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이주, 우주 사기와 현실 사이

[이슈]

화성, 어쩌다 사회주의




화성 살자(Life on Mars)

우주 개발 업체 Space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2016년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하고, 2024년까지 화성에 지구인 정착촌을 세우겠다는 거대한 야심을 공표했다. 그는 최대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역사상 가장 큰 우주 발사체 ‘스타십(Starship)’ 1천 대를 제작해 10만 명을 화성으로 이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항공우주국(NASA, 나사)도 2035년까지 화성에 인간을 보낼 계획을 밝혔다. 2021년 오리온 우주선으로 승무원을 태우고 달까지 다녀오는 시험 비행에 성공한 나사는 2030년부터 본격적인 화성 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화성의 궤도는 여전히 활기차다.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유럽, UAE,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화성 탐사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의 텐원1호, UAE의 아말,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연방우주국(RFSA)이 공동으로 개발한 엑소마스(ExoMars)의 기체추적궤도선(TGO)이 현재도 화성 궤도를 돌고 있으며, 2014년에 발사된 인도의 망갈리안 호는 8년 동안 화성 궤도를 돌며 임무를 수행했다. 또한, 화성 표면에서 활동하는 여러 탐사 로봇들도 있다. 미국의 화상탐사 로버인1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는 2021년 2월 18일 화성에 착륙해 현재까지도 화성 토양 샘플을 채취하는 등 탐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함께 화성에 착륙한 비행 드론인 인제뉴어티(Ingenuity)는 화성 표면에서 50회 이상의 비행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화성의 암석·토양 샘플을 운송할 지구 귀환 우주선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가 왜 이처럼 화성 탐사에 열을 올리는 걸까? 화성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변함없이 이어져 왔다. 20세기에는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고, 현재도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과학자들이 화성 미생물 찾기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화성 탐사선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성은 과거에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졌으며, 물이 존재했다는 증거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화성이 인류의 새로운 고향이자 대안 행성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 위기, 자원 고갈, 인구 과잉 등 지구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이 있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면, 인류도 멸종할 수 있다. 화성은 이러한 문제들의 대안이 되며, 인류가 새로운 터전으로 삼을 수 있는 유일한 태양계 행성이다.

화성은 지구와 유사한 딱딱한 암석형 행성이며(목성, 토성은 가스 행성), 유인 탐사선으로 도달하기에 가장 적합한 이웃 행성이다. 또한, 화성은 태양과의 거리도 생명체가 살기에는 다른 행성보다 훨씬 적절한 수준이다. 자전축 기울기는 25.2도로 지구의 23.5도와 비슷하며, 화성에는 사계절도 있다. 화성의 1년은 687일이며, 화성의 하루는 지구보다 약간 길어 24시간 40분이다. 이처럼 화성은 여러 측면에서 지구와 많이 닮았다.

공상에서 과학으로?

하지만 화성은 인간이나 유기체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행성이다. 화성의 지름은 지구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중력은 지구의 40%만큼만 갖추고 있다. 또한, 화성의 자기장은 지구의 1/800 수준으로 매우 약하며, 이로 인해 화성에는 지구의 50배에 달하는 방사선이 쏟아진다. 만약 누군가가 화성에 3년 동안 머물게 된다면 나사에서 우주비행사에게 허용한 방사선량의 평생치를 초과하게 될 것이다. 화성은 또한, 약한 자기장으로 인해 태양풍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대기 역시 계속 소멸돼 대기 밀도는 지구의 100분의 1 수준이다. 화성의 대기압은 지구의 0.6%로 매우 낮으며, 이는 고도 35km에서 받는 지구의 대기압과 동일하다.

이런 얇은 대기로 인해 화성에선 액체 상태의 물을 찾을 수 없다. 낮과 밤의 온도 차도 약 70°C(125°F)로, 지구보다 훨씬 크고 가혹하다. 대기는 주로 이산화탄소로 구성돼 있으며, 이외에는 질소, 아르곤 등의 기체가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화성의 대기는 숨쉬기에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독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화성의 토양은 살아 있는 유기체에 매우 해로운 과염소산염으로 오염돼 있어 식물이나 곡물을 재배할 수 없다.

