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노무현정권에 대한 미련이 대중행동의 발목을 잡는다

김선일 씨 죽음 이후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국민행동)이 대중적인 파병 반대 운동을 이끌고 있다. 매일 촛불집회를 열고, 6월 26일, 30일, 7월 3일에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전면적인 파병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민행동은 7월 6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김선일 씨 피랍 이후 국민행동 운동에 대한 약평'과 '향후 운동 기조와 방향'을 안건으로 다루었다. 기조는 '파병철회', '파병강행 노무현정권 규탄', '파병압력 미국규탄-한미동맹 반대', '점령반대-미군철수' 등 미국과 노무현정부를 강력히 규탄하고 파병철회-미군철수를 요구하는 정치적 기조를 뚜렷이 한다고 밝혔다. 또 방향으로는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 대중투쟁과 대국회 압박투쟁, 진상규명 투쟁을 효과적으로 결합하고, 기층 대중조직의 투쟁력 극대화와 전국적인 투쟁, 촛불집회만이 아닌 다양한 기동전과 선도투쟁 결합' 등을 결정했다.

국민행동이 향후 파병 철회를 위한 기조와 방향을 제출함으로써, 노무현정권이 7,8월 파병을 강행할 시 직접적인 대립과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행동 내부에 여러 정치적 견해가 다양한 것은 사실이지만 추가 파병을 철회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파병을 둘러싼 노무현정권과의 대결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국민행동은 파병 철회를 목표로 하는 연대체인만큼 압도적인 파병 반대 여론 형성과 대규모 대중 행동을 조직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민행동의 실천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7월 1일 비상시국회의에서는 호소문 채택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 책임과 관련한 내용 문제가 불거졌고, 7월 6일 운영위원회에서는 지도부의 지도력에 대한 문제제기, 지금까지의 활동 평가, 향후 기조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운동 방향 설정과 집회방식에 대한 제안, 집회에서 깃발을 올리거나 접는 문제, 노무현정권과 미국을 어떻게 보느냐 등 국민행동 홈페이지 게시판 논쟁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민행동의 실천과 파병 반대 집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파병을 철회하기 위한 방법상의 문제이며, 또 하나는 노무현정권에 어떠한 태도를 취하느냐 하는 문제다. 한편에서는 파병을 철회하기 위해서는 대중적 여론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하므로 추모와 문화제 중심의 집회를 연출하고, 과격한 시위나 구호는 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깃발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마찬가지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중의 분노를 촛불 집회로 제한하는 것은 파병 철회를 위한 올바른 방식이 되지 못하므로 보다 다양한 대중 행동을 기획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런데 이러한 의견 대립은 단순히 집회 형식 차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음 쟁점, 즉 노무현정권에 대한 태도 문제와 연결된다. 노무현정권에 대한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노무현정권이 책임이 있으므로 규탄하고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과, 파병 강행하는 노무현 퇴진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둘 모두 파병을 철회하기 위한 주장이라 점에서 차이가 없지만, 노무현 퇴진을 언급하느냐 안 하느냐를 놓고는 상당한 긴장이 형성된다.

노무현정권은 파병 방침 고수 입장을 밝힘으로써 김선일 씨 죽음의 원인을 제공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테러 세력을 언급하고 테러방지법 추진 의지까지 표명함으로써 파병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여기서 노무현정권이 민중의 이해를 거스르는 최악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진 요구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노무현정권에 대한 정치적 미련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노무현 퇴진 요구는 안 되다고 주장하는 세력들은 노무현 규탄(사죄)과 함께, 미국 규탄, 진상규명, 의원압박 등의 요구를 함께 제기한다. 노무현정권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미국이 사태의 핵심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김선일 씨 피랍 이후 과정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을 강조하고, 국회의원을 압박함으로써 대중 파병반대 여론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미국의 압력과 한-미동맹 탓에 노무현정권이 파병을 강행하고 있다는 주장은 노무현정권의 책임을 비껴가는 구실이 되기에 충분하나, 이는 진실이 아니다. 파병 결정은 미국이 시켜서 한 게 아니라 노무현정권 스스로 하였고, 이후에도 강행을 하든 철회를 하든 노무현정권 스스로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진상규명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린다. 진상을 낱낱이 파헤치는 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미동맹 시스템이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한 온전한 진상규명은 어려운 일이다. 의원압박은 하나의 수단과 방법일 수 있지만 국회의원을 청원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시간에 작더라도 의미있는 대중행동을 기획하는 것이 타당하다.

