,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부분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리고 이제 조합원들은 투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윤석열 정권하에서 무엇이 되든 안 되든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생각들은 다들 갖고 있어요. 그 시기가 언제인가는 또 판단해 봐야 될 문제이겠지만 여전히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권: 지난해 파업의 물결이 거제 통영을 이어서, 전국적으로 조직돼있는 화물연대 파업투쟁을 거쳐서, 또 다른 지역의 다른 사업장이 이어받는다면, 어쩌면 이렇게 해서 자생적이지만 그러나 또 어떤 면에서 준비된 전국적 총파업의 물결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저는 약간의 마음의 준비랄까 혹은 기대를 좀 했어요. 흥미롭게도 한국은 87년 6월 항쟁 이후에 노동자들의 투쟁이 사실 그렇게 일어난 거잖아요. 계획된 총파업은 아니었지만, 누군가 싸움을 시작하면 그 싸움을 받아서 여기저기서 아, 저기서 파업을 하고 있구나! 우리가 저걸 받쳐주자 내지는 우리도 싸우자 우리도 문제가 있지 않으냐 이렇게 우르르 몰려나갈 때 그게 바로 1987년의 역사적인 '노동자 대투쟁'이 됐던 것인데요. 그러나 촛불정권이라는 문재인 정부가 애매하고 심지어 적대적인 노동정책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개혁정치'를 하지 못하고 오히려 개악했고, 지금 윤석열 정부가 그 제도를 본격적으로 실현하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이는 하나의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정치체제 내지는 보수정당구조, 나아가 정당정치가 밀접히 연결된 한국 자본주의 전체의 문제하고도 맞물려 있지 않나. 이렇게 보는 데까지 나아가야만 1987년을 이은 노동자대투쟁으로 갈 수 있고 그 대투쟁의 의미가 있을 텐데요.

근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화물연대 투쟁 속에서 이 정부는 아주 교활하고 비열한 짓들을 계속 보였잖아요. 안전운임제를 완전히 풀어내지는 못하지만, 일몰제 연장은 불가피하다는 정도로 갈 줄 알았고, 그런데 그조차 지키지 않아 작년 12월말 자동 시한 만료되었고, 이제 안전운임제를 새로 재입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은, 어떤 면에서는 제일 뼈아픈 부분이기도 합니다. 일몰제 연장 정도는 민주당의 도움을 받아서 어느 정도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봤던 건가요? 그럼 여야 합의까지 갔던 것이 왜 안 됐을까?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 저는 이것이 정치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윤석열 정권도 큰 문제이지만 정치권의 문제는 상당히 크다는 생각이 들고요. 민주당도 그렇고 국민의힘도 그렇고 다 똑같은 놈들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6월 1차 총파업이 끝난 다음 심상정 의원이나 최인호 의원이이 화물차법 개정안을 냈어요. 그리고 2차 총파업 직전에는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일몰제 3년 연장안도 냈습니다. 우리는 그 문제를 국회에서 다뤄달라고 파업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당정 협의로 약속했던 3년 연장안에 대해서, 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단일안으로 수정해서 상임위(국토위)에서 통과시켜버렸어요. 민주당이 약속했던, 법안 발의까지 했던 것들은 다 놔두고 국힘이 내놓은 정부안을 가지고요. 이제야 직회부하겠다고 하는데, 직회부하는 순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조건이 됐다고 말할 것이고, 6월 국회는 식물국회로 빠질 것입니다. 결국 상정된 관련 법안들을 다뤄보지도 못할 것이고, 내년 총선까지 가면 법안은 다 자동폐기됩니다. 이러다 대통령 물러날 때까지 해야 할지도 모르죠.

직회부 관련해서 민주당 원내대표를 3월초 한번 만났고 4월달에 한 번 만났어요. 3월 만났을 때는 “직회부 왜 안 해주냐, 이거라도 빨리 해줘라, 그리고 하긴 할거냐” 하니,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 논의해 봐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럼 “만약에 직회부를 하게 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건데 그렇게 되면 대안이 있느냐 어떤 대책이 있느냐”라고 이야기했더니, "대책 없다, 이것도 논의해봐야 한다, 생각 안 해봤다" 이렇게 얘기를 해요. 그러면 “지금 상정된 법안들은 논의해 줄 거냐, 논의해달라”고 하니, "그것도 우리끼리 논의해봐야 한다" 이러면서 시간을 끌었어요. 참담했지만 참았어요. 대의원대회 끝난 다음에 마지막으로 찾아갔어요. 직회부를 하겠대요. 그래서 “하십시오” 하면서, 그러면 “만약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분명히 예상되고, 그때 이거 하나만 약속해달라, 최소한 거부권을 행사했을 경우 당신들이 올려놓은 법안이라도 다루겠다고 약속을 해달라”고 말했어요. 최소한 당론은 아니더라도 약속을 해줘야 우리 조합원들한테 설명하고 그것을 밀어붙일 거 아니냐 싸움을 할 거 아니냐고 했더니, 하는 이야기가, “내년 총선에서 다수당이 돼야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해요. 그러니 노동조합이란 것이 정치권이 표를 받기 위한 이용가치 정도밖에 안 되는 거냐고, 이 과정을 보면 이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양당 체제를 반드시 부숴줘야 한다는 생각이 훨씬 더 강해졌습니다.

