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국빈방일을 코앞에 두고, 아소타로(麻生太郞)라는 일본 정계의 한 거물이 "창씨개명은 조선인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망언을 했대서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애국자들이 분기탱천하는 중에 나온 한 정신과 전문의(정혜신)의 "망언의 심리"라는 칼럼(<한겨레> 20030609)이 흥미롭다.
그에 의하면, "망상은 정상을 벗어난 망상자의 말이다." "대개 망상장애를 가진 사람의 망상은 한 가지 주제에 국한되어 나타나며 망상의 내용이나 논리가 정교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렇게 보면 "내용이나 논리의 정교한 체계"를 갖추지 못한 이 나그네로서는 약간은 자격미달이지만, 그래도 에라 모르겠다, 나도 몰매 맞아 죽을 망언 한 마디. 아소타로의 말이 맞지 않아!?
― ☆ ― ☆ ―
정혜선 씨는 예의 칼럼에서 "일본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의 망언의 뿌리는 깊다"며, "종군위안부 공중화장실 발언, 안전을 위해 한국의 병합, 식민지근대화 등 일본이 토해낸 한국관련 망언 리스트는 양도 그렇지만 그 내용도 엽기적"이라고 쓰고 있다. 맞는 말이다.
아니, 틀린 말이다. 다른 것은 그만두더라도, 그 망언들은 "일본이 토해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일본이 토해낸" 것이 아니라, "일본의 우익, 지한파(知韓派), 독점자본의 정치적 대표자들이 토해낸" 것들이기 때문이다 ― 이러한 구별은 중요하다.
정혜신 씨에 의하면 "최소한의 역사의식도 갖추지 못한 채,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내가 믿는 것만 보면서 사실이라고 강변하면 그게 바로 망언이다."
바로 그 때문에 일본의 우익·지한파들의 거듭되는 망언을 규탄하는 이 땅의 정치가·언론·지식인들의 발언은 대개가 다 망언이다! 그리고 위선이며, 사실은 역사의 은폐·왜곡이다! 계급적 진실을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창씨개명은 조선인의 요구였다"는 아소타로의 망언을 보자 전적으로 거짓인가? 그렇지 않다.
그러면? 분명 일제의 야욕과 '조선인'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인 것이다.
어떤 '조선인'?
다름 아니라, 친일지주, 친일자본가, 친일관료, 친일지식인 등등이다. 보라, 명색이 독립운동을 기념한다는 '3.1절'에 서울시청 앞에서 거대한 미제국기, 성조기를 흔들면서 광란하는 이 땅의 우익, 친미자본가계급을! 그들이 바로 '창씨개명'을 요구한 '조선인'의 오늘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나의 망언심리는 '계급'에 집착하는 것이고, 저들의 망언심리, 망언음모는 '계급'을 은폐하면서 '통합'을 얘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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