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으로 하늘을 가리는 마음...

[전범기소이야기5] 팔루자 학살 규탄 교보문고 앞 빗속 피스몹

미군이 팔루자를 공격해 수많은 민간인을 죽이고 있는 시간, 파병 규모 3위 파병국인 한국에서는 학살을 멈추라는 외침이 울려퍼졌다. 10일 저녁 7시 30분, 빗방울이 팔루자에 떨어진 포탄처럼 내리는 서울 교보문고 앞 광장에 약 20명의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팔루자 학살을 규탄하는 피켓을 몸에 걸친 채 말이 없다. 평화를 위한 피스몹을 진행중이다.

팔루자 학살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촛불을 밝혔다.

전범민중재판의 기소인으로서 홈페이지를 보고 나왔다는 김기성 씨는 "전쟁이 시작된 이래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팔루자에서 더 많이 죽고 있어 안타깝다. 죽어가는 이들 중 대부분이 어린이, 여성, 민간인이다. 또한, 팔루자가 자이툰 주둔지역은 아니지만, 한국 파병군은 다른 지역을 방어함으로써 팔루자 공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범국가의 국민이 되기 싫어서 이렇게 나왔다. 엊그제 감기에 걸려서 너무 아픈데, 왜 또 팔루자를 공격해 내 양심을 건드려서 여기 또 나오게 했는지 부시와 노무현이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너무 싫다"고 말했다.


피스몹을 진행하는 이들은 "비극이 팔루자를 삼키고 있다"는 몸자보를 두르고, 쓰고 있는 우산에 "팔루자 학살 중단", "민간인 학살 중단"을 써서 붙였다. 차도를 입고 비에 젖은 바닥에 누워 이라크 여성들의 고통을 표현하는 행위가 눈에 띄었다.

류배제연 씨는 "미군이 팔루자를 공격해서 많은 민간이 죽고 있어서 나왔다"며 "모든 전쟁은 이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한다. 전쟁이야말로 이 더러운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에 전쟁반대가 곧 자본주의 반대라는 생각에서 나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피스몹에 함께한 손상열 씨는 우산을 쓴 이유가 비단 비가 오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아이들이 이라크에서 죽고 있는데 거기에 우리 군대가 가서 학살을 도와주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얼굴을 들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우산을 들고 하늘을 가리고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퇴근길, 집을 향해 잰걸음을 재촉하던 시민들은 공중전화 부스에서 급한 공연이 시작되자 하나 둘 발길을 멈추고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평화를 노래하는 별음자리표는 "총을 내려라" 등의 노래로 팔루자 학살을 규탄했다.


오늘 피스몹을 제안안 이지은 씨는 "팔루자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한국 국민들에게 알려내야 할 것 같았다. 점점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 우리가 직접 행동을 해서 전쟁이라는 야만이 하루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라크라는 땅에 태어났기에 오늘 우리와 똑같은 시간을 마실 물도 없이 발 앞에 미사일이 떨어지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슬프고 끔찍하다. 그 사람들과 함께 전쟁에 처한 입장에서 내일 하루를 맞고 전쟁반대를 위해 보내겠다"고 말했다.


8시 50분 내일 다시 이 자리에 모일 것을 약속하고 이들은 내리는 비 속에서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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