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양극화가 뭔지도 모르는 양극화국민연대

노동유연화 정책을 중단시키는 것만이 양극화 해소의 길

22일 오전 11시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양극화국민연대)가 발족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 132개 단체가 참여한 양극화국민연대는 '양극화해소' '사회통합' '지속가능한발전'을 위한 국민행동을 활동목표로 삼아 다양한 실천을 벌인다고 밝혔다.

지난 7월초 참여연대와 민주노총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7,8월에 걸쳐 두 차례 제안단체 간담회를, 8월 중 세 차례 정책워크샵을 거쳤고, 9월 중 두 차례 참여단체 대표자-집행책임자 연석회의를 통해 오늘 발족에 이르렀다. 그러나 9월 22일 현재 참여한 132개 단체는 시민운동 단체 중심으로 노동 사회단체를 포괄하지 못함으로써 "노동, 민중운동, 시민운동 등 각계각층을 포괄하는 공동 정책 협의 및 실천 기구"라는 조직 위상이 빛 바랜 모습이다. 더군다나 정책워크샵에 참여했던 민중연대 소속 일부 단체들은 기관지 등을 통해 양극화국민연대 참여에 비판적인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감을 하루 앞둔 21일 청와대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기국회 기간에 논란이 될 수 있는 정치적 사안은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동산 정책, 조세 문제, 양극화 극복대책 등에 집중한다는 입장이고, 이에 열린우리당도 환영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극화에 따른 정치 위기에 우선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양극화국민연대는 노무현정권의 경제사회정책의 패러다임과 기조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현 정부는 말로는 양극화 극복과 동반성장을 강조하지만 실제 경제정책 운용에 있어 '기업투자 활성화와 경제살리기'를 명분으로 지속적인 구조개혁, 기업 규제완화, 건설경기 부양 등의 정책을 추진해왔다"며 비판하는 태도를 취했다. "노무현정권이 양극화 극복대책 마련에 집중한다고 하지만 의료, 교육, 보육 등 기본적인 사회서비스 영역의 산업화, 시장화를 시도하는 등 신자유주의적 사회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이로부터 양극화국민연대는 "부문별 개혁 추진의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경제사회적 위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동의 경제사회 개혁의제를 도출" 함으로써 "정치적 정책적 흐름을 바꾸기 위한 국민적 행동에 나서자"는 취지를 밝혔다. 양극화국민연대는 경제사회 개혁의제로 7대 분야 21개 과제를 제시했는데,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7대 분야 21개 과제가 된다고 양극화가 완전히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활동으로 양극화 해결을 위한 발판을 삼을 것인 바, 양극화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말함으로써 국민연대가 양극화 해결을 직접적인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양극화 문제는 단순한 통계 수치나 하나의 특정한 사회 현상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 양극화는 사회적 빈곤의 심화에 따라 빚어진 매우 구조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이다. 사회적 빈곤의 심화는 불안정노동자와 노동빈곤층(working poor)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고, 실업, 고용불안정, 저임금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불안정노동자와 노동빈곤층은 엄격한 고용기반을 전제로 한 사회보장체계와 민간부문 중심의 사회서비스로 인해 사회적 보장 체계로부터 배제되어 거대한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사회적 배제에 따른 사각지대의 확산은 사회안전망의 붕괴 가능성을 내포하는 동시에 사회적, 정치적 위기를 예고한다.

지금 노무현정권은 양극화국민연대의 최소한의 분배 요구조차 수용하지 못한 채 노동유연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따라서 양극화 문제 해결은 불안정노동을 재생산하는 구조의 고리를 끊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양극화 해결을 이야기하는 한 노무현정권의 노동유연화 정책을 중단시키는 것을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목표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거꾸로 노동유연화 정책이 유지되는 한 불안정노동과 노동빈곤층은 확대재생산되고, 이는 다시 실업, 고용불안정, 저임금의 악조건을 형성하고, 결국 사회적 빈곤의 심화에 따른 양극화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양극화국민연대는 노동유연화 정책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어 '양극화해소'라는 목표 설정이 뜬구름 잡는듯한 인상을 지을 수 없다. 21개 과제 중 일부는 공공성의 확대 등 부분적으로 유의미한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나 실제 뜯어보면 과제 대부분의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할 뿐더러 실제 양극화 해소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을 전제한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방안, 노무현정권의 '일을통한빈곤탈출' 기조를 벗어나지 못한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은 거꾸로 양극화를 고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여간 우려스럽지가 않다.

가령 비정규직 문제를 노동시장의 양극화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는 비정규직 문제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이래 자본의 노동유연화와 노동자 분할 관리 전략에 따른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노동자들간의 임금 격차 등의 문제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사실상 자본의 논리를 수용하고 있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을 보면 조건부수급 조항에 대한 지적이 없고, 자활노동자와 기초법을 연계시키려는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 역시 없다. 이는 생색내기식 복지를 제공하고 있는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복지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의미한다. 빈곤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을 관리하는.

