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회의가 중반을 넘기면서 막판 타결을 기도하는 가운데 한국민중투쟁단의 열기와 홍콩 시민의 지지 또한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홍콩취재 이모저모, 취재 과정에 있었던 다양한 사연과 홍콩에서 듣고 흘려 버렸던 얘기들을 한국에 전한다. 황우석 박사 사건으로 뒤숭숭할 서울에 홍콩의 열기가 전해질 수 있기를..
한국인들, 지능적으로 싸우고 있다
삼보일배의 감동이 홍콩을 적시고 있는 요즘, 홍콩경찰 총경사는 "한국참가단의 시위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집회 문화를 지적한 바 있다. 참세상에서는 보도가 안됐는데 그중 하나가 미국 총영사관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간 상황이다. 50여명의 반세계화 활동가들이 총영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갔을 때 미국 총영사관측이 '항의 서한을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받겠다'고 한 것에 분노한 집회 참가자들. 과감히 전술을 바꿔 거리에서 오리 걸음으로 영사관으로 향했다. 현지 언론은 이들의 오리 걸음을 대서 특필했지만 별다른 전략을 쓰지 않고서도 오리걸음으로 건널목을 건너 미총영사관 앞의 교통은 20분간 마비 됐다.
또한 다양한 전략으로 홍콩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 시키는 것 말고도 쓰레기 처치조가 있어 이에 대한 평가가 자자 하다. 집회가 끝나고 쓰레기와 담배 꽁초를 줍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기술한 신문이 한 두개가 아닌데, 삼보일배 현장에서도 이들을 볼 수 있었으니, 밀집모자쓰고 커다란 봉다리 들고 다니는 활동가들. 남모르게 동지가 버린 휴지 주워담고, 그냥 지나가다가도 쓰레기 떨어져 있으면 줍는단다. 삼보일배때 만난 여주의 한 농민. "좋은일 이잖아요"라며 씩 웃는데 지나가던 홍콩시민 이 농민의 봉지에 쓰레기를 버리며 '땡큐' 인사를 한다. '뭐 그럴수도 있죠' 머슥하게 웃는 농민. 그는 오늘도 큰 봉다리를 끼고 나왔다.
물론 이렇게 보도한 신문도 있다. '한국인들이 이렇게 이목을 집중 시키고 평화롭게 하는 것은 한국 참가단이 경찰의 체면을 살려준 것이지 실상 경찰측의 저지선을 넘을 능력이 충분히 있는바 이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경찰과 반세계화 활동가 '나름대로' 사이 좋아요
14일 완짜이 회의장 주변 집회에서 경찰의 저지선 진입을 시도하며 1시간여 충돌이 벌어졌을때, 최루액을 마구 뿌려대던 그 상황에서도 미담이 있다. 경찰과의 충돌과정에서 어찌나 한국참가단이 잘 싸웠는지 경찰 방패 14개를 탈취했던 것. 경찰에 맞아 수명의 참가자가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우호적인 한국민중투쟁단은 집회를 끝내고 방패를 돌려 줬던 것. 또한 그 과정에서 경찰측 사람과 만나 악수도 하며 격려도 했다는 미담이 홍콩 신문 '명보'에 게재됐다.
엮시나 완짜이 회의장 주변 과정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잘못 줄 선 경찰이 우왁스런 한국민중투쟁단에게 손에 끌려 나와버렸다. 경찰라인에서 혼자 뚝 떨어지는 상황. 순간 겁먹은 경찰. 그러나 너그러운 한국 참가단 '우리가 뭐 너희들이랑 싸우러 왔겠냐' 며 툭툭 등두드려 뒤로 뒤로 해서 보내줬다고. 이 또한 모 신문에 감동 사례로 나온 내용.
나, 매국노 아니다
통상교섭본부장의 연설문 초안 삭제 사건으로 인해 멍들었던 농민들. 15일 최혁 주 제네바 대사를 만나 실랄하게 질책을 한다. 현재 홍콩에 와 있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말리는 시누이가 더 나쁜 격의 말을 해 버린 최혁 대사를 나무랐고, 극도의 상기된 표정으로 최혁 대사가 말하기를 "저는 정부에서 내린 훈령과 특히 국익에 따라 일하는 외교관입니다. 어찌 농민들의 이익에 반해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한국은 농업분야에서 단 한개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매국노라니 억울합니다"라고 말했다고, 글쎄 듣기에는 똑같은 말인거 같은데..
맥도날드, "나 지금 떨고 있니?"
