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참세상은 12월3일(금) 밤 11시부터 RTV(시민방송, SKY라이프)에 40분짜리 시사 프로그램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를 방영한다. 미디어참세상은 ‘피플파워’ 준비를 위해 지난 10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기획에 들어갔으며 12월2일 첫 번째 방송 녹화를 마쳤다. 피플파워는 매주 금요일밤 11시 위성채널인 스카이라이프 RTV에서 방영될 예정이며 RTV와 미디어참세상 페이지에서 동영상보기 서비스도 함께 할 예정이다.

피플파워 개요

방영: 스카이라이프 채널 154
방영시간: 매주 금요일 밤 11시
구성: 송호균, 이지영, 김지현, 김희정
영상: 이유림, 조정민,
미디어참세상 영상팀
진행: 홍석만
조연출: 김용욱
연출: 이정훈

제작, 기획: 미디어 참세상
제작지원: RTV

[제작 의의] 기댈 것인가? 만들 것인가? 만들 수 있는가?

최근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KBS시청료 거부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시청료 거부운동은 단지 KBS의 몇몇 프로그램이 보수 세력의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핵심은 KBS 사장의 선임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는 상황에서 향후 정권 창출에 공중파의 정치적 영향력을 미리 차단해 보겠다는 속셈일 것이다. 이러한 속셈에는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들의 공중파에 대한 주인의식이 뼈저리게 담겨 있다. 원래 자기들 소유의 공영방송이었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공영이었으며, 언제나 자신들이 좌지우지했던 전파였는데 이제는 맘대로 안 되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보수세력의 KBS 공격은 오히려 전파가 공적 영역이라는 사실을 더 명확히 인식시켜주고 있다. 일정하게 일반 민주주의가 진전되면서 더 이상 방송은 특정한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문제는 어떤 기조를 유지하며 각종 콘텐츠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있다. 정치권력의 변화 속에서 방송에 대한 진보진영의 개입가능성, 혹은 현실적 운영에 대한 전망을 지금부터 세워야 한다는 것을 보수 정치 세력들은 웅변해 주고 있다.

그 동안 방송영역에 대한 운동은 첫째 퍼블릭 액세스의 확대, 둘째 방송 운영의 민주화, 셋째 독립채널의 확보라는 3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방송 영역에서도 작지 않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퍼블릭 액세스의 확대로 전문 프로덕션이 아닌 일반시민과 노동자의 작품도 방송으로 송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게다가 기존 방송이 정권과 자본의 일방적인 목소리만을 대변하는 상황에서 이와는 다른 목소리와 시각으로 제작된 내용을 송출할 수 있는 공간을 열게 되었다. 실제로 KBS는 <열린채널>이라는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편성하게 되었고 다른 방송사로도 확대되고 있다. 또한 방송(운영)의 민주화를 위해 민간에서도 참여하는 방송위원회를 설립하여 방송영역 전반을 감시감독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국민주방송의 설립 시도에 이어 위성채널인 RTV(시민방송)도 설립되었다.

방송에 대한 개혁적, 시민운동적 접근의 한계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송에 대한 개입은 매우 제한적이며, 현재까지의 (시민운동적 개입) 한계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방송과 언론개혁이라는 이름의 형식적 손질을 하여도 자본과 권력에 편향적인 방송의 속성은 쉽사리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종 연예 프로그램과 드라마는 자본의 권능을 나타내는 표현들에서는 오히려 무제한 표현의 자유를 획득했다. 반면 민중의 정치적 의식을 규정하고 사회적 의제를 만들어 내는 뉴스와 다양한 시사 프로그램의 보수성은 여전하다. 노동과 동성애에 대한 혐오,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잔재들은 방송의 굳건한 요새이다. 특히 노동자들의 파업에 보이는 마녀사냥 식 보도태도는 이제 슬슬 바뀔 때가 되었는데도 노동문제는 난공불락의 요새다. 이 부분에서 방송은 자본과 정치권력의 조우를 가능케 한다. 노무현 대통령에서부터 총리까지,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여야 국회의원 모두 노동자들의 파업에는 이구동성이다. "엄벌", "엄단"이다. 그러니 공중파 3사도 파업보도에 가서는 입을 맞춘다. '엄벌'과 '국민볼모' 이런 식의 정치적 입장의 표출은 꾸준히 제기되어 온 바이다. 이미 정치권력도 방송도 자본에 자유로울 수 없으니 방송의 반민중성은 투영될 수밖에 없다.

