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펙, 역시 WTO의 수호자

통상장관회의 관세감축형태 합의, DDA 제주도 선언문 채택

아펙(APEC) 통상장관회의가 WTO 촉매제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지난 6월 2일과 3일 양일간 제주도에서 개최된 아펙(APEC) 통상장관회의는 “DDA 협상에 중요한 정치적 모멘텀을 제공했다”는 자화자찬의 평가를 남기며 마무리 됐다.

관련해 제주도에서 개최된 통상장관회담 규탄 결의대회에 참가한 최예륜 사회진보연대 활동가는 “사실 아펙 통상장관회의이후 WTO비공식 각료회의가 있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관세합의도 있고, DDA협상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결의도 하고, 선언서도 발표하는 등 아펙 통상장관회의를 하고 나니 WTO비공식 각료회의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실상 아펙이 WTO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수호자 역할을 하며 ‘지지자’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 이번 기회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6월 3일 제주도에서 진행된 규탄대회 장면

난관에 봉착한 DDA의 탈출구를 자처한 아펙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개최된 아펙(APEC) 통상장관회의에서는 WTO DDA 협상 진전을 위한 APEC의 기여방안, 보고르 목표 중간점검, APEC 개혁, 역내 무역자유화 및 원활화, 인간안보등과 관련된 의제들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APEC 통상장관들은 비농산물 시장접근(NAMA) 협상의 주요 의제 중 관세감축 공식의 형태에 ‘스위스 공식’을 바탕으로 관세를 감축하기로 한다는 것에 합의했다. 또한 농산물에 대해서는 7월 일반이사회 기본골격에 따라 '세부원칙'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낸다는 내용을 합의했다.

그간 주요 개도국들은 평균 관세율이 높은 국가들에게 유리한 관세감축 방식(Girard formula)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번 아펙(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합의된 스위스 공식은 각 국 간 평균관세율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관세가 높은 개도국일수록 더 많이 감축되도록 하는 관세감축방식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체 세계무역의 46%를 차지하는 아펙(APEC) 지역 국가들이 합의를 도출한 사항은 그간 WTO 차원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DDA 협상을 ‘본격적으로 진전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아펙공식홈페이지. 제주선언 보도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사진이 보인다.
외교통상부는 금번 합의와 관련해 “최근 미미한 진전을 보이던 DDA 협상에 중요한 정치적 모멘텀을 제공하였으며, APEC 지역 국가들의 단결과 다자 무역체제에 대한 강한 지지를 증명한 중요 계기가 된 것”이라 자평했다. 나아가 “APEC은 그간 DDA 협상의 주요 고비마다, 의미 있는 기여를 해 왔던 바, 2003년 방콕 APEC 각료회담이 칸쿤 각료회의 실패이후 침체되어 있던 DDA 협상에 새로운 불씨를 살렸고, 2004년 푸콘 APEC 통상장관회의가 그해 7월 기본골격(Framework) 합의의 계기를 마련하였다”며 자랑스러운 “전진”이라 평했다.

또한 APEC 통상장관들은 오는 12월 홍콩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6차 WTO 각료회의에서 NAMA와 서비스 외에 농업, 규범, 무역원활화, 개발 등 여타 DDA 협상분야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데 합의하며 DDA를 지지하는 제주도 선언을 발표했다.

WTO 수호자로 남을 제주선언

또한 통상장관들은 1994년 채택된 보고르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역·투자 자유화 및 원활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을 합의했고, 2001년 상해 정상회의 시 합의된 2006년까지 거래비용 5% 감소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 행동계획인 ‘무역원활화 행동계획-로드맵 2006’을 합의했다. 또한 향후 역내에서 체결될 지역무역협정 교섭에 참고할 수 있도록 협정에 포함될 당사국간 세관협력 등 무역원활화 관련한 모델 조항을 작성해 나가기로 하였다.

나아가 아펙(APEC) 통상장관들은 ‘제6차 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WTO DDA 협상의 실질적 진전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을 표하며 ‘APEC 차원에서의 단합된 정치적 의지를 담은 DDA 별도성명을 채택’했다. 주요내용은 아펙 회원국들은 DDA가 기한인 2006년 내에 타결되도록 앞장 선다는 것이다. 이 선언과 관련해서는 특히 수파차이 WTO 사무총장도 동 회의에 참가, APEC 통상장관들이 DDA 협상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도록 요청했다고 전해졌다.