양극화는 오늘날 초국적자본 운동과 지배세력의 유연화 정책이 맞물려 빚어진 매우 구조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이다. 이를 두고 몇 가지 제도적인 조처를 통해 양극화의 간극을 줄여보겠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저급하고 순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제도적인 개혁 조치와 공공성 확대를 위한 실천이 필요하고 경우와 사안에 따라서는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대응해야겠지만, 이것이 양극화 해결 경로로 치환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양극화국민연대는 한편으로는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양극화에 대한 원인 진단과 근본 처방에는 일체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난 7월 이래 수차례 참여 제안에도 불구하고 참여를 유보하거나 비판적 입장을 표명한 빈민 단체와 다수 노동 사회단체들의 결정은 그 자체로 중대한 의미가 있다. 당장의 실천에 조급하기보다 다소 멀게 느껴지더라도 노동유연화 정책을 분쇄하고 사회적 빈곤을 철폐하는 전략 방안을 마련하는데 힘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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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정론은 '양극화 해소'의 무능력 고백한 것"
    133개 시민단체, 사회양극화 해소 위한 공동대응기구 출범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하나로 뭉쳤다.

    양대 노총, 전농, 참여연대 등 133개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사회양극화 해소 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의 발족식을 갖고 국민연대를 통한 공동의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국민연대의 출범은 사회양극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정부정책에 대해 국내의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대응에 나선다는 의미여서 앞으로 그 활동이 정부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133개 시민단체 '양극화 국민연대' 발족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발족식에서 국민연대는 "노동, 복지, 조세 등의 전면적인 사회개혁을 통한 양극화 해소와 사회통합을 촉구하기 위해 연대기구를 구성하게 됐다"고 밝혀, 오늘날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양극화'의 해소에 발족의 취지가 있음을 명확히 했다.

    국민연대에 참여한 단체들은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의 단계적 실현 △최저생활 및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 △조세정의 실현 및 소득파악 개선 △공공 및 사회 서비스 부문 일자리의 적극적인 창출 △보육의 공공성 실현 △주거의 공공성 실현 등을 양극화 해소를 위한 7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들은 이런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정기국회에도 직접 개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먼저 입법청원 활동과 예산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범국민 토론회를 열고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양극화 문제의 대중적 공론화 활동도 병행해 운동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국민연대 "양극화 문제 위험수위 지나고 있다"

    국민연대는 발족선언문에서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한 견해와 정부정책에 대한 시각을 분명히 밝혀 그 지향을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냈다.

    국민연대 참여단체들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 "우리 사회 내 빈곤의 정도는 절대적 수준에서나 상대적 수준에서나 위험수위를 지나고 있다"며 현재의 빈곤 수준을 상대적 빈곤에 불과하다고 보는 일각의 시각과 선을 그었다. 이들은 또한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계층이 겪는 어려움은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진단하며 빈곤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보다 구체적으로 "도시근로자들이 지닌 소박한 내집 마련의 꿈은 부동산 거품가격에 의해 조각나 버렸으며, 경기의 호전을 소망하는 소자영업자들의 바람과 달리 현실은 절망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8.31 대책으로 요약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IMF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영세 자영업자에 대해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들은 이어 "비정규 노동의 확산과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비정규직에 대한 극단적인 차별의 문제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받고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으로부터도 배제된 채 이등국민으로 전락했다"며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은 사회경제 개혁에 대한 무능력 드러낸 것"

    또한 국민연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제안한 '대연정 논의'는 국민을 더욱 아연실색하게 한다"며 "현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지역주의의 극복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는 과제이고 야당과의 권력분점을 통한 대타협이 중요하다는 대통령의 발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연대는 이어 "대통령과 여당 일각에서 한나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부딪혀 경제개혁과 사회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연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 2년간 취했던 각종 정책들로 볼 때 이는 핑계에 불과하고 스스로 개혁의지의 부재와 무능력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국민연대는 "현재와 같은 사회경제정책 기조가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고 우리 사회는 사회발전의 잠재력과 공동체성을 상실한 사회로 후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답답

    근거도 그렇고..너무 약하네요.
    일관된 논리도 부족하고.
    실현불가능한 요구라고 비판하면서도 다시 더 큰 담론으로 문제제기 해야한다는..?

  • 답답2

    제일 큰 약점이죠.
    언론의 논평을 보는게 아니라 무슨 정파 기관지 입장을 보는 듯하네요.
    이 논평도 아마 국민연대에 참여하지 않은 노힘의 입장을 노힘 조직원이 대변한듯 한데, 제발 정파운동과 언론을 구별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신의 허물은(현대자동차 이상욱 집행부)보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대의적인 연대를 하지 못하고 '뭔지도 모른다' 식으로 내뱉는 이런 태도는 정말 종파적인 태도이며, 더구나 언론이 이래서는 정말 위험한 태도라는 생각이 드네요.

  • 양극화연대

    한마디로 말을 위한 말,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하는 말이라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옛날 좌파들은 공부라도 열심히하고 똑똑했는데, 요즘 보이스카웃 좌파들은 두세문장의 논리적 타당성도 없으니... 되도 않는 얘기 그만하고 공부들이나 좀 하시지요.

  • 바람

    입장을 담는 것이 논평입니다.
    그 논평에 대해 답답해하는 입장을 쓰세요.
    답답해하는 분들의 상황을 보니, 옳턴 그르던 뭔가 전달되기는 전달된 것 같네요.

  • 지나가다

    참세상을 정치조직화 하는 경향은 이후 참세상을 좀 더 확장하고 대중화하는데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다.
    정치조직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글들은 이미 널려있지 않습니까?
    이런 입장은 참세상이 아니라 좌파정치조직들에서 접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