[출처: <사파동행> 8호]

권: 지금도 국회 다수당인데요. 그 다음은요?

이: 당장 현장에서는 안전운임제가 일몰됐다고, 운송료가 막 떨어지고 있는데, 그러면 그때까지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 뭐라도 하고 나서라, 즉 정부에서 던진 표준운임제인가 뭐든 다루든가라고 했더니 한다는 이야기가, "동지적 입장으로 어려운 시기 함께 버텨내자" 이렇게 얘기를 해요.

권: 갑자기 동지가 됐네요. 본인들이 탄압받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동지란 표현이 불쑥 나왔나 봅니다(웃음).

이: 그래서 조합원들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이렇게 얘기를 해요. 지금까지 어떤 법안을 올리든간에, 민주당이 올리면 국민의힘이 다른 법안을 던지고,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이 올리면 민주당이 또 다르게 하고 그리고선 그걸 서로 섞어서, 온전치 못한 법안들이 계속 만들어져 온 역사입니다. 민주당의 경우 과연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냐라고 봤을 때, 결국은 너희도 자본의 편이잖아 결국은 자본의 편이야, 국힘은 대놓고 자본의 편이지만 너네는 아닌 척하면서 자본의 편을 드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도 들어요. 그러므로 양당 체제를 반드시 부숴줘야 된다는 생각이 훨씬 더 전보다 강해졌죠. 결국은 우리의 투쟁으로 어떤 법안을 올리고 누더기 법안이라도 통과되면 조금이라도 진일보했다고 여기면서 이렇게 쭉 왔었는데, 이제는 더이상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권: 저도 정치의 문제가 맞다고 생각하고요 근데 이제 그런 생각이 드네요. 사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시작부터 노동탄압을 통해서 자신의 진영을 굳게 세우고, 우파 안에서 기반이 취약한, 민주당에서 날아온 사람으로서 약체성을 벗어나고자 한 듯합니다. 국힘을 장악하고 국힘을 지지하는 유권자 세력에게 어필하는 데 있어서 노조를 적대시하고 탄압하는 것만큼 손쉬운 방법은 없겠죠. 게다가 민주노총이라는 조직노동이 가지고 있는 한계나 약점들을 잘 활용하고 공격하면 그대로 자신의 표밭이 되고 있고 자신의 지지기반이 된다는 건 확실하게 알았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여기에 사실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 같아요. 민주노총의 한계와 약점을 파고든다고 제가 이야기를 했잖아요. 이는 민주노총 전체뿐 아니라 각 산별, 단위 노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비해야합니다. 이것이 달라져야할 이유, 동기가 되어야하고요.

사실 화물연대 투쟁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명분이었고 두 번째는 그에 대한 사회적 공분과 지지를 끌어내고 계속 나가는 것이고. 물론 이것이 어떤 식으로든 반윤석열 정권 정치의식과 연결되긴 하겠지만요. 그러므로 투쟁의 쟁점화가 가장 중요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거든요. 화물연대를 둘러싼 쟁점을 어떻게 정확히 파악하고, 사회적으로 전달하고, 노조의 해법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확산시키는가의 문제요. 그 지점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이: 저희 투쟁은 2021년 파리바게트 SPC 투쟁부터 시작했어요. SPC 투쟁은 전국 6개 지역 본부 SPC 조합원들이 모여서 파업에 들어갔는데, 코로나19 정국에서 매우 큰 싸움이었습니다. 그 끝 무렵에 진로 화이트 투쟁이 있었고, 그것이 끝나자마자 11월 총파업에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지난 2021년과 2022년은 조합원이든 집행부든 단 하루도 쉴 새 없이 온갖 투쟁에만 매달려 온 거예요. 조합원들도 지칠대로 지치고 탄압은 탄압대로 몇백 명씩, 하루에도 열 몇 명씩 연행되는 그런 투쟁들을 사업장마다 벌여왔던 거니까요. 오히려 총파업 투쟁에서 그만큼 달려간 적이 없어요. 그렇게 쭉 해왔던 거고, 우리 집행부 임원들 생각이 그렇습니다. 투쟁을 배치하고 계획을 딱 세우고 그 길로 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회 상황이나 여러 상황에 대해서는 약간 돌아갈 수도 있고. 어찌 됐든 간에 갈 길을 가자고 생각하고, 남한테 손 안 벌리고 간다. 그 이유는 우리가 제대로 가지 않으면 남들도 도와주지 않는다. 연대도 없다. 우리가 죽으라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연대도 생기는 거다. 이 생각은 항상 투쟁 때마다 갖고 가는 생각이에요.

