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과 구속 결단식은 출발일 뿐이다"

[총파업 인터뷰 5] 박대규 비정규연대회의 의장
"비정규직 눈물 닦아 주겠다던 대통령, 피눈물을 뽑고"

민주노총 총파업 돌입 이틀 전인 24일 전국비정규직노조 간부 1300여 명이 파업에 돌입하고, 삭발식 구속 결단식을 진행했다. 이미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은 지난 9월 열린우리당 점거 농성을 통해 민주노총의 4시간 부분파업을 전면 총파업으로 이끌어낸 바 있다.

지금은 삭발식이니 구속 결의니가 어쩌면 식상할 정도로 흔해졌지만, 노조 결성만으로도 구속과 해고를 당하기 다반사일 만큼 열악한 현실에 처한 비정규직들이기에 그 결의의 이미는 남다르다. 비정규직 철폐 투쟁에서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박대규 의장에게 오늘 간부파업의 의미와 이후 총파업투쟁의 결의를 들어보았다.

26일 총파업에 앞서 간부파업을 진행한 의미를 말해 달라
우선 지금 정부나 언론은 마치 비정규직이 이 법안을 환영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또다시 이기주의로 몰아가고 있다. 비정규직이 이런 것에 맞서서 반대 의사를 전사회적으로 천명하려는 것이다.
정부 여당에서는 여론조사라는 미명 하에 법안 내용을 잘모르는 국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비정규보호법안에 찬성하냐고 묻는다. 누가 비정규를 ‘보호’ 한다는데 반대하겠는가. 그런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이 법안을 찬성한다고 사기를 치고 있다. 그 뿐인가, 비정규직 '보호'라는 이름으로 마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법안을 환영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대형 사기다.
총파업에 앞서 비정규직노조 간부파업을 통해 비정규직 주체들이 이 법안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정부안의 허구성을 온몸으로 증거하는 선도투쟁을 잡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 파업의 목적이 정부안 유보가 아닌 완전 폐지, 그리고 비정규권리입법쟁취라는 것을 선전포고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동안 말로만 총파업에 비정규직이 선도투를 자처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오늘을 시작으로 다시 비정규직이 총파업의 선두에 함께 서겠다는 약속을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 충분히 불붙지 않는 현장의 분위기를 일으키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간부 파업에 구속 결의를 모으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말로 하는 구속 해고 결의 아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동지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받은 차별의 극악함을 먼저 겪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조합의 간부들로서 일정부분 투쟁력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간부라도 먼저 나서야 한다는 결의를 모은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초기 집권 당시 "비정규직노동자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했다
직접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얘기라도 좀 해야겠다. 비정규직 눈물을 닦아 주겠다더니 비정규직 눈에서 피눈물을 뽑고 정규직 공격에 비정규직을 활용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그나만 전체 정규직을 비정규직화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언제 한 번 비정규직 얘기를 들어나 봤나?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 이 법안에 자신있으면 그렇게 좋아하는 TV토론에라도 나와보라. 나와 맞장 한 판 뜨자.

오늘 이후 총파업까지 계획을 말해 달라
오늘 결의를 갖고 현장으로 돌아가 조합원들을 더 독려할 것이다. 26일부터는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총파업에 돌입하고 전체와 함께 할 것이다.

26일 실제 파업 참가는 어떻게 되나
업종별, 사업장별로 차이가 있다. 전면 총파업을 하는 단위도 있고, 연가파업이나 집회에 결합하는 단위도 있다. 높고 낮은 수위는 있지만 파업이라는 것 자체가 해고로 직결될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치로 파업에 임할 거다.
건설 운송은 1000여 명이 차량 동원 파업에 돌입한다. 수도권은 민주노총 일정처럼 상경하고 지방은 지방별로 진행한다. 타워크레인도 하루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고, 시설노조의 경우도 간부파업에 돌입한다.

총파업을 준비하며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단어가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비정규직' 문제라고 하니까 정규직은 잘 체감하지 못하고, 비정규 당사자는 ‘보호’라니까 착각할 수도 있고 그렇다. 현장에서 법안 내용을 교육중인데 사태의 본질이 빨리 알려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민주노총이 은연 중에 '정부안 저지' 에서 투쟁 위를 맞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다. 정부가 법안을 유보 한다고 해서 파업 수위를 조절한다면, 유보하거나 저지하는 것으로 할 일 다했다고 한다면 그건 비정규직에 대한 우롱이다. 현장에서는 ‘정부안 저지와 권리입법 쟁취’를 좀 더 확실한 기조로 삼아 줄 것을 주문해 오고 있다. 이런 요구를 집행부가 좀 심도있게 고민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을 해달라
1400만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더한 희생도 두렵지 않다. 오늘의 삭발식과 구속 결단식은 출발일 뿐이다. 구속과 해고 등 어떠한 희생이 오더라도 정말 우리 비정규직 노조들은 정부의 개악안을 완전 철회시키고 비정규권리입법쟁취 그날 까지 싸울거다.
개악안을 밀어붙인다면 한 해보라고 해라. 그러나 밀어붙이기 전에 우리 비정규직노조 간부들투터 밟고 가야 할 것이다. 우리 구속 결단은 용맹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의 결단이 밑거름이 되어 다시 한 더 큰 전체의 분노가 분출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램인 것이다.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