게다가 인간은 아직 화성까지 이동할 유인 우주선을 개발하지 못했다. 현재까지의 화성 탐사는 무인 우주선과 로봇에 의해 이뤄졌으며, 인간이 화성까지 직접 가본 기록은 없다. 인류의 화성행은 영화 속에서는 쉽게 이뤄지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도 타고 갈 우주선이 없으며, 있다 하더라도 우주 방사선, 태양풍, 중력 등 우주의 가혹한 환경 때문에 안전한 우주 비행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우주 비행은 대부분은 무중력 상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뼈의 질량이 감소하고 근육량이 감소하며 체액의 역류로 인해 혈전증과 같은 혈액 관련 질환의 위험도가 많이 증가한다. 또한, 우주 비행사와 이주민들은 우주에서 다양한 우주 방사선과 태양풍에 노출된다. 장거리 우주여행은 인간에게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아폴로 우주 비행사들은 단 며칠 만에 달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화성까지의 여행은 최소한 6~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는 타원 궤도에 따라 다양하며, 가장 짧은 거리에 위치하는 시기가 가장 효율적인 화성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는 약 26개월마다 한 번씩 찾아온다. 우주 비행 거리가 멀고 여행 기간이 길어지면 생존과 생활에 필요한 물류의 양이 증가하며, 우주선의 크기와 부피, 추진력, 연료 양 등도 커져야 한다. 하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우주 비행선과 로켓을 개발하는 데에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었으며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다.

화성에 도착하더라도 인체에 미치는 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화성의 중력은 무중력은 아니지만 지구의 40%에 불과하며, 대기가 얇아 우주 방사선과 태양풍에 매우 취약하다. 이러한 조건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인공 돔을 만들어야 한다. 인공 돔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적절한 대기압과 산소 공급, 우주 방사선으로부터의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완전한 거주 시설과 공기와 물 재활용 시스템, 식품 및 장비 저장 시설이 필요하다. 인공 돔의 크기는 사람 수와 체류 기간에 따라 다르며, 돔이 클수록 기술적인 문제가 복잡해지고 비용도 상당히 증가할 것이다.

인간과 유기체가 살기 불가능한 화성의 대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 얼어있는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녹여서 온실가스로 대기를 가득 채우면 대기압이 상승하고, 화성의 기온도 상승해 얼어붙은 물이 녹아 박테리아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박테리아가 산소를 생성하고 식물이 자라는 대기환경을 만들어 화성 테라포밍2(terraforming)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화성 테라포밍의 핵심은 먼저 화성의 극지방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녹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제시된 방안은 우주에 거대한 태양 반사판을 설치하거나 화성의 극지방에 핵폭탄을 투하하거나, 소행성을 끌고 와 충돌시킨다는 둥 다소 허황된 계획뿐이다. 또한, 화성의 약한 자기장으로 인해 태양풍이 계속해서 대기를 날리고 있는데, 이를 막거나 화성의 자기장을 강화할 방법도 필요하다. 화성 궤도에 자기장 발생기를 탑재한 인공위성을 보내 화성에 인공 자기장을 형성하는 아이디어가 제시됐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스페이스 버블, 우주적 사기?

지금까지의 화성 탐사는 대부분 무인 탐사로 국가나 국제기구에 의해 진행됐다. 그러나 화성 유인 탐사는 2010년대 이전까지는 주로 민간 기업들이 시도했으며, 이는 실현 가능한 계획이나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투자 사기’에 가까웠다. 화성과 우주 천체의 영토를 사기로 이용하는 것, 혹은 백만장자들의 소망을 이루기 위한 허황된 시도였다.

