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공화당 정강정책, 좌시할 수 없는 선제공격독트린

부시정권은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공화당의 정강정책을 발표하고, '선제공격독트린'을 재차 천명하였다. 정강정책 보고서에서 확인된 선제공격독트린은 단 두 문장, "문명의 적인 테러리스트가 대량살상무기를 입수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 미국은 적대행위를 막기 위해, 필요에 따라 선제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시독트린으로 명명되기도 하는 신국가안보전략(New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U.S.A. 2002.9)은 클린턴 행정부의 세계전략(engagement and enlargement)을 수정, 힘의 우위에 근거한 미국의 일방주의 노선을 표명한 것으로 미국이 추구해야 할 국가안보의 목표와 방향을 담고 있다. 신국가안보전략에 등장했던 내용은 "적이 대량살상무기로 미국 및 미국의 우방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예방한다"는 것으로, 부시정권은 앞으로도 이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부시독트린이 발표되기까지 미국의 대외정책이 변화할 것이라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확인되었다. 미국은 9.11 사태 이후 한 달만에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하고, 다시 세 달 뒤 부시의 연두 연설을 통해 악의 축(axis of evil)을 발표하였다. 북,이라크,이란,리비아,시리아,중국,러시아 등 7개국을 일일이 거명하며 대테러전쟁의 의지를 피력하였다. 핵태세보고서(NPR : Nuclear Posture Review. 2002.1)도 같은 시기에 발표되었다. "상대방이 핵을 사용해 공격하지 않는 한 핵을 동원해 보복하지 않고, 비핵(非核)국가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지 않으며, 일반 전쟁무기로서 핵의 사용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핵 선제공격 금지를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것을 알고도 이라크 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선제공격독트린이 시퍼렇게 살아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이번에 공화당이 내놓은 정강정책 보고서는 9·11테러 이후 미국의 친구와 적을 가르는 기준도 명시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테러를 돕는 나라는 테러 자행국과 같다"고 정의함으로써 대테러전쟁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와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 등 신보수주의 핵심 부대들은 여전히 선제공격독트린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부시정권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써 알 카에다를 무력화하고,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테러집단에 제공할 여지를 차단했다는 점을 성과로 들고 있다. 특히 리비아의 화생방전 프로그램 자진 포기 사례를 들며 '불량국가'의 행동을 제어하는 상당한 효과를 얻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아 미국의 신뢰도가 심각하게 손상되었고, 부시정권의 강경한 국가안보전략이 도리어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고있다는 점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우려는 부시 낙선에 대한 위기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미세하게 앞질렀다는 여론 조사 결과는 전당대회를 전후한 시점의 지지율 상승 효과를 감안할 때 큰 의미가 없는 데다, 공화당에 반대하는 미국 반전세력의 시위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선제공격독트린은 이라크 전쟁에서 확인되었듯이 세계 평화를 위한 평화정책이 아니라 전쟁을 위한 제국주의 침략정책이다. 전쟁과 살육, 착취와 파괴를 부르는 재앙의 정책인 것이다. 더군다나 이란, 북 등 차기 침략 대상국을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북에 대한 선제공격 발언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작전계획 5027과 5030에도 반영된 데다, 북이 핵무기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거나 할 경우 선제공격을 한다는 태도 표명이 있어왔다.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의 정강정책은 이미 있던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굳힌 것에 불과하다.

한편 미국의 대북정책은 중국과 대만의 갈등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어, 동북아시아 전체의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부시정권은 중국을 전략적 동반관계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악의 축의 한 국가로 인식함으로써 적대적 긴장을 해소하지 않고 있다. 대만의 천수이볜 정부는 2006년 국민투표 실시를 통해 2008년까지 대만 독립을 명시한 신헌법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중국이 무력 사용 가능성을 호언하고 있고, 미국의 군사적 개입 역시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따라서 선제공격독트린에 입각한 미국의 대북 대중 정책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전체의 문제가 된다는 점을 주시하지 않으면 않된다.

11월 대선을 앞둔 시점, 집권당의 전당대회 자리에서 선제공격독트린이 재천명된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1일 존 케리 민주당 후보 역시 집권 이후 미군의 부담을 줄이며 대테러전에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미 제국주의의 대북정책 기조가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웅변한다.

어쨌든 선제공격독트린을 재천명한 공화당 전당대회, 대회장에 나부낀 '4년 더'라는 슬로건이 현실이 될지, '아니, 2개월만 더'라는 마이클 무어의 말이 현실이 될지 지금으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반제국주의 반전의 한마음으로 한눈 팔지 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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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 선제공격 , 공화당 , 부시 , 케리 , 평화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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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두각시

    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