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노무현정권 결국 긴급조정권 발동

민주노조운동, 이번에는 분명히 ‘실력’ 대응해야 할 것

노무현정권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10일 오후 6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의거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정부는 불과 400여명의 조합원이 집결한 속리산 신정유스타운에 무려 15개 중대, 1,800명의 경찰병력을 배치했다. 다시 긴급조치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목희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당일인 지난 달 17일“국민적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맹공했고 25일에는 당정협의를 가진 여당과 정부가 입을 모아 “법적 조치를 가할 수 있다”고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운을 뗀 바 있다.

이후 이른바 ‘귀족 노조에 대한 국민 감정’을 등에 업고 여론을 떠보며 수 차례 시한을 인정해가며 노조를 압박하던 정부가 결국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것이다. 한국 노동법 체계에서 직권중재와 더불어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긴급조정권이 대한민국 정부 역사상 세 번째로, 12년 만에 다시 노조를 무력화 시키는 도구로 사용된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만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비정규법안과 하반기에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노사관계 로드맵 등 입법 사안에서 정부의 주도권 잡기, 이른바 X파일 정국에 대한 물 타기, 양대노총의 퇴진 요구뿐만 아니라 정부여당 내에서도 강경파로 비판받고 있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반격 등이 긴급조정권 발동의 속내라고 보여진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투쟁 가운데서 김태환 한국노총 충주지부장이 사측의 대체 투입 차량에 깔려 비참한 죽음을 맞았을 때는 “자기들 끼리 싸우다 죽은 것”이라며 “모든 분규현장에 노동부가 가야될 필요가 있냐”고 되물으며 “앞으로도 그런 곳에는 가지 않겠다”던 김대환 장관은 이번 파업에는 아주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심지어 긴급조정권 발동의 법적 전제 조건인 중노위 위원장 의견 청취를 위해 신홍 위원장을 여의도의 한 식당으로 불러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 후 ‘의견 청취’를 했으니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는 "공익사업의 쟁의행위가 규모가 크고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명기되어 있고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쟁의행위가 30일동안 즉각 중재될 뿐더러, 정부의 직권중재 조치가 취해지게 된다. 파업의 강제 중단과 직권중재라는 두 가지 독소조항이 한꺼번에 발동되는 셈이다.

역대 긴급조정권은 박정희 정권이 1969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 김영삼 정권이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에 발동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조항은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고 곧 폐지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노무현정권이 이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이른바 ‘개혁’을 내세우고 ‘참여정부’를 자임하며 출범한 이후 노무현정권은 다른 많은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정책에 있어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후퇴를 거듭하던 노무현정권은 이제는 심지어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에서도 발동하지 않았던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군사파쇼 정권 조차도 ‘불법’ 딱지를 달아 파업을 탄압해왔건만 ‘개혁’을 자임하는 '참여정부'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긴급조정권 발동을 결정했다.

민주노총 운수연대는 긴급조정권 발동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48시간 이내 전면 파업 돌입 △철도노조는 결항에 따른 추가수송작업 일체 거부 △화물연대·민주택시연맹은 대규모 차량시위 등을 결의한 바 있고 민주노총 역시 즉각 행동에 돌입한 것을 결의한 바 있다.

이제 민주노총과 노동계는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야 한다. 현재 노동계 안팎의 사정이 어려운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815 행사에 많은 역량이 투여되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귀족노조의 배부른 파업’이라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여론몰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아시아나 노조를 엄호하는데 실패한 노동계가 이번에도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에 무릎을 꿇는다면 직권중재 등 독소조항 폐기는커녕 노무현 정부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 명약관화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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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렬가담자

    귀족노조 퇴진하고
    노무현정권 타도하자.

  • 정의봉

    대통령님!
    이번 기회에 노동 쓰레기들 확실히 일소해 주세요. 그리고 대한민국에 노동귀족외 노동자와 노동자가 되고픈 실업자도 함께 있다는 걸 확실히 교육시켜 주세요.
    노동쓰레기들 떨직말고 기다려라

  • 삼성대 새내기

    노동자가 연봉이 많으면 어떻고 적으면 어떻습니까. 다같은 노동자끼리. 연대가 깨지면 그야말로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입니다. 고임금노동자든, 저임금노동자든, 예비노동자든, 남성노동자든, 여성노동자든. 이주노동자든. 차별하지 맙시다. 연대는 곧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