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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포아풀

들꽃 이야기 (12)


겨우내, 골목길 담장 아래에서 작은 풀 무더기가 자라고 있다. 냉이며 개망초처럼 규칙적인 모양을 지니지 못하고 마른 잎과 푸른 잎이 엉겨 아무렇게나 자란 듯해서 그냥 풀이라고 불리기에 가장 적당한 모습을 하고 있다. 빈터나 길가 보도블록 틈에서 흔히 자라는 한두해살이 벼과식물인 새포아풀이다.

새포아풀은 냉이나 별꽃 따위처럼 농작물과 함께 한반도에 들어와 자라나기 시작한 풀이다. 새포아풀은 비슷하게 들어와 터 잡고 살아가는 냉이나 별꽃 따위와는 달리 이름도 생소하고 어떤 풀인지 아는 이도 적다. 두드러진 특징이 없고 나물로 먹을 만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리라.

새포아풀은 대개 가을에 싹이 터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이삭이 나와 꽃을 피운다고 한다. 그렇지만 담벼락 밑에서 자란 새포아풀을 헤쳐 보니 이미 이삭이 나와 있다. 저만치 축대 아래 새포아풀에도 역시 이삭이 나와 있다. 이번 겨울이 너무 따뜻했기 때문일까?

잡초가 땅에 떨군 씨앗은 쉽게 싹을 틔우지 않는다. 여러 조건을 따져가며 긴긴 세월 신중하게 기회를 엿보다 가장 좋은 조건에서 싹을 틔운다. 그렇게 싹 트고 나면 그때부터는 태도를 바꾸어 조건을 따지지 않고 후회도 미련도 없이 쭉쭉 자라난다. 그래서 때를 가리지 않고 꽃 피우고 씨앗을 뿌린다. 새포아풀 역시 도감을 보면 '5월에 꽃을 피운다'라고 나와 있지만, 마냥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틈만 생기면 사철 꽃을 피우고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새포아풀도 벼과식물이라서 뿌리에서 많은 줄기가 자라난다. 초원에서 자리잡고 자라온 벼과식물은 초식동물한테 뜯어 먹히고 밟히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성장점을 줄기 끝이 아니라 뿌리 가까이까지 낮게 자리잡았다. 새포아풀도 밟혀서 말라버린 잎 아래에서 새줄기가 자라나고 또 자라나서 작은 풀 무더기를 이루는 것이다. 기껏해야 한 뼘을 넘지 않게 자라는 새포아풀은 겨울에도 쉬지 않고 이 길에서 저 길로 퍼져나간다. 이렇게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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