작년 철도 파업에서 S방송사의 한 기자는 위원장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번 파업을 언제 멈출 건가요?" 도대체가 웃기는 얘기 아닌가? 왜 파업을 하는지가 아닌 언제 끝낼 것인가? 라는 질문은 현재 방송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또한, 방송의 여러 공간이 열리고는 있지만 방송에 대한 훈련부족으로 그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주체들은 많지 않다. 내용적으로도 이른바 개혁을 코드로 하여 주류언론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혁은 지배적 정치권력이 자기 권력의 안착화를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에 개혁은 20대80 사회를 정당화하고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은 좀더 민중적인 의제를 만들어 내야 한다. 가령 진정한 빈곤의 문제는 어디서 시작하는지, 이에 대한 처방은 무엇이어야 하며 직접민주주의를 위한 방송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을 일반화 시켜야 한다. 이처럼 방송은 개혁이슈를 넘어 진보적이고 민중적 의제를 중심으로 한 내용적, 제도적 개입의 필요성 또한 증대되고 있다.

민중언론, 방송을 만나다

미디어참세상은 오는 12월3일부터 위성채널의 하나인 RTV(시민방송)에 시사프로그램을 맡아 제작하기로 했다. 그 동안 미디어참세상은 노동자 민중의 현안과 의제를 중심으로 민중언론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방송 영역에 대해서는 경험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고 역량 또한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참세상의 고민은 방송에 대한 진보적인 접근 경로가 무엇이며, 방송을 보다 민주적이고 민중적으로 바꾸어 나가기 위한 우리의 행동 전략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있다.

신자유주의가 주류가 된 사회에서 대부분 '시사'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문제에 다름 아니며 노동자 서민에게 생존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사프로그램은 문제의 현상을 나열하지만 원인이 되는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있다. 또한 시사문제는 정치권에서 이루어지는 특별한 논쟁이라는 인식이 많아서 이러한 문제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살펴보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해결방안도 정치권이나 전문가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만 제시되고 수많은 대중은 구경꾼으로만 나타나 문제해결을 위해 국민 스스로 할 일을 찾지 못하게 만든다. 그 결과 시사문제는 구체적인 삶의 문제라기보다는 교양수준에서 접근하곤 하였다.


결국 신자유주의로 인한 삶의 파괴, '고용 없는 성장'으로 금융파산자가 4백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6백만, 빈민이 1천만의 현실을 다루는 것이 가장 시사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원고갈과 기회박탈, 복지해체와 빈곤심화, 그리고 꿈의 상실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해부하고, 자원배분과 제국주의 패권을 둘러싸고 전쟁도 불사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진단하지 않고서는 사회문제를 올바르게 접근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미디어참세상은 독립적인 편집권을 가진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들의 투쟁이 상식인 방송을 만들 예정이다. 성적소수자들의 목소리, 장애인, 빈곤,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방송을 통해 담아내고자 한다.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로 이름을 붙였다. 즉 하나의 시사적 기획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 민중을 중심으로 세우는 시사프로그램이자 프로젝트(기획)로 바라보았다. 이는 시사적인 문제를 삶 속에서 접근하고 삶을 살아가는 대중의 시각 속에서 접근하여 문제의 해결방법에 도달하려는 시사적 기획이다. 이를 위해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는 세 가지 방법으로 접근한다. 첫째 삶의 현장에 천착한 '현장 기획,' 둘째 전문가보다 대중이 중심이 된 '대중 기획,' 셋째 신자유주의를 넘는 '다른 세상을 향한 기획'이다.

프로그램의 세부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한 주간의 가장 핵심이 되었던 투쟁, 신자유주에 저항하는 노동자 민중의 생생한 모습을 날 것으로 나타낸다(파워뉴스). 이어 '언론의 재구성'을 통해 개혁주의 언론이라는 한겨레신문이나 오마이뉴스 등 신자유주의 문제를 비켜나가거나 정권의 입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언론의 실체를 밝혀 보고자 한다. 그리고 한 주간 진보매체의 주요뉴스도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피플파워 현장 속으로'에서는 불안정노동(빈곤, 비정규, 여성, 이주노동자 등)에 대해 각종 현안을 초청자와 함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본다. 그리고, '사진으로 보는 세상'에서는 민중의 삶의 모습, 투쟁의 현장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사건들을 사진으로 구성하여 들여다본다. 마지막으로 '다른시각 다른분석'은 한 주간 가장 쟁점이 되는 의제를 선정해 대담자와 함께 보수적 접근이나 개혁적 접근과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나갈 예정이다.

이제 방송에 첫발을 내딛는 미디어참세상은 고민이 많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 민중의 삶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지, 우리의 의지만큼 현실에 대한 분석과 진단을 설득력 있게 해 낼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그럼에도 방송 영역에 대한 진보적, 민중적 결합이 요청되고 꾸준히 이를 실천해 냄으로써 자본이나 권력에 편향적인 방송이 아닌 노동자 민중의 편에선 방송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으로 삼아갈 것이다.

모쪼록 여러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비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