노무현정권이 파병을 강행하는 한 노무현 퇴진 구호는 외칠 수 있고, 또 외쳐야 한다. 아무리 중언부언한다 해도 노무현정권이 침략 전쟁에 동참하고 있고, 김선일 죽음의 원인을 제공했고, 파병 반대를 요구하는 국민을 향해 테러를 운운하는데, 이를 못 본 체, 못 들은 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무현정권에 대한 일말의 미련을 떨쳐야 파병 반대 여론도 오히려 높아질 것이고, 진정한 대중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파병을 철회시킬 수 있는 진정한 힘은 분명한 정치적 방향을 갖고 행동하는 대중한테서 나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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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 파병 , 노무현 , 국민행동 , 파병반대 , 평화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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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하순

    현 사태의 책임을 미국이냐 노무현이냐 양자택일의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사태자체를 잘 못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투쟁을 제대로 발전시켜나가는 데 있어서도 상당한 해악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량살상무기도 없었고, 후세인(세속 정권)은 9.11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되는 알-카에다(종교적 근본주의)와도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라크를 침략했고(이 결과 이라크의 수많은 이라크 민중들이 미국국가테러에 의해 무참히 죽어갔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미국총독부 과도통치위원회는 이라크를 민영화 및 아웃소싱 등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통해 미국계 초민족적 자본에게 막대한 이윤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이는 꼭두각시 정권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미국은 한국 등에 강요에 가까운 파병요청을 했을 것이고 또 김선일 죽음과 관련해서도 미국 정부 또는 정보관계자와 합동통신(AP)의 은폐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이 되고 있다. 현 사태의 근본적인, 현상적 원인 또는 근인(近因), 원인(遠因)으로서 미국을 거론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요. 더구나 김선일의 죽음과 추가파병을 계기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 투쟁의 범위가 이라크전 및 이라크 점령에 대한 반대, 이라크 민중들에 대한 연대까지 (당연히도!) 미친다고 한다면 미국에 대한 비판 및 반대는 결정적일 것입니다.
    노무현도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이 당연히 있습니다. 미국의 압력을 뿌리치지 못하고 파병(서희 제마부대)을 해, 미국의 점령정책에 동조해, 이라크 민중을 학살하고 이라크인들의 삶을 벼랑끝으로 내몬 이라크전을 정당화시켜주었고(이는 노무현탄핵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찬성입장과 탄핵반대국민행동(?)의 반대입장 모두에서 거론하지 않은 쟁점이었고,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에도 없던 기준이었다. 그리고 파병반대국민행동에서도 낙선운동 얘기가 있었는데 이 때도 홍근수 목사님과 사회진보연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체들이 처음에 당시 파병찬성의원 전체를 낙선대상으로 삼는 데 반대하였다. 여기서 현 파병반대국민행동의 지도부 다수와 시민단체의 노무현에 대한 모호한 태도는 여기에서 일부 비롯될는지도 모르겠다. 동일하게 기성정치권들의 탄핵 찬성과 반대 또는 낙선운동기준에는 신자유주의라는 쟁점이 없었는데 이 또한 이들 인사들이 노무현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갖게 하는 요소인 것으로 보인다), 김선일이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는 상황에서 피끓는 호소를 외면하고 파병강행을 외쳐 김선일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미국이냐 노무현이냐로 모는 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 못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미국반대에 대한 전략적 관점에서의 선전과 김선일 추모만 하자는 그룹은 노무현의 책임을 묻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럼으로써 미국 미판 및 반대운동도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전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비판 및 반대운동에 대해 여기 한국 민중들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은 노무현이 강행의사를 보이고 있는 파병을 철회시키거나, 더 나아가면 노무현을 퇴진시켜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과 신자유주의세계화에 확실한 반대입장을 가지는 자주적이고 민중적인 권력을 창출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른 나라의 반미운동에 힘을 주는 것일 것입니다. 즉 노무현 비판 규탄을 경유하지 않는 반미는 실천적이지 않다는 것이지요. 설혹 미국과 한국 정권이 지주-마름의 관계일지라도 지주의 이익을 철저히 대행하는 마름을 퇴치하는 것은 지주에 맞서는 소작농의 기본이지 않을까요?. 지주에 대항한 마름과의 연대? 전 꿈이라고 봅니다. 현재 주변-반주변의 노동자 민중의 대중운동에 기반하지 않는 정권은 대부분 미국에 굴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십시오.
    물론 노무현에 비판과 규탄이 반미를 위해서만 진행되어야 한다는 말도 아닙니다. 노무현이 식민지정권이든 아니면 상당한 자율성을 가진 정권이든 노무현 자신의 책임이 없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만을 노무현만을 이야기하는 양 쪽 다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운동의 분열을 야기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또다른 쟁점, 규탄이냐 퇴진이냐의 양자택일도 좀 잘못된 구도인 것 같습니다. 노무현은 우리가 보기에는 퇴진을 해도 몇 번이나 해야할 정권입니다. 그러나 노무현 퇴진문제는 우리의 이데올로기적 조직적 역량의 문제일 것입니다. 노무현을 퇴진시키기 위해서는 비판과 규탄을 제대로 해내고 우리의 운동을 더욱 대중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비판과 규탄의 한 방식으로 노무현 퇴진을 외칠 수도 있을 것인데, 언제 어느 때고 누구를 만나서나 제대로 된 비판과 규탄 없이 퇴진구호만 외칠 때는 퇴진을 현실화시킬 우리의 세를 모아내는 데 장애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현재 파병반대 국민행동에서 진정 문제가 되고 갈리는 지점은 노무현 비판이나 규탄이 거의 없고 있더라도 형식적인 것이 문제가 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파병철회/노무현의 퇴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대로 된 노무현 비판과 규탄으로 대중적인 운동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진정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파탄내는 것이 필요한 것이지요.
    시간에 쫒겨 오탈자 오문 비문 논리적 결함 등이 있을텐데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주목해 주셨으면 합니다.

