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WTO 홍콩선언문 초안 입수

민중행동, '반민중적 협상, 초국적자본 강대국의 이해에 복무'

신자유주의세계화반대민중행동(민중행동)은 지난 26일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이 회원국들에게 '홍콩 선언문 초안'을 회람 배포한 내용에 대해 "모든 부분에서 DDA 협상은 반민중적이며 오로지 초국적 자본과 소수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만 복무하고 있다"고 평하고, "도하개발의제 협상은 중단되고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초안문과 관련해 민중행동은 개도국에 불리한 2004년 7월 기본 골격 내용 그대로 지속하고 있고, 서비스 부문 자유화 수준 대폭 높이려는 방안도 강제하고 있고 이 부분에는 한국 정부도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라미 초안'은 WTO의 반민중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내는 결과라고 평했다.

제네바 현지 NGO가 입수한 'WTO 선언문 초안'


지난 26일,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오는 12월 13일부터 18일까지 홍콩에서 개최될 WTO 각료회의에 제출할 ‘홍콩선언문 초안(Draft Ministerial Text)'을 만들어 회원국들에게 회람했다. 제네바 현지 NGO로부터 본 초안을 입수한 민중행동은 이 문서를 분석했다.

‘라미 초안’은 농업과 비농산물시장접근(NAMA), 서비스협상, 지적재산권(TRIPs) 협상 등 부문별 협상을 요약하는 38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농업, 비농산물시장접근, 서비스, 규범, 무역원활화, 특별대우(S&D) 총 6개 부문의 부속서가 첨부되어 있다. 각각의 부속서는 해당 분야 협상그룹 의장이 제출한 보고서이다.

내용은 그간 단체들의 전망 처럼 "실질적인 알맹이"가 없고, "이번 각료회의도 결국 개도국들 입장은 여전히 무시된 채 강대국들의 잔치가 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하의 내용은 민중행동에서 제출한 '라미 초안'의 분석 내용과 민중행동의 입장이다.

농업협상

현재 도하개발의제 협상 중 농업이 가장 큰 쟁점이며, 특히 국내보조금, 시장접근, 수출경쟁, 면화 등을 둘러싸고 주요 강대국들(미국과 유럽연합)과 개도국들이 대립하고 있다. 농업에 대한 부속서A를 제출한 농업협상위원회 특별회의 의장은 “완전한 세부원칙을 홍콩에서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현재 상황을 서술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 대한 서술이라 함은 결국 작년 7월 이해당사자 5개국이 개도국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합의한 기본골격의 내용에서 그다지 수정된 바가 없다는 것을 뜻하며, 그 내용 그대로 홍콩에 제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골격’에 의하면 미국과 유럽연합은 보조금 중 상당 부분을 철폐 대상으로부터 면제받을 수 있으며, 시장접근 부분에서도 개도국이 훨씬 더 큰 폭으로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더욱이 본 초안은 개도국들의 관심사인 특별품목에 관해서도 새로운 제안이 없다.

비농산물시장접근 (NAMA)

시장접근협상그룹 의장이 제출한 보고서로 구성되어 있는 부속서B도 비판의 대상이다. 그는 “이 보고서는 2004년 7월에 채택된 문서의 부속서B에 대한 합의점과 이견을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서두에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NAMA 협상에서 가장 문제적인 것은 그 동안 개도국들은 자국 경제 발전을 고려해 고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산업부문을 과연 자유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계속 해왔으나 정작 협상에서는 강대국들이 “몇 %를 감축시킬 것이냐”는 ‘숫자’에 대한 논의로 협상을 국한시킴으로써 개도국들의 근본적인 제기를 무마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설령 논의를 ‘숫자’로 국한시킨다 하더라도 개도국 또는 최빈국들을 위한 특별조치가 관세 인하 공식에 반영되어야 함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초안은 이런 제기를 무시한 채 강대국들의 요구에 편향되어 있다.

서비스협상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서비스협상이다. 그 동안 WTO 회원국들은 농업협상의 진전여부에 따라 서비스협상에 임한다는 전략을 취해왔으며, 그러한 만큼 서비스협상 자체로서 진전이 없었다. 이에 조급함을 느낀 미국, 유럽연합, 일본, 한국 등을 비롯한 10여개국은 농업협상과 관계없이 서비스협상에 있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현존 협상 방식에 보안적(complimentary) 장치를 추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복수간(plurilateral) 양허/양허요청 접근방식과 최소 자유화 수준을 설정하는 벤치마크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전자는 서비스 강대국들이 집단적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협상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면 후자는 자유화의 폭과 깊이에 하한선을 둠으로써 최고 수준의 자유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안이다. 라미 초안의 서비스협상에 관한 부속서C는 이런 요구사항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종합

WTO 사무국과 주요 회원국, 주류 언론에서는 이번 초안에 실질적인 “알맹이”가 없으며, 홍콩 각료회의는 단순한 ‘중간점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99년 이후 세 번의 각료회의 중 ‘2번의 무산과 한 번의 간신한 합의’라는 명예롭지 못한 기록 때문에 이번에는 각료회의의 의미와 기대를 낮춰 어떻게든 ‘홍콩 선언문’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그리고 실질적인 합의는 2-3개월 후 제네바에서 일반이사회를 개최해 협상을 계속하자는 것이다. 이번 각료회의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걸었다가 다시 한 번 각료회의가 결렬되면 그 때는 WTO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진다는 위기감이 맴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정치적으로 ‘봉합’하려는 속셈이다.

그러나 ‘라미 초안’을 통해 볼 수 있다시피 이번 각료회의가 ‘정치적 봉합’ 외 다른 성과없이 끝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농업 또는 NAMA협상에서 ‘현상유지’를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개도국들에게 불리한 기본골격을 유지시킨다는 것을 의미하며, 서비스협성에서는 서비스자유화를 강력히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기 위해 주요 국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요약하자면, WTO는 각료회의에 대한 기대를 낮춤으로써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고 그 속에서도 최대치를 얻어내자는 것이며, 시위대의 소란을 피해 조용한 제네바 본부에서 일반이사회를 통해 실질적인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치밀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1,500여명 이상의 ‘WTO 각료회의 저지를 위한 한국민중투쟁단’을 준비하고 있는 민중행동은 이번 제출된 ‘라미 초안’이 WTO와 그 내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사실상 △ 개도국의 요구사항은 계속 무시되는 등 ‘개발’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 미국과 유럽연합은 ‘자유무역’을 주창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철저한 ‘보호무역’을 구사하고 있어 신자유주의 자유무역 체계의 허구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으며, △ 또한 모든 부분에서 DDA 협상은 반민중적이며 오로지 초국적 자본과 소수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만 복무하고 있으며, △ 도하개발의제 협상은 중단되고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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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 홍콩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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