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가슴, 뜨거운 머리’ 가진 우파 지향 정부와 우파

[하현의 미디어비평](4) - 한국의 먹물들

요즘의 한국의 미디어를 보면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자칭 우파 혹은 자유수호 애국주의자, 요즘은 한 술 더 떠서 '뉴 라이트'란 말을 붙여 나타난 사람들이 주장하는 말을 보면 난 정말 헷갈릴 정도로 머리가 아프다.

원래 우파란 자본주의의 자유방임 경제를 내세워 경제 정책과 사회복지 정책 등에 정부의 간섭이나 지원이 없는 개인 책임주의의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즉 현재의 무능력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노무현 정부의 정권은 그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정부 형태임에 틀림없다.

원래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것은 정부가 경제를 주도하거나 기획하는 일, 경제를 규제하는 일조차 금하고 기업가의 창의성에 맞게 그냥 두라는 것이 자본주의의 원칙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 ‘뉴 라이트’나 자칭 우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결같이 정부의 경제 정책이나 민생을 들어 공격하고 있다. 참 한마디로 자가당착에 빠진 우스운 사람들이다. 현재의 경제나 민생에 아무 대책도 없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힘을 가진 쪽에 붙어 민중들을 팔고 애매한 자본주의 방식으로 돌아서서 서민들을 골탕 먹이는 노무현 정부야 말로 우파들이 바라고 원하는 최상의 정부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정책만 보아도 겉으로는 그들은 민생을 위하고 무엇인가 민중들을 위하여 일을 하는 것 같이 하면서도 결국은 항상 우파 측의 손을 들어 준 그야말로 보수주의 지향 정부였었다.

필자의 눈에는 이런 고마운 정부를 공격하는 조중동의 신문이나 자칭 자유수호 민주인사들을 필자는 이해하기 곤란하다. 현 정부는 그들을 위한 정부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만 해도 그렇고 경제정책이나 농촌, 사회복지 정책을 보면 보수주의자들이 원하는 대책 없고 무책임의 아주 ‘작은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난 지금의 정부가 좌파 지향적 정부라는 증거를 하나도 찾을 수 없다. 현 정부는 그야말로 우파 정책을 펴는 우파 지향적 정부가 아닌가?

자칭 우파들은 이 정부를 좌파라고 하는데, 우파가 우파 같지 보이지 않는 것처럼 현 정부의 성격도 좌파는 아닌 것 같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자칭 우파의 말대로 갑자기 나타난 좌파 정부도 아니고 김대중 정부의 뒷힘을 받고 태어난 정부이고 김영삼의 시간부터 계산한다면 이미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민권 정치를 안정시키고 정치적으로 힘의 균형을 얻고, 국가의 권력을 장악해 그야말로 자칭 우파의 흔들기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조각배 신세에선 벗어나야만 하는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

일부에선 현재의 보수 세력들이 곳곳에 박혀 있어 정권 장악만으로 힘을 쓸 수 없는 것이 그 까닭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그래서 그럴까? 지금의 정부 요직에 있는 과거의 386 세대들을 보면 사실 한국에는 희망이란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야말로 전학련, 자민투, 민민투의 이론 투쟁의 과정을 겪고 나름대로 실천적 행동을 한 세대들이었다. 사구체 분석 등으로 한국사회에 대한 철저한 인식 분석은 물론 학로 연대를 거쳐 실제로 노동현장에 몸을 던지고 한국의 문제를 몸으로 받아들이고 이해를 시도했던 유일한 세대가 그들이었다.

한 경제학자가 말했듯이 그들은 한국의 20세기의 '따듯한 가슴과 냉철한 이성'으로 조국의 미래를 껴 안으려했던 세대였다. 아마도 이런 치열한 젊은이들은 앞으로도 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 민초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귀한 인재들은 역사적으로 거의 만날 수 없는 기회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작태는 그야말로 한심할 정도로 실천성은 물론 현실에 대한 인식도 없을 뿐더러 미래에 대한 전망도 없다. 차가운 가슴과 뜨거운 머리로 자기 살 궁리만 하는 것 같이 보인다. 몇 년 전에 386 세대 국회의원들의 룸싸롱 작태 사건을 보았을 때 이미 이런 징후는 읽었지만, 문제는 이들에게 희망을 가지고 세상이 바뀌길 기대했던 민초들의 희망이다.

30여 년 전에 '서울 평론'이란 시사 잡지에서 김원룡이란 학자가 권력의 속성에 대한 글 중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생선가게에 들어가면 처음에 비린내를 맡지만 나중에는 그 비린내를 잃어버린다. 재래식 화장실에 가면 처음에 코를 쥘 정도로 똥 냄새를 맡지만 나중에 똥 냄새를 맡다보면 그 냄새에 취해 그 냄새를 잃어버린다.

권력의 속성이란 이런 것인 모양이다. 멀쩡한 사람도 좋은 뜻을 가지고 나라를 바로 세워 보겠다고 정치에 입문하지만 권력에 취하면 그 냄새에 마음이 멀어버린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노무현 정부에 대거 등용된 이들이 실제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보여준 모습들은 이같이 똥과 같은, 썩어가는 생선 비린내 나는 권력에 취해 정신 못 차리는 모습들뿐이었다. 이것은 무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의 민초들을 배반한 것으로 결국은 역사적으로 전두환보다 더 나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왜냐하면 민중들의 입장에서 이젠 더 이상 먹물들을 믿지 못하게 하고 모든 희망을 말살했기 때문이다.

사실 김영삼 정부의 출현도 그리고 김대중 정부와 현 정부의 출현도 결국은 민중들의 지원과 광주 민주화운동 등의 귀한 피로 맺어진 결실이었다. 이들이 민주화 과정에서 상징성을 띄고 대표적 인물로 각인되어 민중들이 지원한 것뿐이다.

민중들은 그동안 10년 이상을 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며 그동안 참고 인내하고 지켜보았으나 역대 정권들은 권력을 잡는 대로 바로 기득권을 위한 정부로 전락했고 자기의 가족과 권력이 주는 호의호식과 그 단맛에 보수주의자의 작태를 그대로 보여 온 것이다.

사실 조선 오백년 역사나 구한말의 역사를 보면 언제나 '공부 잘하고 머리 좋은 놈'이 백성의 등을 치고 나라 팔아서 가문 번성시키고 호의호식하며 잘 살았다. 한국에는 공익성을 존중하고 민중들을 위한 엘리트들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을 해도 조금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엘리트 계층들은 가족주의적 이기주의로 늘 사익을 앞세워 민중들을 이용해 왔다.

80년대 들어서 학로 연대를 외치고 사구체 분석 등으로 첨예한 이론을 들먹이며 공장에 나타나 노동자와 함께 고통을 나눌 때 이젠 한국의 먹물들도 달라지는 모양이라고 민중들은 환호했었다.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 젊은이들의 모습은 80년대에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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