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파, 그들이 바꾼 세상 : '세상을 바꾸는 투쟁' 전면 비판

[기호1]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운동의 정치적 과제

민중언론 ‘참세상’은 지난 2월 3일 게재한 ‘지지 후보 발언과 타 후보 정책 비판’에 이어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운동의 정치적 과제’ 기고를 각 선본에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담을 내용으로는 ‘민주노총 4기 집행부의 연대활동, 정치방침 등에 대한 평가’와 ‘현 시기 한국 사회 문제와 모순 해결을 위한 노동조합운동의 역할과 과제’를 주문했다.
보궐선거 과정에서 민주노총 진단과 현안 투쟁, 혁신 과제 등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많이 이루어졌으나 노동조합운동의 정치적 과제와 역할 논의 부분은 소홀하다는 지적에 따라 각 선본에 제안하였다.
기호1번은 전원배 울산지역 노동운동가가, 기호2번은 김준이 인천지역노동조합 사무국장이, 기호3번은 이호동 발전노조 조합원이 각각 글을 보내왔다.
2월 7-9일 비정규직법안 개악 시도가 예고되는 가운데, 각 선본이 개악 저지에 힘을 모으는 시점이어서 정세에서 다소 비껴나 보일 수 있겠으나, 조합원과 독자 여러분의 정책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게재한다. - 편집자 주



2005년 11월, 강승규 수석 비리 사건으로 퇴진한 이수호 집행부의 구호는 '세상을 바꾸는 투쟁' 이었다. 이번 민주노총 임원 보궐 선거에 나온 조준호-김태일 후보조 역시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계승하겠다는 것이다.

전임 이수호 집행부나, 이번 조준호 후보조는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노동전략연구회 즉, 국민파 소속이다. 이들이 노동운동 진영에서 국민파로 불리는 이유는, (그들 스스로는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지만) 1995년. 정갑득 씨가 현대자동차 6대 위원장에 당선되면서 80년대, 90년대 초반의 운동을 낡고, 시대착오적인 운동이라 규정하고, 새로운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주장하면서, 국민파로 불리게 되었다.

국민파는 민주노총내의 최대 세력이며,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최대 세력이다. 이들은,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노동운동이 쇠락하기 시작한 이유를 '전투적 경제주의'에 갇힌 노동운동이 사회적 개혁과제를 외면한 채, 단위사업장 임금인상 단협 투쟁에 매몰되면서, 국민들로 부터 외면당하고 고립되게 되었다고 진단하고, 노동운동이 사회적 개혁과제를 적극 수용하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으로 거듭나야 이전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언뜻 보기에 그럴듯한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은, 96-97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 과정에서 현대자동차노조가 엄청난 투쟁력을 과시하면서, 맥을 못 추던 현대중공업과 대비되면서 순식간에 주요한 노동운동 세력으로 떠오르면서 전성기를 구가하였다.

당시 삼선동에 있던 민주노총 사무실 유리창에는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 이라는 구호가 자랑(?)스럽게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그러나, 97년 8월 현대자동차 임원선거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정갑득 후보가 ‘늘 처음처럼’을 들고나온 김광식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결정적으로는 98년 2월 노사정 위원회에서 국민파의 지도부 배석범, 강승규 등이 정리해고 등에 합의하면서 급격하게 몰락하게 되었다.

2000년을 넘어서면서 이들 국민파는 몸체는 그대로 이면서,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라는 구호로 재단장해서 나타났고, 2004년 이수호, 강승규를 앞세워서 숙원이던 민주노총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2년, 그들 국민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시대착오적 '민족 문제' 수준에 갇힌 세상을 바꾸는 투쟁

국민파의 주장대로 미국과 노무현정권이 신자유 정책을 강요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뿌리는, 거대화된 사회적 생산력을 한줌밖에 안 되는 초국적 독점자본가 세력이 장악하면서 하락하는 이윤율을 저지하기 위해 세계, 특히 제3 세계에 노동자, 민중들을 무한착취하는 체제이며 끊임없는 국지전 유발로 유한한 자원 특히 석유를 독점하고, 전쟁수요를 유발하여 연명하는 자본주의, 그 자체이다.

그러나 국민파의 정세인식은 80년대 민족 문제 수준에서 한 발자욱도 전진하고 있지 못 하고 있다.

21C 한국, 세계의 현실에서 자본의 국적은 의미가 없다. 경쟁을 이겨내고 초국적자본으로 성장하느냐, 몰락하느냐의 길 밖에 없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투쟁은 미국, 노무현정권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한줌밖에 안 되는 초국적 독점자본가들이 세계의 거의 모든 부를 장악한, 그래서 세계의 절대 다수의 노동자, 민중의 삶을 도탄에 빠트리고 있는 부패하고 타락한 사회인 자본주의 체제를 공격해야 한다.

이 본질적 지점을 간과하고 미국, 노무현정권 비판으로 매몰될 때 투쟁의 방향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합의주의, 사회적 교섭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조직의 극심한 내분, 민주노동당의 연정론으로 인한 혼란 등,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의 작금의 혼란은 자본주의에 정면으로 맞서는 노동해방, 사회주의적 관점에 서지 못한 운동의 필연적 귀결이다.

작지만 소중한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외면한 세상을 바꾸는 투쟁

고양이들의 탄압에 신음하던 쥐들이 회의를 했고, 결론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 였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는 실현되지 못 했다.

