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명숙 국무총리 임명에 부쳐

국민과 여성을 ‘평안과 행복’의 바다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전제

한명숙 의원이 국무총리 지명자로서 가진 첫 모임에서 ‘자신은 국민의 평안과 행복으로 가는 배의 선장’이라고 하며, 청문회라는 첫 출항을 앞두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한명숙 지명자를 두고, 분권형 보다는 책임총리에 방점을 찍어 노무현 정부 하반기에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도모한 포석이다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다른 한편으로 ‘여성정치’의 표상으로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에 대당하면서,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기 위한 방편이라는 추측도 존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사회 정치의 성숙함의 표현으로 ‘여성총리’라는 상징성과 국가보안법 개폐와 과거사 청산의 논란 과정에서 보여준 한 지명자의 ‘개혁성’ 및 여성운동에 몸담아온 이력이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총리지명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딸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 ‘약한 사람에게 늘 관심을 가지는 정치’ ‘따뜻한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하였다.

비록 임기가 길어도 2년이 채 안 되는 상황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명자가 바라는 ‘평안과 행복의 바다’로 가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올해 핵심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FTA에 대한 입장이 표명되어야 한다.

한미FTA는 국민을 초특급 쓰나미를 일으키는 강진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한미FTA 협상이 개시되기도 전에 미국이 요구하는 네 가지 조건을 이미 들어주었고, 충분한 검토와 연구도 없이 졸속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며, 더군다나 한미FTA 체결이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핵심과제인양 왜곡된 선전을 일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수행하는 명목 뿐인 총리가 아니라 ‘책임있는 실세’의 역할까지 갖게 되는 총리로서 당연히 한미FTA 추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출함과 더불어 나아가 이에 대한 제고와 재검토를 우선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정치’를 위해서 무엇보다 가부장적 억압구조와 성별분업에 기초해 심화되고 있는 ‘여성의 빈곤화’ 경향에 대한 대책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밝혀야 한다. 여성의 경제참여와 사회참여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고 적극 추진해야 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기존 불평등구조의 연장선에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불안정하고 저임금의 일자리로 고착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소위 ‘여성친화적’이라는 미명하에 간병, 보육 등의 돌봄노동 분야에서 고용되는 여성노동자 대부분이 그러하며, 지금도 한달넘게 파업을 전개하고 있는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 처럼 대부분 여성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남성노동자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정에 고통을 받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여성을 ‘고통과 불안의 바다’로 내몰고 있는 현재의 노동시장 정책과 고용정책, 현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펼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대한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지명자가 반드시 역점을 두어야 하는 사항이다.

다른 수많은 쟁점과 의제에 우선하여 한미FTA와 여성의 빈곤화에 대한 한 지명자의 태도와 입장은 국민과 여성을 ‘평안과 행복의 바다’로 나아가게 할 것인지, 아니면 ‘고통과 불안, 불행’이라는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에 내몰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전제에 대한 한 지명자의 입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비록 같을 지라도 ‘여성이 정치의 주체이자 세상의 주인’으로 나아가는 것은 필연적인 시대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