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기업도시, 물불 안 가리는 전경련

개방과 노동유연화 전제로 한 개발이익 극대화 노림수

기업도시(민간투자활성화위한복합도시개발특별법) 건설이 구체화 된다. 특별법이 11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2월까지 시행령을 정비하고, 3월까지 도시 선정을 위한 지구지정 신청을 받고, 6월 경 지구지정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약 1년 간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2006년 말부터 착공에 들어간다. 건교부장관은 올 연말에 기업도시 시범사업지역을 많게는 4∼5개, 적게는 관광레저형에 국한해 2개를 우선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0월 1일 효과적인 기업도시 건설을 위해 국회 입법과정에서 토지 협의매수 비율 50%와 같은 정부안의 규정들이 삭제 또는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월 1일 여야 국회의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지역혁신.기업도시정책포럼' 창립모임 겸 간담회에서 전경련은 "정부안은 개발이익 70% 환수, 토지수용권의 협의매수 비율 50%, 총사업비 중 자기자본 비율 25% 유지 등으로 규정하고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입법과정에서 조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전경련은 '토지협의매수 비율 50% 규정 폐지' 주장과 관련, "현실적으로 협의매수 과정에서 토지수용 대상자들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지가가 급등하면 협의매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업계획 수립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이용이 어려워지며 기업도시 건설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특별법의 개발이익의 70% 수준을 환수하도록 규정한 '개발이익' 부분에 대해서도 기업으로서는 무리한 규정이라고 지적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시행자가 협약으로 환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별법의 '사업시행자가 자기자본으로 총사업비의 25% 이상 보유한다'는 규정에 대해서도 사업시행자의 지분을 제한하는 것은 민간사업자의 유동성과 자금동원 능력에 부담을 주고, 다수의 컨소시엄 구성을 어렵게 한다는 이유를 들어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아울러 토지의 직접사용 의무비율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기왕에 제출된 정부의 특별법안도 경제자유구역 시행 이후 보다 많은 자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기조를 담고 있는데, 전경련은 여기에 한 수 더 해 기업도시와 관련한 모든 이익을 자본에게 넘겨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도시에 대한 전경련의 관심은 '개발이익'에만 한정되지 않고 있다. 교육 의료 개방과 노동시장 유연화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경련은 '경쟁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교육·의료시장 확립'을 위해 초중등학교 운영의 자율성 보장, 자립형사립고 운영 개선, 새로운 학교 형태인 협약학교의 전향적 허용 등을 요구하고, 기업도시 내에서 외국교육기관 및 외국인학교와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 및 외국의료기관의 설립을 허용하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근로자 파견대상 업무를 확대하고, 파견기간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파견근로제를 개선해야 하며, 쟁의 발생시 대체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체근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안의 명칭도 정부안은 '민간투자활성화위한복합도시개발특별법'으로 제출되어 있으나 기업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건설하는 기업도시를 강조하기 위해 '복합도시' 대신 '기업도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문까지 덧붙였다.

교육, 의료 개방은 이미 가파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교육 영역은 외국교육기관과 외국인학교의 설립이 이미 추진 중에 있다. 외국교육기관에 내국인입학 허용, 학력인정, 영리추구 허용의 파격적 혜택이 부여되면 국내 대학의 80%, 공교육의 절반인 사립학교가 어떤 요구를 할지 눈에 훤하다. 여기에 영리 추구 허용은 현행 사립학교법으로도 제어가 안 되므로 공교육 바탕의 붕괴가 기정사실로 된다. 의료 개방 역시 외국 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 허용,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개정이 이루어지면 그나마 빈약한 의료공공성의 기반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여기에 파견대상 업무 확대와 파견기간 연장, 쟁의 발생시 대체근로자 사용 주장은 최근 노동자의 반발을 사고 있는 비정규직 개악법안의 기조와 맞물려 있다. 개정파견법과 제정기간제법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된 내용이 특별법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1년 전 경제자유구역법 추진시에는 표현 자체도 삼가던 노골적인 내용이 공공연하게 적시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자본의 요구가 물불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특별법은 정부안에 대해 여야가 대체로 합의하고 있는만큼 법안 통과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혁신.기업도시정책포럼'에 60여 명의 여야의원이 가입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개방과 노동유연화를 전제로 개발이익을 쫓는 자본과 지자체가 결탁함으로써 전 국토의 기업도시화 추진이 시작되고 있다. 돈 있는 사람만 버틸 수 있는 자본도시의 미래가 열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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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 전경련 , 파견법 , 기업도시 , 보수와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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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두각시

    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