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펙과 빈곤, 한국정부의 빈민탄압(2)

[부산국제민중포럼] - 비공식부문노동자, 국제적 연대 통해 열악한 조건 극복해야

17일 부산 국제민중운동포럼 이틀 째 ‘아펙과 빈곤, 한국정부의 빈민탄압’ 워크샵에는 해외 빈민조직을 대표해 팻 혼 국제노점상연합 코디네이터와 아라키 일본 전국일용직노동조합협의회 ‘산야 쟁의단’ 대표가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워크샵에서 각각 국제노점상 연대운동의 현황과 일본의 노숙인·일용직노동자 운동의 현황을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비공식부문 노동자들, 국제적 연대 속에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하는 시기”

  팻 혼 국제노점상연합 코디네이터
국제노점상연합은 전 세계 20여만 명의 노점상 회원을 포괄하고 있는 대표적 국제적 노점상 조직이다. 국제노점상연합에는 한국을 비롯해 방글라데시, 네팔 등 전 세계 20여 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고, 노점상 등 도시빈민과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팻 혼 코디네이터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공식부문의 노동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비공식부문 노동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 중 다수는 여성과 사회안전망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뿐만 아니라 노점상을 비롯한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탄압은 세계적으로 빈번히 발견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팻 혼 코디네이터는 그 이유를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의 미조직화와 노동자성의 불인정에서 찾았다. 그는 “전통적으로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은 조직화가 어렵고, 노동자성을 자각하거나 인정받기도 힘든 조건에 있다”며 “이론상으로는 노동자로 정의되지만, 노동자가 가지는 어떠한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팻 혼 코디네이터는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조건 하에서는 무엇보다도 국제적인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당시 국제노점상연합과 한국 전국노점상연합의 연대를 그 한 예로 들었다. 그는 “국제노점상연합 가맹조직들은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전국노점상연합의 요청에 따라 피파와 한국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공동행동을 진행한 바 있다”며 “이러한 조직적인 형태의 국제적 연대 투쟁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팻 혼 코디네이터는 이어 “신자유주의 세계화 물결이 거센 지금이야말로 전 세계 노점상, 도시빈민들이 모여 함께 투쟁하고, 국제연대를 통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시기”라며 “이를 통해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실업상태로 몰아 넣고 있는 각국 정부의 정책을 막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산야 쟁의단, 사회적 노동운동의 입장에서 노숙인 운동과 연대”

  아라키 '산야 쟁의단' 대표
한편, 이날 워크샵에는 일본에서 노숙인, 일용직노동자로 구성된 전국일용직노동조합협의회(‘산야 쟁의단’)를 이끌고 있는 아라키 대표도 만날 수 있었다. 1982년 설립된 ‘산야 쟁의단’은 오사카·카마가사키 지역, 나고야·사사지마 지역, 요코하마·코토부키 지역, 동경·산야 지역을 포괄하고 있는 대표적인 일용직노조다.

일본에는 한국의 용역소개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요세바’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아라키 대표는 “공원, 전철역 앞 광장 등에 주로 위치한 ‘요세바’에서는 일용직 노동력의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그 주변에 일용직 노동자들의 집중주거지인 간이 숙박소가 있고, 아침 4시 반부터 6시쯤까지 일용직 노동자, 업자, 그리고 브로커가 ‘요세바’에 모여 그날 하루의 노동계약을 맺는다”고 전했다.

'산야 쟁의단’은 한국으로 치자면, 노숙인당사자모임과 건설일용노조가 합쳐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구성면에서 한국의 노조형태와 큰 차이를 보이지만, 일본 노숙인들이 처해있는 상황은 한국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라키 대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90년대 거품경제가 붕괴됨에 따라 일용직 노동자들이 대거 실직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이에 따라 노숙인의 수가 급증하게 되었다. 현재 일본의 노숙인은 전국적으로 약 3만 명에 달하고, 그 중 60%가 건설, 토목, 하역, 청소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일용직 노동자다.

한국과 비슷한 조건에 놓여있는 노숙인 운동이 노조운동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조직화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아라키 대표는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경우도 노숙인 등 비공식부문의 노동자들이 잘 조직되어져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현재 ‘산야 쟁의단’의 일용직 노동자들은 자본의 지배 하에 있는 노동자로서, ‘사회적 노동운동’의 입장을 고수하고 노숙인, 실직자들과 함께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헌준, “연대와 자발성에 기반한 운동들 만들 때”

일본의 노숙인 운동이 한국의 경우와 다른 경로를 밟아 가고 있는 것에 대해 문헌준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 대표는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는 자발성과 동료의식에 근거한 노숙인 운동의 기반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며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상황에서 나이가 들어 일자리를 잃게 되면, 누구도 일용직 노동자가 될 수 있고, 또 노숙생활을 할 수도 있게 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한국의 경우 노숙인 무료 급식을 종교단체 혹은 관이 주도한다”며 “거기에는 시혜적 차원의 복지 인식이 담겨져 있다”고 지적했다. 문헌준 대표는 이어 “이와는 반대로 일본의 경우 노숙인 급식을 일용직노조가 담당한다”며 “이것은 노숙인을 노동자로 인식하는 것이고, 연대의 기반이 한국보다는 잘 형성되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문헌준 대표는 국내 노숙인, 비공식부문 노동자 운동과 관련해 “그간 한국의 노동운동은 조직된 노동자들만을 기반한 운동이었다”며 “이제 막 한국의 노조운동이 운동으로부터도 배제된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빈민운동은 많은 과제들을 부여받고 있다”며 “시혜적 복지의 차원이 아닌 연대와 자발성에 기반한 운동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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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펙 , apec , 부산국제민중포럼 , 신자유주의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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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두각시

    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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