대동강을 한양 부자에게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 한국에 있다면, 미국에는 화성 영토를 팔아먹은 루나 엠버시(Lunar Embassy)의 창업자 데니스 호프가 있다. 데니스 호프는 자신이 태양계의 모든 행성과 위성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샌프란시스코 지방 법원이 달의 소유권을 인정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황당하게도 법원은 데니스 호프에 손을 들어줘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이를 근거로 데니스 호프는 화성과 달, 태양계 행성의 땅을 판매해 400만 달러의 이익을 얻었다. 놀랍게도 데니스 호프는 1980년 이후 현재까지 1,100만 달러(약 15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한다.

마스 원(Mars One)은 네덜란드 출신 백만장자 란스도르프가 설립한 민간 기관으로, 화성에 최초의 인간 착륙과 영구적인 식민지 건설을 목표로 했다. 마스 원의 화성 식민지 프로젝트는 2020년에 로봇을 화성에 보내 정착지를 건설하고, 2025년까지 4명의 인간 승무원을 보내 화성에서 살도록 하며, 2033년까지는 총 6개 팀, 24명의 인간을 화성으로 보낸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2015년 화성 이주 희망자를 모집했을 때, ‘편도 비행’으로 지구로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을 포함해 20만 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그러나 마스 원의 계획은 전 세계의 과학자, 엔지니어 및 항공우주 산업 종사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우주선의 발사는 물론이고, 화성까지의 우주여행과 화성 착륙에 필요한 하드웨어 장비, 생명 유지 장치, 의료와 전력 공급 등 중요한 개념이 마스 원의 계획에 부재했다. 사실상 대안 없이 구상만 존재한 프로젝트였다. 마스 원은 항공우주 회사가 아니었고, 하드웨어나 장비를 제조하지도 않았다. 다른 말로 화성 이주 마케팅 업체와 유사했다. 2012년 설립부터 2019년 초에 파산할 때까지, 마스 원은 투자자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이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금이 끊기면서 계획이 지연됐고, 여러 의혹이 제기돼 결국 2019년 파산했다.

마스 원이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제안한 직후인 2013년 2월, 미국의 백만장자 데니스 티토(Dennis Tito)는 인스퍼레이션 마스 재단(Inspiration Mars Foundation)을 설립하고 유인 화성 궤도 여행을 제안했다. 화성에 착륙하지 않고 지구로 돌아오는 501일간의 왕복 화성 여행이었다. 재단은 2018년 두 명의 부부 우주 비행사를 보내 임무를 수행시킬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는데, 마스 원에 비해 티토의 계획은 단순하고 비용도 훨씬 낮아 더 현실적인 계획으로 보였다. 데니스 티토는 총비용을 10억~20억 달러로 예상했으며, 처음 2년 동안은 자신이 재단의 비용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스 원과 마찬가지로 데니스 티토와 재단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미국 정부의 지원이나 미항공우주국과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2년 후 계획이 좌초됐다.

영국 항공회사 버진그룹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은 2004년 우주 비행 회사인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을 설립해 우주여행과 우주 관광 비행체 개발에 착수했다. 당초에는 2014년경에 상업 우주여행을 실현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비행체 개발이 지연됐다. 그러나 2021년 7월, 최종 시험 우주 관광 비행에서 리처드 브랜슨 회장을 포함한 총 6명이 탑승해 성공을 거두면서 우주 관광 사업도 재개됐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버진 갤럭틱의 우주여행 예약자는 약 600명이었으며, 우주여행 비용은 25만 달러로 책정됐다. 2021년 시험 우주 관광 비행 이후에는 1인당 45만 달러(6억 원) 요금으로 판매가 재개됐다.

그러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우주 관광과 화성 식민지 건설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버진 갤럭틱에서 분사한 소형 인공위성 발사 업체인 버진 오빗(Virgin Orbit)이 파산했기 때문이다. 버진 오빗은 우주 발사체 ‘런처원(LauncherOne)’을 공중에서 발사하는 시도를 지속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파산 이전까지 3년간 단 여섯 차례만 발사를 시도했고, 그중 두 차례는 실패했다. 2023년 1월에는 영국에서 소형 인공위성 9기를 지구 저궤도(LEO)에 진입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러한 실패들이 누적되면서 투자자들은 등을 돌렸고, 추가 자금 조달에 실패해 결국 지난 4월 버진 오빗은 파산을 신청했다.

