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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피해 주민들, 1호 방조제 점거 투쟁 성공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21)- “이제 사람까지 죽일려고 하네”

3월 7일 오후1시15분경, 새만금 1호 방조제앞 집회 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집회에 참석할 주민들은 없고 멀리 방조제를 따라 걸어가는 주민들이 일부 보인다. 혹시 방조제 점거하러 가나? 어떻게 주민들이 방조제를 들어갔는지 궁금해 하며, 방조제로 향했다. 도로 옆에 아는 한 주민이 보인다. 차를 타고 가자고 하니, 선뜻 나선다.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하니 많은 주민들이 손을 흔들며 화답한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걷는데 힘들지 않은지 발걸음이 가볍다.


주민대책위의 방송차량은 "우리 어민들 생존권 지키기 위해서 방조제를 걸어가고 있다"며 "이 방조제를 못 막게 하기 위해서 끝가지 걸어가서 갯벌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자"고 방송한다.

교통경찰의 제지를 받고 차에서 내려 함께 걸어가니, 전경차들이 그득하다. 오후2시다. 1호 방조제 끝지점에 도착한 것이다. 4.7km를 걸어서 말이다. 이미 먼저 들어온 어민들은 설왕설래 한다. 주민대책위의 한 임원은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은 우리 주민들의 생존권을 빼앗아가는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왔다”며 “왜 전경들이 우리 갈 길을 막느냐”라고 말한다.

늦게 도착한 주민들을 합해서 대략 200여 명 정도가 모였다. 한 임원이 “우리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 끝까지 뚫고 가자”고 제안하자, 주민들이 전경들 앞으로 ‘우ㆍㆍㆍ’ 달려들어 전경들을 밀치기 시작한다. 몇몇 주민들은 앞을 가로막는 전경을 피해 우회하여 뛰어 들어간다. 완전히 ‘게릴라전’이다. 철조망을 넘는 아주머니도 있다. 대략 40여 명이 뚫고 들어가, 돌망태를 가득 쌓아 놓은 지점에 도착했다.



부안경찰서 정보과 형사는 몇몇 아주머니들을 붙잡고 나가달라고 요구하자, 아주머니들은 ‘일반인들도 방조제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데 왜 우리는 못 들어가게 막느냐“고 강력히 항의한다. 저기 앞의 다른 어민들은 전경 앞에 막혀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한 정보과 형사는 나이 지긋한 어민에게 욕까지 한다. 참 어이없다. 그러자 주민 몇 명이 달려들어 항의한다. ’당신같은 정도의 나이를 가진 자식이 경찰로 있다”고 한다.

저 멀리에 또 다른 어민들이 보인다. 다시 그곳을 통과해 다가가니, 10여 명의 주민들이 경찰에 둘러싸여 있다. 주민들이 드러눕기 시작한다. 가로 막혀 진입하지 못한 한 주민들은 “논도 없고 밭도 없는 사람이 여기 막히면 어떻게 살라는 거여”라며 “방조제 터진구간까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진다. 또 다른 주민은 경찰에게 “왜 우리를 막는 거여, 왜 못 들어가냐, 우리 생존권은 어떻게 하냐”고 항의한다.

또 앞쪽 배수갑문을 보니, 두 분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한 분이 걸어가고 계신다. 그곳으로 다시 달려갔다. 2시15분 경이다. 계화도에서 오셨다는 한 할머니(72세)는 쌓아 놓은 돌들을 보더니, “어마어마하네. 저거 돌을 집어다가 철망으로 묶어서 막을려고 하는 거여? 세상에 다 막아버릴라고 하는 가봐”라고 말하고, “생합을 잡아 먹고 사는데 막아버리면 오염돼서 없어져 버리는디, 이제 사람까지 죽일려고 하네”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들 세분이 한곳으로 모이더니, 계속 걷는다. 전경 10여 명이 열을 지어 따라 온다. 배수갑문을 통과하여 어느 정도 들어가자, 전경들이 앞길을 가로 막는다. 그러자 항의하면서 몸 싸움도 불사하지 않는다. “이 분들만 들어가서 무엇을 하겠느냐. 터진구간이라고 보고 오시도록 하자고 하자”고 경찰에게 제안하자, 전경들의 보호 아래 터진구간 근처까지 들어갔다. 터진구간에서 바지선으로 바위들을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자, “해상시위를 해서라도 저것들이 공사 못하게 하겠다”고 하신다.

한참을 우두커니 바다를 바라 보다가 걸어 나왔다. 걸어 나오니 집회는 끝났다. 오늘의 방조제 점거 투쟁은 짧게 끝났지만, 앞으로는 어떤 행동으로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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