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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으로 생존 위기 처한 도요새 물떼새들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24) - 호주, 뉴질랜드 전문 조사자들이 3년간 조사 계획

지난 4월 15일과 16일, 그리고 4월 28일, 29일, '한국의 새'와 '생명의 터'(대표 닐 무어스)와 'AWSG(호주·뉴질랜드 도요새 물떼새 연구단)' 회원 등 10여 명과 함께 새만금 갯벌에 도래하는 도요새·물떼새 공동조사에 참여하였다.

뉴질랜드, 호주, 동남아시아에서 월동을 하고 시베리아, 알래스카,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짝짓기를 하고 산란을 하기 위해 수많은 도요새와 물떼새들이 중간 휴식처이자 먹이 섭취 장소로 새만금 갯벌을 15일내지 20일간 이용하기 위해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들 새들은 람사협약에서 어느 한 종이 전세계 개체수의 1% 이상, 또는 종과 관계 없이 모두 합쳐 2만 마리 이상 찾아와 서식할 경우 보호하도록 하고 있어 이들 조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각 종마다 먹이가 달라서 어떤 종이 얼마나 많은 개체수가 도래하는지를 알면 그 지역의 갯벌상태를 알 수 있는 지표종으로 활용된다.

이번 조사를 하는 동안 물막이 공사가 많이 진행되거나 완료되면서 조사지역이 예년과 많이 달라졌다. 특히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4월 21일을 기준으로 변화가 심했다. 4월 15일, 16일에만 하더라도 강을 따라 위까지 올라갔으나, 4월 28일 29일엔 미군기지 옆과 옥구 어은리앞, 김제 거전갯벌에 많은 새들이 집중하여 몰려있었다. 군산 어은리앞 갯벌을 기준으로 할 때 6.5m 정도 만조높이가 되어야 할 것이 실제론 2m 넘게 낮아진 상태였다. 그래서 4월 15일과 16일엔 (구)옥구염전 바로앞 갯벌에서 새들을 조사하였는데 4월 28일과 29일엔 어은리앞에 드러난 갯등(갯벌로 형성된 섬)에 들어가서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만조시간 역시 상당히 늦어졌고, 바닷물이 빠지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즉 갯벌 면적도 많이 줄어들었다. 상부 조간대는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아 말라서 소금가루가 끼었고, 하부 조간대는 바닷물이 빠지지 않았다. 결국 새들이 먹을 수 있는 작은 게나 작은 조개, 갯지렁이, 칠게들의 서식지가 사라졌고, 조개껍질을 벌리고 죽어가는 조갯살을 파서 먹어 먹이를 대신하고 있었다. 죽어가는 조개는 일시적인 먹이공급원이었다. 다음날 같은 지역에 가서 확인해 보니, 죽은 조개는 먹지도 않았다.

  붉은어깨도요

  넓적부리도요

  큰뒷부리도요. 가슴이 붉은 것이 수컷이고 나머지는 암컷이다.

도요새 물떼새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15일엔 동진강 하구에서 물새 23종에 총 24,000마리가 조사되었는데 이중 몇 종은 국제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음을 지시해주는 람사기준을 초과하였다. 가장 많은 개체수를 차지한 종은 민물도요 19,020마리, 큰뒷부리도요 2,326마리, 알락꼬리마도요 1,343마리, 붉은어깨도요 293마리, 학도요 111마리, 검은머리물떼새 94마리, 뒷부리도요 91마리였다.

다음 날 16일엔 만경강 하구에서 물새 21종에 총 44,000마리가 조사되었는데, 붉은어깨도요 25,394마리, 민물도요 15,625마리, 개꿩 1,325마리, 큰뒷부리도요 1,040마리, 알락꼬리마도요 788마리, 힌물떼새 472마리, 좀도요 290마리, 검은머리물떼새 85마리였다. 더욱이 군산공항옆 갯벌에서는 비번식기의 넓적부리도요 한 마리가 발견되었다.

4월 21일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이후인 4월 28일과 29일 조사결과를 보면, 만경강 하구에서 물새 26종에 92,768마리를 발견하였다. 가장 많은 종들은 붉은어깨도요 61,013마리, 민물도요 24,849마리, 큰뒷부리도요 1,932마리, 알락꼬리마도요 876마리, 개꿩 643마리이었고, 4월 25일 조사(물새 25종 개체수 90,640마리)때 보다 왕눈물떼새가 343마리에서 1,178마리로 많이 증가했다. 덧불여서 특별히 보호 가치가 있는 종으로는 4월 25일에 3마리, 4월 28일과 29일에 1마리의 청다리도요사촌과 4월 25일에 넓적부리도요 1마리, 4월 25일에 노랑부리백로 1마리, 검은머리갈매기 4마리가 조사되었다.