다행성 종족? 화성 이주와 자본주의

스페이스 거품, 우주버블 등 우주 기업의 과잉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 속에서도 실제 기술을 현실화해 투자를 극대화하고, 정부 특히 나사의 하청 기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며 화성 이주를 꿈꾸는 기업들도 있다.

2016년 스페이스X의 CEO이자 수석 설계자인 일론 머스크는 2024년 말 26개월 만에 찾아오는 최단 거리 궤도가 되면 화성에 100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스타십 1천 대를 동시에 쏘아 올려 10만 명을 화성으로 이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주발사체인 슈퍼 헤비와 랩터 엔진, 우주선 스타십 개발에 나섰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 이주 계획을 더 확대했는데, 2020년 1월 트위터를 통해 “2050년까지 100만 명을 화성에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간 100대씩 10년 동안 스타십 1천 대를 건조해, 궁극적으로는 하루 평균 3대의 스타십을 발사하고 누구나 화성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2년 말 스타십을 이용해 화물을 화성에 먼저 보내고, 2024년 말 인간의 이주를 시작한다는 계획은 일론 머스크가 출발 일정을 계속 연기하며 틀어졌다. 2020년 12월에는 시작한다는 인간 이주 시점은 2026년 말로 변경됐다. 그리고 지난해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인류가 화성에 처음 발 디딜 수 있는 시기를 2029년이라고 다시 정정했다. 이렇게 일정이 연기되는 것은 스타십 개발 실패와 관련이 있는데 어쨌든 스타십이 100명의 사람과 100톤의 화물을 싣고 화성에 갈 수 있을 정도로 엔진과 성능(추력과 비추력)이 개발돼야 한다.

2020년 초에는 지구 준궤도 시험 비행에 실패하면서 2020년 말 (화물)출발 일정이 다시 연기됐다. 26개월에 한 번 찾아오는 최단 거리를 비행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일정이 연기되면 약 2년간 출발이 그대로 연기된다. 2022년 말 출발을 예정했던 일정도 그 해 초 비행 테스트가 실패하면서 2024년 말로 연기됐다. 2023년 4월 첫 궤도 비행 실험이 또 실패했기 때문에 그 해 말 예정돼 있는 민간 달 탐사대의 달 궤도 비행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화성 이주는 화성 이주의 상업성이 결정할 문제다. 다시 상업성에서 결정적인 문제는 ‘거리와 시간’에 따른 비용 문제의 해결이 관건이다. 운전 거리와 걸리는 시간이 늘 수록 우주선의 부피와 크기가 더 커지고, 인간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견딜 수 있는 조건과 한계가 더 복잡해지기 때문에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이 때문에 최단 거리를 비행해야 하는데, 최단 거리 조건은 26개월에 한 번 찾아오므로 그때 최대한 많은 사람을 동시에 운송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그리고 일단 출발하면 편도로만 최소 6개월에서 평균 9개월 정도의 우주 비행 기간이 소요되고, 왕복의 경우 최소 1년 이상 우주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신체 기능을 유지하고 정상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화성까지 우주 비행을 단축하는 방법은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로켓 엔진 개발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 그런 로켓 엔진이 개발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 현재 가장 발전한 로켓은 화학 연료 기반의 화학 에너지 로켓이다. 이 로켓보다 3~4배 빠른 원자력 기반의 핵 열추진 로켓(NTR)과 이온 자기장으로 추력을 얻어 화학 로켓에 비해 수십 배 더 빠른 이온 로켓도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제작 기술을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질량이 있는 빛, 광자를 쏘아 추력을 얻어 현재의 화학 로켓보다 수백에서 수천 배 더 빠른 광자 로켓도 제안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론적인 영역으로만 남아 있다.

