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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참가단이 때 아닌 사건으로 머나먼 타지에서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숙소에서부터 시작됐다.
민주노총은 홍콩 투쟁이 시작되기 이전 HKPA에서 주선했던 '카이통 캠프''에 가예약을 했다. 그러나 '카이통 캠프'는 거의 대부분의 집회가 진행되는 빅토리아 공원에서 부터 1시간 이상 걸리고, 생활 여건도 좋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결국 거액의 선금을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투쟁 동선을 고려해 예약을 취소했다. 홍콩에서 숙소 때문에 거리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주장이 당연히 제기됐던 것.
이후 민주노총은 C&P라는 에이전시를 통해 홍콩내 '메트로폴 호텔'을 예약했다. 그리고 예약금 및 액수를 지급하고 11일 홍콩 개막 집회 일정에 맞춰 선발대가 입국했다. 그러나 정작 홍콩에 도착하니 에이전시는 홍콩 예약이 취소됐음을 알렸다. 에이전시 측은 '홍콩경찰의 외압에 의한 갑작스럽게 호텔측에서 취소 통보를 받았다'라며 '민주노총의 숙소로 예정됐던 층 전체가 공사에 들어갔다'고 설명을 했고 당황한 민주노총 상황실은 이 사실을 홍콩 투쟁을 전담하고 있는 HKPA 측에 알리며 홍콩 결찰에 강력히 항의했다.
급작스런 사태에 11일 오전 HKPA와 홍콩 경찰 그리고 민주노총 관련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홍콩 경찰측은 "외압은 없었다"라며 사태를 강력 부인했다. 그리고 이후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메트로폴 호텔 측에서도 "그런 예약이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던 것이다. 결국 밝혀진 사실은 중간 다리 역할을 했던 에이전시 측의 과실이었던 것이다. 에이전시 측에서는 민주노총이 보내온 선금으로 예약을 해 놓지 않았던 것이고 민주노총 도착 예정일에 급급해 숙소를 찾다가 오히려 찾지 못하자 '경찰 외압이 있었다'며 면피를 하려 했던 것이고,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 참가단의 숙소가 공중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결국 민주노총이 돌아간 곳은 YMCA 우카시 캠프. 거리가 멀어 취소했던 카이통 캠프와 별반 다르지 않은 숙소로 되돌아 간 이유는 경찰의 외압도, 숙소 주인의 한국인에대한 기피 현상도 아닌 중간 에이전시의 미숙한 실수 때문이라는 사실을 안 민주노총 참가단의 항의 또한 적지 않았다.
12일 민주노총 교양대회 전체 토론회 분위기가 격했던 이유는 또 다른 곳에 있었다. 민주노총 선발대가 11일 HKPA의 개막 투쟁에 결합하기 위해 새벽 6시 경 비행기에 올라 홍콩에 11시경에 도착했으나, 사라진 숙소 때문에 대중교통편을 타고 홍콩 시내를 전전했던 것이다. 그 모든 짐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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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참가단은 "취소되고, 외압설도 돌았고 어차피 이럴 거면 짐을 어딘가에 두고 이동했으면 투쟁일정이라도 적극 결합할 수 있었을 것인데, 상황실에서는 제대로 된 해명도 없으니 짐 들고 옮겨 다니느라 제대로 일정을 수행하지 못해 아쉽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또한 에이전시 측에서 둘러댄 해명의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민주노총 상황실만을 탓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참가단이 더 기구하게 느낀 상황은 결국 돌아온 YMCA 우카시 캠프에서 벌어진 일. 문화제를 마치고 숙소라 하여 다시 돌아와 YMCA 우카시 캠프에 짐을 들고 들어 왔으나 배정된 숙소는 정작 잠겨있었던 것.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며 '도대체 오늘 어떻게 된 거냐'라며 참가단위별로 모여 얘기를 나누는 중 그나마 켜져 있던 가로등이 밤 12시를 기해 꺼져 버린 것이다. 말 그대로 숙소는 잠기고, 그나마 있던 불은 꺼지고 주변의 아파트 불에 의지해 홍콩에서의 첫날밤을 맞은 이들의 답답함이 오죽했을까.
이런 문제도 있었다. 대부분의 참가단이 숙소가 '호텔'임을 감안해 수건 및 기타 기본적인 세면도구들을 챙겨오지 않은 것. 결국 상황실에서는 긴급하게 세면도구를 마련 참가단에게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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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카시 캠프 숙소 |
민주노총 참가단은 전세버스(홍콩에는 전세버스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셔틀버스 형태로 시간 계약을 해야 한다. 이해 편의상 전세버스로 표기함)로 이동하거나, 대중 교통편을 이용해 홍콩 시민들에게 선전전을 진행하며 홍콩투쟁에 임할 계획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홍콩시민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다소간의 일정 변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나 숙소로 인한 헤프닝 보다 투쟁을 좀더 열심히 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충분히 의지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중투쟁단, 전농 대부분의 참가단이 투쟁단 도착 수일 전에 선발대를 파견해 상황 파악과 현지 조사를 했던 것에 비해 선발대를 미리 파견하지 않은 민주노총 상황실의 실수에 대한 평가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