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사이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일

[전범기소이야기 3]죽고 있는 이라크 사람들을 기억하라!!

“저는 여러분이 죽이려 하는 바로 그 아이입니다. 제가 운이 좋다면 1991년 2월 16일 바그다드의 공습 대피소에 숨어 있다가 여러분이 떨어뜨린 '스마트' 폭탄에 살해당한 300명의 아이들처럼 그 자리에서 죽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운이 없다면, 바로 이 순간 바그다드 어린이 병원의 '죽음의 병실' 에 있는 열 네 살 알리 파이잘처럼 천천히 죽게 될 겁니다. 알리는 걸프전에서 사용한 열화 우라늄탄 때문에 악성 림프종이라는 암에 걸렸습니다. 어쩌면 저는 18개월 된 무스타파처럼 '모래파리'라는 기생충이 장기를 갉아 먹는 병에 걸려서 손을 써 볼 수도 없이, 그저 고통스럽게 죽어갈 겁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무스타파는 단돈 25달러 짜리 약만 있으면 완전히 나을 수도 있습니다.”

2003년 3월, 13살 짜리 이라크 소녀 샬롯 앨더브란이 전 세계에 호소했을 때 사람들은 그 편지를 기억했다. 그러나 전쟁 발발 후 1년 7개월째인 지금까지 앨더브란의 공포가 그대로, 아니 확대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종종 잊는다.


매일 20여 명의 아이들이 죽는다
언론 보도를 근거로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수를 추정하는 '이라크보디카운트(IBC, www.iraqbodycount.net)'는 전쟁 발발 이후 10월 26일 현재까지,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숫자가 최소 1만3,316명에서 최대 1만5,397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언론에 공식 보도된 수치만 따졌을 때다.

이라크 국민 2400만 명 중에서 절반 이상은 15세 미만의 어린이다. 당연히 어린이 사망자도 많다. 유니세프는 전쟁 후 이라크에서 연간 6,880명의 5세 미만 영유아가 사망했다고 추정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20여 명의 이라크 아이들이 폭격에 맞아서, 영양실조로, 병원이 없어서(있어도 미군 통제로 갈 수 없어서), 약이 부족해서, 더워서, 물이 없어서 죽는다. 미국 정부는 이 수치에 대해 어떤 공식적인 언급도 하지 않는다. 공화당도,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약속했던 ‘새로운 이라크’
10월 11일부터 17일까지 한 주만 예로 들어보자. 11일 월요일에 모술 자살 테러 사건을 포함해 12명, 화요일에는 46명(미군 군용기가 테러리스트들의 접견 장소라고 생각한 팔루자의 유명 레스토랑을 폭격하는 바람에), 수요일 10명, 목요일 58명, 금요일 24명,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31명, 27명. 한 주 동안 총 208명의 이라크 민간인이 전쟁 관련 사건으로 사망했다. 전쟁이 끝나고 점령군이 들어오고 1년 7개월, 매일 매일이 이런 식이다.

저항 세력의 테러가 살상을 야기한다고만 분석하면 오산이다. 미군은 10명의 저항세력을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100명, 1000명이 넘는 이라크 인을 체포하거나 고문하고, 저항세력으로 오인한(!) 청년의 몸에 200발이 넘는 총알을 난사하고, 어린이를 포함해 20명이 넘는 대가족을 몰살했다. 저항세력이 밀집해 있다고 판단한 민간인 거주 지역에, 그러니까 팔루자, 사드르, 사마라, 나자프, 쿠트, 쿠파 그 밖의 무수한 지역에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이것이 미국이 벌인 자칭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한국이 동참한 전쟁이 약속한 ‘새로운 이라크’의 오늘이다.


유명무실한 ‘재건 원조’
이라크가 받고 있는 것은 군사적 공격만이 아니다. 세계 2위 석유보유국인 이라크는 한 때 세계 최대의 부국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 3명당 1명이 하루 생계비 2달러로 살아가는 가난한 나라가 됐다. 세계식량계획(WFP)의 조사에 따르면 10월 현재, 이라크 국민의 1/4이 구호 배급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여기에 끼지도 못한 350만 명은 배급조차 안정적으로 받지 못한다.

수도, 전기, 학교, 병원 등 기본적인 설비는 거의 복구되지 못했다. 이라크 국민 60%가 오염된 식수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50도가 넘는 폭염을 에어컨 없이 견뎌야 한다. 유아 영양실조 비율은 전쟁 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생후 1년 미만의 신생아 사망 비율은 10명당 1명 꼴로 늘었다. 미국이 약속한 ‘재건’ 지원은 유명무실했다.

돈도 벌고 빚도 받고, 미국의 일석이조
정작 이라크 재건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미국 기업이다. 핼리버튼, 벡텔을 비롯해 특히 부시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미국 기업들이 자격이 충분한 이라크 기업을 제치고 수백만 달러의 ‘재건’ 계약을 수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이라크를 사실상 경매에 내놓았다. 지난 해 9월 임시행정기구(CPA)는 악명 높은 법령 제39조를 제정했다. 법령에 따라 200개의 이라크 공기업 이 민영화 수순을 밟게 되고, 외국 기업들은 이라크 은행과 광산, 공장의 소유권을 100% 보유할 수 있으며, 자신의 이익을 100% 고스란히 해외로 가져갈 수도 있다.

또 있다. 이라크가 이번 전쟁으로 미국을 위시한 점령국에 지불해야 할 전쟁 부채는(걸프전 배상금을 포함해) 2천 억 달러가 넘는다. 이라크 연간 GDP의 8배가 넘는 천문학적인 수치이다. 이 상태라면 이라크 재건은 몇 십년, 아니 1백년이 걸릴 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은 전쟁으로 돈도 벌고, 전쟁 비용도 벌어들이는 일석이조를 누리겠지만 말이다.


당신이 알아야 할 이야기
이 모두가 먼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촛불집회로도, 단식으로도 파병을 막지 못한 우리 역시 ‘새로운 이라크’ 건설에 일조했다. 수많은 앨더브란과 그들의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의 고통을 외면했다. 더 이상의 범죄는 없어야 한다. 파병 주둔도, 파병 연장도, 이라크 전쟁도 끝내야 한다.
덧붙이는 말

이 글은 전범민중재판 신문에 장성희 씨가 기고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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