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덤덤한 상태다. 실제 투표율도 그렇다"

[총파업 인터뷰 2] 백순환 금속연맹 위원장
자동차, 금속노조 등 11만 명 파업 돌입할 듯

오는 26일, 민주노총은 비정규 개악안 철회와 한-일FTA 저지 등 당면 사안을 걸고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 최초의 전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결의했지만, 현실적으로 총파업의 주된 동력이 자동차, 금속노조를 위시한 금속연맹에 포진되어 있고 따라서 총파업에 임하는 금속연맹의 준비와 계획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미디어참세상은 26일 총파업투쟁을 앞두고 민주노조운동의 주요 지도부와 연속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에 이어 백순환 금속연맹 위원장을 만났다.

26일 시작되는 총파업 관련 연맹 준비상황은 어떤가
9월 14~ 15일 임시 대대를 통해 올 하반기 현안 관련 개악안이 일단 국회에 상정되고 통과가 예상되면 파업에 돌입할 것을 결의했다. 이후 각 노조별 현안 문제와 비정규 개악안에 대한 현장 교육을 진행했다. 그 중간 중간에 중집과 중앙위를 통해서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현장 순회를 통해 조합원을 만나 하반기 비정규 법안 통과와 FTA가 추진될 경우 현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 설명하고 쟁의행위 찬반 투표 참여를 독려 했다. 현재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맹 현장의 분위기를 거품 없이 말해 달라
자동차 관련 업종에서는 FTA 뿐만 아니라 비정규 법안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선소 사업장의 경우는 별로 긴박감이 없이 덤덤한 상태다. 실제 투표율도 그걸 보여준다.

왜 그런 양상이 나타나나
현재까지 대공장, 특히 조선소에서는 임의적 정리해고가 진행된 바 없다. 한진중공업에서 그런 시도들이 있었지만 작년 김주익 열사 이후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 따라서 자신들이 현장에 있는 동안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참으로 안이한 생각이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전체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간부들의 경우 어렵더라도 어쩔 수없이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조합원들의 경우 적극적 의지는 전체적으로 형성되지 못한 거 같다.

26일 총파업 양상이나 양태가 어떨 것으로 예상하는가
금속연맹은 다섯 개 사업장 정도를 빼고는 전부 파업선언에 동참한다. 문제는 실제로 얼마만큼 동참하는냐 인데... 자동차, 금속노조, 현안 사업장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의 경우 일부만 빠져도 일이 안 되니까 파업의 모양을 갖출 것이다. 실제로 주되게는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정도가 될 것이다. 조선소의 경우는 개별 공정이기 때문에 선언 이후 부분별 참여가 될 것 같다. 대우조선 500~1000명 정도에 미포조선은 참여가 어려울 것 같고 삼호중공업의 경우도 계속 탄압을 받다가 타결되어 총파업 실제 참여는 어려울 것 같다.
총파업 선언은 13만4백50을, 실제로는 10만7천에서 11만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조합원들을 버려두고 간부들이 상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파업은 지역별로 진행된다. 금속의 경우 기아 화성이나 경기 아남, 쌍차 정도 상경할 거고 집회 등을 통해 각 지역별로 거리로 나올 것이다.

26일 민주노총 전체 규모는 얼마 정도나 될 거 같나
17만 정도 예상하고 20만 정도 조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난 번 임시대대에서 총파업 결의할 때도 그랬고, 현장 순회를 할 때도 특정 사업장, 특정 연맹만 가는 파업은 안 된다는 지적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금속 10~11만을 감안하면 17만이라는 숫자는 그런 우려가 별로 극복되지 못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맞다. 사실상 금속만 주로 가는 상황인데 현장에서 그 부분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전교조와 금속이 안 움직이면 민주노총이 실질적으로 움직이기 힘든 상황인데 전교조의 경우 연가파업이 부결되었고 공공연맹 역시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12월 3일 예정하고 있는 철도 파업이 성사되면 탄력이 확 붙을 거 같긴 하지만...

