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궤도에 진입한 지자체 선거

노무현정권은 개혁연합의 주도세력 될 수 없어

강금실 전 장관이, 아직 최종 후보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것을 선언하면서 지자체 선거 국면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사임,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테니스’ 논란 등의 전초전을 거쳐 지금은 각 정당의 후보, 특히 광역단체장 후보 확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한명숙 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 김재록-현대자동차-론스타에 대한 검찰 수사, 그리고 한미FTA(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비정규법안 처리-평택 미군기지를 둘러싼 공방 등이 이번 지자체 선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저울질이 한창이다.

노무현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이해찬 총리 악재를 한명숙-강금실 카드로 돌려 세우고, 검찰 수사를 통한 압박과 함께 이른바 ‘지방권력교체론’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한나라당은 악재를 만회할 긍정적인 카드를 찾지 못한 채 예의 ‘노무현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울 태세이다.

민주노동당은 한명숙 총리 지명자에 대한 태도와 비정규법안 저지가 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상의 뉴스를 아직은 창출하고 있지 못하다.

이번 지자체 선거는 2007년 대선을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정계 개편 및 개헌 논의를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보니 제도 정치권은 더욱 지자체 선거를 통한 세력 키우기와 이에 바탕 한 중앙(국가) 권력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이다. 민주노동당도 전국정당으로 살아남기를 넘어서 노동자 인민이 겪고 있는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온몸 던지기 차원에서 선거를 대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하다.

지자체 선거는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전국적 관심이나, 전계급적 이해가 달린 쟁점을 형성하기가 쉽지는 않다. 오히려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전국적 관심이나 전계급적 이해가 걸린 사안조차 비정치적인 것으로 흩트려 트리는 역할을 해왔던 것이 지금까지의 지자체 선거가 보여준 모습이다.

이번 선거 역시 그럴 가능성이 많다. 한미FTA(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비정규법안-평택 미군기지 등은 그야말로 노동자 인민의 삶과 미래를 결정적으로 규정하는 중대 사안이다. 그러나 이런 핵심적인 쟁점들은 지자체 선거 국면에서 묻혀 버리거나, 선거 결과에 의해 지배적 정파들 사이의 암묵적 카르텔 정치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열린우리당이 내세우고 있는 ‘지방권력교체론’은 사실 노동자 인민의 주장이 되어야 마땅하다. 지금 지방권력은 보수 정당의 텃밭이거나 지방토호 세력의 아지트에 불과하다. 대선이나 총선을 통해 일부 의미 있는 정치 개입을 한다고 해도 지방의 이런 상태를 그대로 두고는 노동자 인민의 정치적 축적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러나 노동자 인민의 일상적 정치 활동과 축적 과정은 ‘지방권력교체’를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과 중장기적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 선거 시기에는 일상적 시기보다도 막상 할일이 없거나, 소극적 투표참여에 머물거나, 정치적 기권을 하고 마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전면에 걸고 있는 ‘노무현정권심판론’도 당연히 노동자 인민의 몫이어야 한다. 노무현정권이 스스로를 지칭한 ‘좌파신자유주의정권’은 이미 그 정체를 드러낸 지 오래다. 더 이상 노무현정권은 개혁연합의 주도 세력이 될 수 없으며 반한나라당 전선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소속과 정치 역정의 경로만 다를 뿐 실질적으로는 신자유주의-친미 정치연합의 두 몸통이다. 그들 사이의 거리는 이제 강금실이 청계천 나들이를 할 만큼 가까워져 있다. 따라서 반신자유주의 또는 좌파적 대안 창출만이 노동자 인민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 이제 분명해졌다.

마침 한미FTA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출범해 있다. 민주노총도 4월 투쟁이 예정되어 있다. 프랑스 투쟁이 전 세계 노동자 인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고 있기도 하다. 사실 한국의 운동 과정에서 선거와 대중투쟁은 매번 분리되거나 서로를 배제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선거와 대중투쟁이 결합해 서로를 상승시킨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운동진영의 창조적 역능 발휘와 적극적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치는 기회를 놓치면 후퇴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