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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활동가와 주민들 침울, 눈시울 적셔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13) - 시급성만 쫓은 새만금 항소심 선고

서울고등법원 제4특별부(부장판사 구욱서)는 지난 21일 오후 1시 30분경 새만금 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고측인 새만금 연안 피해주민과 환경단체 등 3천5백여 명이 농림부 장관을 상대로 낸 ‘새만금사업 공유수면매립면허 처분의 무효 확인 청구'에 대해 1심 판결내용과 같게 기각을, 피고측 농림부와 전라북도가 낸 ’새만금사업 취소를 거부한 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에 대해서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즉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판결한 ’새만금사업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라‘는 결정을 취소함으로서, 새만금사업의 지속 추진을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결정하였다.

구욱서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이 사건은 환경과 개발 중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를 따지는 철학의 문제이며, 어떤 선택이 국가발전에 부합하는지를 결정하는 국가정책 선택의 문제다”며 “재판부가 정부의 정책을 공유수면매립법에 의해 판단할 수 있지만 국토이용계획을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이 좋은지를 재판부로서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구 부장판사는 “정부 부처가 1심 재판에서 내놓은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서 조정권고는 무의미하며, 재판 일정을 연기하고 용도를 조정하는 것은 어렵다”며 사회인사들의 판결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또 구 부장판사는 “10개월 동안 심리를 했고, 내년에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계획하고 있어 시일이 촉박하므로 사법부가 신속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계층의 갈등은 재판에 의해 봉합되기 어렵다. 다른 방식으로 갈등이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결국 고등법원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3년 6개월 동안 심리를 한후 판결을 내린 것과 달리, 단지 10개월만에 심리를 마치고 교체된 재판장이 판결을 내림으로서, 과연 재판부가 국민적 관심사인 새만금 소송을 신중하고 엄밀하게 분석하여 판결을 내렸다기 보다는 ‘시일의 촉박성’만을 앞세워 판결을 내렸다.

또한 재판부가 어민생존권 보호, 새만금사업의 경제성, 수질보존대책, 환경영향평가, 해양생태계 파괴 등에 면밀한 검토 없이 농림부가 주장한 ‘농지조성’ 목적이 타당하다고 해 놓고, 재판부가 국토이용도변경까지를 언급하면서 판결한 것은 선결되어야 할 조치들을 검토하지 않고 판결한 것으로 재판부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판결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인사들이 판결 연기와 조정권고를 요구한 것은 ‘사회갈등을 최소화 하고, 새만금갯벌을 살리면서도 전북발전을 할 수 있는 상생의 대안이 가능하다“는 점을 주장한 것인데, 이것 조차 무의미하게 생각하여 갈등을 더욱 조장하는 판단이라 하겠다.

농림부와 전라북도, 농지조성 목적 승소 ... 다른 용도로 변경 추진
한편 농림부는 “새만금사업의 합법성과 당위성을 인정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며 “내년 3-4월에 물막이 공사를 완료하고, 새만금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전라북도 강현욱 도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새만금 신도시에 510m 이상의 세계 최고 높이의 타워를 건립하겠다"라며, “새만금 사업을 조기에 완공시키기 위하여 늦어도 2006년 6월 까지는 내부개발용역을 완료하고 2006년 12월 까지 정부와 자치단체간 협의를 통해 내부개발방향을 확정하고, 내년 7월에 새만금 종합개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바로 농림부와 전라북도가 재판에서는 새만금 소송을 ‘농지조성’ 목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결국 자신들의 정치적인 야욕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법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생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어 심히 우려된다 하겠다.

이와같은 상황을 볼때, 재판부가 새만금사업의 본질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고 판결을 내린 것으로 말할 수 밖에 없다. 구체적인 설명없이 재판 시작 5분만에 판결을 내림으로서 이를 더욱 의심받게 하였다.

지역 주민와 환경단체 실망....“대법원에 상고”
법원 앞에서 선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새만금 지역주민 70여 명은 재판부의 선고가 나오자 마자 고등법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항소심 선고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참담함에 모두 말을 잇지 못했으며, 일부 주민들과 소송 변호사는 눈물을 터트렸다.



장승구 계화도 청년회장은 눈시울을 붉히며, “이번 판결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 어민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몸으로 라도 새만금사업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석 부안새만금생명평화모임 공동대표는 “현재도 농민들이 쌀값 폭락으로 농촌에서 촛겨날 처지에 있어 농지조성 목적은 허구이고, 해양생태계 파괴도 불 보듯 뻔하데 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판결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어민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이번 재판부의 선고는 어민의 생존권 문제도, 이 사업의 목적성 상실조차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며 “대법원에 상고하고 주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김제남 사무처장도 “새만금의 생명을 느꼈던 환경단체와 어민들은 생명의 소리, 상생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지 못하는 재판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진정성을 상실하고 생명의 가치를 외면한 재판부”라고 비판하며 눈물 섞인 목소리로 유감을 표시했다.

원고측 대리인 김호철 변호사는 침울해 있는 주민들을 바라보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더니, “새만금 소송은 우리가 잘못된 새만금 사업을 바로 잡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고등법원 결과에 연연해 하지 않고 새만금 사업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대법원 상고에서는 새만금의 변화된 모습이, 어민들의 생활 모습이 그대로 반영되어서 변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고 이전 새만금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판결 연기를 요청하고 상생을 위한 대화를 촉구했던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대법원 상고”를 진행함과 동시에 “새만금 문제를 화해와 국민통합의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정부와 전라북도 등 관련 당사자들의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새만금생명평화전북연대도 성명서를 내고 “판결에 우려와 실망을 금할 길 없으며, 새만금 해수유통과 갯벌을 살리는 것이 전북의 미래라는 사실을 계속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주민들은 과천 정부종합청사로 몰려가 농림부를 규탄하고, 장관 앞으로 항의서한문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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