권: 1차 6월 파업 이후 11월 총파업 과정은 어땠습니까?

이: 6월 총파업 때 정부는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를 논의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보도자료도 배포했죠. 근데 자본이 윤석열이 백기 투항을 한 거냐 하면서 막 씹어댔고, 이때 윤석열이 생각을 바꿨을 것 같습니다. 6월 합의의 주체에는 정부, 화물연대, 그리고 국민의힘까지 포함돼 있었어요. 화주 단체까지 포함해 네 개 단체의 공동성명서로 하자고 하다가 나중에 안 되고 틀었지요. 국토부와 노조가 합의하였고 이후부터 윤석열이 신나게 깨집니다. 그리고 9월 무역협회 상근 부회장 이관섭이라는 사람이 정책기획실장인가 뭔가로 청와대로 들어갔고, 10월 민생특위에서 2차관이 나와서 화물발주 조사내용을 왜곡해서 나쁜 면만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화도 끊었어요. 해서 저는 이들이 화물연대 총파업을 유도했다고 봅니다. 그래놓고 진짜 총파업 들어가려고 하니까 이틀 전에 당정협의로 일몰제 3년 연장을 툭 던져요. 저는 교란 작전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조합원들을 교란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고 그거 못 받는다고 하면서 그냥 파업에 들어간 거죠.

권: 들으니 조금 정리됩니다. 저는 사실 6월 1차 파업을 할 때 여기서 합의하면 안 돼, 이런 생각을 좀 했었거든요. 조금 평면적으로 보자면요. 하지만 당연히 이 정권이 처음부터 하나의 입장으로 끝까지 가지는 않죠. 싸움이라는 것도 상대적이고, 정권의 통치전략이라는 것도 반발이 심하거나 저항이 강하면 또 생각을 바꿀 수도 있는 거고. 근데 방향은 반대였던 거네요. 지난 파업 직전에 양보하려던 것도 털어버리고 완전히 입장을 바꿨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그 때까지 일몰제 연장은 할 수 있다고 봤던 것인가요?

이: 어쨌든 약속을 했기 때문에 논의는 해야 하잖아요. 근데 "지속 추진"이라는 것을 우리는 ‘폐지’로 봤고, 저들은 ‘연장’으로 본 거예요. 어쨌든 명확하지 않은 문구로 정리가 됐겠죠. 그래서 힘이 있을 때 이 정도로 받고 대신 총파업을 유보했어요. 파업을 끝낸 게 아니고요. 끝을 내면 다시 또 찬반 투표를 해야 하잖아요. 유보한 이유는 이것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켜보고 이행되지 않으면 다시 총파업으로 들어간다고 선언을 하면서 유보한 거거든요. 근데 윤석열이라는 굉장히 희한한 사람이 들어왔어요. 파업하겠다고 하자 3년 연장만 딱 시켜주고 더 이상 확대는 없다 이러는데요. 그때 만약에 총파업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면 반드시 우리 화물연대 조직이 붕괴 분열 결단날 거라고 판단했어요. 게다가 뭐가 있냐면 지금 안전운임제 혜택을 보는 화물노동자들이 전체 2만 5천 명에서 2만 7천 명밖에 안 돼요. 근데 그걸 먹고서 떨어지면 나머지 차들은 어떻게 할 거냐, 그러므로 반드시 몇몇 품목이라도 확대가 필요했던 거고요.

권: 여하튼 일몰제 연장이 최소한의 요구잖아요. 윤석열 정부가 최소한의 요구를 들어줄 의도가 있는가 아니면 이 쟁점을 이용하는가. 이건 6월에서 11월 사이 벌어진 일들 속에서 평가해야 하겠지만 입장이 좀 갈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정권의 통치전략에서 노동카드를 어떻게 흔들 것인가 조금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었던 것 같고, 만약 처음부터 끝까지 이 정권이 노동 흔들기로 작정했거나 아니면 정권의 밥이 될 희생양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면요. 그것은 바로 가장 강하게 싸우는 노조이거나 아니면 가장 약한 고리를 고르자, 둘 중의 하나였을 것 같거든요.

