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자기증 희망자들을 맞이하는 로비 탁자. 무궁화가 놓여 있다. |
▲ 한 난자기증 희망자가 참석 대신 장미꽃다발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
6일 오전 11시 서울대 수의대. 부산을 떠는 기자단과 무궁화꽃을 받아드는 여성들이 1층 로비를 가득 메웠다. 왼쪽 가슴에는 "황우석 교수님 힘내세요"라고 적힌 노란색 리본을 달았다.
▲ 난자기증 희망자가 리본에 자신의 이름을 쓰고 있다. |
▲ 난자기증 희망자 1000명 중 150여 명이 기증식에 참여하였다. |
▲ 난자기증 희망자와 함께 온 것으로 보이는 어린이 |
현장에서 MBC 기자를 향해 강한 불만이 표출되기도 했다. 취재를 나온 MBC 취재진은 참석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1층 로비 밖으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이 때 사회자가 "MBC에게도 취재를 허락하자"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황우석 교수님이 들어오라고 허락했다"며 다시 들여보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 MBC 기자가 항의하는 참석자들에 밀려 로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
▲ 주최 측이 MBC 기자에게 들어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 항의하던 참석자들은 이윽고 "황우석 교수님이 MBC도 허락했다"며 들어오게 했다. |
'아이러브황우석' 운영자 안덕진 씨가 핸드마이크를 들고 기증식을 시작했다. 안덕진 씨는 같은 운영자 빈주 씨 등을 소개한 후 "섀튼 박사 결별 이후 자발적 난자기증 운동을 벌였고, 처음 10명만 해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이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11월 23일 100송이, 24일 황우석 교수 기자회견 당시 마이크를 잡는 순간 200송이가 기증되었다"며 경과를 보고했다.
▲ 로비에 가득 모인 난자기증 희망자와 관계자, 그리고 취재단 |
▲ 애국가와 함께 난자기증식을 진행하고 있다. |
아이러브황우석 측은 오늘이 두 가지 의미가 있는 날이라고 말했다. 하나는 난자 기증의사를 무궁화 한 송이를 통해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과 황우석 교수가 진달래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돌아오시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날이라는 설명이다. 기증식은 애국가와 함께 시작되었다.
▲ 안규리 교수. 이야기 중에 감사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
안규리, 이병천, 강성근 교수 등 황우석 연구팀의 핵심 연구자들이 환호를 받으며 이 자리에 참석했다. 안규리 교수는 "어려울 때 격려를 보내줘서 감사하다. 빨리 마음을 다잡고 난치병 환자 치료의 길을 개척해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 이병천 교수. 역시 감사하다는 말로 인사말을 대신 했다. |
이병천 교수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인사말을 남겼다. 참석자들은 아이러브황우석 측이 준비한 무궁화 한 송이를 직접 황 교수 연구실 앞으로 가져놓는 행사를 열었다.
▲ 난자가 무궁화꽃의 상징이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로비 곳곳에 놓여 있는 무궁화. |
▲ 난자기증 희망자들이 무궁화를 들고 2층 황우석 연구실을 향해 일렬로 걸어가고 있다. |
▲ 1000번째 난자기증 희망자인 황미연 씨. 언니가 백혈병에 걸려 난자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
1000번째 기증자로 알려진 아이디 쁘띠맘을 쓰는 황미연 씨, 아들 1명을 둔 주부로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언니가 참여의 계기가 되었다. "기존에는 장기기증에도 보수적인 편이었으나 언니가 불치병에 걸리면서 마음을 먹게 되었다"고 말했다. PD수첩에 대해 묻자 "국민의 알권리를 악용해서 공명심 때문에 환자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말했다.
로비에서 무궁화꽃을 들고 있는 30대 초반의 한 여성에게 몇가지를 물었다. 동국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박지숙이며 미혼이라고 소개했다. "난자가 부족해 연구를 못한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참여했다"고 말했다. 가족들도 동의한다고 했다. 가르치는 학생들의 반응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고 자신들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박지숙 씨는 아무 조건 없이 난자를 기증한다고 말했다. |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을 물었다. 박지숙 씨는 "모든 의료 시술이 부적용이 없는 것은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위험성을 알고 불임 가능성도 알지만 난자 부족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기꺼이 결정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이러브황우석 카페에 시술 후 부작용이나 후유증에 대한 공지나 안내가 없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박지숙 씨는 "난자 채취 부작용에 대한 공지를 했으면 좋았겠다"고 말하고 "그래도 하려고 마음 먹은 사람은 다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부작용 공지가 있으면 아무래도 난자 기증자가 줄지 않았겠느냐며 질문을 다시 던지자 "지금 보다는 많이 줄었겠지만 누구나 알아보고 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난자기증 희망자들의 생각은 비슷했다. 황우석 교수에 대한 기대와 열망도 차이가 없었다. |
아이디 hnina를 쓰는 젊은 여성은 난자 기증을 결정한 계기에 대해 "박을순 연구원이 미혼으로 난자 기증을 하게 된 것을 보며 연구 여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우리 나라 여건을 보면 동서양의 가치의 차이 때문에 윤리 문제가 부각된다"고 말하고 민간인에게 더 열려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hnina 씨 역시 아이러브황우석의 카페 분위기 때문에 결정한 요소는 없었다고 말했다. "섀튼은 자신의 잇속만 차리고 결별을 선언했지만 황우석 교수는 존경스런 연구원"이라는 생각이다. 역시 부작용과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을 묻는 질문에 "난자 기증 전에 의료진에서 검사해서 적절치 않으면 거절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하고 "집안 가족 중에서 팔이 하나 없으면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 안규리 교수와 이병천 교수의 기자회견 장면. 과학은 과학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줄기세포 검증 요구를 일축했다. |
안규리, 이병천 교수는 12시 20분 경 서울대학교 생물공학연구팀의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병천 교수는 △인류의 난치병 극복과 건강에 기여 △남아있는 사소한 시비에 연연하지 않고 연구에 전념 △줄기세포 검증은 하지 못하게 됨 △후속 논문을 통해 다시 만날 것 등의 내용을 담은 '연구실로 돌아가며'를 발표했다.
▲ 난자기증 희망자들이 진달래꽃을 한웅큼씩 받아 꽃길을 만들고 있다. |
▲ 진달래꽃길... 무궁화와 상극인 진달래가 무궁화와 함께 난자기증식의 소품이 될 줄은 또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
▲ 사뿐히 즈려밟고 오시옵소서 |
이 즈음 난자기증 희망자들은 진달래 꽃길을 수놓고 있었다.
▲ 기념사진 |
난자기증 희망자들은 수의대 현관에서 안규리, 이병천 교수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황우석 교수님 빨리 돌아오세요"를 두세 번에 걸쳐 연호하는 등 빠른 복귀를 기원했다. 이어서 입구 계단에서부터 황우석 교수의 연구실이 있는 2층까지 진달래 꽃길을 따라 행진했다.
▲ 진달래 꽃길 따라 수의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난자기증 희망자들 |
그녀들이 수의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말없이 쳐다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85호 수의대 건물 위에는 검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