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논평]어떤 이념을 옹호할 것인가

민중의 이념과 삶의 원리는 보편타당하고 동시에 소박하다

26일부터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샵이 열렸다. 제1 지배정당으로서의 열린우리당이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어떤 모습으로 행보할 지를 가늠케 하는 자리였다. 개혁세력의 결집체인만큼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의견은 실용을 강조하는 데서부터 이념을 강조하는 것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였다.

정동영 의장은 "시대는 이념정당이 아니라 실용정당을 요구한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리당은 중도보수와 중도진보가 공존하는, 진정한 의미의 개혁정당이다"라며 여러 의견 차이들을 하나로 덮어두는 발언을 하였다. 정의장의 이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흑묘백묘론의 실용주의 노선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에서부터 인중정당(catch-all party)을 연상시킨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어떻게 규정하든 익히 경험해온 지배정당의 한 모습일 뿐이다.

지난 세기동안 세상을 지배하는 세력들은 어떤 이념에 대해서든 민중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왔다. 총칼을 들이대며 통제하기도 하였고, 이데올로기와 위계적 동원질서를 통해 봉쇄하기도 하였다. 권력을 장악한 세력의 이념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고, 이에 저항하는 세력, 반대하는 세력의 이념은 늘 낡은 것, 불온한 것으로 치부되었으며, 따라서 척결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자신의 이념을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언어로 포장함으로써 이념 논쟁 자체를 봉쇄하기 위해 애쓰는 것도 세상을 지배하는 세력들이 보이는 공통된 모습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이념, 지배 세력의 이념은 무엇인가. 제1 지배정당인 열린우리당이 표방하는 이념은 무엇인가. 그것은 명백히 신자유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자본의 이념과 동일하다. 중도보수나 중도진보라는 말은 이념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말이다. 그런 말들은 파벌들의 의견을 편가르고, 모아내고 하기 위해 갖다 붙인 그저 편리한 말일 뿐이다. 개혁정당이라는 말도 이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정치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 등 열린우리당이 주장해온 개혁 역시 신자유주의를 바탕에 둔 지배 논리로서의 성질에서 벗어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절대 다수 구성원들은 제1 지배정당이 쏟아내는 신자유주의 개혁의 언어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념의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는 말을 믿지 아니하며, 이념과 민생을 나란히 놓고 하나를 선택하자는 요구를 거절하며, 서민과 중산층을 어우르는 정책정당으로 불러달라는 주문을 배격하며, 보수와 진보의 이념이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해묵은 지배자의 논리를 승인하지 않는다.

민중의 이념과 삶의 원리는 보편타당하고 동시에 소박하다. 연대와 소통으로 공동체성을 넓혀가고, 직접민주주의를 이루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민중은 일상에서 정치와 삶을 분리하지 않는다. 민중은 진보적인 이념을 옹호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따름이다. 오늘날 이념에 대한 두 가지 태도가 있다면 다음과 같다. 하나는 이념을 은폐하면서 동시에 이념을 버리자고 선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념을 더 이야기하면서 진보적 이념을 만들어가자고 호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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