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특별법,특검법으로 X파일 해결할 수 있나

X파일은 모두 공개를, 삼성공화국은 해체를

9일 정당들이 X파일 수사방법을 제각기 내놓았다. 야 4당은 4당 원내대표 이름으로 특검법안을 국회에 공동 제출했다. 민주노동당은 의원단·최고위원 연석회의를 갖고 "여당이 내놓은 특별법은 법과 정치로 풀 문제를 국민에게서 위임받지 않은 소수가 풀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야 4당이 공동으로 제출한 특검법과 별도로 특별법을 제출했다. 열린우리당은 마지막으로 특별법안'을 내놓았다.

특별법과 특검법을 내놓으면서 공방이 빚어지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야 4당의 특검법안이 수사 주체와 공개 주체를 섞어놓아 위법이며, 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식으로 도청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야당은 제3의 민간기구(진실위원회)에 도청 내용의 공개여부를 맡기자는 열린우리당의 특별법 내용을 두고 민간기구가 사법적 권한을 갖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또 특별법이 도청내용 공개를 전제로 하고 있어 마찬가지로 프라이버시 보호 등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다는 공세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수사 주체와 테이프 공개 주체 문제를 빼면 별 차이가 없는 법안임을 알 수 있다. X파일의 전면 공개가 왜곡 굴절을 겪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구성원에 대한 X파일의 즉각 전면 공개다. 이를 꺼리는 모든 상황 논리는 민중의 보편과 상식의 요구에 위배된다. 이는 법에서 기술하고 있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이 아니다. 역사적 맥락에서 피해자로서의 사회구성원 전체가 '확인할 권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X파일은 무한 경쟁체제를 옹호하는 정치집단, 돈으로 권력을 나눠 갖는 자본가세력, 자본과 권력을 감시한 대가를 받아 명성을 떨치는 언론권력, 이 구조 속에서 장학생으로 군림하는 검찰권력의 지배사슬의 추악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X파일이 보여주는 것은 정경언검 유착 구조만이 아니다. X파일에는 동시에 무한 경쟁체제에 내몰리고, 권력으로부터 소외되고, 언론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시달리고, 검찰의 권위 앞에 숨죽여온 민중의 고달픈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X파일이 작동해온 지난 과정에 노동자는 구조조정 앞에서 목숨을 내놓았고, 농민은 몰락했고, 여성은 봉건적 억압과 저임금의 이중적 고통에 시달렸고, 사회구성원 절대 다수가 시장화 개방화 흐름에 복종할 것을 강요받았다.

따라서 X파일의 공개 여부를 놓고 불법도감청의 도덕성을 거론하거나, 통신비밀법 등 실정법을 따져 '확인할 권리'와 취사선택케 하거나, 비교 논란을 유도하는 것 따위는 모두 부적절하다. 특별법이나 특검법은 모두 '조사해서 알아서 공개한다'는 기조를 담고 있다. 국가의 안녕과 외교상의 문제와 프라이버시를 고려한다는 명목을 들고 있다. 이것은 지배세력 스스로 X파일의 올가미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역설하는 것이며, X파일의 본질을 회피하는 또 하나의 정치 지배 논리에 다름 아니다. 이미 270여 개 테이프 내용은 녹취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과 특검법에 맡겨두고 세월아 네월아 하는 사이 X파일은 정치공방의 누더기가 될 개연성이 많고, 응당 '확인할 권리'는 뒷전으로 내몰릴 소지가 높다.

X파일은 단지 과거의 지배질서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X파일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구조가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X파일은 오늘날 경쟁과 효율, 시장을 신봉하는 지배세력이 어떻게 재생산되고 있는지, 오늘날 민주주의와 개혁, 합리성과 사회통합을 주창하는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의 통치질서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오랜 민주화 투쟁과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탄생한 신자유주의정권이 과거와 단절하기는커녕 권위주의 체제의 유산을 물려받으며 지배질서를 재생산해왔음이 확인된다.

자본권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삼성공화국은 권위주의의 유산과 초국적자본의 무한 경쟁 논리와 신자유주의 정치구조가 맞물려 만들어낸 전방위적 억압체제이다. 삼성자본은 정경언검 유착에 머무르지 않고 각종 삼성 이데올로기를 동원, 사회구성원의 공동체적 삶을 무장해제하고 상품과 시장질서로 인입하는 전위적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삼성의 위력은 삼성에 비판적인 세력의 이성마저 마비시킨다. 일각에서는 시민사회의 감시와 견제로 민주적 지배구조를 갖는 국민기업으로 삼성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불합리한 고리를 끊고 경제개혁을 이루어 현재의 덩치에 걸맞는 국민의 기업으로 자리잡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오늘날 초국적자본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유혈 경쟁을 펼치는 현실과 그 현장에서 똑같은 얼굴을 하고 싸우는 삼성자본의 재생산방식을 망각한, 결국 삼성권력에 면죄부를 주는 유교적 처방에 불과하다.

정경언검 유착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삼성자본, 그리고 삼성신화와 삼성공화국은 남김없이 해체되어야 한다. 삼성자본과 삼성신화와 삼성공화국의 해체 과정은 사회구성원과 시민사회의 상식과 보편의 요구의 확장과 우리 사회 이성의 회복 과정을 의미하며, 이 해체 과정이 곧 오늘날 민중의 피를 빨아먹으며 재생산되는 신자유주의 정치체제의 불합리성을 깨뜨리는 과정이 될 것이다.

X파일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이제 처리방안을 두고 지리한 공방이 펼쳐질 것이다. 특별법이든 특검법이든 X파일 공개에 여러 가지로 태클을 가할 것이다. 법안 내용에 공개와 관련한 견제 장치가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말 중요한 문제는 X파일의 모든 내용을 즉시, 낱낱이 공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국가의 안녕이나 외교적 문제나 통신비밀법 상의 문제라고 거론하는 것조차 공개 후 모든 사회구성원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X파일은 사생활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 세월 민중의 삶을 유린해온 지배세력의 흉악한 범죄 증거이자, 깨뜨려 해체시켜야 할 최악의 지배구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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