물론 저는 화물연대는 싸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파업을 시작하고 그 파업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나면 그때부터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많아지잖아요. 그게 새로운 변수라고 봅니다. 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죠. 안 그러면 내부적인 동요를 제어하기가 어려워지거든요. 사실은 그랬을 때 파업을 멈췄는데요. 덧붙이면 동조파업, 연대파업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한국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사업장 문제가 아닌 것으로 연대파업 하는 모습, 저는 그걸 보고 싶어요. 지난 몇 십년동안 노동자들이 자신의 쟁점을 갖고 싸우기는 하지만, 다른 사업장의 쟁점을 우리의 쟁점으로 만들거나 그 쟁점이 결국 우리에게도 올 것이므로 혹은 저 전투가 우리에게도 결국 미칠 것이고 저 탄압이 우리에게도 올 것이므로 우리가 먼저 싸운다고 생각하는 그런 선제적인 혹은 목적의식적인 파업이 언제 있었던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여전히 저는 정권도 6월 화물연대 파업과 7월 거제통영고성사내하청지회의의 대우조선 파업을 거치면서 어떻게 나가야 하는가를 결정하고 있었을 수도 있었고,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조운동도 그 선택의 기로 앞에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좀 더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내부의 동의가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어요. 전국을 순회하면서 좀 더 가자, 좀 더 버티자 좀 더 가자는 설득을 하는 과정이었어요.

권: 네. 그 얘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논리의 부분도 있지 않나 싶어요. 투쟁 쟁점에 대한 담론투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까 품목 제한에 대해 확대하는 문제 이야기했잖아요. 혹시 보셨는지 모르지만 사파기금도 지지 성명서를 냈답니다. 제가 썼는데요. 성명서 제목이 "경제 위기와 사회적 재난 불법을 초래하는 것은 바로 너의 자본과 국가 정부다" 였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세 가지 요구를 적시했습니다. 민주당에게 자신이 입법한 화물차법의 업무개시조항을 결자해지로 삭제하라는 요구 빼고 두 가지 주장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첫째, 품목확대 요구가 아니라 품목 제한 완전 폐지를 요구했고, 지입차주제 철폐하고 완전한 노동자성을 쟁취하자는 얘깁니다. 먼저 한국의 하주와 운송업체들이 모든 위험한 변수를 개인 사업자라고 지정해놓은 화물 기사들에게 떠넘기고 있죠. 화물운송 92.5%가 지입 차주와 화주 간에 다단계 하도급으로 연결돼 있죠. 근데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신자유주의 체제로 들어오면서, 회사 차를 몰던 이들이 개인사업자로 등록했고 회사와 용역 계약을 하는 '지입차주'가 되었죠. 그리고 얼마후에 동시에 노동조합의 조합원이거든요. 이게 구조가 묘한 거죠. 여기서 생기는 문제를 이 정권이 비집고 들어왔다고 저는 생각이 들어요. 공정위가 화물 지입차주이므로 개인사업자로 규정한다든가, 그래서 이들이 가입한 노조를 노동권을 부여받은 노동조합이 아닌 '이익단체'로 완전히 둔갑시키는데 아주 좋은 활용할 수 있는 무기가 됐던 것 같고요. 이 문제에 대해서 결국 노조도 사실은 노동자성에 관한 주장을 더 명료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주장이에요. 그다음 '품목 제한 완전 폐지' 부분인데요.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을 확대하라가 아니라 품목 제한의 완전철폐를 요구해야 한다고 저는 봤습니다. "단지 안전운임제 대상 품목을 늘려서 될 일이 아니다. 현재의 품목 제한 그자체가 문제다. 고속도로 위 안전이 품목마다 나뉘는 것이 아니다. 적재된 화물따라 교통사고에서 치명률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애초에 일몰제라는 제한은 불필요했다. 일몰제 연장은 무의미하다. 안전운임제의 품목 제한없는 전면 실시가 이뤄져야 고속도로상의 안전노동 첫발을 딛는 것이다."라고요. 제가 정확히 진단했는지요? 좀 설명을 좀 해주시면 좋겠어요.

이: 전에도 지입차주는 있었어요 제도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지입제 자체는 불법이었죠. 지입제를 하다 걸리면 운수회사 벌금 200만원, 차주 벌금 200만 원 그리고 번호판은 영원히 압수했죠. 그런데 운수회사에서 보니까 회사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고, 책임은 자기네가 안 져도 돼요. 해서 운송회사들이 시범 삼아서 기사들에게 나가서 일해, 대신 우리는 돈 많이 맞춰줄게 이렇게 제안했고, 기사들은 맨 처음 그럭저럭 일거리도 보장되고 일 많이 주니까 나갔지요. 노동자로 있을 때 하루 8시간 근무 수당이 있었지만 대신 지입으로 나온 사람들은 일을 많이 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늘리고, 회사는 4대 보험 안 들어주고 괜찮은 거예요. 거의 다 내보내기 시작했죠. 그렇게 쭉 하다가 1997년 IMF 무렵 김대중정권때 지입제를 아예 합법화시켜줬어요. 지입제를 대놓고 하게 된 것인데요. 사실 이는 엄청난 국가적 손해가 되는 거죠. 운송 사업자들은 경쟁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고 서로 덤핑하고. 만약 국외자본이 들어온다고 하면 100% 밀릴 수밖에 없는 거고요. ups 등 국외자본이 이미 들어오고 있잖아요.

