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회사 양주상운, 조합원 블랙리스트 유포

월 35만 원 저임금에 사납금제 고수, 합법 파업 탄압해 물의

독재정권 시기에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인 조합원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악명 높았던 '블랙리스트'가 최근 한 택시 사업장에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택시회사인 '(주)양주상운'은 지난 6월 19일 경기도 지역 22개 택시회사 사업주에게 공문을 보내 "당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노조원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지역 택시업체에 취업하는 사례가 발생되므로 각 업체에서는 운전기사 채용시 양주상운 파업참가자 명단을 참고하시고 신분을 정확히 파악하여 인사관리에 만전을 다하여 달라"고 요청했다.

이 공문에는 놀랍게도 양주상운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이 적힌 '파업 참가자 명단'이 첨부돼 있다.

  (주)양주상운이 경기도 지역 22개 택시회사에 보낸 공문. 파업참가자 명단이 첨부돼 있으며 "파업 참가자 신분을 정확히 파악해 인사관리에 만전을 다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양주상운 노동자 한 달 임금 35만원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상에는 택시회사가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로 운영토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주)영진운수는 현행법상 불법인 '사납금' 제도를 완강히 고수하고 있어, 노동자들이 매일 10여 만원, 월 130여 만원의 사납금을 납부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사납금을 완납했을 때의 임금은 35만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저임금이며, 사납금을 전액 납부하지 못했을 경우 이것마저 떼어가는 구조다.

회사는 이것도 모자라 지역내 택시회사들이 당연히 지급하는 유류비와 차량수리비, 사고처리비 등을 택시기사 개인이 부담토록 하고 있으며 이를 회사가 부담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세금을 탈루하는 방식으로 불법적인 자산을 축적해 왔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이에 노동조합이 △유류비 전액 지급 △최저임금 보장 △성실한 교섭 △양주시의 불법 사업주 처벌 등 법에 보장된 당연한 사항을 요구로 내걸고 지난 5월 8일부터 파업에 돌입했으나, 회사는 오히려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는 것.

'불법' 회사가 '합법' 파업을 탄압

이에 민주노총이 27일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을 열어 (주)양주상운을 강하게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20여 년간 차량 5대로 출발한 회사를 66대의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발전시켜 온 택시노동자들의 절박하고 소박한 요구를, 회사는 단지 합법적인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개인 신상정보를 모두 공개하며 다른 회사에 취업도 못하게 하는 불법과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건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이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악덕사업주를 구속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구수영 민주택시연맹 위원장은 "10년 동안 양주상운 노동자들의 현실은 변한 것이 없는데 사용자는 온갖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며 양주에서 가장 고급 주택에 사는 등 배를 불렸다"고 규탄하며 "이제는 그렇게 축적한 부를 노동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전액관리제'라는 법대로 하라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구수영 위원장에 따르면 택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제도와 거의 무관한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으며, 양주상운의 경우 여성 노동자 3명에게 생리휴가를 포기하겠다는 각서까지 강요한다고 한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장에서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이 점점 더 악화되고 비극적 현실에 놓여 있는데도 언론은 단지 현차노조 파업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지적하면서 "민주노총은 사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투쟁에 더 집중돼 있다"는 말로 투쟁 의지를 밝혔다.

장원 민주택시노조 양주상운분회장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노동자들로서 가족들이 굶고 있다, 이 임금에 가스비를 내고 나면 단돈 천원만 집에 가져갈 때도 있다"며 "더이상 생계가 파탄난 열악한 생활을 할 수 없어서 파업을 하게 됐다, 소박한 요구를 걸고 투쟁하고 있는 택시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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