관련해 류미경 자유무역협정·WTO반대 국민행동 정책국장은 “5차 칸쿤각료회의가 개도국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도하개발의제(DDA)가 표방하는 '자유무역의 혜택을 개도국과 최빈국이 고르게 누리도록 한다'는 목표가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그뒤로 미국을 비롯한 협상주도국들은 한축으로는 개도국 그룹을 회유와 협박으로 무력화시키고, 한축으로는 비공식적인 석상에서 중요한 내용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내고 이를 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해 분위기를 몰아가는데 활용하고 있다. 이번 통상장관회의 역시 이러한 과정의 일환이었던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APEC 통상장관회의 ‘제주선언문’ 규탄한다!

전 세계 민중의 권리 파괴하는 도하개발의제 중단하라!

지난 6월 1일~3일 제주도에서 열린 아펙통상장관회의에서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주도로 ‘도하개발의제에 관한 특별선언문(제주선언문)’이 채택됐다. 2006년 타결을 목표로 하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오는 12월 홍콩 6차 각료회의를 기점으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내도록 아펙 회원국들이 앞장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공산품관세인하 분야에서 관세가 높은 개도국일수록 다 많이 낮추도록 하는 ‘스위스공식’을 도입할 것과, 서비스협상의 실질적인 진척을 위해 1, 2차 양허안을 제출할 것을 지시하는 등 분야별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2003년 9월 칸쿤 WTO 5차 각료회의는 개도국과 최빈국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이로써 ‘도하개발의제’가 자유무역의 혜택을 개도국과 최빈국이 고루 누리도록 한다는 미국을 비롯한 지배세력의 사탕발림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그 뒤로 미국은 칸쿤에서처럼 각료회의가 무산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칸쿤 각료회의를 결렬에 이르게 했던 개도국 의견그룹들을 갖은 회유와 협박으로 무력하게 만든 뒤, 2004년 7월 148개 회원국 중 고작 40여 개국이 참여한 일반이사회에서 도하개발의제 기본골격이 타결되도록 했다. 이 기본골격은 대다수의 개도국과 최빈국이 배제된 채 합의된 것인 만큼, 초국적 자본의 이해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서비스협상의 진척 속도를 높이기 위해, 최소양허기준을 설정하고 회원국들이 이를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자고 나서고 있다. ‘도하개발의제’가 그 이름마저 무색하도록 초국적 자본의 이해만을 철저히 대변하며 추진되는데 엔진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번 APEC 통상장관회의와 같은 비공식, 지역별 각료회의인 것이다.

도하개발의제는 ‘실질적이고 완전한 무역자유화’를 달성한다고 표방하고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WTO 회원국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개도국 및 최빈국의 의무일 뿐이다. 진짜 목표는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질서에 적합한 무역 규범을 세우는 것이고, 이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남반구에, 그리고 전 세계 민중에게 전가된다. 우루과이 라운드로 농산물이 자유무역의 대상이 된 후 고작 10개의 농기업이 세계 농산물 시장의 90%을 장악하고 있다. 이렇게 되는 동안 남반구의 소규모 농가들은 경쟁에서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WTO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은 종자와 전통적 지식에 대한 민중의 권리를 박탈하고, 의약품 특허로 필수의약품의 값을 올려 다수 민중들이 초국적 자본의 이윤 앞에 생명을 포기하도록 했다. 초국적 자본의 활동 영역을 확대하려는 서비스협정은 교육, 의료, 에너지, 물 등 삶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중의 권리마저도 박탈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민중들은 토지와 종자에 대한 권리, 식량에 대한 권리, 지식에 대한 권리, 의료 · 교육 · 에너지 · 문화 · 물 등 필수서비스를 누릴 권리, 필요한 의약품을 공급받고 생명을 지킬 권리를 되찾기 위해 WTO에 맞서서 투쟁한다. ‘도하개발의제’의 조속한 타결에만 혈안이 되어 반민주성, 반민중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각 국의 각료들은 이러한 전 세계 민중들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어야 할 것이다. 각종 회유와 협박으로 개도국 의견그룹을 무력화하고, 도하개발의제 협상에 고삐를 당길 수는 있겠지만, ‘개발’을 보장하지 않는 도하개발의제에 대한 개도국의 불만을 잠재울 수는 없다. 더구나 이토록 불평등한 무역 체계 아래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삶의 위기 속에서 신음하는 전 세계 민중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11월 부산 아펙 정상회의, 그리고 12월 홍콩 WTO 6차 각료회의에 맞서 세계적인 불평등과 빈곤을 심화시키는 WTO의 수레바퀴를 멈추기 위한 전 세계 민중들과 함께 투쟁할 것임을 선언한다.

민중의 권리 파괴하는 도하개발의제 중단하라!
식량주권 파괴하는 농업협정 중단하라!
공공서비스 상품화하는 서비스협상 중단하라!
유전자조작식품 확산, 의약품 접근성 파괴하는 지적재산권 협정 중단하라!

2005년 6월 7일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 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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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 아펙 , 통상장관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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