권: 지입차주제로 인해서 노동자성이 모호해지는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분명히 형식적으로는 지입차주는 개인 사업자고, 조직적으로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입니다.

이: 지입제가 폐지되는 게 맞는 거고요. 한편으로는 근로소득세를 낼 수가 없으니까 회사에서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갖게 하였죠. 세금 징수 수단으로 만들어졌다고 판단하고요. 그런데 우리가 파업할 때 공정거래위가 치고 들어오고, 노동자가 아니라고 나오고. 하지만 ILO 같은 국제기구도 지입차주 화물기사들은 노동자가 맞다고 인정하는 거잖아요. 왜냐하면 일을 시키는 놈이 사장이고 시키는 대로 일하는 놈이 노동자지. 예전에 운송 사업자들하고 저희가 교섭해서 합의를 봤을 때 합의 주체인 운송 사업자들은 담합을 했다고 공정위에서 벌금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근데 저희는 조사조차 안했어요. 왜냐하면, 노동자이기 때문인 거죠.

더 황당한 것은, 이번 파업에서 우리는 운송료 인상을 위해서 운송 사업자 단체를 만나 협의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정부를 향해서 이것이 잘못된 법이니까 개정해 달라고 싸우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왜 들어왔는지 더 이해가 안 가는 거죠. 정부에 우리의 요구를 전하고 입법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사업자 담합인가요.

권: 공정위가 들어오면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사업자다, 그리고 너희는 단지 노조라는 이름의 사업자단체에 가입돼 있을 뿐이야 이런 식으로 몰아붙이는 근거가 돼버리니까요. 이 정권이 뭔가 큰 방아쇠를 건드린(trigger) 거예요. 그래서 담론투쟁으로 변질 진행됐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나 처우의 문제, 화물 운송구조의 문제들을 희석하고 왜곡시켜버리고 말입니다. 화물차법의 업무개시명령 조항도 결국 문제는 이런 법조항이 사문화됐다고 하지만, 고약한 법들이 유지되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법을 계속 모른 척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써먹는다는 것도 이번에 얻은 교훈이지요.

이: 업무개시명령을 두 번째 내릴 때 저는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조합원들한테도 첫 번째 내리기 전 이야기했어요. 업무 개시 내릴 정도로만 싸우면 우리가 이기는 거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법을 적용하는 것이니까. 근데 진짜 내렸어요. 그 부담이 엄청날 건데 또 내렸어요. 그리고 그다음 다음 날 저희가 파업을 접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윤석열정권은 보수도 아니죠. 이건 보수가 아니고 완전히 이상한 놈들이에요. 그들의 있는 본모습을 보여줬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것은 굉장한 성과라 생각합니다.

권: 윤석열 대통령을 '미친놈(돌아이)'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근데 우리가 생각했을 때, 왜 그는 미친놈 짓을 할까요? 저런 미친놈 정권이 가능한 이유가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자본주의가 원하는 일을 지금 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뭐냐면 현 지배체제와 자본주의는 미친놈이 나서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일들을 지금 해야 하는 상황에 도래했다는 거죠. 전세계 자본주의가 어떤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고, 그 위기는 코로나 19 이전 이미 있었던 위기였고 그 위기를 코로나19라는 전염병 재난 자본주의로 버텨왔으나, 이제 팬데믹 종료를 선언해야하는 상황인데다 재난자본주의라 명명된 그 과정에서 엄청난 돈을 '헬리콥터 머니'라는 이름이 나올 정도로 뿌렸어요. 돈을 뿌리면서 유동성 증가로 인플레이션 압박은 강해졌고, 물가 인상은 불가피한데 당연히 물가 인상 반대 투쟁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임금도 같이 올려달라는 투쟁이 나올 것이고 그 저항을 선제적으로 짓밟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사실 전세계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모두 ‘미친놈들’이에요. 프랑스도 미친놈인 마크롱 대통령이 지도자이고 미국도 전임 트럼프만 미친놈이 아니라, 민주당 정부의 바이든 대통령도 못지않은 미친놈이잖아요. 지금 열거한 이들이야말로 사실 가장 일을 잘하는, 즉 자본주의 국가의 대통령이고 집행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윤석열이 이렇게 나오는 것도 우리는 예상을 해야 하는 거죠. 미친놈이라고만 볼 것은 아니고요. 그 점에서 말씀하신 대로 화물연대 투쟁에서 사문화된 독소조항, 반헌법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입법했으나 손도 대지 않았던 업무개시 명령 같은 것들을 꺼내고 건드리고 있죠. 공정위를 통해서 노동 문제를 사업자 문제로 만들어 버리는 무리수를 두는 것이지요. 그러면 사람들이 저건 도저히 아니지라고 하는 역풍도 불게 되고요. 그러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답보 상태 내지는 낮아지고 있기도 하죠.

