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원청의 사용자성과 노동3권 쟁취로 계급적 단결을

노동자 분할 관리 비밀 드러내는 원청 사용자성 인정 쟁취 투쟁

10월 6일 노동청을 규탄하는 '노동사회단체 1인시위단'이 1인시위에 들어갔다. 노동부가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와 비정규노조 탄압을 방조하는 데 따른 항의 시위이다. 1인시위단은 △야만적인 비정규노조 탄압 중단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 △정부가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실질적으로 금지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동청의 강력한 반성 촉구 등을 요구로 내걸었다.

10월 4일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국회 앞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하반기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3권 쟁취를 위한 대정부 투쟁에 힘을 모으기 위해서다. 단식에 들어간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의 완전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운송, 레미콘, 덤프, 학습지, 보험모집인, 애니매이션, 골프장 경기도우미 등 개인사업자로 위장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3권 보장을 요구로 걸고 있다.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자본의 용역깡패, 구사대의 폭력 만행과 대체인력 투입에 맞서 현장을 지키고, 노동탄압 분쇄와 계약 해지 압박에 맞서 싸우고 있다. 자본이 부른 용역깡패들은 생산라인을 박살내고 조합원들에게 폭행을 가했고, 경찰은 고의 차량 추돌로 조합원을 다치게 한 후 연행하는 등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9월 15일과 28일 침탈도 원청이 진두지휘하였고, 4일 벌어진 용역깡패의 폭력 난동도 원청의 지시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GM대우비정규직지회는 이미 판정 내려진 불법파견을 시정하기는커녕 업체를 폐업시키고 진성도급으로 내몰았다. 지회 조합원들은 삶의 근거를 빼앗길 처지에 몰렸다. 올 한해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자의 불법파견 투쟁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지금도 불법파견 철폐를 요구하며 단식을 벌이고 있다. 단식 22일째를 맞는 현대세신의 김형기 조합원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것이 현실인데 민주노총이나 현차노조나 힘겨운 현장 싸움들로부터 일정하게 책임을 비껴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규모는 2001년 360만 명, 2002년 380만 명, 2003년 460만 명, 2004년 540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 통계는 계약직, 임시직, 파견직 대상으로, 특수고용직 등을 포함하면 850만 명 규모로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비정규직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수고용직, 사내하청, 간접고용 등 이름은 다르지만 모든 비정규직노동자의 처지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하이닉스 노동자, 울산플랜트노조, 화물연대 등 올해 주요한 투쟁이 모두 비정규직노동자의 생존과 초보적인 노동기본권 요구에서 비롯된 것도 그러하다. 비정규직노동자는 임금과 고용과 작업환경에서 최악의 조건을 감내해야 했고, 정규직한테만 주는 빵을 비정규직한테도 달라며 싸워야 했고, 밥 먹을 장소, 옷 갈아입을 공간이 없어 투쟁해야 했다. 지금 비정규직노동자는 노동조합을 만들자마자 7,80년대에 버금가는 탄압을 받아야 하고, 용역깡패의 작업장 침탈과 폭력에 몸을 움츠려야 하고, 성폭력이 자행되는 현장에서 죽기를 각오한 단식으로 분노의 삶을 지탱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류기혁, 김동윤 열사의 죽음은 오늘날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비정규직의 불행이 집약된 고통스럽고 억울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보라. 지난 5일 대구지방노동청에서 열린 국감에서 "앞으로도 탄압할 것이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윤여철 현대자동차 사장의 저 사나운 얼굴을.

자본은 단위사업장별로 일상적인 감시와 회유와 협박, 그리고 각종 고소고발로 비정규직노동조합 활동을 위축하고, 각개격파식 분열책으로 비정규직노동자를 고립시키고 있다. 그런데 자본의 이와같은 탄압은 단위사업장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탄압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양상을 띠고 있으며, 비정규직노동조합을 말살함으로써 노동유연화 공세를 유지하려는 지배 기조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한시도 잊지 않아야 한다.

한편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정부가 제기한 법안은 파산선고를 받은 만큼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남용방지와 차별해소를 핵심으로 하는 권리보장 입법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그 자체로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국민연대의 이같은 주장이 자본의 노동유연화 공세의 핵심인 정규직, 비정규직 분할 관리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절벽에 선 비정규직노동자에게 '남용 방지'와 '차별 해소'가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노동유연화를 강화하는 자본의 기도를 문제삼지 않는 이상 결국 비정규직노동자 양산을 고착하는 데 휩쓸린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비정규직노동자는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과 노동3권 쟁취를 내걸고 전국적인 시야에서 전계급적인 단결을 목표로 투쟁해야 한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쟁취와 노동3권 쟁취에 특수고용노동자가 사내하청노동자가 따로 있지 않다. 오늘날 모든 비정규직노동자는 노예와 같은 삶을 살면서도 도무지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마구잡이로 내동댕이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노동자의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는 오늘날 자본의 노동유연화 정책이 노동자를 어떻게 분할 관리하는 지를 폭로하는 것이며, 노동3권 쟁취는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850만 비정규직노동자의 최소한의 요구이다. 따라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과 노동3권 쟁취 투쟁을 통해 정규직, 비정규직의 단결과 연대의 기반을 확장해야 하며, 개별 자본에 대한 대응을 넘어 대정부 정치투쟁의 힘을 키워가야 한다. 10월 16일 비정규직노동자대회, 모든 노동자가 단결과 연대의 큼지막한 획을 긋는 현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참세상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