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지배정당의 '상생'은 민중에 대한 '살생'으로

여야 대표의 '상생의 정치론’에 부쳐

제1 지배정당과 제2 지배정당의 대표들이 한 자리에 앉았다. 3대원칙 5대과제를 내놓았다. 상생정치를 위한 출발이자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갈 계기가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3대원칙은 ‘민생우선・경제우선’, ‘부패정치와 완전 절연’, ‘원칙과 규칙에 입각한 의회주의 정치 구현’이고, 5대과제는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 ‘정경유착 및 부패정치 근절’, ‘원칙과 규칙이 존중되는 일하는 국회’,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공동발전’,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두 지배정당의 대표가 협약한 3대원칙 5대과제는 참으로 듣기 좋은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명백히 신자유주의 지배논리를 기조로 깔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의 주요 내용은 ‘대외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제개혁 지속’,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국제 규범에 맞는 노사문화 구축’으로 되어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노무현 출범 때부터 국정 기조에 반영되어 있던 것으로 경제자유구역 시행 등으로 이어졌고, ‘국제 규범에 맞는 노사문화’란 글로벌스탠더드 적용이라는 노동유연화를 골자로 하는 자본의 정책을 표현한 것이다. 실천방안으로 내놓은 규제개혁특위, 일자리창출특위 신설은 고용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이 아니라 실업과 불안정 노동 시장을 관리하기 위한 자본의 임시방편책인 것이다.

또 ‘한반도 평화정착과 공동발전’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정착’, ‘북한 경제협력 활성화 방향의 대북정책’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이미 3대경협 사업 등 대북사업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을 미사여구로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두 지배정당이 합의하고 있는 이 내용은 세계적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초국적자본의 금융세계화 전략과 맞물린, 궁극적으로는 자본시장의 대북 확대 재편 구상 속에 놓여 있다.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체제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대북 적대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미국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밝히는 것과, 시장경제 원칙이 아니라 남북 공동체 구현 원칙을 표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17대 국회를 앞두고 두 지배정당의 대표가 국민앞에 내놓은 협약은 기존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속적이고 공세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을 본질로 한다. 노동유연화와 공세적 대북정책을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를 강화하려는 자본의 요구에 두 지배정당이 같은 목소리로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배정당들은 상생의 정치를 이루어낼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주요 선거가 끝나면 지배정당들은 늘 대화와 타협, 정책 대결, 상생정치를 말해왔지만, 일단 국회가 열리면 세력간, 파벌간 암투와 대결을 재연, 반복해왔다. 16대 국회가 열리기 전,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도 회담을 갖고 각각 “총선 결과는 여야가 대화와 협력을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국회는 민생안정과 경제살리기를 위한 여야 정책경쟁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6대 국회의 결과가 보여준 것은 부패와 부정, 끊임없는 권력다툼의 모습뿐이었다.

지배정당들이 앞으로 상생의 정치를 구현해낼 수 있을 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이번 협약처럼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노동자 민중과의 상생의 정치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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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두각시

    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