근데 문제는 이게 노동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그다음에 화물연대에 대한 지지 그다음에 민주노조 운동에 대해 대한 지지 그다음에 노동 없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확산되어야 하고,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고 나아가 모든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권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우리 앞에 놓여있는 숙제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저는 “윤석열 퇴진”이나 “심판”으로 이야기가 너무 쉽게 모이는 것같고 그렇게 모이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민주당이 한국 자본주의를 위해서 했던 많은 역할들과 문제적 지점들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화물연대 파업에서 그게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이: 저는 양당이든 정부든 어떤 기대치도 갖지 말고 우리가 갈 길 가야 한다. 노조가 갈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저런 놈들한테 조금 손 벌리고 뭐 하고 딱 들어가는 순간 투쟁의 당위성도 나중에 이용당해서 또 동력만 떨어지고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가야 할 길, 민주노총이 갈 길 가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싸울 수 없으니까 함께 싸워야 하는데 함께 싸우는 일을 어떻게 만들어 갈 거냐? 조합원 분노로 만들어 갈 거냐 아니면 정해진 목표와 요구를 가지고 만들어 갈 거냐에 있어서 저는 조합원 분노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권: 그러니까 투쟁은 결국 사회적 투쟁이 되어야 하는 거고, 그런 사회적인 파업이 되면서 사회적으로 노동문제를 지적하고 환기하고 몰랐던 문제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이런 문제들이 있었고 그게 우리 삶하고 연결되고 있구나는 인식을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모든 파업은 사회적 파업이 되지 않고는 사실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회적 파업에 사회적 연대라는 말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근데 노동법의 전면적인 어떤 변화도 올 수 있다는 건 맞는데 그 과정 이전에 많은 일들이 벌어지지요. 최근 노조법 2, 3조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노조법 2조에서 노동자 정의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특수고용노동은 빠지는데 대한 논란이 분분하였지요. 사내하청노동의 사용자성에 대해선 법원에서 판례들이 많이 쌓이고 있으니, 이를 사용자 정의를 통해서 법제화하자는 것인데요. 그것 자체가 노동자성에 대한 제한적 해석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이: 그렇죠. 노동권과 관련 현장에서 많은 투쟁을 통해서 적용해 온 거잖아요. 노동법에 의해 보호받는 건 아니지만 단체 협약이라든가 단체 합의라든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 왔어요. 예전에 회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청하면 불법단체하고 대화할 수 없다였어요. 지금은 불법단체라는 말은 없어졌어요.

이번에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을 지켜보면서 제가 특수고용 대책위 의장을 지금 맡고 있는데, 사실은 굉장히 서운한 부분들이 있죠. 특수고용 노동자도 직접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는 길이 트였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거든요. 여전히 노동자로서 법에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고용한 회사가 아닌 데서는 아니라고 하는데 계속 소송을 통해서 맞느냐 틀리느냐를 다퉈야 하는 것이고. 그 시간동안 노동조합 깨지는 건 일도 아닌 거잖아요. 그래서 아예 노동자의 정의를 딱 못 박아주는 것, 혹은 우리에게 아예 노동자의 정의가 없다고 하면 그냥 헌법 전문만 가지고 간다라고 하면 오히려 우리가 싸우기가 명분이 있고 더 좋을 수도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노동자를 이래저래 나눠버리면, 그 외에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얘기가 되는 건데요. 최근 ILO 국장이 왔을 때도 저한테 묻더라고요. 노조 설립 필증을 냈느냐 신청을 해 봤느냐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약간 좀 싸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산별이기 때문에 그걸 낼 필요가 없다고 했더니, 그건 선언적인 것 아니냐고 답을 하더군요.

권: 쟁점 두 가지 중 노동자성에 관한 이야기를 좀더 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사파기금 성명서에서 마지막으로 "화물연대 노동자성은 더욱 완전히 쟁취되어야 한다 개인 사업자의 지위와 노동자성을 동시에 가진 특수고용 노동자로 인정받는데 멈추지 말고 완전한 노동자로서 비정규직 노동 철폐를 향한 비정규노조 운동으로 나가기를 바란다" 이렇게 써놨어요. 내가 너무 나간 게 아닐까, 지금 화물연대 투쟁의 요구는 아직 이 이야기는 하지도 못한 상태인데 하고 좀 망설였습니다.

이: 반드시 이 사회에서 화물노동자들도 노동권을 쟁취해야하고, 그래야 당당하게 나서고 교섭한 내용이 뒤집히지 않을 수 있죠. 다만 근로자성을 부여받을 수는 없겠지만 노동법 내의 노동자의 지위는 획득을 해야만 좀 더 당당해지는 거라고 봅니다. 한국노총으로 간다든가 노조 설립 필증을 직접 신청하면 거기는 '종속성'이 있으므로 노조 설립 필증이 나와요. 나오는데 지금까지 하지 않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10곳이나 100곳에서 한번 노조 설립필증 내는 투쟁을 조직해봐 라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합니다. 끝나더라도 누군가가 계속 이어받을 수 있게끔 그 정도 만들어놓고 가자는 것이죠.

