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노무현 대통령의 위험천만한 '연정' 발언

신자유주의 정치 위기 관리를 위한 지배세력 재편 구상

노무현 대통령의 입에서 '연립정권'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달 24일 당,정,청 수뇌부 인사 11인모임에서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법안 처리의 어려움,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 처리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비상사태'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비상사태'라고 정확한 진단을 했으나 처방이 잘못됐다"며 "연정 발언은 여소야대에서 절대로 밀릴 수 없다는 오기 정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연정보다는 대통령이 우리당 당적을 이탈하고 초당적 국정운영을 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시끄러운 세상에 연정 운운하는 시끄러운 화제를 하나 더 보탰을 뿐이다"라며 시큰둥한 반응이고, 중앙일보는 "연정을 말하기보다 먼저 야당과 대화정치부터 해보라. 대화는 없이 의원숫자로 밀어붙이려는 발상이 문제"라는 충고를 덧붙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발언에 대해 각 정당과 언론은 대체로 가볍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장기적으로는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연정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말해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민주노동당과의 소연정은 물론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정은 복수 정당이 내각을 함께 구성하는 '연립정권'과 의원내각제를 통해 복수 정당이 협력해 정권을 구성하는 '연합정권'의 두 가지 의미를 포괄한다.

개헌 논의는 노무현정권의 집권과 함께 거론된 바 있고, 물밑 논란이 계속 되어왔다.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발언을 가벼운 해프닝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단지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2006년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될 권력재편을 염두에 둔 포석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이전에 집권하면 2004년 총선 이후 다수당에 총리지명권을 주어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운용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바 있고. 실제 이해찬 총리에게 국정운영의 상당한 부분을 맡기는 등 분권형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개헌 논의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대통령제의 변동(4년중임제와 정부통령제의 도입)이나 내각책임제 개헌이다. 4년중임제와 정부통령제 도입 자체로는 연정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 이 경우 결선투표제를 함께 도입하게 되면 연정을 수반하게 된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발언과 최근 여권 내부의 흐름으로 볼 때 내각책임제 선호 분위기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정권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민주와 반민주의 대결 구도가 사실상 종식되고, 지배세력 내부에서 사회 전분야에 대한 합리적, 개혁적 정책을 둘러싼 경쟁이 활발해지고 있다. 보수세력과 개혁세력의 대립도 재신임-국민투표, 탄핵 국면을 거쳐 작년 말 4대개혁입법을 둘러싼 소동을 마지막으로 소멸되는 추세다. 더군다나 한-미동맹, 대북정책, 경제정책, 개방통상정책 등 한국 사회 주요 분야 정책에 있어서 보수세력과 개혁세력의 극한 대립은 찾아보기 힘들다. 문제는 이들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을 지배세력 전체가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함에 따라 정치 위기와 불안정성이 심화되어왔고, 선진사회협약이나 사회통합 시도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의 대결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이 '연정' 발언의 배경을 이룬다. 오늘날 한국 정치의 현실은 민주주의와 개혁 과제가 상당히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 추진'이라는 모순된 정세가 계속되고, '경제정책'과 '사회적 빈곤'의 악순환이 심화되고, '개방통상정책'과 '공공성의 해체'가 속도를 더하고 있다. 결국 사회 위기의 심화는 곧 신자유주의정치 위기로 이어지는데, 이 위기는 한시적,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적,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므로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발언은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못이루는 데다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측면을 포함하지만, 장기적으로 지배질서 전체의 재편을 통해 신자유주의 정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로 이해할 수 있다.

