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대가는 오히려 한반도 위기 고조

[전범기소이야기4] 파병국 대부분 철수, 한국은 세계 3위 파병국

한국군과 국민에 대한 이슬람계 저항 세력의 테러 위협이 빈발하는 가운데, 국방부가 올해 말로 끝나는 이라크 파병 시한을 1년 연장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전 세계가, 심지어 미국 정부조차도 참혹한 수렁 같은 이 전쟁에서 어떻게 발을 뺄까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의 입장은 파병 철수가 아니라, 파병 연장(!)이다.

파병국 대부분이 철수하고 있다

권진호 국방보좌관은 파병 연장에 대해 "임무수행을 본격 시작도 안했다"면서 "자이툰 부대가 4개월만에 귀국하게 되면 군 사기도 있지만 국제적으로 이라크에 파병했던 정부의 대의명분에 손상이 온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하지만 국제사회의 상황은 그의 견해와는 정반대이다.

이미 스페인, 온두라스, 도미니카,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 등이 철군을 완료했고 폴란드, 이탈리아 등이 철군 시한을 제시하는 등 주요 파병국가들의 철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 내에 더 이상의 다국적군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1천 명 이상 파병한 국가 중에서 영국이 주둔군 전투부대를 1/3로 감축할 계획이며, 철군 계획을 밝히지 않은 곳은 네덜란드, 한국뿐이다. 미국, 영국과 함께 주도적으로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던 호주도 파병 연장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세계 3위 규모의 파병군에 이어 이번에는 세계 유일의 추가 파병국이 되려는 한국에 테러 위협이 가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어디에도 파병 명분은 없다

파병 당시에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파병 연장의 근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이 전쟁의 부당성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다. 미국 의회조차 “거짓과 과장에 의한 전쟁”으로 규정, 이라크 전쟁이 부시 행정부가 자행한 침략전쟁임을 명백히 했다. 미국과 영국의 의회 보고서는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었던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설 및 알카에다와의 연계설 등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확인했고, 부시 대통령이 직접 구성한 이라크 서베이 그룹의 듀얼퍼 보고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거짓된 정보 조작에 의한 전쟁으로 지금까지 최소 1만5천여 명 이상의 ‘민간인’-전투 군인이 아닌(!)-이 사망했다. 그리고 파병으로 인해 한국은 이 참살극에 적극 동참한 전범 국가가 됐다.

사실 조영길 전 국방장관은 자이툰 부대 파병 전인 7월 이미, "이라크전이 잘못된 정보로 시작되었다는 미 상원보고서도 한국군의 추가파병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요인은 되지 않는다"면서 “파병은 전쟁의 정당성을 인정했다기보다 우리 국익을 생각하고 한미동맹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내린 판단”이라고 변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허구임이 입증됐다. 정부는 당초 북한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파병한다고 주장했지만 북핵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미국의 대북적대정책도 완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은 PSI 훈련, 북한인권법안 통과 등 북한을 압박하고 붕괴시키기 위한 일련의 적대적 정책들을 가속화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내에서조차 북한핵문제에 대해 정당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부시 행정부의 압박일변도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형편이다. 파병을 대가로 얻은 것은 더도 덜도 아닌, 한반도 위기 고조일 뿐이다.

파병 연장은 전쟁 범죄의 연장이다

게다가 점령군과 다국적 군의 존재 자체가 이라크를 더 큰 폭력의 악순환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라크 국민 80%가 외국군 철수를 원한다. 재건도, 평화유지도 필요없으니 자신의 운명을 자기 힘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8월 3일 이라크로 떠난 3600명 규모의 자이툰 부대-이 부대의 정식 이름은 ‘이라크 평화재건 사단’이며 올해 말까지 총 2천억 원의 예산을 쓰게 되어 있다-는 계속된 테러 위협으로 인해 이미 영외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AP통신이 지난 9월 말 호주,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멕시코, 미국 등 9개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라크 전이 세계적 테러위협을 높였나, 낮췄나"라는 질문에 호주66%, 영국 76%, 캐나다 67%, 프랑스 72%, 이탈리아 74%, 독일 83%, 멕시코 68%, 스페인 73% 등 압도적인 다수가 ‘높였다’고 답했고, 미국도 절반 이상인 52%가 ‘높였다’고 응답했다. 전 세계 시민들이 이라크 전쟁이 오히려 테러 위협을 증가시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부당한 침략 전쟁에 동참한, 그것도 세계 3위 규모의 군대를 파병한 전범국가로 낙인찍혔다. 그 댓가는 크다. 정당성 없는 파병을 국민의 뜻에 반해 강행한 이후 김선일 씨 사망사건을 겪었고 그 후로도 지속적인 테러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이 폭력의 악순환을 끊는 길은 하나뿐이다. 파병 연장은커녕, 당장 철군 일정을 논할 때이다. 파병 연장은 전쟁 범죄의 연장이다. 오욕의 역사를 하루도 더 연장할 수는 없다.

이라크 주둔 외국군 철군 일정

3월 17일 도미니카 공화국 철군
4월 18일 스페인 철군
6월 29일 노르웨이 철군
6월 30일 온두라스 철군
7월 19일 필리핀 철군
8월 2일 파키스탄 파병 불가 방침 천명
8월 28일 태국 철군
10월 4일 이탈리아 철군 계획 발표
10월 4일 폴란드 내년까지 완전 철군 발표
덧붙이는 말

이 글은 장성희 님이 전범민중재판 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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