권: 문제는 뭐냐면 모든 똑같은 문제인 거죠. 모든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똑같이 비슷한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약한 노동자들 특히 특수고용은 매우 작은 소규모 사업장들도 많으므로 그들의 경우는 그렇게 가는 과정을 밟는다는 건 너무 더딜 수 있다는 거죠. 대기업의 사내하청 노동자조차 시간과의 싸움과 법률투쟁은 어려운 건데요.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법으로 보장함으로써 모든 노동자성을 전면적으로 확보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요. 제가 노동법 개정투쟁을 각 노동 부문으로 나누는 방식에 우려하는 이유에요.

근데 질문을 바꿔서, 혹시 노동자이고 싶지 않은 조합원들은 없습니까? 최근 화물연대에서 "지입제 폐지"를 들고 나왔는데, 이게 지입차주라는 사업자 제도를 철폐하자는 주장은 아닌듯해서요. 그리고 화물연대 조합원중 지입차주제 전면 폐지와 완전한 노동자성 쟁취에 대한 동의율이 얼마나 될까요?


이: 고용된 노동자로 가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상당해요. 지금 정부 입법안에 지입제 폐지안이 나왔는데 그걸로 갑론을박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정부안을 보면 직영을 조건으로 해서 20대 이상씩 운송사업 허가를 내주겠다는 내용이 있어요. 근데 그것을 악법이라고 이야기해요. 노조하는 노동자로서 그것이 왜 악법이야, 기사로 들어가서 일하면 되는 건데, 그러면 우리가 진짜 우리 노동조합 되는 거잖아 근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여태까지 이런 식으로 일을 했으니까, 즉 지입차주로 운송회사의 속박을 받고 일을 했으니까 개별 운송허가 나오면 차량 재산권이나 이런 것들을 보호받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고 싶어 하고요. 근데 그렇다고 노동권이 없어지느냐, 그렇지 않아요. 지금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일을 하더라도 나중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정규직으로 들어와서 일해야 된다는 게 맞아요.

권: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접근하자는 생각인 거네요.

이: 지금은 그 이야기를 꺼내지 못해요. 워낙 그런 것들에 대한 반발이 큽니다. 그것과는 관계없이 노동권과 관련해서는 필요하다고 하고 교섭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통해서 보호받을 수 있는 것들은 또 다 원해요.

권: 사실은 그건 되게 분열적이에요. 그렇죠. 이중적이고 결국 그게 문제의 사다리예요. 윤석열 정부가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중적인 지위 때문에 단면 단면을 공격하는 거거든요.

이: 그런 부분들은 서서히 바꿔 나가야 할 부분들일 거예요. 왜냐하면 지금 현재 지입제를 전면 폐지하자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총칼 들지 않으면 못 바꿔낸다고 생각해요.

권: 네. 이미 92.5%나 지입차주인데, 쉽지는 않은 문제일 것 같기는 합니다. 현재 화물노동자들이 자신이 구매한 차량도 회사 소유로 등록하고 단지 영업권을 위한 차량 번호판과 교환하고, 번호판 계약기간마다 영업권 사수를 위해 또 3천만원씩 웃돈을 주고 계약 연장을 하는 게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개선하는 것이 노조가 말하는 "지입제 폐지"이군요. 즉 화물노동자들이 번호판을 차량 소유자인 기사 명의로 하는 것을 "지입제 폐지"라 말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로써 노동자성이 강화되기보다 오히려 더욱 자영업자가 되는 거 아닌가요.

이: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지입제 폐지는 지입제에 달린 여러 문제적인 진행 방식들을 바꾸자는 것이에요. 차주로 등록하겠다고 하는 게 답은 아닐 수 있어요. 근데 지입제 완전 폐지라는 것은 이것들을 싹 몰아내고 직접 고용하게 만드는 거잖아요. 하지만 완전 지입체 폐지를 하게 되면 현재의 일자리가 다 날아가고 이제부터 어느 회사에 속해서 일을 해야 되는데, 현재로선 일할 데가 한 군데도 없잖아요.

권: 지입차주가 92.5%를 차지하고, 전체 화물기사 45만명 중에 지금 조합원이 몇 명이죠?

이: 2만 5천명이죠.

