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신화와 진실 투쟁

[2005참세상이슈](9) - 지구를 뒤흔든 황우석

11월 12일 섀튼 결별 선언

11월 12일 섀튼 교수는 황우석 교수와 결별을 선언한다. 공동 연구를 수행하던 섀튼 교수가 연구원 난자 사용 관련 윤리 문제를 제기하며 일방적인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11월 2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매매된 난자를 황우석 교수팀에 제공했다고 시인했다. 이윽고 PD수첩이 11월 22일 '황우석 신화의 난자 매매 의혹'을 방영하면서 황우석 연구논문 진실 파헤치기의 장정을 시작했다.


황우석 교수 기자회견, "연구원 난자 사용했다."

PD수첩 1차 방송 내용만으로 황우석 교수는 궁지에 몰렸고, 결국 11월 24일 연구원의 난자 이용을 시인하고 이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줄기세포허브 소장 등 모든 겸직을 사퇴하고 연구자로 돌아간다는 요지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황우석 사태는 일단락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은 폭풍을 예고하는 시작에 불과했다.

11월 23일 생명공학감시연대는 '황우석 교수팀의 비윤리적 실험 행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황우석 교수는 진실을 밝히고, 박기영 보좌관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24일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기자브리핑을 갖고 △박기영 청와대 보좌관과 노성일 이사장 공직 사퇴 △객관적이고 공정한 독립적 기구가 윤리적 의혹 해명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은 황우석 지지자들을 모아내는 효과를 가져왔다. PD수첩 1차 방송에 대한 황우석 교수 지지자들과 네티즌의 항의가 빗발치기 시작했고, 급기야 PD수첩 광고 중단으로 이어진다. 광고 12개 중 11개가 취소되는 사건과 함께 MBC 앞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아이러브황우석 카페 회원가입 숫자가 급증하고 난자 기증 행렬이 이어졌다. 이른바 황우석 신드롬이 전국을 강타했다. 황우석 교수는 모처에 잠적했고, 황우석을 쫓는 언론들은 마치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불나방을 방불케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짜증

11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브리핑' 코너에 '줄기세포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여론을 보며'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와 관련 최근에 박기영 보좌관이나 김병진 정책실장, 또는 K모 씨 등을 통해 청와대가 황우석 교수 논문조작 여부를 사전에 인지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기고문에서 "나도 MBC의 이 기사가 짜증스럽다"고 언급하고 "취재의 계기나 방법에 관하여도 이런 저런 의심을 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리고 연구과정의 윤리에 관하여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방법이 꼭 이렇게 가혹해야 할 필요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라고 말해 MBC PD수첩을 비판했다. PD수첩의 광고 중단 요구도 무리였으나, PD수첩팀의 강압취재도 잘못되었다는 기고문은 곧 배아줄기세포의 진위 여부와 PD수첩팀의 취재윤리 문제 논란으로 이어졌다.

11월 28일 황우석 교수는 대리인 윤태일 씨를 통해 PD수첩팀에 "2차 검증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며, 11월 30일 PD수첩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서는 거부와 함께 "언론이 과학을 검증하려고 하느냐"며 반박했다.

민주노동당은 11월 28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황우석 스캔들,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구영모 울산의대 교수는 주발제를 통해 2004,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논란이 된 절차상의 문제를 포함, 최근에 제기된 사실 관계를 묻는 질문을 쏟아냈다. 또 조이여울 일다 편집장은 여성인권을,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국장은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문제를, 이인영 교수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의 역할과 난자매매 금지 등 법제도적 측면을 살피기도 했다. 중요한 시기 중요한 토론회 자리였으나 대부분의 언론에서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12월 1일 PD수첩팀은 취재일지를 공개, MBC 뉴스데스크 통해 5개의 줄기세포 중 2개가 환자 DNA와 일치하지 않았다는 검사결과를 보도하고 황우석 교수팀에 재검증을 요구했다. 이날 황우석 교수팀은 안규리 서울대의대 교수와 윤현수 한양대의대 교수 일행이 YTN 기자와 동행, 미국으로 떠났고, 피츠버그대에 있는 김선종 연구원과 인터뷰를 추진했다.

12월 1일은 언론사회단체 차원에서 중요한 토론회가 열렸다. 문화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등의 공동주최로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국익과 진실보도, 언론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가?'에서는 '국익' 문제가 집중적으로 조명되었다.

