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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조개잡고 내년에도 조개잡자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15) - 새만금갯벌을 살려 주세요

지난달 13일 오랜만에 해창갯벌에 굳게 닫혀 있던 4개 종단 기도처의 모든 문이 열리고, 새만금 해창갯벌을 외로이 지키며 서 있던 장승들이 부슬 부슬 내리는 겨울비 속에서 환하게 반가운 미소를 짖는 일이 있었다.

새만금갯벌 살리기를 위한 활동을 다시 열심히 펼치겠다며 부안새만금생명평화모임 회원, 지역주민, 특히 종교인, 전문가, 환경운동가 등 40여명으로 구성된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가 “생명의 희망을 모아 새만금으로!”라는 주제로 멀리 서울에서 새볔같이 버스를 타고 내려와 모였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에 대해 국민회의 측은 “생명가치를 대변하는 새만금갯벌의 보전과 올바른 지역발전을 논의하기 위해, 나아가 새만금문제의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전라북도를 방문하고, 아직도 수많은 갯벌 생명이 살아있는 새만금갯벌의 숨통을 끊으려 하고 있는 방조제 공사현장을 돌아본 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어민들과 만나는 소중하고 뜻깊은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며 “새만금사업을 통해 진정 전라북도가 발전할 수 있을지? 전라북도 발전과 갯벌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과연 없는 것인지? 다시금 새만금 생명의 희망이 붉은 태양처럼 밝아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새만금을 찾았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모두들 “새만금 방조제 공사 즉각 중단‘이라는 몸자보 걸치고 ’새만금 사망 선고일 D-day 70, 새만금갯벌을 살려 주세요‘라는 플랑을 앞세우고 장승들 앞에 섰다.

먼저 서대석 부안새만금생명평화모임 공동대표는 환영사에서 “전북도민과 부안군민이 아직도 잘못된 정보로 꼭 방조제를 막아야 한다고 하고 있어 가슴이 답답하다”며 “다행히 피해 어민들이 다시 뭉치고 있어 방조제가 막히지 않도록 새로운 불씨가 일어나도록 최대한의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기독환경연대 공동대표인 양재성 목사는 “새만금갯벌 속의 뭇 생명들의 아우성 소리가 우리 마음 깊숙이 전달되어서 찹찹하다. 다 끝난 것이 아닌가 생각했으나, 내려오면서 우리의 생명 살리기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네덜란드에서도 간척을 한 후 다시 역간척을 하여 갯벌로 만든다는 소식이 있어 굉장히 희망이 있다. 막힌다고 하더라도 금방 터 질 것이다”며 “오늘의 방문이 3월 24일부터 방조제 공사가 추진되지 못하도록 국민적인 여론을 모으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고, 앞으로 군산, 부안지역의 목회자 정의평화연대 소속 목사님들과 두 번 정도 기도회를 가질 예정이다”고 말했다.

내소사의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인 진원 주지스님은 “새만금간척이 가장 큰 댐을 만드는 사업이다. 여러 번 용도가 변화되었는데 해수공원, 공장, 요즘엔 농토를 만든다고 한다. 새만금갯벌을 이용해서 사는 사람이 많다. 용돈이 떨어진 사람들이 갯벌에 나와 용돈도 벌기도 한 좋은 갯벌이다”고 말문을 떼면서, “조금의 힘이라도 마음을 모으면 큰 힘이 되고, 새만금갯벌을 살릴 수 있다. 산에서 살다보면 작은 물들이 모여 큰 물길이 되더라. 아침마다 부처님께 기도하는데 실망하지 마십시요”하고 힘을 주었다.

문화연대의 김정한 공동대표는 “해창산이 도로변만 남고 산 하나가 다 살아졌다. 새만금사업과 같은 갯벌파괴 사업이 많이 있었는데 개발주의라는 조급함에 황우석 사태나 청성산 문제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염원하듯이 갯벌을 살리겠다고 지역 어민들의 함성이 퍼져나갈 때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방조제가 막혔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시화호에서 보듯이 언젠가는 다시 터질 것이다”고 말한다.



우리의 염원에도 아랑곳 않고 괭음을 내며 트럭들이 방조제 물막이에 사용할 돌과 바위들을 가득 싣고 해창 앞 도로를 바쁘게 오고 간다. 나중에 알아본 바로는 부안 돈지 석불산, 부안 주산의 배미산 앞뒤, 그리고 고창 두 군데 등 총 7군데의 채석장에서 산을 허물어 싣고 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산도 죽이고 바다와 갯벌을 죽이고, 어민생존권 파괴와 갯벌 및 해양문화까지 말살하는 간척사업이라 하겠다.

한편 참석한 모두는 문규현 신부와 오영숙 수녀의 선창으로 희망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 노래 “도요새”를 간절히 불렀다. 이어서 각자 염원을 담은 글씨를 쓴 노랑색띠를 장승에 묵기도 하고, ‘새만금갯벌은 살고 싶다’라는 글씨가 써진 노랑색 종이로 배를 만들어 장승 머리위 올려놓기도 하고 바닷물에 띄우면서 새만금갯벌과 우리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생명평화의 명상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잠시 후 다시 모여서 ’새만금갯벌을 살려내고 내년에도 조개잡자‘고 구호를 외치며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다.