핵 열추진 로켓이 그나마 개발 가능성이 제일 높지만 수십 년 동안 개발 과정에만 있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은 1955년부터 나사와 미국 원자력 위원회(AEC)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시제품 핵 열추진 로켓 엔진 개발에 착수했지만, 1972년 말 예산 삭감을 겪고 우주 왕복선 프로그램에 우선 순위를 두면서 해당 프로젝트는 취소됐다. 45년이 지난 2017년부터 다시 개발이 시작돼 2027년경 우주에서 기술 시연 실험을 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없다. 핵 열추진 로켓은 기존 화학 에너지 로켓에 비해 추력이 3배 이상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며, 화성 여행 기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핵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고, 문제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사능 유출과 폭발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지구 대기권 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

이온 엔진 로켓은 아르곤, 제논, 크립톤 등의 추진제를 플라즈마(이온)화해 전기적 특성을 띠게 한 후 자기력을 이용해 추력을 얻는다. 현재 어느 정도 개발돼 있지만 추진력은 지구 중력권 내에서는 성인이 방귀를 뀌는 정도의 추진력 밖에 없다. 그러나 대기권 밖 우주에서는 이런 추진력이라도 연료 소모가 매우 적어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어 화학 에너지 로켓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심우주 탐사용 인공위성 등에 이온 엔진 로켓이 사용되고 있다. 나사에서는 최고속도가 초속 56km에 달하는 신형 이온 엔진을 실험하고 있으며, 이온 엔진을 현실화한다면 화성까지 편도 39일만에 도달 가능한 엄청난 속도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원자로 6개 정도의 전력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에 화성 탐사용으로는 아직도 비현실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궤도상 지리적 한계 때문에 비용을 줄이는 데 큰 제약이 따른다. 현재 스페이스X가 개량하는 랩터 엔진(화학 에너지 로켓) 수준이 아니라 수십 년 후 핵 열추진 로켓이나 이온 로켓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면 화성까지의 편도 여행 시간을 6~9개월에서 1~3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 이것도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지구와 화성 사이의 궤도와 두 행성 간의 거리다. 26개월에 한 번씩 최단 거리 궤도로 접근하기 때문에 매번 이 시점에서 화성 우주선을 출발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6개월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 자본 회전이 최소 2년 넘게 걸리기 때문에 비용도 더 올라갈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초기 화성 여행비용을 1인당 50만 달러(6억 5천만 원)로 제안하고 있으며, 화성 이주가 활발해지면 이 비용이 10만 달러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보통 시민들이 자신의 주택을 팔거나 대출을 받아 화성 여행 경비를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비용을 낮출 것이라 밝혔다. 1인당 비용을 역산하면 스타십 1대당 운행 비용이 5000만 달러(650억 원)에서 1,000만 달러(130억 원) 사이다. 스타십 1대는 100명의 이주민을 운송할 수 있으며, 이 비용은 승객 100명(승무원 제외)이 최소 6개월 이상 우주선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비용과 화성까지의 개인 화물 운송, 생존을 위한 기자재 제작 및 운송 비용 등을 포함한 것이다.

우주선을 재활용해 비용을 낮췄다고 하지만 스타십 1대의 운행비용으로는 매우 낮다. 호화 크루즈선의 일종인 메가 요트의 1년 유지비가 5,000만 달러(650억 원)라고 한다. 승선인원이 1~200명 수준으로 스타십과 비슷한 규모인데, 화성까지 가는 스타십과 메가요트의 유지비 수준이 같다. 스타십의 가격이 현실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또한 화성 이주를 위한 스타십의 개발과 출발 계획이 변경되는 상황에서, 이주민 수가 10만 명에서 100만 명까지 확장되고, 스타십 건조계획이 연간 1000대에서 10년 동안 1000대로 변경된다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 이로 인해 실제로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의 화성 이주 계획과 화성 식민지 운송 계획은 신뢰하기 어렵고 의심스러운 요소들이 많이 있다.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의 화성 이주 계획은 주류 자본주의 시각에서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주비용을 낮추기 위해 로켓 엔진의 재활용과 속도 개선을 통해 운항 시간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에게 화성 이주는 경제적 가치와 상업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주요한 목표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 것인지, 손익이 발생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과 방식은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로켓 발사 실험이 실패할 때마다 2년 간격으로 출발 계획의 변경, 새로운 화성 임무의 확장이 필요하다. 화성 이주를 통해 상업적인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지 여부는 이러한 요소들에 달려있다.

