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이 상태로 가면 북녘까지 금융자본 영향"

미셸 초스도프스키, "IMF 앞세운 신자유주의 세계자본과 군사패권의 음모론"

어쩌면 정부는 미셸 초스도프스키 교수의 방한을 적극 저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뒤에서 '쉬쉬'하며 숨겨왔던 'IMF의 음모론'과 '미국의 군사패권 전략'의 내용을 들고 온 그의 방문이 그리 달갑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도, 부산, 서울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반세계화 운동 주체들이 그의 강연을 통해 다시 한 번 투쟁의 의지와 정당성을 '불끈' 세워내는 것이 '더럭' 겁이 났을 수도 있겠다.

고령에 계속된 '설사'라는 복병을 만나 한국에서의 일정이 '순탄치 못했다'라고 밝힌 미셸 초스도프스키 교수는 한국의 특수한 분단과 미군 주둔이라는 정치적 조건에 맞물린 미국의 군사패권전략과, 동남아시아 경제위기와 맞물린 IMF의 경제 음모론을 제기했다. 또한 "한국 민중운동 단위가 신자유주의 경제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IMF 협약 환원운동, 모라토리엄(moratorium : 빚을 갚아야 할 기간이 왔지만 빚이 너무 많아 갚기 어려울 경우 빚을 갚아야 할 기간을 일시적으로 연기시키는 것을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경우)선언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전술적 제안을 하기도 했다.

부산과 제주도 강연에 이어 '빈곤과전쟁을부르는아펙(APEC)반대국민행동'은 22일 고려대학교 교양관에서 미셸 초스도프스키 교수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 그리고 빈곤화'에 관한 강연을 주최했다. 미셸 초스도프스키 교수는 한국에서 방송 출연과 강연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을 '815축전준비위'에 기부했다. 그래서 이날 강연도 공짜 강연이 됐다. 통역자는 "우리가 이 늙은 교수를 착취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해 강연장이 웃음 바다가 되기도 했지만 인종과 국경을 뛰어넘는 반세계화 활동가 동지의 훈훈한 연대에 감동의 분위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미국의 군사 패권전략을 간과 말아야 - PNAC

97년 미국은 'PNAC(Project for the New American Century·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를 출범시킨다. 물론 이 배경에는 당연히 '네오콘’(Neocon)으로 불리는 ‘신보수주의자(Neo-conservatist)’들이 구성되어 있다. 미군이 가진 군 예산은 5천억 불. 이 정도 규모는 냉전시대 당시 구 소련의 GDP 규모와 맞먹는 규모다. 결코 적지 않다.

미셸 초스도프스키 교수는 '미국주도의 군 지배전략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강연을 시작했다. 미국의 '핵전진전략재고'라는 자료를 보면 미국은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위협에서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핵군사전략 신무기개발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대고 있다. 그리고 대상으로 지목된 북한은 바로 한국과 한반도 내 '하나의 코리아'이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미국의 군사패권전략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 2003년 상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미셸 초스도프스키 교수는 "2003년 미국의 상원은 군사지배전략과 관련해 신무기들을 전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이런 신무기들이 민간인에게 피해가 없다는 거짓 선전을 바탕으로 의회의 허락 없이도 대규모 전쟁에 신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3년의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신무기 개발과 관련해 핵공격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 이란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구체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앉아서 강연을 하던 미셸 초스도프스키 교수가 갑자기 일어서며 칠판에 붙어 있는 세계지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하나씩 표시해 가며 환태평양을 둘러싼 캐리비안, 알레스카, 베링해엽, 한국의 제주도, 타이완, 인도네시아 까지 이어지는 미국에 의한 전지구적 차원의 군사전략 망을 지적하기 시작한다. 사실 MD(Missile Defense : 미사일방어체제)는 소위 북한을 비롯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 방어망이라고 하지만, "MD는 '공격'을 목적으로 한 구조이지 '방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MD에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을 공격 목표로 정하고 있는데 그래서 '영토상하나인 KOREA'인 한국에도 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 해군은 2020년 '전략기동함대'를 만든다는 구상 아래, 화순항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미셸 초스도프스키 교수는 제주도 방문 당시 '화순항'의 공사현장을 직접 방문했다고 한다. 이 화순항은 단순히 한국의 해군기지가 아닌 MD에 포함된 미사일 기지라는 것이다. 미셸 초스도프스키 교수는 "MD는 제주도의 화순항을 포함한 카리브-동남아시아의 전략목표 아래 한국이 어떻게 군사기지가 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고 강조하며 "MD 미사일 기지가 설치 완료된다면 한국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공격 대상이 될 것이고, 이 미사일 기지가 북한을 대상으로 삼을 경우 한반도 전체가 핵공격 대상이 될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이런 군사패권 전략은 카스피해의 유전을 둘러싼 유고슬로비아의 전쟁, 구 소련 연방 국가들과의 미국의 협조, 러시아와의 대결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는 또한 세기의 금줄인 유전과 연관 되고, 중앙아시아 지배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세계패권전략은 군사적 전략 기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세계자본 - 미국 - IMF - 한국 정부가 만들어낸 구제금융의 진실