동진강 하구에서는 4월 27일에, 물새 28종 개체수 45,100마리가 조사되었는데, 여기에는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13,000마리(대부분이 붉은어깨도요와 민물도요)가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새들은 민물도요 13,480마리, 붉은어깨도요 11,329마리, 큰뒷부리도요 3,512마리, 왕눈물떼새 532마리였다. 덧불여서 특별히 보호 가치가 있는 종으로는 넓적부리도요 4마리, 청다리요사촌 4마리, 큰부리도요 1마리, 검은머리갈매기 10마리가 조사되었다.

그래서 4월 27일 동진강과 4월 28일과 29일 만경강에서 조사된 전체 물새 숫자를 합치면 새만금지역의 물새 숫자는 137,868마리다. 이는 지난 4월 15일과 16일 물새 68,000마리가 조사된 것과 비교해 보면, 2배 이상 증가하여 물새들이 4월말에서 5월초까지가 이동중에 한국에 가장 많이 찾아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만경강과 금강 하구에서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새 다리에 가락지와 밴딩을 한 새를 4월 한 달동안 250마리 발견하였다. 이를 통해 새만금 하구지역이 금강하구와 함께 황해 전역에서도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섭금류 서식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만금 사업을 추진하는 농림부 측에서는 새만금 갯벌에 찾아오는 섭금류가 대체 서식지로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근처 곰소만 갯벌을 조사하였는데, 4월 5일에 38마리, 15일에 4마리(검은머리물떼새 3마리와 개꿩 1 마리), 4월 27일엔 물새 8종에 개체수 727마리가 발견되었다. 이중 대부분이 중부리도요 609마리, 청다리도요 55마리이었는데 이 두 종은 봄철에 비교적 늦게 한국을 찾아온다. 결국 이는 곰소만갯벌이 이들 새들이 먹는 먹이가 새만금갯벌 만큼 풍부하지 못하는 등 대체서식지로의 이용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얘기해 주고 있다.

금강 하구에서는 4월 26일에 유부도, 대청도, 나머지 두 개 지점 등에서 총 4팀이 조사를 하였다. 전체적으로 물새 24종에 개체수 51,568마리가 조사되었고, 대부분 민물도요 21,829마리, 붉은어깨도요 14,024마리, 큰뒷부리도요 9,416마리, 개꿩 2,371마리, 알락꼬리마도요 740마리, 왕눈물떼새 533마리가 조사되었다. 매우 중요한 보호종으로는 청다리도요사촌 43마리(세계 전체 개체수의 8%)와 저어새 4마리, 검은머리갈매기 14마리가 조사되었다. 지난 4월 17일에 조사된 물새 45,000마리 보다 단지 15% 정도 증가했을 뿐이다.

세계의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먹이가 점차 감소하게 되면서 새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 개체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그래서 새만금 간척사업은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세계의 생물학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큰 관심과 우려를 받고 있다.

  2006년 4월 만경강, 동진강, 금강 하구와 곰소만에 도래한 도요새 물떼새 조사 결과

  죽은 붉은어깨도요

  서녘하늘에 노을이 질 무렵,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만 마리의 도요새 물떼새들이 아름다운 군무를 펼치고 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필 베틀리 박사(뉴질랜드 오타고대학)는 올해를 시작으로 3년간 봄철 이동시기(3월-5월)에 새만금갯벌과 금강하구에 찾아오는 섭금류(도요새 물떼새) 종별 개체수와 밴딩을 한 새들을 반복적으로 조사하여 자료를 공개하고, 이를 통해 새만금갯벌의 파괴가 국제적인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2008년 한국에서 열리는 람사회의에서 조사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에 9년간 거주하였고, 이번 공동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새와 생명의 터' 의 닐 무어스 대표도 "새만금 간척으로 인해 도요새 물떼새들이 다른 곳으로 서식처를 옮기지 않고 이만큼의 새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음을 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봄철에 조사를 하는 이유는 가을철 내려오는 시기보다 봄철 올라가는 시기에 한꺼번에 가장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는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봄철에 새들이 많은 이유는 번식지를 빨리 찾아 종족을 먼저 번식시키기 위해서 많은 종과 개체가 모이기 때문이다. 조사 막바지에 서녘하늘에 노을이 질 무렵,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만 마리의 도요새 물떼새들이 아름다운 군무를 펼치고 있다. 한참을 황홀하게 쳐다보니 그렇게 처연하게 보일 수 없다. '도요 도요 도요새 다시 볼 수 있을까'라는 노래 한 구절이 머릿속에서 한참 동안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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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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