권: 그렇다면 품목확대가 아니라 “ 품목제한 완전 폐지”라는 저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전 사고의 60%가 화물 운송 사고라고 제가 적시했는데, 적재하는 화물따라 안전사고가 달라지는 것 아니고, 모든 화물기사에게 안전운임을 보장해야하고, 그렇다면 안전운임 품목을 2개에서 5개로 확대하라가 아니라 품목 제한 자체를 철폐해라고 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이: 저는 말씀하신 품목 제한 완전 폐지라는 말에 딱 꽂혔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제한적인 품목 확대를 요구할 게 아니고 품목 제한 완전 철폐를 요구했으면 오히려 더 쉽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노조도 처음에는 전품목을 생각했고 그때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이래이래 하다 보니까, 일몰제가 들어갔고 그다음 시멘트하고 컨테이너등 2개 품목에 적용하자였죠. 제가 성명서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오늘 인터뷰에서 품목 제한 철폐라는 요구를 말씀하셔서 아 우리도 그렇게 했을 것을, 뭔가 잘못되었구나 합니다. 그래서 연구소 같은 데가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웃음).

권: 그러면 이제 5월이후 상황, 특히 내년 4월 총선까지 치르면 국토위 소속의원들까지 바뀌면 말씀대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될지도 모르는 모르는 상황인데 어떤 각오이신지요?

이: 사실 윤석열 퇴진 운동이나 이런 투쟁을 좀 강력하게 좀 하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그래서 각 지역에 그런 집회나 촛불집회나 뭐가 되면 다 열정적으로 참여를 해달라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했는데 전체적인 여력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보여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운임제 일몰(폐지)로 운송료 인하가 쭉 되면서 그 분노들은 또 결국은 이 분노가 올라오는 것들은 정권에 대한 분노로 바뀔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권: 윤석열 심판과 퇴진을 이야기하는 흐름이 지금 형성됐는데요. 문제는 윤석열 퇴진 아웃을 주장하는 심판을 주장하는 무리는 되게 다양한 결이 있잖아요. 지금 추동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흐름은 민주당쪽 친이재명 세력이고, 촛불도 그들이 먼저 들면서 촛불의 이름도 그들이 선점을 해버린 상태인데, 그 흐름에 같이 동참한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아까 말씀하셨듯이 화물연대 파업당시 민주당의 교활한 역할을 보면 그건 절대로 가능하지도 않은 주장일 수도 있단 말입니다. 그러므로 과연 지금 윤석열 퇴진과 심판을 한 다음에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거냐라는 질문이 있는 거죠. 퇴진이니 탄핵이니 심판이니 이 말들이 쉽게 나오는 것이, 2024년 총선을 앞둔 정국이라는 점도 있는 것이고요.

이: 제일 하고 싶고 후회스러웠던 게 뭐냐면 다시 한 번 칼을 뽑아들고서 저돌적인 총파업을 성사시킬 수 있다면 내 목숨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그렇게 우리가 다시 일어나서 다시 그 요구를 가지고 다시 총파업으로 들어간다고 하면 이번엔 반드시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권: 지금 말씀하시는 의미는, 그러니까 현재 상황에서는 그 총파업을 만들어내는 것은 당장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뭐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 라고 해석될 수도 있겠네요. 그게 말씀하신 ‘복수’라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반드시 윤석열 정권하에 한 번은 똑같은 방법으로 파업을 때려야 된다고 봐요. 지난 1년동안 싸웠던 파업 노조들 중에 누군가 두번째 파업을 하기를 바랍니다. 그게 우리는 지지 않았고 다시 일어섰고 너희에게 반격을 가하고 있다는 가장 상징적인 행동이 될 것 같아서요. 그런 각오로 윤석열을 대통령 자리에 앉혀두고 4년 내내 싸워도 되고요. 그 자리에 그대로 놔두고 계속 노동자들이 한 발 한 발 더 나아가서 파업 투쟁을 화물연대에서 총파업을 하든 거통고지회에서 하든 어디선가 그렇게 파업을 해서 절대로 꺾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면 얼마나 좋을까 저는 이런 생각을 살짝 합니다.

이: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화물연대 임원이 바뀌더라도 준비하고 또 싸울 거예요. 싸울 거고 그러면 또 일어나서 또 같이 할 거고요. 그때 되면 우리 사회적파업연대기금과 연구소에서 많이 좀 도와주십시오 프레임 전쟁에서.

권: 참 안타깝게도 고립 속에서 힘들게 싸움을 하면서 어느 순간 되면 연대가 충분히 붙기 전에 싸움을 끝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지금까지 매번 중요했던 싸움들이 계속 그랬던 것 같고 그래서 계속 안타까운 것 같아요. 우리 총량이 아직 여기까지인 거겠죠. 결국 전체의 힘이 강해져야지 한 군데에서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죠. 그리고 버텨서 어디서 그걸 넘어서고 나면 우리 선례를 정확하게 남기는 것이고, 파업을 먼저 시작해도 우리만 죽지 않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믿음이 생겨야 될 것 같아요. 그게 또한 연대 운동이 함께 해야할 역할인 것 같고요. 아무튼 저희도 다음에 더 열심히 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대담은 사회적파업연대기금 소식지 <사파동행> 8호(2023.5.9. 발간)와 홈페이지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https://sapafund.org/?p=5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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