  • 파병철회

    미국이냐/노무현이냐
    비판이냐/규탄이냐/퇴진이냐

    별로 중요한 쟁점은 아닌 거 같네요.

    6월 30일 15,000명에서 7월 3일 5,000여명 규모로 줄어든 촛불시위에 참여한 대중의 숫자를 보고서 요즘 파병반대 국민행동을 비롯한 운동진영 내부에서 그 원인과 책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참인 것 같은데...
    비가 와서 그렇다..주말이다..등등 이러저러한 말들이 많지만 제가 보기에...그 차이의 현실은 6월 30일은 민주노총 파업대오 중 일부가 참여해서 그런 거고 7월 3일은 그렇지 않다는 것에 있지 않나요?
    요즘 집회를 보면 대부분이 그런 거 같네요. 민주노총 사업장 중 파업대오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몇백에서 몇천까지...차이가 난다는 거죠.
    이 말의 또 다른 진실은 반전, 파병철회운동에 대중의 참가숫자는 김선일씨 사망에도 불과하고 거의 변동이 없다는 것이죠. 2003년 3월 20일, 그리고 9월 국제공동행동의 날을 기억해 보시면 아실 겁니다.

    핵심은 대중의 밑바닥에 도도히 흐르는 '반전' '파병철회'의 정서를 어떻게 수면위로, 그리고 행동으로 표출하게 하는가? 하는 점이지 않겠습니까?

  • 얼토당토

    박하순 님
    정세 전반을 지적하신 부분은 날카롭고, 정당하다고 보는데요...
    그런데 논평 글은 국민행동 지도부를 이루는 시민쪽과 민족 세력의 태도를 비판하는데 초점이 있는 글 같구요... 퇴진이냐 아니냐, 반미냐 노무현이냐 식으로 나누어 어느 하나를 선택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보이구요...
    미국의 압력과 한미동맹 어쩌고가 진실이 아니라고 한 대목이 문제가 될듯 한데 그 부분은 미국의 압력이 없다거나 한미동맹을 문제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민이나 민족 쪽이 노무현정권이 결정했다는 사실을 흐리는 구실로 그걸 사용한다는 걸로 읽으면 될듯 하네요.
    뉘앙스 문제가 있기는 하나 뭐 크게 잘못 짚은 것 같지는 않아보이는데요.
    길게 짚으신 글은 그 자체로 좋은 글이어서 유익하게 잘 읽었어요. 건강하세요...

  • 꼭두각시

    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