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받아 가셔야 합니다"

공공연맹 건대입구서 '총파업 지지' 시민 아침 선전전

서울 시내 곳곳이 방송 소리로 시끌 시끌하다. 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방송의 근원지를 시선으로 쫓는다. '선거기간도 아닌데 뭔 소리지' 싶은 눈초리다. 성우를 방불케 하는 깔끔한 목소리지만 내용 만큼은 카랑카랑 하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은 오늘 전국 곳곳에 방송차를 설치하고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확산을 저지하는 총파업을 지지해 주십시요'의 자체 방송을 틀어댔다.

"경기도 나쁜데 파업이라니"라는 추운 날씨 만큼 꽁꽁 얼어 붙은 국민의 여론, 자본의 공세를 의식한 대국민 선전전이였다. 오늘 (23일) 공공연맹은 건대입구 역과 강변역을 중심으로 아침 출근선전전을 진행했다.

"국민여러분! 김대중정권은 신용카드 남발로 가정을 파탄내더니 노무현정권은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국민 여러분이 함께 나서야 합니다"

아침 8시부터 9시 30분까지 진행된 선전전의 가장 큰 경쟁자는 무가지 신문들이다. 곳곳에 놓여있고 경쟁적으로 나눠주는 그 틈바구니 속에 유인물도 하나의 신문과 전단지가 되지 않기 위해 차별적으로 나눠준다.

"민주노총에서 나왔습니다. 이 한 장의 종이에 국민 전체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꼭 받아 가십시오" 씩씩하게 건네지는 유인물에는 "총파업"의 붉은 글씨가 선명하다.

직장을 향한 바쁜 발걸음, 무가지 신문을 여럿 챙겨든 손에는 유인물을 받을 틈이 없고, 추운 날씨 탓에 주머니에 잠겨진 두 손은 유인물을 받을 생각을 않한다. 나눠주는 유인물이 거절당하기 일쑤다. 지하철 입구에서 올라오던 시민들에게 수차례 유인물을 거절 당한 활동가가 멋쩍은 듯이 한마디를 건넨다

"시민들이 잘 안 받네요. 무가지 신문만 아니여도 이 정도는 아닌데.."

신문은 어차피 경쟁 상대가 아니다. 받아든 시민들이 얼마나 자신의 것으로 유인물을 소화하고, 노동자들의 편에 서 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 유인물을 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주려니 피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뭐냐?'며 자발적인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갑자기 나타난 한 아주머니는 "나도 한 장 주세요" 하더니 자전거 바구니에 끼워 넣는다. '집에 가서 읽어 보겠다'며 씨익 웃는 모습에 추웠던 마음이 다 녹아 버린다.

"국민연금을 개악 저지해야 합니다. 이라크 파병 연장 되면 안 됩니다. 국가보안법이 철폐되어야 합니다. 비정규 악법도 철폐되어야 합니다. 공무원의 노동 3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차별없는 평등사회와 헌법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드는 민주노총의 파업 투쟁에 힘을 모아 주십시오" 방송 CD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지고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대국민 총투쟁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총파업을 향한 한발을 더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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