한편 새만금 전시관에 들어가 한국농촌공사(구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 단측으로부터 새만금사업 추진배경과 향후 공사 추진일정 등을 들었고,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새만금 사업비 예측치와 농지조성의 필요성, 수질오염 가능성, 해양생태계 피해 가능성, 공사측이 주장한 고용효과 둥에서 서로 논쟁이 오고 갔으가, 짧은 시간이여서 사실 확인이 정확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한 방문자는 “다른 논쟁은 하지 않더라도 방조제 내측의 어민들에게 외측으로 배를 옮기라고 통보했는데 모든 배를 옮겨올 만큼 포구의 규모가 부족한 상황이고, 올해 6월 국무총리실에서 새만금 간척지를 다른 용도로 변경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환경영향평가, 수질보존대책, 경제적 타당성 분석 등 모든 절차를 새롭게 해야 한다. 따라서 농지조성 목적으로 무조건 올해 3월-4월에 물막이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누구라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임으로 물막이 공사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으나, 한국농촌공사 새만금사업단 단장은 “새만금사업은 농림부가 총괄 담당하고 있고, 우리 기관은 이로 부터 예산과 지시를 받아 새만금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1월에 신시배수갑문을 완공하고 올해 3월-4월에 물막이 공사를 하기가 좋은 시기임으로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라고 하였다.


한편 참석자 모두는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 준비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방조제 1공구와 가력배수갑문을 지나 1.6km가 터진 남측 끝단을 방문하였다. 공사현장에선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준비하기 위해 바위를 실은 많은 트럭들이 오고 갔고, 큰 바위와 돌망태들이 방조제 위에 가득 쌓여있다. 불도저와 포크레인들이 굉음을 내며 분주히 오고갔다.

20여명의 공사업체 직원들이 무표정하게 대기하고 서 있다. 우리가 무슨 일이라도 벌일지 몰라서 그런가 보다. 한쪽에는 유속에 따른 돌망태와 바위의 크기를 달리하여 표시(돌망태 3ton, 규격석 0.5ton에 2.8m/s, 규격석 1.5ton에 4.7m/s, 규격석 3ton에 5.3m/s, 규격석 6ton에 5.9m/s)를 해 놓았다. 끝단에 다다르니, 터진 구간에는 만조시간이여서 인지 유속은 느렸지만 여전히 바닷물이 유통되고 있다. 그런데 보란듯이 터진 구간 중간쯤에서, 바지선을 정박해 놓고 돌망태를 하나 둘씩 바닷물속으로 떨어뜨렸다. 새만금갯벌의 수많은 생명들의 숨통이 헐떡이는 듯 했다. 방문자들과 새만금사업단 측 관계자들이 여기저기서 질문과 답변, 논쟁이 계속 이어진다.

잠시 후 참가자 모두는 “물막이 공사 중단하고 새만금갯벌 살려내자! 올해도 조개잡고 내년에도 조개잡자!”고 구호를 외쳤다. 안타깝고 찹찹한 표정들이다. 모두 차를 타러 이동하는데 어느 한 여성 참가자는 터진 구간의 물길을 묵묵히 바라보며, 철조망에 ‘새만금 방조제 공사 즉각 중단’이라는 봄자보를 걸어 놓고 무엇인가 기도를 하면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어깨를 두드리자, 그 자리를 떠난다.


모두들 다시 차에 타고 계화도로 자리를 옮겼다. 아직 주민들이 많이 모이지는 않았다. 고은식 씨와 나는 방송트럭을 몰고 주민들의 참석을 호소하는 방송을 하였다. 이제 계화초등학교 강당에 제법 많은 주민들이 모였다. 간담회 도중 어민들이 계속 들어왔다. 오늘은 계화도 주민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어촌계장과 어민들도 보인다.

오영숙 수녀는 “낯 익는 주민도 있고 낯이 안 익은 주민도 많아서 특히 어른신들이 많이 오셔서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소중한 경험을 했고, 방조제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변화하는 세상을 보았으면 한다”고 인사말을 했다.

박진섭 국민회의 상황실장은 “국민회의는 예전처럼 열심히 싸우겠다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 대화마당을 통해 조직정비를 새롭게 하였다.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가 국민회의로 바뀐 것이다. 싸우면서도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중이다. 재판 패소 이후 우리에게는 좋은 여건이 아니다. 국민적 지지도 많이 얻지 못하고 있다. 짧은 시간이라도 잘 쓰면 짧은 시간이 아니다”며 “3단계로 나누어 활동을 계획 중인데 긴장감을 만들고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국민회의는 지역 어민들과 함께 방조제 공사를 중지시키고 해수유통을 위해 끝까지 싸워갈 나갈 것이다”고 말한다.