WTO 회의나 큰 회의가 있을 때마다 반세계화 활동가들이 가맹점의 유리창이나 기물을 파손해 수난을 당했던 세계화의 상징 맥도널드. 이번 홍콩 WTO 회의를 앞두고 맘 고생이 많았다고. 특히 1999년 WTO 회의 당시 프랑스 남부 지역의 한 맥도날드 가맹점을 파괴한 혐의로 3개월 간 수감생활을 한 조제 보베가 홍콩에 왔으니 이들의 긴장은 더욱 높을 수 밖에. 그.러.나 아직까지 맥도날드 가맹점이 무사하다고. 오히려 지난 15일 반세계화 활동가 8명이 오전 맥도날드 모 가맹점에서 소시지 맥머핀을 먹으며 어떻게 반세계화 메세지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조제보베도 있었다고.
쏘주, 오--~
13일 완짜이 부두 바다에 뛰어 들었던 수많은 사람들 중 외국인 여성도 끼어 있었다. 백인 여성은 뛰어 들었다 바다에서 나와 상당히 추워하며 떨었던 것. 구수한 한국 농민, 젊은 여성이 그러고 떨고 있으니 미리 준비해온 담요를 그녀에게 슬쩍 건네며 `쇠주 마셔 이거 마시면 따뜻혀 .. 쐬주 .. 두유노 쐬주~`하며 미리 챙겨온 플라스틱 병 술을 건넨다. 한잔 양주 들이키듯 들이킨 백인 여성. "오 - 마이갓" 연발하고, 주거니 받거니 농민들 재밌다는 듯 껄껄 웃는다. 소주 반명정도를 나눠 마신 그여성 담뇨 뒤집어 쓰고 그날 농민들과 함께 수많은 구호를 외치며 끝까지 같이 했다.
아유 코리언? 오~ 따운따운 WTO
'따운따운 WTO'가 국제 유행어가 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어리숙한 말로 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말한 기자. 택시기사 아저씨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 너무 반색을 한다. "아~유~코리언~~~~?" "예스, 아임 코리언. 와이?" 그 다음말이 "따운따운 WTO"다. 뭐 별말 필요 없고, 그 다음에는 여지없이 계속 따운따운 떠블류티오다. 그리고 좀 있다 묻는 말. '아유파머?'(그럼 너 농민이냐)'라는 질문. 이들에게 한국인은 두가지로 기억되는 모양이다. 따운따운 떠블류티오나 파머로.
물론 홍콩에서도 한류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있었다고. 참세상 영상기자가 완짜이역 부근의 대형마트에 들렸을 때 벌어진 사건. 대형마트 시식 코너에 들른 영상기자. 평소의 굶주림을 해소하며 시식하라 주는 음식을 넙죽 넙죽 받아 먹으며 간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던 찰라. 한적한 낮시간에 넙죽 넙적받아먹는 영상기자에게 광동어로 말을 건넨 홍콩 아주머니. '아임코리언'이라고 답하자 마자 속사포 처러 쏟아지는 광동어. 그리고 노래가 있었으니 '따라라 따라라 따라라라~' 그누가 예상했으라 홍콩 사람이 장금이의 주제곡을 부르리라고. 아주머니는 반색을 하며 대장금 노래를 부르며 이영애를 만난 것 처럼 매우 반가워 했다고. 노래 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심지어는 대장금을 종이에 써주며 다소곳히 두손 모아 절하는 모습을 흉내 내더라고. 결국 그 활동가 아주머니의 대장금 환대에 그 소면을 3개나 사오며 던진 머슥한 한마디. '홍콩사람들이 많이 먹는 거래요. 맛도 뭐 그럭저럭..'
익스큐즈미~~
이모 저모 1탄의 마지막은 이것으로 할까 한다. 양해를 구할 때는 '익스큐즈미'라는 말을 먼저 던진다. 인터뷰를 할 때도, 홍콩 시민을 만날 때도, 혹여 부딪혔을 때도 마찬가지다. 참세상 영상기자. 집회에서 열심히 촬영을 하고 는데, 복잡하고 부산한 집회의 현장에서 만난 한국참가단. 웃으면서 다가오며 건넨 한마디가
"익스큐즈미~~~" 였다고.
왠 이런 당황스런 시취에이션~ 영상기자 왈 "저 한국인이예요"
머슥하게 웃던 한국참가단 "홍콩사람인줄 알았어여"라고.
참세상의 젊은 영상기자 이것땜에 맘이 좀 거석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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