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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나무

들꽃 이야기(6)

울긋불긋 물들던 나뭇잎이 늦가을 비 몇 번 내리는 사이 다 떨어져 버렸다. 한여름 짙은 푸르름을 자랑할 때의 숲은 전혀 바뀔 것 같지 않더니, 이렇게 한순간 잎을 떨구고 앙상하게 속살을 드러내고 말았다. 숲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계절에 따라 변하기도 하지만, 더 큰 주기로 숲은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또 산불이나 인간의 개발 따위로 사라져 간다. 그리고 폐허에서 다시 숲은 시작된다. 풀씨가 날아와 싹을 틔우고 작은키나무(관목)가 슬금슬금 자라나다가 소나무 숲도 되고 다시 참나무 숲으로 바뀌어간다.

망가진 땅에 처음 들어와서 숲을 개척하는 풀이나 나무를 '개척자 식물' 또는 '선구 식물'이라고 한다. 붉나무는 대표적인 선구 식물이다. 그래서 붉나무를 만나게 되는 곳은 등산로 바로 옆이나 밭이 끝나고 숲이 시작되는 경계 지점이다. 버려진 산밭은 몇 년 뒤엔 붉나무 밭으로 바뀌어 버린다. 그리고 소나무 같은 큰키나무(교목)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이다. 붉나무는 다른 나무 아래서는 잘 자라지 못하는 양지식물이기 때문이다.

가을 산에서 가장 붉게 물드는 게 붉나무다. 오죽 했으면 이름조차 붉나무겠는가. 붉나무는 옻나무와 비슷하게 생겨서 그걸 구별 못하는 사람들을 간혹 놀라게 한다. 잎에 우둘두둘 돋아난 벌레집도 혐오스러워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나무다. 그러나 옻나무와 구별할 줄 알게 되고 선입견이 사라지면 등산로에서 쉽게 만나는 친근한 나무로 생각이 바뀔 것이다. 그리고 선명한 붉은 색에 반하게 될 것이다.

가을에 열리는 붉나무 열매는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되는데 그 맛이 짜고 시다. 짠맛은 열매를 싸고 있는 흰 가루 때문이다. 옛날 소금 구하기 힘들었던 때 산골 마을에서는 붉나무 열매에서 소금을 구했단다. 붉나무에 기생하는 진딧물이 오배자라는 벌레집을 만드는데 이게 한방에서는 귀한 약재로 쓰인다. 어린순은 삶아서 말렸다가 나물로도 무쳐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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