전규찬 교수는 발제글 '신화의 폭력, 사유의 구속'을 통해 ""황우석 교수를 둘러싼 논쟁의 모습을 1%의 이견을 허락하지 않는 전체주의적이고 닫힌사회의 전형적 얼굴"이라고 비유하고 "애국주의, 국수주의, 국가주의 등의 담론은 매우 친근한 말투로 다가온다"며 국익 논리를 비판했다. 또 양문석 정책위원은 조선, 중앙, 동아 등 일부 보수 언론들의 보도 태도를 짚었다. 12월 1일 토론회는 황우석 사태 과정에서 언론사회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이 토론회 역시 크게 다루지 않았다.

12월 2일 PD수첩팀은 기자회견을 자청, 그간 취재과정을 설명하고 2차 방송 의지를 천명한다. 다음날인 12월 3일, 재검증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던 황우석 교수팀은 "12월 4일에 기자회견을 갖고 PD수첩이 제기하는 모든 의혹에 정면 돌파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별다른 이유없이 취소했다. 이 때 이미 안규리 교수 일행이 김선종, 박종혁 연구원 인터뷰를 입수한 것으로 보여진다. 황우석 연구팀과 청부언론 YTN이 합작한 연구원 인터뷰는 MBC를 한방에 기절시킨다.


'죽이러 왔다', 죽음의 수사학 '진실' 강타

12월 4일 오후 3시 YTN은 단독으로 연구원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PD수첩이 회유와 협박, 강압적 분위기에서 거짓 증언을 얻었으며, 중대 증언은 없었다는 등 PD수첩의 취재행태가 비윤리적이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PD수첩이 "황 교수와 강성근 교수를 조용히 끌어 앉히려는 목적을 가지고왔다. 황 교수하고 강 교수를 죽이러 여기왔다. 그 목적만 달성되면 되지 다른 사람은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황 교수는 구속될 것이고, 논문은 거짓으로 판 명돼 취소될 것이다"고 했다는 점을 부각, 반복 보도했다.

YTN 보도는 가공할 위력을 떨쳤다. MBC는 YTN방송이 나가고 난 뒤 불과 여섯 시간 뒤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PD수첩팀의 취재윤리 위반을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12월 5일-9일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긴급 간담회를 개최, 최승호 CP와 한학수 PD를 대기발령 및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고, 이후 MBC사장 주재 임원회의는 PD수첩을 잠정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언론은 취재윤리를 어긴 PD수첩팀에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보수언론은 '죽이러왔다'는 카피를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사태는 황우석 연구팀의 승리로 귀결되는 듯 했다.

청년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역전의 계기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곳에서 이루어졌다. 청년 과학자들의 정보교류 창구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소리마당, 한국과학기술인연합(SCIENG), 그리고 DC인사이드 과학갤러리 사이트 등에서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보충자료에 수록된 44장의 줄기세포 사진중 5쌍이 동일한 사진이라는 글이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이날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는 '소장 생명과학자들, 줄기세포 사진들 놀랍게 흡사'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강양구 기자는 12월 31일 '황우석게이트 50일의 기록'이라는 취재후기를 통해 "5일 아침,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해서 이메일을 확인하자마자 '강 기자님! 이것 꼭 확인하세요,' '꼭 기사화해주세요,' '제보입니다' 등의 제목을 단 정확하게 10개의 메일이 목록에 떴다"며 당시 흥분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전규찬 교수는 12월 16일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청년과학자들, 그분들이 영웅이다. 이상호 기자가 민언련이 주는 상을 받았지만 정말 큰 상을 준다면 이들 청년과학자들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언론인이고 그들이 지식인이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황우석 교수팀이 '단순 실수에 의한 중복 사진'이라고 해명했지만, 황우석 연구논문 조작에 의구심을 갖던 사람들은 이를 '진실' 확인을 위한 결정적인 계기로 삼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황 교수팀의 연구 성과에 대한 검증 문제는 이 정도에서 정리되기를 바란다. 이 문제는 이후 황 교수의 연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증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석연치 않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각계 성명 잇따르며 반전 분위기 확산

12월 6일부터 사회단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2월 6일 시민참여연구센터는 '과학적 진실을 밝히라'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과학적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황우석 교수팀은 검증에 임하라"는 제목의 이 성명은 한국 사회를 소모적 논쟁으로 몰아 넣고 있는 '황우석 교수팀 연구의 진위 논란'에 대한 진정하고도 유일한 해결책은 “과학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며 이를 위해 "황우석 교수팀은 검증에 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대 수의대에서는 아이러브황우석이 주최하는 난자기증의사 전달식 이벤트가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황우석 교수님 빨리 돌아오세요"를 연호하며 황우석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다음날인 12월 7일, 황우석 교수는 수면장애와 과로, 스트레스로 인한 탈진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수염을 기르고 초췌한 표정을 지은 사진이 공개되었다. 황우석을 염려하는 정치인들의 문병과 황우석 찬양이 멈추지 않았고, 아이러브황우석 등 지지자들의 MBC 공격은 더욱 노골적이 되어갔다.