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에 대해 "노 대통령이 추진 중인 부동산 투기 근절, 공공기관 이전, 북핵 문제 해소, 정부 혁신 등이 모두 현 정권을 뛰어넘는 중장기 과제임을 주목해 달라. 이런 과제의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큰 틀의 협력을 위한 정국 재편이 필요하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설명한 부분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실에서 확인되듯 한-미동맹, 대북정책, 경제정책, 개방통상정책 등 신자유주의 노선의 강요는 정치적 불안정성과 사회 모순을 심화하고 있다. 연정 구상은 이의 민주적 해결 방식이 아니라 지배세력 전체의 재편을 통한 위로부터의 지배질서를 안정화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연정 구성이 어떻게 펼쳐질지 예단할 수는 없으나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과의 소연정 시도 여부는 향후 지배질서 재편을 앞둔 맛보기 차원에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은 내각책임제 등 이원집정부제를 통한 신자유주의지배세력 전체의 참여를 통한 '연합정권'의 가능성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코멘트는 상당히 우려스럽다. 심상정 의원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 사이에는 실개천이 흐르지만 보수정치과 민주노동당 사이에는 큰 강물이 흐른다"고 갈라쳤으나, 이영순 의원은 "우리가 연정 대상으로 가까운 면은 있을 것"이고 "개혁적 의제에 있어 여당이 민노당과 비슷한 입장이 된다면 연정은 가능할 것이고 그건 좋을 일"이라고, 노회찬 의원은 "권력을 나눠주고 연대한다는 것은 당리당략이지만 당의 주요 정책이 받아들여진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정의 구상이 구체화되어서 향후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가 실행된다면 현실적으로 막을 도리는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제도정당으로서 참여하는 것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정책대결에 기반한 정책정당으로서, 진보적 이념과 노선을 발전시켜야 할 진보정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발언을 이처럼 경솔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민주노동당은 국방장관 해임안 부결과 방위사업청 설립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에 고무되지 않아야 하며, 지금 시점에 소연정을 통해 4대개혁입법을 처리한다는 단기적 이익을 쫓아 진보정치의 큰 흐름을 굴절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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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한나라당은 재벌당. 열린당은 재벌궁물당.....고로 셋은 재벌을 중심으로 헤쳐모여

  • 당원

    <브리핑>

    대통령은 권력구조 개편의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
    - 2005. 7. 5.
    - 심상정 수석부대표.

    오늘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한국정치,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글을 기고했다.
    대통령은 연정을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의 구체적인 대안을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연정 등 추상적인 단어만 던지는 선문답 정치는 갖가지 억측과 구구한 해석만 불러일으켜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정치를 야기할 뿐이다.
    민주노동당은 대통령의 계획이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한에서 사회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국민들은 연정 자체를 야합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도 비판하면서 탈당한 바 있는 3당야합의 과거처럼, 밀실에서 정략적으로 이뤄지는 정계개편이 정치발전에 역행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국민은 정책을 중심으로 한 투명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원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를 어느 수준에서 변화시킬 수 있는지, 어느 당과 어떤 형태의 정책적 공조를 할 것인지, 그리고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끝>

  • 참세상의 주류인 노동자의 힘쪽에서 나온 논평같은데 그러한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의 연합정권 움직임에 대해 신자유주의 반대세력이 어떻게 대응할것인가 라는 대안은 한줄도 없이(물론 대안을 내놓을 실력도 안되겠지만) 말로는 슬쩍 진보정치의 큰 흐름이라고 추켜세우면서(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듯..) 실제로는 민주노동당을 비판하는데만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듯 하다. 현실정치가 정말 그러한 방향으로 가고있고 민주노동당이 비롯한 진보정치의 큰흐름이 위험한 물줄기에 휩쓸릴것 같으면 민주노동당으로 가서 진보정치가 제대로 가도록 만들든지, 민주노동당안의 좌파에 힘을실어주는 동지적 비판을 해야지.
    하는짓이 운동진영의 좌파라고 스스로 얘기하는 소수집단과의 연정(전노투)도 제대로 못하고 탈퇴하는 찌질한 집단이 저만 잘났다고 하는 논평같다.

