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새벽 4시 샤를 드골 공항을 이륙한 직후 노무현 대통령은 "이 비행기는 서울로 바로 못 간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르빌을 다녀와야겠다"고 말했다. 작전명 '동방계획'이 실행되는 순간이었다. 대통령 일행은 쿠웨이트를 거쳐 C-130 공군기로 갈아타고 아르빌을 향했고, 소식에 따르면 짜이툰부대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한 여군 중사는 "대통령 님을 직접 만나게 돼 로또 1등에 당첨된 것 보다 더 큰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12여단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에 여러 나라 둘러봤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 하니까 알아주더라니까요. 대한민국이 이렇게 컸구나. 대한민국 위상 속에 여러분의 힘이 함께 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경향신문 |
노무현 대통령이 아르빌 짜이툰부대 지프 안에서 눈물을 글썽이던 그 순간, 한국에는 두 가지 사건이 벌어졌다. 국회는 파병연장동의안을 다루었고, 연세대 백양관에서는 민중법정이 열렸다.
파병연장동의안은 어제 정기국회 마지막 날 한나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임시국회가 열리면 통과가 유력하다. 파병연장동의안에 반대하는 의원은 다수가 아니어서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파병연장동의안을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피로 범벅된 전쟁터 한복판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대한민국 국회는 파병연장동의안을 상정해 맞장구를 친다.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없는데, 전쟁 피해자를 생각하자면 비극도 이런 비극이 따로 없다.
연세대 백양관에서 열린 민중법정. 부시, 블레어, 노무현 전범 민중재판 첫 번째 날인 7일 저녁, 재판은 시작되고 수석판사인 이덕우 변호사는 순서에 따라 피고를 호명했다. "피고 노무현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 자리에 나왔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아르빌을 향하던 바로 전날의 일이다. 아르빌 짜이툰 부대 지프 안에서 눈물 글썽이던 8일 저녁에도 2차 심리가 열렸다. 민중법정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군더더기 없이 간명하다. 반전평화는 옳고 그름에 대한 초보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에서 시작된다.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해 만행을 저지를 때 일본 국민이 어찌해야 옳았겠습니까? 세계 3위의 이라크 파병국가인 대한민국 국민은 지금 어찌해야 옳은 것입니까? 국제인권법을 무시하며 침략전쟁에 동조하는 노무현 정부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라크 사람을 죽이는 전쟁터에 보낸 군대를 계속 내둬야 합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아르빌 짜이툰부대에서의 연설에서 "저도 잘 하겠습니다. 적어도 제 양심에 부끄럼 없도록 하겠다. 누구라도 때로는 잘못 생각할 수도 있고 틀릴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더 큰 오류 있을 때 그걸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국민이 내 오류를 바로 잡아줄 때까지 내 양심에 따라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마무리했다. 이쯤 되면 노무현 대통령의 심리 상태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터에 자국의 청년을 내보내고, 세계를 돌며 동맹국과 자본가들로부터 칭찬과 찬사를 받고, 다시 그 현장에 들러 장병을 보며 복받쳐 눈물을 글썽였다 한다. 침략전쟁의 한 복판에서 전쟁 과업 완수를 주문하며 제 흥에 못 이겨 흘린 눈물, 대통령의 눈물은 분명히 가식과 위선으로 소문난 악어의 눈물도 아니었다. 분명코 그것은 기쁨과 감동의 감정눈물이었다.
파병연장동의안이 처리되면 침략전쟁은 계속되고, 눈물 흘릴 일이 끊이지 않을텐데, 고 김선일 씨가 절규하며 흘린 눈물, 오무전기 고 김만수 씨의 딸의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았고, 포화 속에 어른이 될 꿈을 모두 빼앗겨버린 이라크 어린이들의 분노와 슬픔의 눈물은 계속되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이 분노와 슬픔 앞에서 제발 싸구려 감동눈물을 흘리지 마시라.
감정눈물 중에도 분노와 슬픔의 눈물에 특히 염분이 많아 눈이 충혈되고 주위가 붓는 정도가 심해진다고 한다. 충혈과 붓는 정도는 분노와 슬픔의 크기 만큼일지니,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제발 더 이상 울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