유시민 의원은 이날 서울대에서 한 강연에서 "PD수첩 프로듀서가 황우석 교수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이다. 내가 가서 검증하는 것과 똑같다... 그래도 나는 보건복지위원을 2년이나 했기 때문에 좀 안다"라고 말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던 차, 7일 오후 한학수 PD는 MBC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한학수 PD는 이 이메일을 통해 취재윤리를 어긴 데 대한 '사죄'와 함께 진실 보도를 위한 '의지'를 분명히 표명했다. 한학수 PD는 "현재까지 취재한 바로는 환자의 줄기세포가 1개라도 만들어졌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주장, 황우석 연구팀의 줄기세포 연구의 진위 여부에 더욱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죽이러 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취재윤리 문제로 징계를 받을 처지였음에도 불구하고 큰 용기를 보여주었다.

참세상 좌담, 황우석 사태 차분하게 돌아보는 계기

민중언론 참세상은 8일 저녁 '황우석 사태와 이성의 잣대'를 제목으로 좌담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에는 나정걸 시민참여연구센터 회원, 한재각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이강택 KBS PD, 조이여울 일다 편집장, 최용준 민중의료연합 대표 등이 참석했으며, 황우석 사태와 관련, 여성의 인권, 저널리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민주적 감시와 통제 문제 등을 차분하게 다루는 자리가 되었다.

7일에는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가 논평을 내고 "'PD수첩'이 취재윤리를 위반했다고 해서 PD저널리즘의 긍정적 역할까지 부정돼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더욱 엄정한 취재윤리의 기준을 세우고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시민참여연구센터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의 유일한 해결책은 과학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 재검증을 주장했다.

8일에는 서울대 생명과학 분야 소장파 교수 30여 명이 서울대 정운찬 총장에게 논문 진실성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촉구 건의문을 전달했고,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등 20여 개 기독교 단체로 구성된 '언론개혁기독교연대'도 "PD수첩의 진실 추구가 계속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월 9일에는 사이언스가 그 동안의 황우석 교수 지지 입장을 선회, 논란이 되고 있는 연구결과를 재검토 해줄 것을 제3자가 재검증할 것을 촉구했다. 각계의 성명과 논평으로 분위기가 다시 반전되는 시점이었다. 12월 10일에는 일본의 한 사이트에서 2005년 논문 중에서 3쌍의 줄기세포 사진이 중복된 것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강양구 프레시안 기자는 PD수첩 녹취록을 단독 보도한다.

황우석 교수팀은 손을 들고 말았다. 'DNA 재검사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접고 서울대에 재검증을 요청했고, 서울대는 총장 주재로 긴급간부회의를 열어 재검증 실시를 전격 결정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ㆍ전국교수노동조합ㆍ학술단체협의회 등 교수단체는 12월 12일 '황우석 교수는 과학적 검증에 응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내고 황우석 교수가 제3의 기관에 의한 DNA 검증을 받아들이라고 주장했다. 생명공학감시연대도 DNA 검사를 통해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12월 13일 한국언론재단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황우석 신드롬과 PD수첩, 그리고 언론보도의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고,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PD저널리즘과 기자저널리즘을 돌아보는 발제문을 제출했다.

무너지는 황우석 신화

12월 15일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황우석 교수로부터 줄기세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철회를 요청하면서 황우석 연구팀은 균열되기 시작했다. 15일 밤 MBC는 특별방송 편성으로 PD수첩 추가보도분,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를 방송했다.

완군 문화연대 활동가는 16일 아침, '무너지는 황우석-미디어-국가-시장의 신화'를 참세상에 기고했다. 완군은 "신화는 파기되었다. 실로 대단한 밤이었다. 모든 것이 뒤짚어졌고, 아무것도 알 수 없어졌다. 대단한 밤의 성과가 자본과 권력의 동맹에 결정적 타격을 주고 이성과 진보의 승리로 귀결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신화가 파기되었다는 것이다"라고 썼다.

12월 16일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이사장이 연쇄 기자회견을 가졌다. 연쇄 기자회견은 국가와 산업자본과 언론과 학원의 공모 카르텔, 그 '거대한 거짓'의 속내를 더 이상 감출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게임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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