지난 금요일 중집. 중앙위 결정사항과 논쟁점은 주로 무엇이었나
26 총파업은 무조건 간다. 협상 결과에 따라 지켜 볼 바지만 일단 29일도 총파업은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주말 이후 조합원들이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29일 일정도 못 밖은 것이다. 무기한 총파업을 결의했기 때문에 상황을 봐 가면서 30일 총파업을 할지 여부도 결정할 거다. 위원장에게 위임하고 투본회의를 통해 조율하는 것으로 잡고 있다. 장기전으로 가게 되면 지역별로 파업 사업장 외의 사업장에서 저녁 이후 함께 하는 양상이 될 것이다.
특별히 논쟁된 부분은 없다. 총파업 돌입 이후 만약 상임위 상정이 안 되면 중간에 파업을 무리하게 지속하지 말고 상임위 상정 시점에 다시 총파업을 조직하자는 의견과 12월 3일 철도 파업 때까지 끌고가서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 정도가 있었다.

본인의 판단은 어떤가
개인적으로는 뒤의 의견과 같다.

상임위를 거치면 본회의 상정시는 손쓸 방법이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만약 상임위 상정에서 별다른 변화점을 못 이끌어 낼 경우 본회의 상정이 예상되는 12월 중하순에 다른 계획을 갖고 있나
유연하게 총파업을 결의한 만큼 그 때가 되면 다시 총파업을 포함한 다양한 전술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금속연맹의 경우 12월 28일 연맹 선거가 있는데 올해 내에 선거를 치뤄야 하기 때문에 선거 자체를 미룰 수는 없지만 전체 전술에 맞게 함께할 것이다.

이번 총파업을 준비하며 96년, 97년 총파업 얘기들을 많이 한다
만약 FTA가 통과되면 모르지만 현재는 97년 정리해고 때와는 양상이 다르다. 그정도로 현장의 분노가 폭발적이지는 못한 상황이다. 조직적 강제로 함께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안 걸린 사업장이나 운수연대 묶고 금속 묶어서 투쟁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지 모르지만 지금 법안의 문제에 비해 97년 정도의 절박함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비정규직이 폭발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87년 버금가는 투쟁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규직이 투쟁의 기초를 마련해야 하는데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를 자기 문제로 받아 안지 못하고 있어 쉽지 않으리라 본다.

왜 그런가
금속의 경우 근자에 정규직 신규 채용이 거의 없었다. 나이 많은 4~50대 조합원들이 대부분인데 자신들이 있는 동안에는 당장 비정규직화가 될 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힘 있는 사업장의 경우 노조가 막아낼 거라는(자기가 있는 동안에는) 일정 기대도 있다. 젊은 조합원의 경우에도 거의 연줄로 정규직이 되다보니 거기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부분도 있다.
현장 교육을 할 때면 짐승도 자기 자식들을 보호하는데, 자기 자식들이야 비정규직이 되든 말든 자기만 정규직으로 퇴직하면 된다는 것이 짐승만도 못한 거 아니고 뭐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조합원들의 의식이 고착화 된데는 연맹이나 민주노총이 비정규 문제를 선언 정도에만 그치는 사업으로 배치해 왔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연맹의 기본 입장은 있다. 비정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비정규직을 조직하지 못하면 연맹이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을 절실히 갖고 있다. 갈수록 조합원 숫자는 줄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 조합원들은 설득 당하려 하지 않고 설득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려 하면 반발한다. 알아 듣지 못해도 대기업 조합원들 달래고 투쟁하고 있지만, 집행부에서 이 부분을 생각하며 시간을 두고 사업을 하는 부분에 대한 비정규직의 불만도 쌓여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다소 진부한 예기지만 노무현정권이 노동운동에 대해 취했던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역시 진부한 대답일 테지만, 노무현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개혁적이라면 비정규직 조직화의 토대는 열어주고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운운해야 할 텐데, 무작정 신자유주의 흐름을 관철하려는 이전 정권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른바 사회 개혁법안으로 자기 지지 세력을 묶어둘 생각이지만 경제정책에서는 좀 더 다른 정책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 실업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최소한의 선에서라도 보장하는 정책, 실제 비정규 삶의 질을 나아지게 하는 정책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소비가 얼어 붙었다고 말하는데 그게 무슨 얘긴가, 대다수 비정규, 실업 노동자들의 삶이 그만큼 나락에 있다는 것 아닌가? 노무현정권은 최소한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거다.