장승구 청년회장은 “이제는 몸으로 부딪히는 일만 남았다. 새만금 연안 어민들 모두가 몸으로 싸워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10일쯤 있으면 ‘새만금 연안 피해어민 대책위’가 출범식을 할 계획이다. 이제는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는 것 알고 있다. 계화리 청년회가 총대를 매기로 결의했다”며 “저희 어민들도 열심히 싸우겠지만 여기 전국의 많은 단체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저희를 도와줄 것이라고 믿고, 출범식에 정식으로 초대하겠다. 더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고은식 계화도 주민은 “방조제 터진 구간 바닥에 엄청난 돌을 깔아 놓았다. 방조제 안에 있는 생명들이 숨을 헐떡 헐떡이고 있다. 힘들어 하고 있다. 새만금의 조개가 죽어 있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지만 이제 희망이 보이지 않는가 싶었다. 그러나 내 스스로가 새만금갯벌을 살리지 않고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고법에서 판결이 불리하게 났지만, 판결에 관계없이 새만금 연안 어민 조직을 통해서 3,4월에 방조제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고 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있다. 큰 바다가 쉽게 죽지 않을 것 같다. 끝까지 바다를 살려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한다.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공사업체들의 비리와 전직 현직 도지사간의 부패고리를 터뜨려야 한다. 비상 시기에는 비상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많은 정보를 주십시오. 홍보물을 많이 만들 텐데 주민들의 탄원서도 실고, 부안 전주에 나가서 뿌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우현 문포 어촌계장은 “여러분들이 협조해 준다니까, 힘이 된다. 열심히 할 태니까 도와주십시오. 앞으로 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했으니까, 해상시위도 보여 주고 실력행사도 계획중에 있다. 사회단체 분들도 같이 협조해 주면 힘을 얻어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애 녹색연합 활동가는 “많은 사람들과 내려오고 지역 어른들을 보면서 힘을 얻은 것 같다. 저나 단체들이 재판을 지켜보면서 열심히 활동하지 않았고 안이했던 것 같다. 재판에서 패소해서 실망을 했지만 다시 힘을 내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고 언론들도 우리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촛불집회도 하고 과감한 싸움도 벌여 보고 현장에 끊임없이 사람들을 조직해서 내려오겠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하도록 하겠다. 바다와 육지, 서울에서 같이 협공을 하면 새만금갯벌을 지켜 낼수 있겠다. 지치지 않게 열심히 활동을 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강성길 민주노동당 부안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은 “민주노동당은 새만금사업을 반대한데 몸으로 막아내겠다는 것이 당 공약이다. 이 지역에 후보를 낼 생각이다.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면 표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기간을 통해서 새만금사업의 부당성을 알려 내는데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다.

김하수 새만금 어선연합회 총무는 “새만금 방조제가 뚫어지기만 하면 감옥에 10번이라도 가겠다. 시민단체, 환경단체, 학생들과 말을 많이 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 와 가지고 회의도 많이 하고 많은 간담회도 가졌고 새만금 걱정도 많이 했다. 여기 오셔가지고 가며는 그 다음 부터는 함흥차사다. 거의 대부분이 그랬다. 그렇게 하지 않은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이 그렇다는 거예요. 여기 와 가지고 다 얘기해 놓고 그냥 가버리면 저희 어민들이 알아서 하는 것은 어렵다. 저희들은 하루 벌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제는 며칠 남지 않았다. 3월부터 공사 현장에 탠트를 치면 법적인 문제가 있을 텐데 환경단체가 협조해 달라. 공사를 못하게 자신이 있지만 육상에서는 전경들을 막을 수 없다. 시기를 빨리 잡아야 한다. 공사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닦에 돌들을 많이 깔아놓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 어촌계장들을 중심으로 해서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다.

이해순 계화도 여성 어민은 “많은 것을 겪었다. 많이 도와준 것에 감사하다. 물막이 공사가 3개월 밖에 안 남았다. 주민들이 다 뭉쳐서 싸웁시다. 더욱 더 힘을 내서 도와달라”고 말했다.

김진태 계화도 어촌계장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 왔다. 이번에는 어민들이 무엇인가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책위에 함께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데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문규현 신부는 “오늘 맹렬하게 방조제를 막으로고 하는 2.7km 터진구간을 가 보았다. 이를 막기 위해 수많은 산들이 죽어가고 있음도 알았다. 2.7km에 우리의 삶이 달려 있다.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우리의 삶과 우리의 미래를 죽이려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 7천만이 살기위해서는 이곳이 터져야 한다. 우리 삶에 힘을 주고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줍시다. 하면 됩니다. 우리의 결의를 모으기 위해 노력합시다. 생거부안이 한반도에 중요합니다. 생거부안에서 우리민족을 살릴 수 있도록 힘을 모읍시다.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못하게 막아내고 마침내 생거부안을 만들고 아름답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만들어 봅시다”고 말을 맺었다.

문규현 신부의 선창으로 간담회에 참석한 모두가 “올해도 숭어잡고 내년에도 조개잡자”고 구호를 외쳤으며, 새만금갯벌을 살리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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