미셸 초스도프스키 교수는 "군사 정권에서나 가능할 만한 폭력적인 방법으로, 비민주적으로 IMF의 강제 협약이 한국에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이제부터 그가 설명한 '570억 달러 짜리 구제금융협상, 강도들의 시간표'를 보게 된다. 날짜를 잘 쫓아주길..

97년 11월 26일 하버트 나이스를 단장으로 하는 IMF 경제팀이 서울을 방문했다. IMF 대표단이 도착하기 약 한 주전, 김영삼 대통령은 'IMF식의 문제 해결을 반대하고 다른 방법으로 풀어보고자'고 제언했던 강경식 재경부 장관을 전격 해임시켰다.(물론 미셸 교수는 이 또한 미국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후 IMF 옵션을 거부했던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해임됐다. 그리고 이전 IMF와 월드뱅크의 이사회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임창렬 씨가 신임 재경부장관에 취임했고, 그는 취임 3일만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

11월 20일 임창열 당시 재경부 신임장관은 IMF와 협상을 하기 위해 그의 옛 동료이자 IMF 부총재인 스탠리 피셔를 만나기 위해 워싱턴으로 간다. 그러나 이미 협약 내용은 만들어져 있었고 임창열 장관은 문서에 서명을 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어 11월 21일(금) IMF 구제금융을 받게될 것이라는 공식 발표가 났고, 11월 24일(월) 한국의 주식시장은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무너지며 '검은 월요일'의 파장이 확산된다. 또한 IMF의 엄격한 조치에 투자자들은 기업과 은행의 도산을 예상했다. 이때 외환시장의 모든 환전 규제가 철폐됐고 그 결과 원화에 대한 투기자본들이 들어올 수 있는 물꼬가 터지게 된다.

11월 27일 부터 IMF 협상단과 한국 정부 협상단이 비밀 협상에 들어가고 30일 예비협정에 합의하고 12월 1일 협정 초안이 제출한다. 3일 IMF 캉드쉬 총재가 협상 완료를 위해 한국에 도착했고, 4일 협정 완본이 IMF 이사회를 통과 총 570억 중 210억 달러를 선 투입하기로 입장을 정한다. 그러나 5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IMF 협정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경제적 파탄과 사회적 충격'을 경고했다. 그러나 13일 미 재무차관 데이비드 립튼은 대통령 후보들을 만나 IMF 구제금융을 받을 것에 압력을 넣었고 12월 18일 김대중 후보 역시 당선 이후 IMF 프로그램의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것을 즉각 천명했다.

그리고 12월 23일 국회는 특별임시 국회를 소집해 'IMF 프로그램과 관련된 정부의 4개안을 무기력하게 통과' 시킨다. 미국시간으로 24일 맞은 체이스 맨하탄, 뱅크 아메리카, 시티코프, JP모건에서 파견된 월가의 고위 은행가들은 연방준비은행에서 회의를 갖고 한국에서의 결정 통보가 도착하기가 무섭게 'IMF는 단기채권 사태를 봉합하기 위해 한국으로 100억 달러 투입'을 결정한다.

이런 기가 막힌 드라마 뒤에는 한국의 시장을 노렸던 투기자본이라 불리는 초국적 세계 자본들이 있었다.

IMF를 앞세운 한국의 신자유주의 가속화

그는 대표적인 한국의 초토화 사례로 제일은행 인수와 관련한 예를 들었다. 올해 영국계 은행인 SCB로 주인이 바뀐 제일은행은 99년 매각ㅍ당시 정부는 뉴브릿지캐피탈과 '사후 손실보전 계약'을 체결해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 등을 통해 최근까지 총 17조 7,632억 원을 제일은행에 투입했다. 이 중 10조 1,549억 원은 자산매각과 유상감자 등을 통해 돌려 받았다. 그리고 지분매각으로 1조 7,488억 원의 공적자금을 추가적으로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적자금 손실액은 5조 7,495억 원에 달했다.