사회적 합의에 대한 논의가 1월 대의원 대회로 늦춰졌기 때문에 조만간 사회적 교섭에 대한 판단을 다시 해야 한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사회적 교섭이 전혀 필요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회적 교섭을 하려면 현정부의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지금의 정부 마인드로는 안 된다. 비정규법안 강행 과정만 보더라도 누차 민주노총과의 협의를 말했지만 뒤통수를 쳤다. 정말 사회적 교섭을 할 의사가 있다면 민주노총 내부의 상황이 어떻게 정리되었든 일단 들어와서 논의하자고 했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확고한 변화가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을 민주노총 지도부도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떤 현장 조합원이 사회적 합의에 대해 동의하겠나?

비정규 법안 관련 정부의 마인드에 획기적 변화를 읽을 수 있는 판단 기준들은 어떤 것들이 있겠는가
지금의 안을 폐기하고 시간이 얼마 걸리든 사회적 합의 속에서 전면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하고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노동자들이 납득할 만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총파업 돌입 이후 정부가 비정규 관련 법안들을 내년으로 유보하고 1월 대의원 대회 이후 사회적 합의에 논의의 초점이 맞추어 지는 게 아니냐는 관망도 나오고 있다
일단 유보가 되면 계속 파업을 끌고 가는 것은 전술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에 따른 다양한 전술들이 다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보라는 것은 언제라도 뒤퉁수를 치겠다는 다른 말이다. 한두 번 당했나? 기본적으로 정부가 유보의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라면 대화 틀거리에 참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이런 노무현정권의 대 노동 전술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은 어떠했다고 평가하는가
작년 그리고 올해 초까지 정신없이 닥쳐오는 열사 투쟁에서 현장 간부들은 참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나 현장 동력이 있는 시기에 제대로 붙지 못했고 그것을 하나의 전선으로 응집시킬 결정적 계기도 만들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대응이 되지는 못했다.

연맹 위원장으로 이번 총파업에 임하는 결의를 듣고 싶다
연맹 위원장이라고 뭐 특별한 다른 결의가 있겠나. 금속연맹은 아무리 악조건의 상황이라 해도 일정 정도 파업은 형성된다.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이것저것 전제하지 않고 가는 수밖에 없다. 현안 문제에 대한 분노로 눈 질끈 감고 투쟁하고 나서야 한다. 이것 저것 재는 순간 노동운동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무력화 된다. 대화를 통해서 한국노총처럼 한다면 정부가 조직을 지켜줄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다.

조합원에게 덧붙이고 싶은 말은
노조의 힘이 약한 현장이나 미조직 현장에서는 단기간 내에 이번 비정규개악안에 따른 비정규직 전면 도입이 이루어 질 것이다. 개별사업장 별로 노조에 힘있는 현장이나 불가피하게 정규직을 써야 하는 현장에서는 당분간 이 법안의 파급력이 가시화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머지 않아 3년 혹은 5년 내에 전체 노동자들이 비정규직화 되는 것은 현실이 될 것이다. 교섭의 틀은 개별노동자와 자본가의 문제로 떨어질 거다. 그런 현실들은 전체 노동자의 삶에 대한 결정적 역행으로 작용할 것이고 노동운동의 미래는 보장될 수 없는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에 10명의 국회의원이 배출되었지만 그 때는 그 이상이 아닌 그조차도 유지 할 수 없는 퇴행을 하게 될 것이다. 이 법안이 함의하는 파급력이 이렇다. 이번에 모든 총력을 기울여서, 자기 안위만이 아니라 자기 자식과 자기 주변, 그리고 자신에게 닥칠 미래를 막아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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