우주기업의 CEO들에게 화성 이주 계획은 투자 유치를 위한 헛소리가 아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결과를 포토샵으로 조작한 ‘황우석 사태’나, 경사진 도로 위에서 손으로 밀어 움직이는 트럭을 보여주며 전기차 트럭을 개발했다고 한 ‘니콜라’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화성 이주 계획은 가능성을 향한 노력이며,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성공해 기술적 진보를 이루어낼 수 있다면 화성 이주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렇지 않다면 투자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화성 이주의 가능성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인간의 무중력 생존실험을 이어가고 있으며, 달의 토양(레골리스)을 가열해 산소를 생성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화성에서의 산소 생산 가능성을 한 단계 더 높였다. 나사의 대형 우주발사체인 SLS 실험과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발사체인 스타십 시험비행은 여러 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조만간 성공할 전망이다. 이처럼 화성 이주를 위한 기술적인 어려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하나씩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준비만 됐다고 해서 화성 이주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평양까지 택시를 타고 가지 못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다. 비록 필요한 기술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더라도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화성 이주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따라서 화성 이주의 가능성을 평가할 때에는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건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과 같은 민간 우주기업은 지구의 준궤도와 궤도의 상업 여행, 상업적 국제우주정거장 체험 등을 성공시켰으며, 발사체 개발을 통해 로켓 발사 비용을 낮추기 위해 1단 분리 로켓의 회수와 재사용을 도입했다. 이러한 성과로 인해 현재 스페이스X는 나사의 하청업체로서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게 됐다. 이처럼 민간 우주기업은 지구 궤도를 상업화하는 데에 성공했으며, 이제 달로 가는 기반과 동력을 마련했다.

민간 우주기업들의 화성 이주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십은 화성뿐만 아니라 달 탐사에도 필요한 우주선이다. 이미 나사와의 계약을 통해 달 착륙선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화성 이외의 다른 상업적 전망도 존재한다. 따라서 화성 이주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의 상업적 가치는 화성 이주 자체보다도 다른 영역에도 존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기에 맞춰 성공적인 개발을 이루어내어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화성 이주의 상업적 가치가 계속 확인되면, 화성 이주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그런 방식의 화성 이주는 화성을 자본주의 시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화성 식민지 건설 프로젝트’일 뿐이다. 6억5천만 원에서 1억3천만 원 하는 화성행 티켓을 끊고 화성에 가더라도 화성에서 기다리는 삶은 식민지 주민에게 부여되는 ‘중노동’ 이다. 일찍이 일론 머스크는 이렇게 말했다.

″어려울 겁니다. 죽을 확률이 높죠. 작은 깡통을 타고 깊은 우주로 들어가서 성공적으로 착륙하면 기지 건설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해야 하므로 여가를 즐길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단 거기에 도착하면,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매우 열악한 환경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죽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하지 않습니다.”3


<각주>
(1) 방랑자를 뜻하는 ‘Rover’에서 따온 말로, 달이나 화성의 표면 위를 거니는 탐사로봇을 지칭한다.
(2)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및 위성, 기타 천체의 환경을 지구의 대기 및 온도, 생태계와 비슷하게 바꿔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
(3) https://www.cnbc.com/2018/11/26/elon-musk-says-there-is-a-70percent-probability-he-will-go-to-mar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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