국민파의 2년, 신자유주의 강요(이들의 자본주의 이해수준은 봉건제의 경제 외적 강요 수준이다)하는 미국, 노무현정권의 목에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라는 방울을 달자는 건데 누가, 어떻게?

필자가 울산에 사니, 울산 사례를 말해보겠다. 2005년 울산에서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을 불사한 투쟁이 처절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2004년 가을, 노동부로 부터 불법 파견 판정을 받고 나서 불법 파견 철폐 투쟁은 대중적 명분을 얻었고 아래로 부터 투쟁의 기운이 올라왔고 비정규직 노조 지도부의 헌신적 투쟁으로 자본과 정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울산에서만 만여 명. 아산, 전주까지 현대 자동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철폐 투쟁의 향배는 전체 비정규직 운동과 민중운동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일대 격전의 장이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투쟁이라는 거창한 구호 아래 사회적 교섭에 목매는 자주적이지 못하고 주체적이지 못한 투쟁 전술만이 이수호 집행부를 사로잡고 있었고, 결과는 류기혁 열사의 죽음조차도 처절하게 능멸 당하는 참혹한 패배 뿐이었다.

노동해방 된 세상으로, 세상을 바꾸려면 주체를 형성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파 집행부와 그 추종 세력들은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투쟁을 철저히 외면하였고 주체 형성을 가로막았다. 본말이 전도 된 세상을 바꾸는 투쟁은 결국 노동자 계급의 처절한 투쟁에 비켜서 있더니, 비리 사태로 자멸하고 말았다.

그런데 조준호 후보는 뭐가 문제냐며 기만에 가득찬 구호를 고장난 테이프처럼 다시 부르며 나타났다.

조합원은 바보가 아니다, 대의원 임원 직선제 아래로 부터의 투쟁으로 쟁취하자

막중한 역사적 책무를 등에 업고 등장한 전재환 비대위는 정파간 야합과 무기력으로 일관하더니 1월에 아무런 혁신 시도조차 없이 임원 보궐선거 카드를 내밀었고 일부 중앙위원들의 혁신요구를 가차 없이 짓밟고, 선거 강행을 결정하였다.

이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은 무관심과 냉소였으며 노무현 정권은 2월 7,8,9일 국회 환노위에서 비정규 악법을 강행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엄중한 정세를 투쟁으로 타개하기 위해 이정훈 후보, 김창근 후보, 이남신 부위원장 후보 등 일부 임원 후보들은 선거 중단, 비정규 악법 강행 처리 총력 저지를 제안하고 투쟁에 돌입하고 있다. 그러나 조준호 후보조는 무슨 일이 있느냐는 듯이 후안무치하게도 선거 강행을 주장하고 있다.

언제 누구에 의해서 임명되는지도 모르는 대의원대회에서 자신들이 위원장으로 뽑히기만 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것이 이들의 태도이다.

IT연맹 소속의 KT노조 등 민주노총 안에는 '민주노조' 라는 명칭을 도저히 붙일 수 없는 어용 노조들이 30% 가까이 있다. 이들은 돈만 낼 뿐 사측과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들을 등에 없은 국민파 조준호 후보는 민주노총을 주인인 조합원에게 돌려준다는 정신에 기초한 민주노총 대의원 직선제, 임원 직선제를 선거 관리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자본과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대한노총과 그를 이어받은 한국노총의 2중, 3중 간선제. 박정희 통일주체국민회의, 전두환의 선거인단 체육관 선거가 이들에게는 가장 어울리는 선거 제도라고 스스로를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민중항쟁의 기관차로 거듭나는 민주노총

95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는 97년 12월 IMF 관리체제라는 초국적자본의 가공할 공격 앞에서 우리는 10여년 째 투쟁하고 있으나 처절한 저항은 눈에 띨 만한 전과를 올리지 못 하고 패배를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단위사업장 투쟁의 패배는 소심한 노동운동 관료들을 주눅 들게 하였고, 이들은 겁먹은 목소리로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외치고 있지만 아무런 공감을 얻지 못 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무관심과 냉소를 떨쳐버리고 아래로 부터의 연대와 투쟁으로 일어선다면 사회의 양극화로 내몰리고 있는 민중들의 희망으로 거듭날 수 있다. 비록 단위사업장 투쟁에서는 패배하고 있지만 전사회적, 전지구적으로는 야만적 초국적 자본에 맞선 노동해방을 향한 변혁과 항쟁의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정세이다.

수백 년의 침묵을 깨고 터져나오는 남미의 민중항쟁을 보라. 2중, 3중 간선제에 목매고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세상을 바꾸는 투쟁'의 국민파. 이들이 돌아갈 곳은 한국노총임을 아래로부터의 연대와 투쟁으로 확인시켜 주자.
덧붙이는 말

전원배 님은 울산지역 노동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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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합원

    이런 것도 글이라고 썼나요? 참세상 수준이 이런건가여?

  • 강물처럼

    위의 조합원 아저씨, 글다운 글을 써보시지요. 그런걸 댓글이라 달았니?
    익명성에 기댄 비겁함이여. 할말을 해봐라

  • 궁금

    전원배님에 대해 궁금해지네요..
    누가 아시면 소개좀 부탁드립니다.
    악의적인 글 말고..

  • 연락병

    울산노동자배움터(www.ulec.net)에서 기획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시지요.

  • 관찰자

    이런 식의 비판은 너무 수준이 낮다. 자기 수준 드러내는 글.

  •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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