  • 매노

    민노 “신자유주의 포기않는 한 연정 불가”

    김혜경 대표 “정치개혁 없는 권력구조 개편논의는 구태정치”

    민주노동당은 7일 최고위원회를 열고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연정과 관련,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혜경 대표는 “MBC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18.9%로 회복됐는데 이는 최근 변화된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다시 언론에 부각된 효과라고 본다”고 평가하며 “이럴 때일수록 당이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포기되지 않는 한 연정은 가능하지 않다”며 “당은 민생정책 중심으로 사안별 공조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편지글 형식을 빌어 정치적 발언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서 그는 “편지정치를 통해 권력구조 개편논의를 주도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정치개혁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 권력구조 개편논의가 진행된다면 국민은 또다시 정치에서 소외되고 정치개혁의 방향이 아니라 권력다툼의 구태정치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영세 의원단 대표도 최근 노회찬 의원의 발언 직후 당 안팎에서 벌어진 혼란을 의식, “노 의원이 한 말은 열린우리당 쪽에서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을 말한 것일 뿐”이라며 “이 문제와 관련해 민주노동당이 조건을 걸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언론에서 연정을 하느냐 마느냐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당이 주목받는 것은 좋지만 이로 인해 핵심지지층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경계했다.

    조상기 기자 westar@labortoday.co.kr

  • 참~

    옛날에 장학퀴즈 할 때 0점 맞은 출연자가 1등했다는 농담이 있었다. 다른 출연자가 자꾸 틀려서 마이너스 점수를 받아서다. 0점 맞은 학생은 졸고 있다가 장학금 받았다. 민주노동당은 지금 가만 있으면 된다. 참세상이 지원 사격 안 해줘도 됩니다.

  • 노힘회원 13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몇몇이 회원이긴 합니다만 상관이 있을래야 있을 수 없는 관계와 구조이니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글쓰신 걸로 봐서는 노동자의힘 내부 사정을 전혀 모르시는 것 같군요.

  • azoro


    대통령의 계속된 편지로 촉발된 연정논의가 협잡의 야바위 정치로 변질되었다. 국민들은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던 일을 억지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다음은 국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복잡한 논리를 현란하게 전개하여 혼란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아쉬워하는 선거법 개정을 위한 물타기 논리가 제일 본질적 요소로 등장하며 야바위 정치가 된 것이다.

    전개 과정 역시 살펴보면 야바위 행위와 똑 같다. 전을 편 것은 대통령이지만 주위에서 바람을 잡고 악역을 하는 것은 주변의 한통속이라 할 수 있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이다. 이들이 중구난방으로 펼치는 왜곡된 주장에 대해서는 책임질 일이 없기에 나중에 들통이 나도 ‘아님 말고’ 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무책임한 구조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이 진실로 연정이 나라의 정치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왜 그런 생소한 제도가 이 시점에서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내용을 알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제안자로서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많은 선진국에서 하는 것이니까 우리들도 해야 된다는 말로 그칠 일이 아니다. 남이 장에 가니까 거름지고 장에 가는 식의 어리석은 설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편지에서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미국정치에서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협력관계가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바로 정치환경이 다를 때에는 단순 복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어떤 민주적 제도가 좋다면 왜 그것이 좋으며 한국사회에 복제/이식하는데 문제가 없는 것인지 국민들에게 책임있게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설명이 전혀 없다. 단지 다른 선진국에서 하니 해야 한다는 막연한 말 이상의 것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열린우리당 지도부에서는 선거법 개정과 권력 나누기의 각종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나오는데,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가 거짓된 것으로 정치부패의 내용이다.