뉴브리지캐피탈은 99년 제일은행을 5,000억 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제일은행이 SCB에 3조4000억 원에 매각됨에 따라 뉴브리지캐피탈은 불과 5년만에 1조 1,500억 원에 가까운 막대한 차익을 남기게 됐다. 소위 금융자본이라는 이름으로 공짜로 돈 챙겨 먹은 거 뿐만 아니라 이자에 이자까지 챙겨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앞뒤 계산도 맞지 않는 정부의 보증이 있었던 것은 IMF 협약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제일은행 뿐만 아니라 기업, 금융회사, 공기업 등 크고 작은 기업들이 세계자본으로 넘어가게 된 IMF를 앞세운 경제적, 정치적 음모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미셸 초스도프스키 교수는 "한 국가의 부가 고도의 놀라운 음모에 의해 도둑질 당한 것"이라고 비유를 들며 "IMF 앞세울 한국의 경제적 식민지, 신자유화가 이렇게 일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빈곤의 세계화

그러나 IMF가 이런 식으로 한 나라의 경제를 신자유주의 시장에 내놓고, 투기 자본들의 먹거리로 내놓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IMF는 자본의 이해에 충실히 복무하며 약소국이나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을 먹기 좋게 다듬는 역할을 해 왔다.

이미 1980년대 초 남미와 사하라 사막 남쪽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이미 시행돼 IMF로 인한 고난과 빈곤을 경험했다. 두 번째 주기로 90년대 초반 구 소련 국가들에게 닥쳤다. 구 소련도 92년, 유고슬라비아도 91년에 IMF식 경제 지배를 받게 된다. 97년에 아시아에 닥친 IMF의 구조조정은 아시아의 시장에 대한 세 번째 IMF의 파동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계속 설명만 하던 미셸 초스도프스키 교수가 한국의 활동가들에게 제안을 한다. △IMF 거부했던 말레이시아와 한국은 조건이 다르지만 최소한 모라토리움을 선언해 보라 △IMF를 둘러싼 내용들을 적극 홍보해 국민적 동의를 끌어내 보라 △IMF 협의와 관련한 환원 운동이나 어렵다면 최소한 노력을 통해 정부가 재협상을 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라는 것이다. 또한 재경부 장관 등 정부 임원 선출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도 필요하고, 제도 마련에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고 덧붙이며 협약이 정당한지, 올바르게 진행됐는가들을 직접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투기자본 천국의 남한 시장, 경협 타고 북한 간다

또한 질의 응답과정에서 통일과 북한에 대한 과제도 나왔다. 발제문 중에 '한반도 경제협력은 위장된 외국자본이 침투한 결과이고 월가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 미 국무부와 공조하는 이 새로운 재벌들의 미국인 주인들은 궁극적으로 북한에 대규모 투자를 포함한 경제협력을 지배할 것'이라며 '경제협력이 북한의 신자유주의 경제를 강화 시켜 재식민지화의 불모지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반발의 질문도 있었다.

그러나 미셸 초스도프스키 교수는 "재력, 부가 외국 국적도 없는 초국적 금융자본에 의해 통째로 외국자본으로 소유가 넘어가는 현실. 외국인 지분이 평균 65%에 달하는 이런 사실을 전제로 한 상황에서 남북경협을 추진해 간다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의한 IMF의 관계성을 풀어내는 과정을 유념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에 의한 한국의 경제 종속이 그대로 남겨진 채 남북경협이 추진될 경우 북녘에까지 금융자본의 영향이 미치지 않으리라는 조건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신자유주의라는 경제독트린은 세계 차원에서 경제활동, 경제시장 등 전반에 대한 특정한 입장을 담은 독트린인 반면에 네오콘은 하나의 집단으로, 부시행정부와 함께 세력화된 개인들의 집단화된 네오콘 들이다. 이들은 미국의 전 지구적 차원의 군사 전략과 신미국세기 프로젝트를 입안 작성한 사람들의 핵심인물들이다. 이와 관련해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는 별개로 봐서는 안 된다. 두개의 서로 다른 학파와 주의가 아닌 서로 다른 비행선을 타고 움직이나 하나의 전략적 미국의 목표를 지향하는 틀이다"라며 이에 대한 투쟁도 "군사화와 경제적 투쟁이 분리된 것이 아닌 같은 지점을 향해 같이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말

미셸 초스도프스키 교수는 '빈곤의 세계화', '전쟁의 세계화'의 저자로, 현재 캐나다 오타와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화연구센터의 대표이며 세계정세를 전망하는 '글로벌 아웃룩'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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