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파업 붕어빵 사설, 거짓말은 이제 그만

엘지정유와 궤도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방해하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라

7월 21일 자 주요 언론의 사설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붕어빵이다. 한 사람이 써서 여러 신문사에 한꺼번에 투고한 것 같다. 놀랍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는데도 어쩌면 이렇게 수미일관하고 한결같은 자세를 취할 수 있을까? 보수 언론들은 노동자의 파업이 일어나면 마치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 준비된 사설을 발표한다. 발표 시점도 대개 파업이 일어난 다음날, 또는 파업의 영향력이 가장 큰 날짜를 택함으로써, 파업의 정당성을 훼손한다.

엘지정유노동자들이 사측과 공권력에 쫓기다시피 서울 상경투쟁을 벌이자 21일 자 조간신문에 어김없이 사설을 게재했다. 마침 궤도노동자의 파업 전야와 맞물려있어 공격의 강도도 한 끗발 더 세 보인다.

하나같이 에너지대란을 든다. 엘지정유노동자의 최초의 파업으로 에너지대란이 생긴다고 하는데, 이는 진실이 아니다. 엘지정유노동자는 마지막까지 정당한 요구를 내걸고 단협을 벌였으나 자본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본측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생각보다 정부의 힘을 빌어 직권중재와 공권력 투입을 통해 손쉽게 노조를 제압하려 했다. 사측이 에너지대책을 세워놓고 일을 저질렀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노조도 비축물량이 충분하고, 다른 회사가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석유대란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한다.

궤도노동자의 파업으로 교통대란이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교통대란이라는 말도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찬 무책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교통대란을 일으키는 당사자는 신교통체계를 만들어 시민의 이동권조차 수익 수단으로 삼는 정부이며, 궤도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 조건에 혹사당함으로써 여기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더 큰 교통대란인 것이다. 궤도노동자들은 안전한 시민의 이동을 보장하는 노동자로 살기를 원한다. 그것이 주5일제와 맞물린 인력 충원 요구이다. 공사는 이 합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있으며, 노동자의 요구 내용을 사심없이 소개하는 언론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직권중재에도 불구하고 법을 어긴다며 엄포를 놓는다. 직권중재는 말이 중재지, 노동자와 자본측이 절차에 따라 협상을 벌이는 자리에 공권력을 등지고 나타나 일방적으로 사측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직권중재를 하면서, 법을 어기는 노동자에 엄단을 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는다. 어이없는 구시대의 낡은 논리일 뿐 아니라 공권력 동원을 부추기는 천박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강경일변도 투쟁은 자본의 해외 유출을 부른다고 한다. 익히 겪어왔듯이 자본의 해외 유출은 노동자의 투쟁과 별 상관관계가 없다. 자본의 해외 유출은 국내 소비와 투자 침체가 심화돼 투자환경이 악화되거나 투자처를 찾지 못할 때 나타난다. 가령 20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올들어 5월까지 개인의 해외 자본 유출의 국제수지상의 금액은 모두 80억7천만달러(9조3천3백69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15.1% 증가했다고 하는데, 이는 노동자의 투쟁이 거의 없다시피한 시기에 일어났다. 자본의 과잉축적에 따른 상시화된 경제위기의 원인을 노동자에게 돌려대는 자본의 상투적인 공격 매뉴얼 중 하나다.

국가 경제를 볼모로 한 이익 챙기기라고 한다. 마찬가지다.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려는 이익집단으로 취급받는다. 파업을 하기에 앞서 노동자가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도 안 하거니와 하더라도 왜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엘지정유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석유화학업종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내놓았다. 이는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벌어야 하는, 유해물질로 뒤덮인 작업장 환경에서 암에 노출된 채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존 본능적인 요구이다. 이런 조건에서 일자리 확충은 임금을 올리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며, 또 그만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지탄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비정규직은 노사간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이 또한 어이없고 황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비정규직 사태가 이지경이 되도록 만들어놓은 것은 자본이다. 노동유연화의 이름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을 이름도 다양한 이러저러한 비정규직 현장으로 내몰았다. 여수 산단 현장에는 비정규직이 40.9%나 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퇴직금, 학자금, 의료비도 지원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고착화하고, 정규직 비정규직을 분리하려는 자본의 시도가 녹아있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거짓말, 뻥, 구라, 억지, 엄포는 이제 그만. 엘지정유노동자와 궤도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방해하는 모든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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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 논평 , 궤도노동자 , 엘지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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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원참

    너무 좋은곳이네요..

    엘지정유 평균연봉의 반만 받을테니...

    거기 취업좀 시켜줘요...

  • 꼭두각시

    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