    진실성이 없기에 국민과 정치권 모두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계속해서 권력을 나누어주겠다 등의 해서는 안 될 말을 남발하며 스토커적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문희상의장은 이제는 야당의 대표 이름을 들먹이면서까지 유혹행위를 하는 것이다. 삐끼도 이런 삐끼가 없을 정도로 정당지도자로서의 부끄러움을 잊은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연정에서의 권력분점은 민주적 장치로서 민주주의의 선거와 마찬가지로 제도화된 일이다. 이런 일에는 어떤 단서조항이나 요구조건이 붙어서는 안 된다. 마치 선거를 하면 순수하게 해야지 선거를 위해 특정당의 당리당략적 단서나 요구사항을 붙이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다. 그것을 붙이면 그 순간부터 정치적 타락인 것이다. 연정은 선거결과에 따라 민주적 협상을 하는 것으로 야합이나 권력나눠먹기와 다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선거결과에서 나타난 국민의 수권명령(지지율)에 의거해 회사로 치면 이사회의 주주처럼 정확하게 제도적으로 권력을 나눠갖는 제도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연정제안을 하며 이러한 제도적 측면의 잘잘못을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며 납득을 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주변의 딴 사람이 나서서 전혀 진실성 없는 거짓된 논리를 단지 외형만 그럴 듯한 논리로 물타기하며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정치구도 해소는 통일문제와 마찬가지로 한국사회의 오래된 고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일거에 해소되는 일이 결코 아니며 선거구제로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큰 도움을 받지 못한다. 그런데 마치 선거구제를 개편하면 일거에 지역구도가 해소라도 되는 듯이 전혀 연관이 없는 연정과 결부시키며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구제 개편은 늘 언제나 해야 되는 일이고 또 할 수 있는 일이다. (또 그간 나름대로의 발전이 있었다.) 이 말은 뒤집어서 말하면 특정 사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주장이 아니라는 말이다. 가령 이 차에 어린이가 타고 있습니다란 말은 유효성을 가진 표현이지만, 이 차에 성인이 타고 있습니다란 말은 하나마나한 얘기이다. 운전자는 그 자체로 성인이기 때문에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는 말이다. 언제든 적용가능한 말은 실효성이 없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사회현상을 분석하거나 정치적 주장을 펼 경우에는 그 경우에 합당한 말만을 해야 한다. 그것이 진실된 것이다. 그런데, 어떤 특정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늘 쓰일 수 있는 정치적 명분, 예를 들면, 통일이나 지역주의 해소 등을 들먹이는 것은 그것 자체가 거짓인 것이다. 과거 3공화국 시절 유신헌법을 국민들에게 강요하기 위해 통일을 명분으로 삼았던 예에서 이러한 악용사례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명백한 정치적 사기이고 협잡이었던 것이다.

    지금 연정논의에서 선거구 개편 문제를 들고나오며 지역주의 타파 명분을 들고 나오는 것도 유신헌법 통과를 위해 통일을 명분으로 들고 나오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언제 어디서든 써먹을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특정의 당리당략을 추구하기 위한 명분으로 사용되는 것은 명백한 협잡논리로서 과거 구태정치에서도 잘 보지 못한 퇴행적 정치행태이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런 야바위 협잡 정치를 그만 두어야 한다.

    야바위에서는 구경꾼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자주 패를 바꾼다. 어지럽게 패를 바꿔야 구경꾼들이 속아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정을 할 듯 행동하기도 하고, 말 듯 행동하기도 하며, 이 집단(소연정)과 할 듯이 패를 돌리다가 또 갑자기 다른 집단(대연정)과 할 듯이 패를 돌리며 상황을 복잡하고 깜깜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다음 패가 어떻게 나오고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은 정치지도자가 해서는 안 되는 대국민 협잡행위이다. 특히 대통령이라는 국가 최고 지도자가 국민에게 해서는 안 되는 기만행위인 것이다. 언듯 보면 민주적 협상과정을 위한 불확실성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그런 민주적 연정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야바위 정치의 한 모습일 뿐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런 야바위 행위를 멈추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은 더더욱 이런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좋은 제도가 있다면 국민들이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해야지 쉬운 상황을 복잡하고 껌껌하게 만들면서 그런 혼란된 상황속에서 해서는 안 되는 당리당략을 성취하려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서고 난 후 실질적 참여는 없고 코드정치라는 미명하의 소수 패거리 정치만 난무했고, 개혁정부라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상 개혁정치는 없었다. 허공속의 공허만 믿음만 지지자들사이에 넘쳤었지 실재로 믿을 만한 개혁정치는 없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반칙없는 정치를 구호로 내걸었지만 지금 정치 현장에서는 과거 그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퇴행적인 야바위 정치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처한 위기상황은 이해되지만 그 해소책으로 야바위 정치를 선택한 것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큰 오류이다.

    대통령의 편지가 저주받을 ‘행운의 편지’라는 야당대변인의 저질 평가가 점점 사실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개혁정치와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는 심히 걱정되는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